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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을 둘러싼 분쟁과 권력의 문제 (1/2)

권력관계, 그리고 당사자들이 표절로 인한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법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논문 표절 문제


이 논문은 호주 울롱공 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 사회과학과 브라이언 마틴(Brian Martin) 교수의 논문인 ‘Plagiarism Struggles’을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서 번역한 것이다.

브라이언 마틴 교수는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의 표절을 버클리대 법대와 서울대 법대가 은폐해버린 문제, 또 JTBC 손석희 사장의 표절을 미네소타대가 은폐해버린 문제에 대해서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상담을 의뢰하자 본 논문을 소개해주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앞으로 브라이언 마틴 교수에게 조국 교수와 손석희 사장의 표절 및 표절 은폐 문제를 비롯해 한국 상아탑에서의 벌어지는 부조리 문제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브라이언 마틴 교수는 연구윤리와 관련해서는 '2차 문헌 표절(plagiarism of secondary source)‘, 다른 말로 '재인용 표절' 개념을 선구적으로 제시한 학자 중 한 사람이다. 본 논문은 표절 문제를 둘러싼 분쟁에 있어서 사실관계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가 아닌, 권력관계, 갑을관계가 어떻게 관련 분쟁 상황을 좌지우지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논문은 연구부정행위 문제 관련 전문 학술지인 ‘플래쥐어리 : 표절, 위조, 변조에 대한 학제간 연구(Plagiary : Cross-Disciplinary Studies in Plagiarism, Fabrication, and Falsification)’ 2008년 3월호에 실렸다. 본 글의 사진들과 캡션들은 모두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편집한 것이다.




논문 표절을 둘러싼 분쟁과 권력의 문제

(Plagiarism Struggles)


요약 Abstract

표절은 표절자와 고발자(제보자) 사이의 분쟁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학생처럼 ‘권력이 없는 표절자(weak perpetrator)’의 경우에는 표절 문제가 지적됐을 시, 표절자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서 단순히 표절 사실을 숨기고 변명을 하는 수법으로써 그 문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표절자가 사회적으로 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경우는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권력을 가진 표절자(powerful perpetrator)’는 표절이 지적됐을 시, 표절자라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더 다양한 수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수법에는 고발자(제보자)를 비난하고 제도권의 공적 기관(법원이나 학교 등의 배경)을 통해 거짓된 정의와 진실을 만들어내고, 또 제보자를 협박하는 것 등이 있다. ‘권력을 가진 표절자’와 ‘권력이 없는 표절자’와 관련, 두 가지 사례 연구를 통해 표절 문제에 대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사용하는 수법들에 대해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도입 Introduction

표절 문제를 다루는 대부분의 문헌들은, 표절에 대한 해설, 폭로, 비난, 이해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표절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안하든지 표절의 심각성을 평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예를 들어, Anderson 1998; Harris 2001; Howard 1999; Mallon 1989; Sutherland-Smith 2008).

하지만 필자는 이 표절 문제를 ‘표절자와 고발자 사이의 당사자 간 분쟁’이라는 관점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표절을 둘러싼 분쟁은 부분적으로는 표절을 은폐하거나 적발하는 행위를 포함하지만, 더욱 넓은 의미에서는 당사자들(표절자와 고발자)이 표절 문제에 대해서 반응하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다. 

즉, ‘표절자와 고발자 사이의 당사자 간 분쟁’이란 각 당사자들이 표절 혐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하 세 가지 예시는 표절 문제와 관련해서 나타나는, 표절자와 고발자(제보자) 사이의 거개의 역학 관계라고 할 수 있다.

1. 먼저 ‘권력이 없는 표절자’와 ‘권력을 가진 고발자’의 경우이다. 이는 보통 고등학생이나 학부생이 지도감독의 지위에 있는 교사나 교수로부터 표절 혐의가 있다고 지적받는 경우이다.

2.‘ 권력을 가진 표절자’와 ‘권력이 없는 고발자’의 경우이다. 이 경우의 예로는 교수가 학생의 저작을 표절하여 논문을 발표하는 일로 인해 피표절자인 학생이 표절자인 교수에게 표절 혐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표절자가 어느 한 조직의 수장이거나, 또는 공직자인 경우가 있다

3. 표절자와 고발자의 권력과 지위가 서로 대등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의 예로는 한 교수가 다른 동료 교수의 학문적 성과를 표절하는 경우가 있다.

본문에선 위 세 가지 시나리오와 관련하여 각 당사자들의 주요 대응 수법들(tactics)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본 분석에 있어서 필자는 표절 문제에 대한 기존의 관심사보다는, 실제로 사람들이 표절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또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이러한 관점은 솔트마쉬의 연구(Saltmarsh 2004)에 힘입은 것인데, 그는 ‘표절’ 행위가 학생들이 교육 시스템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본 논문의 처음 뼈대를 구성하면서, 필자는 표절 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비난을 피하려는 부정한 의도를 가진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아래 5가지 주요 수법들에 대한 증거를 찾아볼 수 있었다.

