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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의 해악: 학문적 표절을 정의하다

“만약에 학자들이 연구윤리위반 문제로 스스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준수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 대신에 학계 외부의 다른 사람들이 그 기준을 세울 것이고 또 그것을 우리에게 준수토록 만들 것이다.”



아래 글은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 종교학과(Department of Religious Studies, University of Calgary) 어빙 핵삼(Irving Hexham) 교수의 'The Plague of Plagiarism: Academic Plagiarism Defined'를 원저자의 허락을 얻어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번역한 것이다.

어빙 헥삼 교수는 브라이언 마틴 교수 등과 더불어 표절 연구에 있어서 자주 인용, 거론되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어빙 헥삼 교수의 다른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길 바란다.


어빙 헥삼 교수의 이 글은 1992년에 'On Plagiarism and Integrity'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됐으며 1999년과 2005년에 개정 재발표됐다.

아래 글의 사진, 캡션 등은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덧붙인 것이다.



표절의 해악: 학문적 표절을 정의하다
(The Plague of Plagiarism: Academic Plagiarism Defined)


1. 표절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How serious a problem is academic plagiarism?

여러 연구들은 대학교 학부생들 사이에서 표절과 기타 유형의 부정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듀크대학교의 ‘학문적진실성센터(Center for Academic Integrity, CAI)’가 최근 개재한 글에 따르면 돈 메케이브(Don McCabe)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70% 의 학생이 어떠한 형태로건 부정행위를 저질렀음을 시인했다"라고 주장했다.

맥케이브 교수는 그와 동시에 “인터넷을 통한 표절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1999년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한 표절을 10% 만 시인했지만 2005년의 경우에는 40% 가까이 이를 시인했다”는 것이다.(CAI 2005) 

오늘 현재까지도 학계에서의 표절 문제와 관련하여 그 정확한 실태를 조사해본 사람은 없으나, 저명한 학자들이 발표한 인문사회과학분야의 서적과 논문 중에서도 대체로 10% 에서 15% 정도가 용인되어서는 안 될 수준의 표절을 통해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Daily Lobo, 5/3/2000; Kansas City Star, 02/15/2002; National Post August 30, 2003. page. A.6)

표절 행위는 학문 체제의 토대 자체를 약화시키는 ‘학문적 대역죄(academic high treason)’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제시한 성과물이 그 당사자의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하지 않고서, 어떻게 교수가 한 학생이 우수한지 열등한지를 판단하겠는가? 그리고 또 어떻게 교수직 임용후보자를 평가하고, 또 동료 교수의 승진을 결정하겠는가? 

그러므로 표절은 학생의 리포트에서부터 학술서적까지 포함하여 학문적 여정의 모든 단계에서 방지되어야만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물론 어떤 저자에게 표절 의혹을 제기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몇몇 실수는 저지르는 법이며, 타인의 저술에 있는 내용과 본인의 저술에 있는 내용이 우연히 비슷한 경우도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일정한 행동의 패턴, 반복적인 행위, 그리고 속이려고 한 의도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들이다. 이 글을 통해 표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표절자들이 어떻게 속임수의 거미줄을 짜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2. 그렇다면 표절은 무엇인가? So what is plagiarism?

표절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사실은 꽤나 쉬운 일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소형판(The Compact Edition of the Oxford English Dictionary, COED)’에서는 표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 표절(剽竊)을 하는 행위 ; (문학, 예술, 음악, 기계, 등과 관련) 타인의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에 대한 표현을 부당하게 도용하거나 절취(purloin)하고서 이를 자신의 것처럼 발표하는 행위.

2. 절취된(purloined) 아이디어, 디자인, 문장표현, 작품 (COED 1971:2192)


같은 사전에 의하면 ‘절취(purloin)’는 다음을 의미한다:

2. 훔치거나 유용(流用)하거나 부정직하게 가져오는 것; 특히 신뢰를 위반하고 훔치는 것, ; 조금씩 빼돌리는 것, 좀도둑질하는 것;

   

그리고 ‘절취자(purloiner)’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치는 도둑, 좀도둑 (COED 1971:2365)


이처럼 표절에 대한 공통된 정의는 바로 ‘도둑질’이다. 이정도로도 의미가 충분히 명확해 보이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학생, 그리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양쪽 모두 이런 일탈행위에 대해서 변명을 늘어놓는데 능숙하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표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짜로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통해) 물을 흐려서 기득권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표절이 매우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채용, 승진, 급여인상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전적으로 매년마다 납세자들의 과중한 부담이 된다.



토마스 맬런(Thomas Mallon)의 저서인 ‘표절, 남의 글을 훔치다 : 원전에 대한 약탈과 표절에 의한 유린(Stolen Words: Forays into the Origins and Ravages of Plagiarism)‘(New York: Ticknor & Fields, 1989)처럼 표절 문제를 다룬 몇몇 좋은 서적들도 출판된 바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학문적인 표절 문제까지 대해서 다룬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어떠한 경우가 표절이 될 수 있는지 명확한 사례를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확실하게 설명하기 위해 표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표절’은 타인의 고안물이나 문장표현들을 ‘점유(appropriation)’와 ‘표시(representation)’를 통해 자신의 것처럼 하여서 독자를 기만하려는 의도적 행위다. 

