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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용비어천가를 꿈꾼 비밀결사 세계

백승종 전 교수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

  • 연합
  • 등록 2006.11.30 11:00:19


고려를 뒤엎은 이성계 이하 조선왕조 개창자들은 그것이 혁명이며 '천명'(天命)이라 선전했다. 하지만 말로만 해서 이런 논리가 먹힐 리 만무한 법. 이에 조선왕조 참위설(讖緯說)을 응용해 신왕조 개창이 순리였음을 증명하는 무수한 기제들을 발명한다.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 용비어천가와 천상열차분야지도였다.


하지만 역사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조선왕조 자체를 부정하는 흐름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움직임은 영-정조 시대에 빈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절대적으로 기댄 텍스트가 정감록(鄭鑑錄). 용비어천가가 역성혁명을 감행하고 난 뒤에 그 주모자들이 꾸며낸 '실현된 미래'라면, 정감록이 대표하는 각종 비결(秘訣)은 '실현될 미래'를 담았다.


나아가 용비어천가가 체제 전복을 정당화하고자 했다면, 정감록은 체제 전복만이 아니라 그것을 발판으로 하는 천지개벽의 열망을 담았다. 세상의 모든 악을 일소하고 도래하는 사회는 절대평등, 절대평화만이 있다. 이런 천년왕국은 오직 진인(眞人)만이 이룩할 수 있다고 정감록은 말한다.


천지개벽사상은 후한시대 중ㆍ말엽 태평진군(太平眞君)의 도래를 열망한 도교교단 태평도(太平道)에 뿌리가 닿지만, 불교의 미륵불 신앙, 나아가 천주교 신학이 새롭게 가미되면서 더욱 불을 뿜게 된다.


백승종 전 서강대 교수의 신작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푸른역사)은 영-정조 시대에 빈발한 역모사건 중에서도 비결 혹은 비밀종교결사체와 관련이 깊은 세 사건을 분석했다.


영조 9년(1733년) 남원을 진원지로 하는 김원팔 일가의 '남사고비결(南師古秘訣)역모사건'과 정조 6년(1782)의 '문인방 정감록 역모 사건', 그리고 정조 9년(1785)의 '문양해 정감록 사건'이 그것이다.


뒤의 두 사건이 정감록과 연결된 데 비해 앞 사건은 조선 명종 때 술사인 남사고(南師古)가 지었다는 예언서가 발단이 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세 사건 모두 비밀결사체와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본다.


이들 역모사건 주모자는 단순히 조선왕조를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노비 출신(김원팔 일가), 서북 출신(문인방), 혹은 평민과 다름없는 중인(문양해) 출신이라는 점을 저자는 특히 주목한다.


나아가 저자는 이들 역모사건의 기록을 뒤집는다. 역사학자는 때로는 형사와 같다고 말하는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의 관련 기록이 많은 면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기록들이 왕을 필두로 하는 집권세력에는 '진실'일 수 있지만 말이다.


역모사건에 대한 해석이 기존 역사학계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역사적 진실은 여러 개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영조와 정조가 성군(聖君)이라는 이미지도 곳곳에서 파괴하려 한다. 저자가 볼 때 이들은 권력 지키기에 집착한 군주에 지나지 않는다. 379쪽. 1만4천500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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