- 표절을 한 사실을 은폐

- 피표절자에 대한 폄하

- 거짓말, 결과의 축소, 타인을 비방, 사건의 날조 등을 통한 사건의 합리화

- 제도권의 공적 기관(학교 또는 법원 등)을 통해 정당한 외관을 부여

- 피표절자와 목격자에 대한 위협과 매수

이러한 수법들은 검열이나 따돌림, 성희롱, 부당해고, 고문, 대량학살, 전쟁 등 여러 인간사의 부당행위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Martin 2007). 따라서 위와 비슷한 수법들을 표절을 둘러싼 분쟁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을 거라고 개연적으로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표절 분쟁에서 동원되는 수법들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이전에, 필자는 먼저 표절의 유형과 관련 용어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권력이 없는 표절자들과 권력을 가진 표절자들의 사례를 각각 살펴보면서 어떤 수법이 사람들이 느끼는 표절의 부당성을 더 확장시키거나 축소시키는지에 주목할 것이다. 

그다음, 필자는 표절 사례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언급한 후에, 현재 표절 혐의를 받고 있는 호주의 권위있는 학자 ‘킴 워커(Kim Walker)’와 ‘데이빗 로빈슨(David Robinson)’의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그 후에는 표절과 관련한 문제 있어서 당사자들의 공격 수법들을 설명하면서 다른 형태의 부조리 사례, 즉 허위적인 표절 혐의 제기와 표절에 대한 과도한 징계 문제에 대해 논할 것이다.


결론 부분에서는 표절 문제와 관련해서 단순히 지식인의 ‘도덕성(morality)’보다는 당사자들이 사용한 ‘수법(tactics)’에 집중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하여 정리할 것이다.

본문에서 “표절(plagiarism)”이라 함은 사실 “표절 혐의(alleged plagiarism)”를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본문의 “표절자(perpetrator)”는 “표절 혐의를 받는 자(alleged perpetrator)”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이 글의 목적은 표절 문제를 둘러싼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사용하는 수법을 분석하는 것이지, 표절 혐의 자체의 진위나 표절 문제제기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표절 문제를 둘러싼 분쟁은 “표절”이나 “표절자”라는 용어를 과연 사용해야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경우도 많다. 표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당사자들을 정확히 어떻게 불러야할지 논란이 있는 경우에는 이 점을 특히 강조하기 위해 “혐의가 제기된(alleged)”이란 용어를 덧붙이도록 하겠다.


표절이란 무엇인가? What is plagiarism?

넓은 의미로서 표절이란, 바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사칭하는 것이다. 가장 적발하기 쉬우며 확증이 용이한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의 구현체인 문장표현을 베끼는 표절, 곧 ‘텍스트 표절(word-for-word plagiarism)’이다.


‘텍스트 표절’은 타인의 문구, 문장, 문단 혹은 저작 전체를 ‘적절한 인용규칙 준수 없이(without adequate acknowledgement)' 베끼는 것이다. 이와 비교했을 때, 확증이 훨씬 어려운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를, 똑같은 문장표현이 아닌 전혀 다른 문장표현으로써 베껴내 표절을 하는 경우이다.

서구에서는 표절 행위를 마치 시험에서의 컨닝과 같은 종류의 범죄라고 여기고 있을 정도로 이것이 잘못된 행위라는데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다. 서구 사회에서는 표절은 정당한 노력과 자격이 없이, 다른 이의 공헌을  빼앗고 명예를 얻고자 하는 부정행위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표절의 낙인이 찍히는 일은 학생이 과제를 제출했을 때처럼, 어떤 일정한 상황에서만 나타나는게 현실이다. 예컨대, 저명인사가 대필자를 통해 자서전을 내는 등의 상황에서는, 표절의 정의를 충족시키는 행위가 있어도 표절이란 용어가 사용되지 않는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제도화된 표절(Institutional Plagiarism)’이라고 지적했던 바 있다(Martin 1994). 이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급자들의 업무에 대한 공헌을 자기가 대신 챙기는 경우를 일컫는다. 


제도화된 표절의 또다른 예로는 연설문 작성가들이 작성한 원고로 연설하는 정치인의 경우(Schelesinger 2008), 상급 기관의 공무원이 하부 기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자신들의 명의로 배포하는 경우, 그리고 대학원생이 전부 혹은 거의 다 작성한 저작에 자신을 공동연구자로 등재하는 교수의 경우가 있다(Martin 1986, Witton 1973).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제도화된 표절’은 눈에 잘 띄지도 않을뿐더러, 문제를 보는 틀을 바꿔서 표절의 낙인에서 벗어난다. 일반적인 의미의 표절에 대해서 필자는 ‘경쟁상황형 표절(competitive plagiarism)’이라고 개념화하였으며, 아래 ‘표 1’에서 관련 다양한 용어들로 개괄하였다.
  