학술 영역에서의 표절은, 다른 저자의 연구와 학적인 결과물로서 제시된 독창적 출처를, 정확한 출처표시와 인용부호(쌍따옴표)가 없이 4단어 이상을 반복 이용했을 경우에 일어난다. 

저작에서 새로운 재료로서의 통찰적 이해를 덧붙이지 못했거나, 다른 저자의 시각이나 방식 또는 주장에 대한 진지한 상호작용이 없는, 그저 말바꿔쓰기만 계속 늘어놓는 것도 학문적 작업에 있어서는표절의 일종이다.

(편집자주 : 한국의 경우는 표절 추정에 있어 6단어 연쇄 동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언어학자나 컴퓨터과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일부 상용경구(常用警句)를 제외하고는 한국어에서 우연의 일치로 비슷한 문장표현이 6단어 연쇄 이상이 나오긴 어렵다고 한다. ‘6단어 연쇄’ 표절 판정 기준에 대한 소고)

이러한 정의는 실제 현실에서 아래와도 같이 설명이 된다. 먼저, 독자들은 성공적인 표절자는 마치 적발되지 않은 횡령범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은행원이 한 계좌에서 10만 달러나 빼간다면 순식간에 적발될 것이다. 그러므로 똑똑한 횡령범은 천 개의 계좌에서 100달러씩 10여년의 기간에 걸쳐 횡령을 할 것이며, 뭇 사람들은 1년에 10달러쯤은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횡렴범은 불법적인 금융거래내역을 덮으려고 그것을 도둑질이 아니라 전적인 실수나 정상적인 은행 요금 납부인 것처럼 보이게 할 것이다. 

학문적 표절자들 역시 이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그들은 책 한 권 전체를 베끼지는 않는다. 대신에 이들은 동시에 여러 책들에 걸쳐서 문장들과 문단들을 자신의 작품에 가져와서는 (혹시 들키더라도) 그것들을 마치 전적인 실수나 각주표시 오류와 같은 것으로 오도(誤導)케 한다. 


3. 표절의 종류 Types of plagiarism

다음에 살펴볼 표절의 형태들은 여러 학술서적들과 원고들에서 발견된 것들로, 일부는 저명한 학자의 작품에서도 발견된 형태들이다.

저명한 학자의 경우를 사례로 들어버리면 독자가 바로 알아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피하고자 본 글에서 제시한 특정 사례들은 필자의 저서인 ‘아파르트헤이트의 아이러니(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에서 가져온 것을 통해 새로이 만든 것들임을 밝혀둔다.

아래 각 경우들은 필자의 저서에 있는 고유한 문장표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텍스트가 다양한 방식으로 오용되는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그 문장표현을 표절해볼 것이다. 그리고 해당 표절의 특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올바른 용례를 설명할 것이다. 

사례들이 반복적이고 그래서 싫증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필요한 논의를 촉발하는데 유일한 방법이다.

3.1. 직접적인 표절(Straight plagiarism):

이는 출처표시를 하지 않거나 인용부호(쌍따옴표)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대문자, 문장구조만 바꾸고 일부 단어를 추가하거나 삭제했을 경우에 발생한다.

단어 선택에서의 사소한 변화부터 대문자와 문장구조, 그리고 그밖에 단락의 외관(外觀)을 변조하는 것과 같은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한 변경은 마치 표절한 글이 독창적 산물처럼 보이게 한다. 다음은 이런 기법이 들어간 예시이다.

원문(Original):
But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unquestionab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1)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5.

표절(Plagiarism):
But General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fought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the newspaper Het Westen, thorough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

올바른 용례(Correct usage):
Hexham writes "But General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unquestionab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1)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5.

(편집자주 : 밑줄 볼드체가 사소하게 변화를 준 부분이다.)


3.2 원 저자를 언급하는 형태의 표절(Plagiarism using a citation):

원 저자에 대한 언급은 이뤄지지만, 각주를 통한 정확한 출처표시나 인용부호(쌍따옴표)가 없이 단지 원문에 사소한 변화만 가해서 재생산을 하는 경우이다.

원문(Original):
But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unquestionab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1)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5.

표절(Plagiarism):
Professor Hexham brilliantly observes that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unquestionab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

주석(Note):
여기서 비록 저자가 “헥삼 교수(Professor Hexham)”의 견해를 인용했다는 표시를 하긴 했으나, (빌려온 부분에 대해서) 인용부호(쌍따옴표)가 없고 각주를 통한 출처의 정확한 페이지도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표절의 한 사례다.

그리고 “brilliant”라는 단어 사용을 한번 보라. 표절자들은 타인의 저작을 표절할 때 과장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누구에 대해서 “brilliant”라는 표현을 쓰면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작품을 오용했다고 해도 우리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사람의 저작을 면밀히 검토하거나 불만을 제기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그러한 표현은 때때로 주의를 해야 한다는 방아쇠로서 표절의 전조이다.

