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강용석 | 6·3 지방선거의 최고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의 부동산 관련 발언이 연일 화제다. 서울권 유권자가 부동산 정책에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더 민감하며,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기존보다 좁혀지는 상황에서 남은 기간 ‘역전과 사수’를 정하는 이슈가 부동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도 서울시민으로서 두 후보의 부동산 관련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원오 후보의 발언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 후보는 지난 4일 서울 지역 더불어민주당 구청장 후보들과의 간담회에서 오세훈 후보의 그동안 서울시장으로서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함과 동시에, 오 후보의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은 전·월세 지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꼬집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오세훈 후보는) 5년 동안 시장을 하면서, 전·월세 폭등 왜 대비하지 않았는가. 집값 폭등, 전월세 폭등 등 본인이 만든 일을 현 정부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건 스스로에 대한 자기비판이다.” “(오세훈 후보는)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문제가 10∼15년 걸리기 때문에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월세 문제는 2~3년이면 대책을 세울 수 있고, 공급도 할 수 있다.”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 2∼3년이면 제공할 수 있는데 5년 임기 동안 뭘 하고 이제 와 전·월세 지옥이 될 것이라고 하는 건 본인에 대한 비판이다.” 먼저 “오세훈 시장이 전·월세 폭등에 왜 대비하지 않았는가”라는 발언에는 마치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빈집에 들어가 놓고, 왜 문단속을 제대로 했는지 집주인에 반문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 당시를 되짚어 보자.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은 억제하고 공공임대주택과 도시재생 사업을 확대하면서 ‘양질의 주택’에 대한 공급난을 초래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통계상으로도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해제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으로 30만 가구 이상의 서울시 내 주택 공급이 무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당연히 서울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초기 5억 8000만 원 수준이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임기 말 12억 600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게 통계를 통해 드러났다.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이 문재인-박원순이 합작한 결과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셈이다. 오세훈 시장은 박원순 시장이 저질러 놓은 공급절벽을 바로 잡기 위해 지난 5년간 공급에 집중해 왔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가장 효과적이고 파급력 있는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봤고, 잠실주공 5단지와 은마아파트, 압구정, 여의도 재건축 그리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모아타운 등 오로지 공급에 맞춘 여러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부장관이 비유했듯이 아파트는 빵이 아니기에, 당연히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지역주민과 부동산 사업자, 정치권 등 여러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 엄청난 일이었고, 무엇보다 전임 서울시장이 빚어낸 공급난의 정도가 신속히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제 오 시장이 세웠던 주택 공급 계획이 본궤도에 오르려 할 때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 풀기 추경을 펼치더니 9개월 만에 M2(광의통화)를 약 158조 원이나 늘리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이는 당연히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완벽한 토대가 됐다. 그런데 불난 집에 기름 붓듯 부동산 관련 대출을 틀어막고,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고,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발언은 떡 뒤집듯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중단해 결국 서울시 주택의 전월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서울 부동산을 공급으로 살려보겠다고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았던 시장에게 이제 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전·월세 폭등에 대해 “왜 대비하지 않았는가”라고 역정을 내고 있다. 정원오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이런 주장에 대해 언제 말끔히 받아쳐 본 적이 있는가. 그저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문제에 정부 탓만 하고 있다. 그동안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책임을 일 잘하는 이재명 정부에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며 마치 벽을 보며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듯한 느낌이다. 정 후보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전세도 급등(뉴스1)」 「불붙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10년來 최고 상승폭(뉴시스)」「강남보다 더 뛰는 강북 월세... 용산, 평균 300만원 찍었다(조선일보)」「비싼 아파트 월세, 그마저도 없다…서울 임차시장 ‘가뭄’(이데일리)」「전월세 시장 요동… 공급난 2020년 임대차 2법 전세대란 수준(파이낸셜뉴스)」등 제하의 보도들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전부 이달 들어 보도된 기사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현 서울 부동산 상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에서 전·월세 매물을 구할 수 없어 가격이 폭등하고, 서울 중심부는 물론이고 외곽 지역마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폭등 시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위 제목의 기사에서 그리고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 그 원인으로 현 정부의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 공급 부족을 꼽는다. 