다른 유형의 표절이 개념화 될 수도 있을테고, 아직 학계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유형의 표절이 널리 자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본문의 표절과 관련한 용어들과 개념들은 필자가 스스로 고안한 몇 가지 용어들,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다(Martin 1984, 1994). 물론 다른 사람들도 같거나 비슷한 개념들에 대하여 그들 고유의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표절, 곧 ‘경쟁상황형 표절’은 워낙에 나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표절 혐의는 학자에게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다. 일부 잘못된 표절 혐의 제기는 무고한 학자에 대한 부조리한 일이 될 수 있다. 


표절에 대한 징계가 너무 지나친 경우도 역시 또 다른 부조리한 일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어떤 학생이 적절한 인용처리 없이 타인의 글을 베꼈을 경우에 기존에는 그 과제에 대해서 F학점을 주는 것이 통상적인 조치였다고 한다면, 같은 경우에 갑자기 특정한 학생에게만 퇴학 조치까지 내리는 것은 과도하고 부당한 조치로 여겨질 수 있다.



어떤 표절 사례들은 그 양상이 매우 분명하지만 또 어떤 사례들은 실제 표절의 여부, 또는 표절의 심각성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생긴다. 또한 표절에 대한 적정 수준의 징계에 대해서도 논의가 분분할 수 있다.


표절이 발각되는 경우가 아주 극소수라고 한다면, 운 나쁘게 적발된 사람들에게만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표절자와 고발자 사이에 늘 상당한 의견의 불일치와 당사자들의 불만이 존재하게 된다.


‘권력이 없는 표절자’의 경우 The case of the weak perpetrator

표절을 한 학생은 표절을 한 교수에 비하여 권력관계상 약한 위치에 있다. 표절을 한 젊은 학자의 경우도 표절을 한 저명한 중견 학자에 비하여 약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드물긴 하지만 예외들이 존재한다. 표절을 저지른 학생이 학교에 영향력이 강한 후원자의 딸인 경우가 바로 그 예이다. 


그러나 여기서 제시하려는 시나리오는 통상 표절 혐의을 제기하고 징계를 부여하는 자들에 비하여 권력관계상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표절자들에 관한 것이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논문을 작성을 하고 모국의 문화나 규범과는 상이한 사회에서 공부를 하는 유학생들은 특히나 수세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고의적으로 표절을 저지른, ‘권력이 없는 표절자’가 표절 혐의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은 표절을 저지른 사실을 은폐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수법들이 있다.




- 애매모호한 문헌를 찾아 표절하는 것.

- 여러 문헌들을 이어 붙여서 짜깁기.

- 관계된 외국어 문헌을 번역기를 통해 번역한 후에 적당히 다듬기.

- 사람을 고용하여 글을 대신 작성하게 하기.

- 말바꿔쓰기.

‘권력이 없는 표절자’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으로는 이를 문제시하는 쪽에서 보통 표절을 적발하고 검증한 후에 그 결과를 문서화하여 공개하는 일이 핵심이다. 이는 ‘권력이 없는 표절자’가 ‘텍스트 표절’일을 저질렀을 경우에 훨씬 쉽다. 이를테면 표절 검증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도 표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표절임을 확증하기 위해선 표절문헌과 피표절문헌의 내용이 서로 똑같다는 증거 외에, 표절문헌이 피표절문헌에 대해서 인용처리를 하지 않았다거나 적절치 않은 인용처리였다는 증거도 수반되어야 한다.


‘텍스트 표절‘이 아닌 경우에는, 표절을 입증하기가 훨씬 어렵다. 어떤 학생이 좋은 문헌을 어디선가 발견하고 거기에서 제시된 아이디어를 요령껏 변형하여 자신의 과제에 사용하는 경우를 상정해봤을 때, 그 내용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로서는 그것이 ’아이디어 표절‘이나 ’말바꿔쓰기 표절‘일 거라고 의심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표절 대상이 된 원 문헌을 잘 알고 있는 교수라 할지라도 학생이 표절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들은 보통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권력이 없는 표절자’의 경우, 설사 타인의 저작을 표절해 이득을 취했을지라도 그 이득이란 보통 수업의 과제 성취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학계에서와 같이 더 넓은 범주에서도, 한 학자가 타인의 업적을 말바꿔쓰기 식으로 표절해서 출판물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학자로서의 평판을 세우기는 힘들다. 

‘권력이 없는 표절자’가 표절 혐의로 비난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른 유일한 수법은 그 표절이 의도적이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다.”

- “실수로 그랬다.”

- “도대체 어쩌다가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 “그게 잘못인 줄 몰랐다.”

- “원저작자가 너무 잘 설명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표절부위는 조금 밖에 없다.”

- “원저작자가 인용처리 없이 베껴도 괜찮다고 했다.”