올바른 용례(Correct usage):
Professor Hexham observes that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unquestionab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 (1)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5.


3.3 각주를 활용한 간단한 표절(Simple plagiarism using a footnote):

각주를 활용한 간단한 표절이란, 출처표시는 했지만 (타인의 문장표현들을 대거 차용했으면서도) 인용부호를 하지 않는 경우다. 일부 단어들을 살짝 변조해서 원문과 다르게 하는 경우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원문(Original):
But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unquestionab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1)

표절(Plagiarism):
In his insightful book The Irony of Apartheid Dr. Hexham observes that Dr.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against the British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e Partie offered a real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Afrikaner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entirely Christian. The Afrikaner Volk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1)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chapter 7

주석(Note):
“insightful”같은 과장된 아첨성 표현, 그리고 "General"을 "Dr"로, "People"을 "Volk"로 사소한 변경이 있다. 또한 인용부호(쌍따옴표)가 필요한 경우이지만 사용되지 않았으며, 정확한 페이지 번호도 나와 있지 않음을 주목하라.

올바른 용례(Correct usage):
In his book The Irony of Apartheid Dr. Hexham observes that "General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against the British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real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entire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1)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5.


3.4 각주를 활용한 고도의 표절(Complex plagiarism using a footnote):

각주를 활용한 고도의 표절이란, 각주는 달았지만 (타인의 문장표현들을 대거 차용했으면서도) 한 페이지 이상에 걸쳐 적절한 인용부호의 사용이 없이 변조를 하거나 환언(말바꿔쓰기)을 하는 경우이다. 출처표시는 있지만 맞는 페이지가 아니거나 차용한 원문에서 다수의 단어와 어구가 삭제되어 있다.

장황한 내용을 압축하는데 환언을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원문이 환언되었다는 설명이 거의 또는 전혀 없거나 인용부호가 사용되지 않았으면 표절이다. 이 유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법은 표절이 적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 내용은 그대로이면서 문장표현과 같은 외형만 바꾸는 의도적인 시도이다. 사례를 보자.

문(Original):
Such views articulated in the student magazines, also received clear, though less detailed treatment in Het Westen. Afrikaners were reminded that they were a Calvinist People with a duty to retain their nationalism.(1) In the view of Het Westen, ministers of the Dutch Reformed Church like General Botha's friend Herman Bosman were mistaken in arguing, like their leader Andrew Murray, for the separation of religion and politics.(2)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182
(2) Ibid., 187

표절(Plagiarism):
Such views articulated in the student magazines, also received clear, though less detailed treatment in The Westerner which reminded Afrikaners that they were a Calvinist Volk with a duty to retain their nationalism.(1) In the view of this newspaper, ministers of the Dutch Reformed Church like Herman Bosman, General Botha's friend, were "mistaken in arguing, like Dr. Andrew Murray for the separation of religion and politics" even though he was their mentor.(2)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182.
(2) The Westerner, 4/12/1912.


주석(Note): 
“Het Westen”이라는 원문의 아프리칸스어(Afrikaans, 편집자주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쓰는 언어) "The Westerner"가 저자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General Botha's friend"와 같은 특정 짧은 어구도 같은 방식으로 변경되어있음도 주목하라. 

이러한 유형의 변조는 텍스트를 위장하는 표절의 확장으로서 적발을 어렵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인용을 한 부분에 인용부호(쌍따옴표)가 있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이 글의 저자가 ‘아파르트헤이트의 아이러니’가 아닌 신문에 있는 내용에서 직접인용을 한 것처럼 착각토록 하고 있다. (편집자주 : 이것을 바로 ‘2차 문헌 표절(재인용 표절)’이라고 한다.)

올바른 용례(Correct usage):
Hexham writes "Such views articulated in the student magazines, also received clear, though less detailed treatment in Het Westen. Afrikaners were reminded that they were a Calvinist People with a duty to retain their nationalism."(1) Later he adds that "In the view of Het Westen, ministers of the Dutch Reformed Church like General Botha=s friend Herman Bosman were mistaken in arguing, like their leader Andrew Murray, for separation of religion and politics."(2)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2
(2) Ibid., p. 187. 


3.5 인용부호(쌍따옴표)의 오용으로 인한 표절(Plagiarism with hanging quotations):


아래에서 표절자는 인용부호(쌍따옴표)를 이용해 인용을 했지만 인용부호가 끝난 후에도 계속 인용을 하고 있다. (편집자주 : 한국연구재단 발간 연구윤리교재인 ‘연구윤리의 이해와 실천’(2011)에서는 이를 따로이 ‘인용 후 표절’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한국어 논문에서도 가장 많이 발견되는 표절 중에 하나다.)

원문(Original):
Hertzog's policies were also seen as an expression of the myth of apartheid. He, and he alone, was represented as holding a realistic racial policy by which was meant one which segregated black from white. "Natives have to learn that they are not equal to whites," Het Westen declared. The native must learn to recognize that white technology and industry has raised them from barbarism. Too many people reacted emotionally to the race question and assumed colored people could be given a greater say in the government of South Africa.(1)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4.