이게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걸 잘 대비를 하지 못해서, 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아 벌어진 일인가. 아니면 정원오 후보 자신이 “일 잘한다”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 이재명 정부의 실정(失政)인가.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린다면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는 사실 아닌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남에게 빌라·생숙 살라고 들먹이나 앞서 언급했듯이 정원오 후보는 오세훈 후보의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추진을 비판하면서 2~3년 내 전·월세 문제 대책을 세우고 공급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대책으로 내놓은 게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이다. 이 말을 접하고 놀라움을 넘어 과연 정원오 후보가 부동산의 기본조차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인지 걱정이 몰려왔다. 현재 주택이 부족하다는 건 정확히 ‘살만한 집이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누구나 서울과 수도권에서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하며, 층간소음 및 기타 하자도 적고, 또 향후 가치도 오를 수 있는 집을 원한다. 이를 최소한으로나마 가장 충족시키는 주거 형태가 바로 아파트다. 매매가 20억 원 이상을 자랑하는 서울숲 삼부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정 후보는 대체 얼마나 빌라와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 상황에 대해 잘 아는가. 사실 다세대주택 또는 연립주택에 가까운 빌라는 상당수가 후분양하기에 대형 건설사가 시공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이에 설계와 시공 능력, 자재가 비교적 떨어지며 완공 시 층간·벽간소음과 각종 하자로 문제가 돼온 게 사실이다. 물론 주차난과 인근 소음, 일조권 부족 등의 단점도 주거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연립주택형 빌라에 사는 대부분이 당장 자산이 부족해 이곳에 거주하는 것일 뿐, 하루빨리 돈을 벌어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게 목표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빌라가 전세 사기의 주 타깃이 돼온 만큼, 정 후보 말대로 서울시에 빌라를 지어놓는다고 해서 여기에 흔쾌히 살려고 하거나, 완벽한 주거 정책이라며 박수 칠 사람이 몇 이나 되겠는가. 또 이 연립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세대수가 적기 때문에 여러 곳에 많이 지어야 아파트의 공급 규모에 맞출 수 있다. 대체 서울에 그 많은 연립주택을 지을 땅이 넘쳐난단 말인가. 특히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거 대책으로 내놓은 건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라 실소가 나왔다. 우선 일각에서 ‘닭장’으로도 불리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법률상으로 숙박시설로 분류되기에 엄밀히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당연히 전입신고도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오피스텔 용도변경 없이 주거용으로 살다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사례도 있다. 전 정부에서 여기에 붙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형평성 문제로 이 역시 시원스레 진행할 수 없었다. 결국 생활형 숙박시설을 둘러싼 사기 분양과 각종 불법 사용 실태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고, 사람들이 이곳을 임시 거주 공간이면 몰라도 장기 주거용으로 살려 하지는 않는다. 냉정히 말해보자. 민간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중 한 곳에 살라고 하면 어디를 택하겠는가. 당연히 민간 아파트 아닌가. 왜 자신과 선거캠프 핵심 인사들은 서울 내 아파트에 살면서, 남들에게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에 살라고 하며, 그걸로 전·월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에 가까운 말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부동산은 빨리 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짓는 게 중요하다. 2~3년 사이에 해결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정부가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완화하고, 아파트 중심의 주택 공급으로 방향을 튼다면 전·월세 문제는 굳이 빌라와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짓기에 몰두하지 않더라도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될 일이다. 토론이 부담스러우면, 부동산 토론 컨설팅 받아보시라 일각에서는 정원오 후보의 토론 실력이 기대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오세훈 후보와 토론을 진행한다면, 도중 부동산 대책에 관해 실언 또는 유권자들의 공감을 잃는 발언이 나올 것을 우려해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를 말해주듯 오세훈 후보는 10일에도 선거캠프에서 정 후보를 향해 “다시 한번 촉구한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든 좋다. 그쪽에서 원하는 절차와 방식을 통해서 토론하는 것을 동의할 테니 양자 토론을 조속한 시일 내에 응해달라”고 제발 토론에 나와달라 호소했다. 심지어 오 후보는 정 후보 측이 토론을 계속 미루고 회피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면서, 서울 주택 대책에 대해 후보 간 생각의 차이를 극명히 알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도 서울시민으로서 정원오 후보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오세훈 후보와의 토론에 응해달라. 그래서 서울 부동산 공급 및 현재 전·월세 문제의 대책에 대해 설득력 있고 호소력 짙은 논리로 유권자에 공감을 불러일으켜 달라. 혹시 자신이 없다면, 부동산 토론에 관한 컨설팅을 한 번 꼭 받아보시길 권한다.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