-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이런 진술을 뭐라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고의성을 부정한다든지, 넌지시 자신은 표절의 의도가 없었음을 암시하는 경우가 그렇다(가령, “원저자의 표현이 더 적절했다.”). 단순히 부적절한 인용처리를 입증하는 것과 그것의 심각성을 따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학교가 표절 입증과 관련해 ‘고의성’ 조건까지 요구하는 규정을 채택하고 있을 경우, 표절을 입증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고의성’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표절 혐의가 제기된 학생들은 표절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어쩌면 매우 능숙한 거짓말쟁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표절의 고의성을 판단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은 있다.

(편집자주 : 브라이언 마틴은 여기서 표절 확증에 있어 '고의성'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선 객관설과 주관설을 모두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미국의 대다수 대학들은 '고의성' 요소는 아예 따지지 않는 객관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표절규제를 위한 입법적 제언'(2010), 정상기, '과학기술법연구'). 우리나라의 학술단체들을 대표하는 한국학술단체총연합과 교육부의 연구윤리 관련 표준 교재들도 "‘표절’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자신의 것처럼 부당하게 사용하는 학문적 부정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고의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베껴졌다는 객관적 사실만으로 표절을 정의하고 있다.)

표절 적발의 용이성(Ease of detection)


학생들이 때때로 과제에다 타인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고 출처는 표시하는데 인용부호(“”)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인용부호 처리를 하는 것이 힘든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학생이 인용규칙을 잘 모르는 경우일 확률이 높다. 반면에 표절의 의도가 뚜렷한 학생은 자신이 표절을 한 문헌에 대해서 아예 출처표시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표절 검증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사용한다고 공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학생이 너무나 뻔한 인터넷 출처에서 글 단락을 통째로 베꼈다면, 이 경우는 학생이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표절의 정도가 노골적이고 또 표절 적발이 쉬울수록, 고의적으로 표절했을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진다.    


하지만 그런 표절 확인 절차가 이루어지는 일이 거의 없거나, 표절에 대한 징계도 거의 없는 경우라면, 노골적인 표절을 단순히 몰라서 저질렀다고 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노련한 표절자가 노골적으로 표절을 저지른 후 표절이 발각되었을 때 그것이 잘못인지 몰랐다고 항변하는 경우다. 이는 표절 적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부러 표절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추정을 노리는 변명이라고 하겠다. 




반복성(Repetition)


만약 학생이 상습적으로 표절을 자행하고, 그것이 거듭 발각돼 경고를 받은 경우는 부정행위에 분명한 의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해당 학생은 그렇게 계속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절이 무엇인지 이해를 못했을 수 있다.

미리 직접 연습시켜보기(Direct testing)


연습을 통해서 문장을 인용하는 것, 단락을 말바꿔쓰기(paraphrasing)를 하는 것, 인용의 개념 등에 대해서 수업 시간에 충분히 가르쳐줄 수 있다. 이것은 표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과제가 부여되기 전에 시행되어야 한다.


                                                                                * * *


요약하자면, 표절자가 권력이 없는 쪽일 경우, 표절이 적발되었을 때 그들의 주요 대응 수법은 표절 사실을 은폐하는 것과 변명으로 표절을 합리화하는 것 두 가지이다(‘누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든지 ‘몰라서 그랬다’든지). 


보다 권력을 가진 쪽 - 교수들 - 은, 학생의 표절을 적발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결정한다.  표절이 고의적이지 않았을 경우에는, 학생에게 표절 교육을 실시하면서 재발 방지를 독려하는 정도로 조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반대로 표절이 고의적이었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의 지도가 적절할 것이다. 


- 적절한 인용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에게 더 나은 보상을 제공

- 표절 행위에 대한 징계

- 표절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평가 과업 연구


‘권력을 가진 표절자’의 경우 The case of the powerful perpetrator

교수가 학생의 과제에서 나온 독창적 아이디어를 자신의 연구성과와 관계된 토론, 발표 혹은 저작에 사용하고 학생에게는 아무 공을 돌리지 않는다. 감독자(교수 등)가 저작에 자신이 기여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로 이름을 등재한다.


어떤 분야의 저명한 학자가 누군가가 제출한 연구비 지원서를 읽고 거기에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재빨리 자신의 학술지논문을 출판한다. 어떤 정치인이 책의 저자로 기재되었는데, 모든 연구와 초안 작성, 교정까지 전부 보좌관들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저작물의 ‘감사의 말(acknowledgements)’에서나 그 기여가 언급된다. 이것들은 모두 - 일부는 아주 흔한 사례인데 - 표절자가 피표절자보다 더욱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일어나는 사례들이다.  


‘권력을 가진 표절자’의 경우, 표절 적발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시키는데 있어 더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경우, ‘권력을 가진 표절자’는 표절 문제에서 잘 빠져나간다. 그들에게 표절 혐의가 제기되었을 때 나타나는 상황은 상당히 까다로울 수 있다. 그러한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이는 행태들에 대하여 일단 알아두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사용하는 첫 번째 수법은, ‘권력이 없는 표절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먼저 표절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표절이 불러오는 사회적 낙인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 전형적으로 그 당사자들간에 경쟁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시나리오에서 - 표절 혐의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표절자는 자신이 한 짓을 숨기려고 한다. 