표절(Plagiarism):
According to Hexham "Hertzog's policies were also seen as an expression of the myth of apartheid."(1) He, and he alone, was represented as holding a realistic racial policy by which was meant one which segregated black from white. The Afrikaans newspaper, Het Westen declared "Natives have to learn that they are unequal to whites."(2) Hexham says this meant that "the native must learn to recognize that white technology and industry has raised them from barbarism." Clearly, in view of Het Westen too many individuals reacted emotionally to the race question. Only radicals assumed Colored People could be given a greater say in the Government of South Africa.(3)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4.
(2) Het Westen, 7/27/1906.
(3)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4.


주석(Note): 

표절된 문장은 제대로 인용한 부분들 사이에 끼어있으며, 이 표절 부분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독자들로 하여금 ‘아파르트헤이트의 아이러니’에서 인용한 것이 아닌, ‘헷 웨스텐(Het Westen)’에서 직접인용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편집자주 : 이를 ‘2차 문헌 표절(재인용 표절)’이라고 한다.)

올바른 용례(Correct usage):
According to Hexham "Hertzog's policies were also seen as an expression of the myth of apartheid. He, and he alone, was represented as holding a realistic racial policy by which was meant one which segregated black from white."(1) The Afrikaans newspaper, Het Westen, declared "Natives have to learn that they are not equal to whites."(2) Hexham says this meant that "the native must learn to recognize that white technology and industry has raised them from barbarism."(3) Clearly, in view of Het Westen, "Too many people reacted emotionally to the race question and assumed colored people could be given a greater say in the government of South Africa."(4)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4.
(2) Het Westen 7/27/1906, cited in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4.
(3)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4.
(4)Het Westen cited in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4.


3.6 말바꿔쓰기(환언) 표절(Paraphrasing as plagiarism):


원 출처에 대한 표시가 없는 환언(換言, 말바꿔쓰기)은 표절이다. 그리고 설사 출처가 표시되어 있더라도 지나치거나 지속적인 환언, 아울러 해당 환언문이 어떤 남다른 상호작용으로서의 부가적 소재를 덧붙이거나, 또는 특별히 의미심장한 새로운 정보를 덧붙이지 않은 것이라면 이 역시 표절이다.

이런 유형의 표절은 증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절은 표절이다. 적절한 환언이란 일단 원 출처가 제시되어 있고, 언급되는 소재의 범위에서 그에 대한 논의, 설명, 주장이 있는 경우이다. 문제없는 환언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한 저자의 글에서 환언(말바꿔쓰기)만이 난무하지 않는 경우
2) 한 저자가 타인의 견해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를 위해서 환언을 하는 경우
3) 원문의 주장을 다른 언어로 새로이 재작성(re-written)하는 경우


박사학위논문처럼 독창적인 연구여야만 하는 논문, 그리고 장(章) 또는 저서에 있어서 서론 또는 결론 부분(또는 두 부분 모두)만 저자가 작성하고 나머지 본문의 대부분은 환언한 단락들로 이루어진 경우, 그 논문, 장(章) 또는 저서는 표절이다.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종합해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사칭하는 것(passing them off as one's own research)’은 학문이 아니다. 그리고 설령 이전까지 아무도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타인의 의견을 종합해놓은 것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을 두고서 독창적인 저작이라고는 평가할 수 없다.

학문에서 독창성이란, 단지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단순히 반복하고서 무의미한 논평을 하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의 견해에 대한 비판적 반응, 그리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상이 요구된다. 오직 저자가 중요하고 독창적인 통찰력을 더했을 때에만 환언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학문에서의 원칙은, 여기에다가 환언시킨 문구에 대해서는 환언했음을 명확하게 밝힐 것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사례를 보자.

원문(Original):
But Hertzog recognized the danger and stood up for the rights of the Afrikaner. Only the National Party offered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The politics of the nationalists, were in the view of Het Westen, unquestionably Christian. The Afrikaner People were a Christian people, therefore their politics must of necessity be Christian(1). Such views articulated in the student magazines, also received clear, though less detailed treatment in Het Westen. Afrikaners were reminded that they were a Calvinist People with a duty to retain their nationalism.(2)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5.
(2)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182

잘못된 환언 방법(Illegitimate paraphrase):
Standing up for the Afrikaner's rights because of the dangers he saw looming, Hertzog argued that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was to be found in the policies of the National Party. Nationalist politics were according to Het Westen undoubtedly Christian and he Afrikaner People must support them because they were a Christian People. Views like these were expressed by students in their magazine.

올바른 환언 방법(Appropriate paraphrasing):
Hexham argues that standing up for the Afrikaner's rights because of the dangers he saw looming, Hertzog argued that a Christian solution to South Africa's racial problems was to be found in the policies of the National Party. Nationalist politics were according to Het Westen undoubtedly Christian and he Afrikaner People must support them because they were a Christian People.(1) He also observes that Views like these were expressed by students in their magazine.(2) The problem with Hexham's argument it that he pays far too much attention to the views of Hertzog and the students who supported Hertzog's views. He also fails to explain exactly what Hertzog meant by "Christian" thus overlooking the fact that Hertzog was actually an agnostic inspired by Bismark's son-in-law Count Keyserling. Consequently he fails.
(1)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p. 185.
(2) Irving Hexham, The Irony of Apartheid (Lewiston: Edwin Mellen, 1981), 182.


