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안무가 미하일 포킨(1880-1942)이 1936년 모나코에서 초연한 '사랑의 시련(L'Epreuve d'Amour)'이 '춘향전'을 소재로 한 것임을 확증하는 문헌자료가 발견됐다.
연극평론가 김승열(프랑스 파리 제8대학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씨는 포킨의 이
작품이 "한국 설화에 바탕으로 만든 것(based on a Korean fairy tale)"이라는 설명
을 담고 있는 1982년판 '옥스퍼드 발레 사전'을 입수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가 입수한 '옥스퍼드 발레 사전'은 독일 무용평론가이자 무용학자 호르스트
쾨글러가 쓴 책으로 1972년 독일어판으로 첫 출간한 뒤 1977년 영어 번역판이 나왔
고, 1982년 제2판을 찍어냈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문헌자료는 1936
년 몬테카를로 초연과 간략한 줄거리, 초연 당시 무용수 등에 대해서 30줄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면서 "'사랑의 시련'이 한국 설화에 바탕했다는 설명은 사전의 144쪽
에 기술돼 있다"고 전했다.
이 문헌은 '사랑의 시련'이 한국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첫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랑의 시련'이 춘향전을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가 발레문헌에서 보고 1970년대 초부터 신문 등에 소개해왔으나 한국 설화 춘향전에
기초한 것이라는 확정적인 자료는 지금까지 없었다.
최근 잇따라 발견된 '사랑의 시련'의 모나코 초연 사진과 1956년 핀란드 국립발
레단 공연 사진 및 팸플릿에는 여주인공 이름이 춘향을 암시하는 '충양'으로 돼 있
고, 줄거리가 춘향전과 비슷하게 설정돼 있다.
그러나 무용수의 의상과 배경에 중국 색채가 워낙 강해 이 작품이 한국 고전소
설 춘향전을 소재로 한 것이 확실하냐는 의구심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했었다.
사재를 털어가며 5개월여에 걸쳐 한국의 춘향전이 '사랑의 시련'의 소재가 된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추적해온 김승열 씨는 "이번 자료는 우리 소설 춘향전이 유
럽 발레의 창작 소재로 사용됐음을 굳건한 사실로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오랜 노력
이 결실을 봐 기쁘다"고 밝혔다.
김씨는 하루 전인 7일 현지 고서점 등을 뒤져 손에 넣은 포킨의 '사랑의 시련'
몬테카를로 초연 공연사진과 당시 무대 및 의상 디자인 데생 등을 공개했고, 앞서 1
0월에는 핀란드 헬싱키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리메이크한 이 공연의 팸플릿과 사진을
공개해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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