‘텍스트 표절’의 입증을 위해서는 표절문헌과 피표절문헌을 시각화 자료로써 나란히 비교하여 제시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며, 이는 수십 년 동안 사용되어온 방법이다(e.g. Anonymous 1959 ; Pine 1972 ; Willey 1970). 표절문헌과 피표절문헌을 나란히 비교하는 것은 누구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자료를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은 더더욱 강력한 전략이다. 하지만, 표절 여부를 결국 공적 기관에서 결정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아래에서 논의할 바와 같이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제도화된 표절’에서의 은폐는 일반적인 표절에서의 은폐와는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다수의 주변사람들은 이에 대한 관련 사실관계(즉, 누가 원저자인지)를 다 알고 있지만 아무런 시비를 걸지 않는다. 정치인이 어떤 연설을 할 때 기자들은 그 원고가 연설문 작성가들에 의해 대부분 혹은 전부 다 작성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보도를 할 때 “대통령은 오늘 ~ 말했다”고 기사를 쓰지, “대통령은 오늘 샐리 스태퍼(Sally Staffer)가 써준 원고를 읽었다“고 기사를 쓰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주목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화된 표절은 대중에 대한 실질적인 은폐 공작이 되는 것이다. 

‘제도화된 표절’을 까밝히는 데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있다. 표절자가 타인의 저작을 적절한 인용규칙 없이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것과, 또 그러한 행위는 표절이라고 명확히 지적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그런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데 한계가 있다.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사용하는 두 번째 수법으로는 상대방, 즉 피표절자를 폄하하는 것이다. 여러 경우에서 이런 폄하는 암묵적으로 나타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저명한 극작가인 반면, 그의 연인들은 무명이었으므로, 그래서 브레히트가 그의 연인들이 쓴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대신 올린 경우를 어떻게 볼 것인가?(Fuegi 1994). 그리고 D.H. 로렌스(D. H. Lawrence)의 경우에도 같은 질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 그도 자신의 연인들이 쓴 글에 대한 공헌을 대신 챙겨갔다(Spender, 1989: 151-160). 



우리 세속세계에서는, 강의을 하는 명망있는 교수가 일개 학생보다 훨씬 큰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료교수들이 볼 때는 교수가 학생의 아이디어 일부에 대한 공헌을 챙기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들은 학생이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깊이 전개시키거나 출판 가능한 글을 쓰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의 불만 따위는 그냥 묵살해버린다.  



하지만 교수가 학생으로부터 표절 문제로 불만이 제기된 경우에는 ‘권력을 가진 표절자’인 교수와 그의 동료교수들은 피표절자인 학생을 형편없는 학생이라고, 불평불만분자라고, 질투의 화신이라고, 정서장애자라고 부르며 그 외 저급한 딱지들로 폄하하는데 더욱 열을 올릴 것이다. 이런 행위들은 보통 공개되지 않은 영역에서 이뤄지곤 한다.
 





이러한 권력의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선, 피표절자(학생) 측은 자기 주장의 신뢰성을 높일 방안을 찾고 자신을 옹호해 줄 저명한 지지자들을 물색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독자적으로 출판물을 내본 적이 있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의 경우보다는 그래도 무시당할 가능성이 낮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하여 변호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자신을 도와주는 변호인이 명망이 있는 사람일수록 피표절자의 불만이 일축되어버릴 가능성은 더욱 작아진다.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사용하는 세 번째 수법은 바로 사건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권력이 없는 표절자’가 사용하는 수법과 동일하다. 즉 자신의 표절이 심각하거나 고의적인 표절이 아니라는 변명으로 빠져나가려 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자료정리의 문제나 필기 상의 오류 문제에 돌리기도 한다.




‘권력을 가진 표절자’는 때때로 그들의 행위가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대필을 변호하는 사람들은 - 고용인이나 피고용인 모두 포함되는데 - 대필이 합의 하에 진행되었고 대가가 지급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항변을 하곤 한다(Shaw 1991). 



‘대필(ghostwriting)’이라는 용어는, ‘표절(plagiarism)’이란 용어의 부정적인 뉘앙스는 피해가면서, 초점을 표절자에서 피표절자, 즉 대필작가(ghost)에게로 옮겨버리는 역할을 한다. 



대필 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항변은, 모든 사람들이 이런 관습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치인이나 대학총장의 연설이 정치인과 대학총장 본인이 아닌 보좌관들에 의해 작성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는 식이다. 



또한 ‘권력을 가진 표절자’는 자신의 조교가 자료를 수집하면서 인용을 하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조교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이 없는 표절자’에겐 그런 조수가 있는 경우가 드물다. 