위의 예시에서는 헤르초크(Hertzog, 편집자주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상을 지낸 정치가이자 군인)의 입장에 대한 헥삼(Hexham, 편집자주 : 저자 본인)의 이해에 대한 비판의 목적, 그리고 헥삼 주장의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환언을 했다. 

이를 위해서 ‘비평가(편집자주 : 자신이 쓴 글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어빙 헥삼 교수는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고 있다.)‘는 먼저 헥삼의 일반적인 접근 방식에서 나타난 약점을 지적한다. 그 다음에 헥삼의 문제에 집중하여 주요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하면서, 마지막으로 헤르초크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소개된다. 

즉, 여기서의 환언은 단순하게 헥삼의 견해를 다른 문장표현으로써 반복,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실상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술저작(academic monograph) 전체가 환언한 단락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환언한 내용의 틀을 잡는 약간의 해설만 담겨있다면, 설사 계속해서 원저자에 대해서 출처표시를 해주고 또 원저자의 문장표현에 대해서 모조리 인용부호 처리를 해줬다고 하더라도 이런 저작은 표절이다.


3.7 자기표절(Self-plagiarism):

일부 사람들은 ‘자기표절(self-plagiarism)’이라는 개념이 성립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정의에 따르면 표절은 도둑질인 것이고, 자기 자신의 것에 대한 도둑질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로 따져 봐도 옳지 않다. 왜냐하면 보험사기나 횡령 등과 같이 자기 자신의 것으로부터도 도둑질이 가능한 상황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 ‘휴머니스트 포럼(Humanist Forum)’에서 몬트리올 대학교(University of Montreal)의 폴 브라이언(Paul Brian) 교수는 “(자기표절은) 출판 시장의 소비자들로 하여금 저자 자신이 마치 새로운 저서를 낸 것처럼 생각토록 유도하기 때문에 역시 도둑질이다. 이러한 작가는 독자(그 또는 그녀)를 호도(糊塗)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서 이는 마치 중고차를 새 차로 속여 파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The Humanist Forum 7/13, 16 April 1992). 

아마도 자기표절에 대한 보다 더 훌륭한 비유는, 중고차 딜러가 자동차의 주행기록계를 조작하여 실제보다 훨씬 덜 사용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일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불법으로 인식된다. 자기표절 역시 그러한 종류의 사기행위이다. (Brogan 1992:453-465).

그러나 자기표절은 그 누구도 다들 그러하듯, 많건 적건 간에 적절한 방식을 통해 자기 성과물을 재활용하는 경우와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학문적 발표물에 있어서 자기표절 문제가 비록 회색지대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에서는 이런 행위를 암묵적으로 사기로 인식하면서 공표된 학칙 상으로도 학생들이 여러 수업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레포트를 제출하여서 인정을 받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같은 졸업논문을 여러 대학교에 제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학칙도 있다. 

(편집자주 : 실제로 프린스턴 대학교 학칙을 살펴보면 '허가받지 않은 중복제출(Unauthorized Multiple Submission)'이라고 하여서 자기표절을 금하는 규정이 있음이 확인된다. 논문 표절 문제와 관련,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궤변을 고발한다!)

저명한 학자들 사이에서도, 승진이나 급여 인상의 목적으로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논문이나 저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고 이는 문제가 되고 있다.

다른 모든 표절과 마찬가지로 자기표절 문제에 있어서 핵심은, 바로 저자가 독자들을 기만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연구가 재활용되었다는 표시를 숨기거나, 원문을 숨기려고 위장하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을 때 성립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기만이다. 원문을 숨긴다는 것은 저자가 같은 논문, 장(章) 또는 논문에서 실제로는 중심 논의가 변한 것이 없더라도 다르게 보이도록 외형적인 변조를 가하는 것이다. 

문단 나눔 또는 대문자 사용을 바꾸거나 전문적 용어를 다른 언어로 바꿈으로써 독자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읽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면,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저자가 원 텍스트에 가한 유일한 변화라면, 이는 자기표절이다. 

연구에 있어 재활용의 범위가 또한 자기표절을 규정하기도 한다. 학자들은 자신이 발표한 박사학위논문의 개정판을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 또한 그들은 여러 논문들에 걸쳐 논의의 다양한 측면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그런 논문들에서 특정한 핵심적 단락은 반복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저작에서 새로운 통찰을 발전시키고 있으면 이런 경우는 자기표절이 아니다. 

만약 논의, 사례, 근거, 결론이 아무런 새로운 아이디어나 추가적인 증거의 제시가 없이 재활용된다면 이는 자기표절이다. 다시 말해서 두 개의 저작이 단지 외형만 다르다면 자기표절이다.






4. 표절의 징후 Indications of plagiarism

표절의 징후 중에서 가장 흔한 경우는 누군가가 평소에 비해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글을 썼을 경우이다. 예를 들면 학생이 제출한 리포트에서 서론과 결론에서는 문법적 오류가 여러 군데 발견되는데도 정작 본론은 거의 완벽한 경우이다.

