`고가 프린터 있으면'…전문가 "워낙 정교해 육안 구분안돼"
`학벌때문에 남친과 결별' 등 이유로 위조 의뢰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김보람 기자 = 경찰이 21일 검거한 공문서 전문 위조범이 국내외 대학 학위증과 의사.교사 자격증, 외국어 성적표 등을 망라한 100여종의 서류를 대담하게 조작, 의뢰인 280여명에게 발급해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경찰은 특히 위조 서류를 발급받은 280여명을 전원 소환, 입건하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어서 부정 사용처 규모나 실태가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21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40여개의 문서위조 카페를 개설한 뒤 `국내외 학위증, 토익ㆍ토플ㆍJPTㆍHSK 등 각종 서류를 다년간 제작해온 전문가입니다'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가 나가자마자 한달만에 150여건의 문의가 들어오는 등 네티즌들은 A씨의 사이트에 `구름떼'처럼 모여들었고 A씨는 보다 정교한 위조를 위해 고가의 전문가용 프린터기까지 마련했다.
A씨는 유명 대학 문서나 각종 외국어 성적표 양식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스캐너로 서류를 긁고 포토샵을 이용해 의뢰자의 성명 등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하고 컬러 프린터기로 인쇄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위조된 서류는 국내외 주요 명문대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비롯해 토익ㆍ토플ㆍJPTㆍHSK 성적표 등 외국어 성적표, 교원 자격증과 의사 자격증 등 각종 행정기관 공문서 등 100여종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각종 문서가 워낙 정교하게 위조돼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이 A씨로부터 압수한 장부에 의하면 위조 서류를 전달받은 사람은 모두 280여명에 이르고 A씨가 받은 수수료는 모두 1억1천여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현재 발급을 의뢰한 7명을 불러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입건했고 특히 위조된 고등학교 성적 증명서 등을 행사, 중소기업에 취업한 B(34)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위조 공문서 행사죄 등을 추가해 입건했다.
위조를 의뢰한 C(36.여)씨의 경우 예전에 학벌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 상처를 받고 결혼을 위해 대학교 졸업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위조된 문서를 사용하지 않은 5명에게서 위조 문서를 압수했다.
경찰은 위조 문서를 발급받은 270여명 전원을 소환조사한 뒤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위조된 서류를 사용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위조 공문서 행사와 업무 방해 혐의까지 추가 입건할 계획이어서 향후 사법처리 대상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각종 문서위조 관련 카페들이 난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문서 위조를 의뢰하고 있다"며 "사소한 문서를 위조하는 것 자체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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