조교를 비난하는 것은 관련 표절 담론 문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4년에 하바드 대학교의 찰스 오글트리(Charles Ogletree) 교수가 다른 교수의 책에서 여섯 단락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책에 실었음이 드러났다. 오글트리는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는 학생들이 제대로 원 출처를 표기 하지 않았고, 조교가 자신의 검수 없이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오글트리는 조교들의 작업을 마치 자신이 수행한 작업인 것으로 습관적으로 사칭해대는 하바드의 많은 교수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Russell 2007). 학자들이 출처표시 및 인용부호 없이 다른 문헌의 내용을 무단복제해오는 표절(‘경쟁상황형 표절’) 문제와 관련해서 오히려 그들의 조교들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변명을 할 때에, 연구의 상당부분이 실제로는 조교들에 의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공동저자로 동재하기 보다는 그저 ‘감사의 말’ 정도에나 이름을 기입하는 학적 착취 구조가 드러난다. 이것은 ‘제도화된 표절’의 종류 중 하나다. 




학자들이 조교들을 그런 식으로 비난하려 하는 것은, 동료 학자들의 작품을 베끼는 일은 나쁜 일이지만 자신보다 하급자의 공헌을 대신 챙기는 것은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라는 인식을 암시한다. 실제로 조교의 학적 착취는 조교들이 실수를 하기 전까지는 언급되지 않지만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따라서 이러한 일에 신물이 난 조교는 몇몇 표절 단락들을 담당 교수의 책에 심어버리는 것이 어느 정도는 복수의 길이 될 것이다).




표절에 대한 저런 구구한 변명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통은 표절의 분명한 증거와 설득력 있는 시각적 자료가 유용한 수단이다. 표절자가 출판사에 보낸 원본을 분명 검토했었다는 것을 밝히는 증거 - 이를테면 초안이 보내진 이메일을 공개하기 - 가 필요하다.


‘텍스트 표절’을 보여주기 위해선 표절문헌과 피표절문헌을 나란히 비교하는 것이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논증 구조나 해설구조(sequence of ideas, 편집자주 : 논문에서 개념 논증이나 해설의 나열 순서, 배치, 구조 등)의 표절, 역시 나란히 비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제도화된 표절’을 합리화하는 것에 반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이중잣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게 효과적이다.


“만약 학생이 이렇게 한다면 F학점을 받을 것이다.”, “왜 대학 총장은 연설문 작가를 고용하는 것이 허용되고, 학생은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 그런 조력을 얻는 것이 금지되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관행이라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사용하는 네 번째 수법으로는 공적 기관을 동원하는 것이 있다. 이 경우 표절자는 자신의 표절 문제를 선배나 지도교수, 편집자, 편집위원회, 이사회, 연구진실성위원회, 법원, 혹은 다른 전문가들 집단이나 학회와 같은 공적 기관이 처리하도록 넘겨버린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공적 기관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적 기관이 ‘권력을 가진 표절자’에게 표절 문제로 징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적 기관은 그저 허울일 뿐이다.

만약 어떤 학생이 지도교수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절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총장 등에게 공식적으로 제보를 했을 경우, 피표절자의 권리가 보호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 일반적으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학내보직교수들을 포함한 관료조직의 관리자들은 보통 지휘 체계라는 것을 따르는데, 이는 학생들보다 동료 교수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하는 예외는, 보직교수가 자신의 동료교수를 특별한 사유로 공격을 해야할 때 뿐이다.

통상 공적 기관이 ‘권력을 가진 표절자’에게 취하는 조치란 것은 그냥 주의하라고 개인적으로 경고를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 이 경우 정말 주의해야 되는 것은 오히려 제보자인 학생인데, 왜냐하면 제보를 한 이후에 ‘권력을 가진 표절자’인 교수에게 앙갚음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관련 공적 기관이 조직(대학이나 연구소)의 한 내부 부서에 불과하거나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자신들이 내린 결정 조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경우, 그런 공적 기관은 단지 허울 뿐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라리 그런 학계의 조직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인 법원에 이런 표절 문제를 가져가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지만, 거기서도 대개 표절은 합법으로 인정된다. - 예컨대, 추상적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


공적 기관들에 대한 필자의 평가가 냉소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필자의 이같은 평가는 공적 기관들이 내부고발자에게 보여온 그간의 여러 부조리 사례들에 기인하고 있다(Martin 2003).

필자가 이런 평가를 근거로 조언하고자 하는 바는, ‘권력을 가진 표절자’와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공적 기관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발자는 공적 기관에 표절을 제보하기 이전에, 과거에 있었던 제보가 해당 기관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그런 문제와 관련해 보통의 경우처럼 널리 공개되어있는 형태의 자료가 없다면, 이전의 제보자를 찾아봐야한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언론사의 편집인에게 작가의 표절을 제보했는데 그것이 좋은 결과를 맺은 적이 있던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표절 혐의의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은 협박과 뇌물이다. 표절을 고발하는 박사과정 학생은 ‘권력을 가진 표절자‘의 보복 행위에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다. 제보자 학생에 대한 나쁜 추천서를 써주거나 심한 경우에는 박사학위 수여를 방해하는 등 교수가 보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표절을 당한 측은 이런 보복 행위가 두려워서 애초에 표절에 대해 문제제기조차 못할 수 있다. 