실제 현실에서는 많은 표절자들은 베껴온 출처에 있는 실수까지도 그대로 베끼기 때문에 꼬리가 밟히게 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책(C)의 저자가 A.J.에이어(A.J Ayer, 편집자주 : 논리실중주의자 계보에 속하는 영국의 저명한 분석철학자)에 대해서 다뤘다고 치자. 이 저자의 책(C)은 A.J.에이어가 누군가에 대해서 “a literary gadfly whose ideas are not to be taken seriously”라고 언급한 문구를 직접인용하고서, 그 출처로 ‘A.J. Ayer, Wittgenstein, London, Weidenfeld and Nicolson, 1984, p. 159’(A)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 책(C)에서 해당 문구의 출처로 제시된 위 A.J.에이어가 쓴 책(A)을 직접 구해서 확인해보니 첫 출판년도가 1985년으로 되어 있고 책의 분량도 155페이지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해당 문구는 실제로는 다른 책(B)에서 표절을 한 것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A.J.에이어를 다룬 위 저자의 책(C)보다 더 일찍 나온 A.J.에이어를 다룬 또 다른 책(B)에서 가령 “literary gadfly”와 똑같은 문구가 사용되고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책(B)에서도 역시 똑같이 A.J.에이어의 책(A)을 틀린 날짜와 페이지 번호로써 출처로 제시하고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위 저자는 A.J.에이어의 책(A)을 직접 읽지 않고서 자신의 책(C)보다 더 일찍 나온 A.J.에이어를 다룬 책(B)에서 표절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A.J.에이어를 다룬 위 저자는 실제로는 2차 출처(B)를 이용한 것이지만 마치 1차 출처(A)를 이용한 것처럼 독자를 속이려고 했기 때문에 표절이 증명될 수 있다. 

(편집자주 : 위에서 밑줄 볼드체 A, B, C 는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편집자가 구분용으로 덧붙인 것이다. 위 사례가 바로 ‘2차 문헌 표절(재인용 표절)’인데, 일반적인 표절보다 고의성이 더 명확한 표절이다. 이런 표절은 한국 저자들의 논문 상당수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런 경우, 그리고 이 비슷한 경우에도 그보다 앞선 출처에서 발견되었던 저자의 텍스트 상의 잘못 문제와 인쇄 문제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표절을 증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자신의 저서에서 칸트의 윤리관은 ‘고린도전서 13.13.1-13(1 Corinthians 13.13.1-13)’의 사도 바울의 사랑에 대한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서술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에는 사도 바울과 연관된 출처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장(章)의 숫자 “13”이 단순한 인쇄상의 오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확한 출처표시는 ‘고린도전서 13.1-13(1 Corinthians13.1-13)’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몇 년 전의 칸트에 대한 또 다른 책 또는 논문에서 똑같은 오류가 나타난다면, 독자는 두 텍스트를 비교해서 표절의 징후인지 아닌지를 잘 검토해야 한다. 

더 늦게 나온 책의 저자가 그 이전에 나온 책의 저와 똑같은 표현의 반복으로서 똑같은 주장을 한다면 표절이 확실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실에서는 많은 표절자들이 적발된다.


5. 논의와 주의사항 Discussion and caution

한 저자가 표절을 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할 경우에, 혹여라도 부주의한 실수, 인쇄 과정의 오류, 경험의 부족, 출판사 쪽에서 편집과정에서 준 변화를 표절로 오인하여 무고한 사람에게 혐의가 씌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게다가 "상용경구(常用警句, common usage)"와 글 자체의 성격에 대해서도 분별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기본적 교과서들에는 표절로 보이는 문장들이 많이 있으며 사전과 백과사전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은 표절로 고발하는 것은 부당하다. 왜냐하면 개론 교과서와 아주 짧은 기사들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해야하는 경우, 작가들은 프랑스혁명의 발발(勃發),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回心), 정의(正義)의 철학적 정의(定義)와 같이 아주 잘 알려진 소재와 사건을 설명하는데 있어 쓸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교과서, 사전, 신문 기사, 그리고 이와 비슷한 종류의 저작물의 경우에는 지면 공간의 부족 문제 때문에, 또 편집자들의 요구로 인해서 완전한 형태의 감사표시나 학문적 인용처리 방식이 애초 허용되지 않기도 한다.

