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대표가 최근 중국 방문에서 `열차 페리' 구상을 전격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함께 두 대권주자의 `대선 공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 구상은 내용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물류혁명을 지향한다는 유사성을 갖고 있어 두 구상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호기심도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열차 페리' = 박 전 대표가 `열차 페리'에 본격 관심을 가진 것은 5~6개월 전쯤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하던 차에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형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일본~한국~중국을 열차 페리로 연결한 뒤 이를 통해 유럽까지 철도로 연결한다면 동북아 공동체 형성은 물론 대대적 물류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이때부터 박 전 대표는 해운산업연구원 전문가 등과 교통.물류를 연구하는 학자들로부터 자문을 받으면서 관련 구상을 가다듬어왔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 이런 가운데 `북핵 실험'은 열차 페리 구상을 공론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애초에는 한반도 횡단철도(TKR)를 통한 유럽연결 방안을 생각했었다. 2002년 방북 당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 TKR 연결에 합의하고, 지난 9월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만났을 당시 TKR~시베리아 철도 연결에 공감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북핵 실험으로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박 전 대표는 북한의 태도변화만을 바라보기 보다는 `열차 페리'를 구체적 대안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이 지난달 6일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항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간 열차 페리 시험 운항에 성공한 것은 이 구상에 힘을 실어줬다.
박 전 대표는 이 때문에 방중 일정에 `열차 페리' 시찰을 꼭 넣도록 했고, 방중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는 `중국통'인 구상찬(具相燦) 공보특보를 미리 중국에 보내 시찰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중기간 "실제로 보니 한중간 열차 페리가 현실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를 통해 유럽까지 갈 수 있다면 동북아 물류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더 큰 것도 있지만 천천히 밝히겠다"고 말해 동북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명박 `한반도 대운하' = 이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시발점은 20여년 전인 1980년대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건설 사장으로 해외 출장이 잦았던 이 전 시장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바지선이 운하를 오가며 화물을 실어나르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며 무릎을 쳤다고 회고한다.
이후 기업인으로서 줄곧 운하의 필요성에 대한 신념을 지녀왔던 그는 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1996년 7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를 정치판에 처음 내놨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특히 세종연구소와 삼성그룹도 이와 관련한 연구가 잇따라 내륙운하는 이내 빛을 보는 듯 했으나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이슈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15대 국회의원 모임인 '아침공부 모임'에서 수차례 운하에 한 주제발표를 통해 진지한 토론을 이끌어냈고, 시장 재임 당시에도 청계천 복원이 마무리되자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본격적인 운하 연구를 시작하는 등 운하에 대한 꿈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는게 측근들의 설명.
이런 과정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물류 효율성을 염두에 둔 '경부운하'로 시작됐던 구상이 이후 지역균형발전 개념이 포함된 '내륙운하',이어 통일시대를 준비한 '한반도 대운하'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유럽 국가들이 수만㎞에 달하는 운하로 연결돼 유럽연합(EU)이란 공동체를 만들어냈 듯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해묵은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정서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 전 시장은 최근 잇단 강연에서 "내륙운하는 내가 아니라도 차기정권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 이는 정치공약이 아니라 국운융성, 국민통합을 위해 누구라도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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