뇌물은 협박의 쌍둥이다. ‘제도화된 표절’에 동참하는 대가로, 즉 지도교수의 이름을 논문에 올려주는 것을 대가로, 젊은 연구자는 좋은 추천서와 연구 기회, 승진을 노릴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선학이 되었을 때 이전과 똑같이 후학들의 연구를 착취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표절 증거 수집하기 Collecting evidence on plagiarism


필자는 앞에서 ‘권력을 가진 표절자’가  ‘권권력이 없는 피표절자’의 저작에서 표절을 한 후 그것이 드러났을 때 후폭풍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들에 대해 설명했다.



저 수법들은 표절 외 다른 모든 종류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이들이 사용하는 수법과 다르지 않다. 필자는 또한 지난 몇 십년동안 이러한 문제들을 추적하며 정리한 수 백 가지의 표절 사례들을 바탕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이거야말로 내가 수집한 사례들이 꼭 맞아 들어갈 이론적 틀이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불충분하게 느껴진다. 증거는 어디있는가?





표절 문제를 연구하다보면, 관련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돌고 돈다. 만약 “학과장이 어떤 학회에 가서 연구원생인 메리와 함께 한 공동연구를 토대로 강연을 했는데 마치 거의 독자적으로 수행한 연구인 것처럼 발표했다”라는 이야기를 두 다리 건너서 들었다면 그것은 아마 부정확한 정보일 것이다.  반면에 이 이야기를 한 다리 건너서 들었다면 – 즉, 그 연구원생이 메리에게 직접 들었다면 – 그 정보의 개연성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학과장이 한 강연의 녹음 자료나 공동연구논문의 사본과 같은 1차적인 증거자료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학과장을 포함해서 관련된 모든 이들로부터 사정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학과장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만한 어떤 이유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널리 알려진 사건이 아닌 경우, 계속 집요하게 조사하면서 해명을 요구할만큼 용감한 표절 연구자들은 거의 없다. 특히 학과장이 해당 분야의 유명 인사이며, 그와 같은 학과에서 근무할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만약 본 논문의 독자가 피해 당사자인 경우라면 학과장의 표절 증거를 쉽게 찾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독자는 표절에 대한 불만을 학과장에게 이야기해 보았지만 학과장은 어물쩍 변명하며 넘어가려고 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독자가 아직 학생 신분일 동안 과연 이 사례에 대해서 제보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독자가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고, 학과장 또는 학과장의 친구들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문제를 제보하는 일에는 당연히 리스크가 뒤따른다. 그래서 제대로 조사되거나 문서화되지 않는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되는 것이다. 


필자는 비공식적인 소식통을 통해 위와 같은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저런 일이 정확히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표절은 매스컴이나 널리 유통되는 문헌들을 통해서 공론화되고 있는 여러 사례보다도 더더욱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표절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대중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몇몇 공론화된 사례에만 집중되고 있는데, 그것은 이런 사례들이 연구하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기해봐야 할 질문은 이렇다. 과연 공론화된 표절 사례들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른 표절 사례들과 비슷한 양상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일반화된 답변을 하려고 하지는 않겠다. 단지 표절과 관련된 당사자들간 분쟁에서 사용되는 수법에만 연관지어 답변을 해보겠다. 필자가 추측하건대, 알려지지 않은 표절 사건들에서도 당사자들간에 비슷한 수법들이 사용되기는 하겠지만, 오히려 공론화된 사건들에서 보다 다양한 수법들이 사용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학생이 연구실에 있는 다른 몇몇에게만 담당 교수의 표절 문제를 이야기하고 이들이 외부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부분적인 은폐가 된다. 연구실 담당 교수가 학생에게 표절 문제로 문제제기를 당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 문제에 대해 굳이 해명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합리화를 할 필요도 없다. 공적 기관들 역시 개입할 필요가 없다. 이런 경우 교수 측에서의 공개적인 협박은 없긴 하지만, 학생은 보복의 우려 때문에 더 깊게 파헤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표절 문제가 내부조직을 넘어서 완전히 공론화된 경우에는 (표절자인 권력자, 교수로부터 나오는) 폄하, 표절의 합리화, 공적 기관 동원, 협박과 뇌물 등의 수법들이 모두 동원될 수 있다. 그 결과, 공론화된 표절 분쟁에서는 양 당사자 모두 사용 가능한 다양한 수법들을 보여주게 된다. 