또한 구두(口頭)로 진행되는 강의라든지 여러 잘 알려진 짧은 경구들은 오래된 메모나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경우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교수들은 잘 알려진 인물이나 사건을 설명하거나 정의할 때 그것을 어디서 알게 됐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글이라면 본질적으로 ‘공유저작물(public domain)’로서, 특정 단어 수준까지도 매우 비슷할 수는 있지만 의도적인 사기는 아니기 때문이 표절이 아니다. 가령, 어떤 사건의 발단(發端)과 같은,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Affair)’과 같은 경우에 대해서 300단어 이내로 설명하라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문장표현들을 이용하여 이를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표절임을 규정하는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저자의 의도이다. 예를 들면 20세기 초에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카를 메이(Karl May, 1842-1912)는 그의 모험 이야기에서의 풍경과 도시에 대한 묘사가 다른 여행서들에서 따온 것이 명백한 이유로 표절에 대한 혐의가 씌워졌다. 메이는 묘사를 따왔다는 사실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메이는 대신에 자기 이야기의 무대를 설정하기 위해 지리적인 묘사를 차용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저작을 표절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화자(話者)의 기능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뜨개질을 하는 사람은 최종 결과물까지도 의존적이지만 않다면야 얼마든지 자유롭게 원 재료를 가져다 써도 된다는 것이다.

즉, 학술적인 글과 다른 종류의 글을 구분하고, 독자들에게 저자가 정확히 무엇을 의도했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 

서적이나 학위논문에 학술적인 각주 표기가 있다면 이는 학술적인 글인 것이고, 마치 독자적인 학술 연구인 것처럼 해놨다면 그것은 거기에 맞춰서 판단되어야만 하고, ‘시카고 방식 논문작성법(The Chicago Manual of Style)’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통용되는 인용처리의 원칙에 반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기준과 어긋난다면 표절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용부호가 없더라도) 어쨌든 각주로 출처가 제시된 경우에는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나폴리타노와 프린스턴대학교 재단과의 소송 사건(Napolitano v. Princeton University Trustees case)과 ‘텍사스 주(州) 러벅 소재 텍사스 이공대학교 사건(Texas Tech in Lubbock cases)’과 같은 사건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표절을 숨기기 위한 각주의 활용이 의도적인 사기의 특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Cf. Mawdsley, 1985:6-7; and Mallon, 1989:159). 

그러므로 학술적인 글을 쓰는 저자들이 각주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마치 표준적인 절차를 따른다는 인상을 주면서 실제로는 타인의 문장표현과 아이디어를 알맞은 출처표시와 인용부호가 없이 활용하는 경우, 이는 표절이다. 이런 문제는 표절과 관련한 그 어떠한 설명에서도 확실하게 언급되어야 한다.

(편집자주 : 나폴리타노 사건은 어빙 헥삼 교수도 자주 거론하는 사건 중 하나로 1980년대 초에 나폴리타노라는 학생의 학기 중 리포트 표절 문제와 관련 징계의 적정성 문제에 대해서 프린스턴 대학교 재단과 해당 학생이 소송전에 들어갔었던 사건이다. 관련 판결문에서 미국 법원은 표절의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학계의 자치 영역에 사법이 굳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NAPOLITANO v. PRINCETON UNIV. TRUSTEES) 텍사스 주(州) 러벅 소재 텍사스 이공대학교 사건은 제이미 소콜로 역사학과 교수의 표절 혐의와 관계된 사건으로 최근에 번역된 토마스 맬런의 책인 ‘표절, 남의 글을 훔치다(Stolen Words)’에서 한 챕터에 걸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사건이다. 사건 전개 과정이 다소 복잡하니 맬런의 책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6. 올바른 출처표기와 인용 Correct citation and quotation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 인용처리를 하여야 하는지와 인용부호 사용법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는 ‘시카고 방식 논문작성법’에 잘 설명되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0.1 이상적으로, 독창적 학술 연구에 있어서 저자들은 스스로의 문장표현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10.2 저자들이 환언을 하거나 다른 출처에서 직접인용을 했을 경우에는 그것이 타인의 문장표현이나 아이디어라는 점을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10.3 수많은 문헌출처에서 확인되는, 널리 알려진 사실에 관한 사항은, 문장표현을 직접 그대로 가져온 경우가 아니라면 인용부호나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다. 또한 속담의 문구, 성경의 문구, 매우 잘 알려진 문학적 표현은 역시 굳이 인용부호나 출처표시를 하지 않아도 (직접 그대로 가져온 경우라도) 저자의 텍스트의 일부로써 이용된다. (The Chicago Manual of Style, 1982: 282)


이러한 설명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언제 인용부호(쌍따옴표)를 사용해야 할지 의문을 갖고 있을 것이다. 널리 받아들여지는 규칙은 4단어 연쇄 이후이다. 다시 말해 다른 저작에서 5단어 연쇄 또는 그 이상의 단어 연쇄가 들어간 문구를 차용한다면 인용부호를 사용해야 된다. 

학생들이 이러한 문제를 겪지 않도록 많은 대학 기구들은 에세이 집필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있다. 이것들을 주의깊게 읽어봐야 한다. 

예를 들면 캐나다 캘거리 대학(University of Calgary) 정치학과에서는 에세이 집필 가이드라인으로 ‘글쓰기 : 연구와 집필에 있어서 인용처리 매뉴얼(Write On: A Reference Manual for Students Research and Writing)’을 발간했으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그 어떠한 출처로부터 4개 단어 연쇄를 초과하는 단어 연쇄를 빌려서 쓴다면 인용부호와 출처표시를 해야 한다. (Write On, Calgary, Department of Politics, 1989: 20)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인용처리 방식이 있겠지만 저자가 어떤 인용처리 방식을 취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본질적인 부분은 독자들이 어떤 부분이 저자의 고유한 사상이며 또 어떤 부분이 타인의 사상, 표현인지 정확히 구분토록 하는 것이다. 모든 출처는 기록되어야만 하며, 모든 직접인용은 인용부호(쌍따옴표)로써 표기되어야 한다.

독자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 ‘시카고 양식 매뉴얼(The Chicago Manual of Style’)(Chicago, Chicago University Press, 2003, first edition 1949) , ‘영어논문 바로쓰기(Kate L. Turabian's A Manual of Style for Writers)(Chicago, Chicago University Press, 1996, first edition 1963)’, ‘캐나다 스타일 : 집필과 편집 지침(The Canadian Style: A Guide to Writing and Editing)’(Secretary of State, Toronto : Dundurn Press, 1985), 또는 그 밖에학술서점들에 있는 해당 분야의 더 많은 책들 중에서 하나를 읽어 보면 된다.




7. 결론 Conclusion

마지막으로 필자는 우리 학계의 동료들에게 표절을 매우 심각한 부정행위로 여겨야 한다는 점을 종용하고 싶다. 우리는 관련하여 통일된 정의, 사례, 기준, 징계가 필요하다. 호크 로빈슨 교수(Hoke Robinson)는 ‘휴머니스트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사기를 쳐서 얻은 학점 하나가 여러 곳에 걸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 때문에 다른 정직한 학생이 장학금, 입학, 취직에서 탈락할 수 있다. 

단순한 리포트에서부터 석사학위논문, 박사학위논문까지 더 높은 단계에 이를수록 더 잘못되는 면도 역시 크다. 그런 식의 ‘오도(misrepresentation)’ 행위는 결국 누군가의 인생까지 망쳐버리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서 잘 조명되지 않는 잘못 중 하나는 사기를 쳐서 지위, 자리를 얻은 사람이 봉사하는 대상에게 저지르는 잘못이다. 

내내 사기를 쳐서 그 자리에 오른 교수는 정직하게 이력(履歷)을 쌓아온 교수보다 학생들에게 질이 떨어지는 교육을 제공하게 된다... 부차적인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The Humanist Forum, message 8/8, 2 April, 1992)  


만약에 학자들이 연구윤리위반 문제로 스스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준수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 대신에 학계 외부의 다른 사람들이 그 기준을 세울 것이고 또 그것을 우리에게 준수토록 만들 것이다. 

언젠가는 장학기관이나 정부가 나서서 자신들의 학계에 대한 후원금이 도대체 어디로 새어나갔는지를 우리에게 물어볼 것이며 분명한 학적 사기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학계에서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는지를 추궁할 것이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이야말로 표절이 정확히 무엇인지 인식되어야만 하며 학생들과 교원들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정해야만 한다.



참고문헌 Bibliography 

학술적인 영역의 표절에 대해 다루는 글 (Works dealing with writing and plagiarism in an academic context) :

Irving Hexham, "Forget about academic fraud? Were you sexually harassed?" in Kenneth Westhues, ed., Workplace Mobbing in Academe: Reports from Twenty Universities , Lewistion, Edwin Mellen Press, 2004, pp. 218-237.

Wilfried Decoo, Crisis on Campus: Confronting Academic Misconduct, Cambridge, Mass, MIT Press, 2002.

Edward P. Bailey, Jr., Philip A. Powell, Jack M. Shuttleworth, Writing Research Papers: A Practical Guide, New York, Holt, Rinehart and Winston.

Martha Brogan, "Recycling Ideas," College and Research Libraries, Vol. 53, No 5, September 1992. 


표절과 연구부정행위에 대해 다루는 일반적인 참고문헌 More general works on plagiarism and academic fraud :

Alexander Lindey, Plagiarism and Originality, Greenwood Press, Westport, 1974, an older work which has some excellent examples and legal discussion but which, unfortunately, does not deal with academic plagiarism.

Thomas Mallon, Stolen Words:Forays into the Origins and Ravages of Plagiarism, Ticknor & Fields, New York, 1989, which has a good descriptive chapter on academic plagiarism.

Ron Robin, Scandals & Scounderels: Seven Cases that Shook the Academy, Berkel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5.

Ralph D. Mawdsley, Legal Aspects of Plagiarism, Kansas, National Organization on Legal Problems of Education, 1985.
 

올바른 출처표기 방법에 대한 참고문헌 Standard works on the correct use of references :

The Chicago Manual of Style, Chicago, Chicago University Press, 2003, first edition 1949

Kate L. Turabian's A Manual of Style for Writers, Chicago, Chicago University Press, 1996, first edition 1963 

The Canadian Style: A Guide to Writing and Editing, Secretary of State, Toronto : Dundurn Press, 1985

Frederick Crews, The Random House Handbook, New York, Random House, 1984.

Michael Meyer, The Little, Brown Guide to Writing Research Papers, Boston, Little, Brown and Company.

Donald E. Miller, Barry Jay Seltser, Writing and Research in Religious Studies, Englewood Cliffs, Prentice Hall,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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