언급해야 할 또다른 요소는 표절 증거 수집과 관련된 것이다. 원칙적으로 증거 수집은 쉽게 보일 수 있다. 적어도 ‘텍스트 표절’의 경우에는 그렇다. 표절 문헌과 피표절 문헌을 교차 비교하면 될테니 말이다. 물론 이것은 피표절 문헌이 온라인 출처이고, 표절 문헌도 컴퓨터 파일 형태로 가지고 있을 때는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진다. 구글 등과 같은 검색 엔진과 워드 프로세서의 ‘문헌 비교’ 기능, ‘턴잇인‘과 같은 표절 적발 프로그램을 포함한 ’텍스트 매칭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의 디지털화와 표절 적발 프로그램의 발전은 표절 적발과 증거 수집을 훨씬 용이하게 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학생에게 표절이 의심되는 경우 선생들은 관련 문헌에 대한 자신의 세부적인 지식에 의존하거나 – 특히 과제로 낸 읽기 자료들에 대한 지식 – 또는 의심가는 문헌을 일일이 읽어가며 도서관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늘날에는 그저 구글 검색창에서 의심가는 단락을 검색하거나 ‘턴잇인(Turnitin)’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출처 문헌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때문에 표절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말하곤 하지만, 인터넷은 표절 적발과 증거 수집 역시 더 쉽게 만들어주었다. 한 논문의 제목으로도 선보였듯, “표절이 쉬운만큼 적발도 쉽다(Plagiarism is easy, but also easy to detect)”(Lyon et al. 2006).


예를 들어서 ‘자기표절’을 확인하려면 이제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전자화된 문헌을 구해서 ‘턴잇인’을 통해 비교대조를 해서 얼마나 이전 저작과 새로운 저작의 내용이 똑같은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면 이런 검증 절차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찾아내는 단어 연쇄의 일치가 꼭 표절 확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표절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의심가는 단락을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여러 문장들을 단락째로 인용한 경우에는 ‘들여쓰기(block quotation)’를 하고 인용부호(“”) 처리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 문서를 전자문서로 변환했을 때 이 들여쓰기 처리에서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당사자는 부당하게 표절 혐의를 뒤집어쓸 수 있다. ‘자기표절’ 여부를 조사하는 이는, 저자가 이전 문헌에서 발표했던 내용과 동일한 내용을 재활용한 것을 발견했을 경우, 이전 문헌에 대한 출처표시를 잘 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표절 검증 프로그램도 만능은 아니다. 자료를 온라인으로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표절 적발이 훨씬 더 힘들어진다. 또한 ‘2차 문헌 표절’과 ‘아이디어 표절’은 찾아내기가 어렵다. 이는 해당 전공 분야에 대해 정말로 박식한 학자에게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그 학자가 아예 피표절문헌의 저자라면 안성맞춤이다!

표절 검증 프로그램이 큰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도움이 있다해도 표절을 적발하는 것은, 아예 원 글을(표절을 했든 안했든) 작성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어떤 사람의 문헌에서 표절이 어느 정도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많은 표절 의혹 사건들에서 관계자 혹은 표절에 분개하는 한 명 내지 두 명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조사가 진행되었다. 표절의 규모와 심각성을 평가하기 위해 호출된 제 3자는 대개 타인이 적발해낸 증거에만 의존한다. 이는 표절 연구에 있어서 중대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누군가의 문헌에서 어떤 표절 사례 하나를 발견했다면, 보통은 그 문헌에서 다른 표절 사례들도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다른 동료 학자들의 문헌에 대해서는 같은 식의 표절 여부 조사가 종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적발된 표절 사례의 심각성만이 과대평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언급해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명예훼손 문제다. 특정인에게 표절 혐의를 제기하는 것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 만약 그 사람이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고발자는 자신을 변호할 법리가 필요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몇 가지 항변의 법리가 있을 수 있다. 다음은 호주의 명예훼손법(민사)과 관련한 항변 법리다.

- 진실의 항변(Truth) 명예훼손의 피고(표절 고발자)는 피고가 제기했던 표절혐의가 진실이란 것을 증명해야 한다.

- 상대적 면책특권의 항변(Qualified privilege) 표절 의혹 제기의 권리가 학생과 교수의 관계처럼 공식적인 관계에서 부여되는 것이라면 피고는 명예훼손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언론에 제보를 하거나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제 3자에게 유포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 절대적 면책특권의 항변(Privilege) 법정에서의 진술이나 의회에서 발언은 절대적 면책특권으로서 문제삼지 않는다.

피표절자가 표절자에게 직접 표절 혐의를 제기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명예훼손의 위험에 직면하는 것은 표절 혐의를 제 3자에게 말했을 경우에만 그러하다.


대개의 사람들은 평소에 명예훼손 문제에 부닥칠 일이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법리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누군가가 “당신의 주장은 중상모략이야.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하겠어”라는 식으로 나오면 보통은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명예훼손의 우려 탓에 사람들은 표절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하고 이는 곧 표절 사건에 대한 정보의 양을 줄이는 결과를 야기한다. 


‘권력이 없는 표절자’의 경우에도 소송을 하겠다고 상대방을 겁박할 수는 있지만, 법정 다툼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가 돈많은 부자가 아니라면 이러한 협박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표절자’의 협박은 대개 실제로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들이나 독립적인 조사원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소송 위협은 협박 수단 중 하나로 매우 효과적이다. 호주의 법체계상 명예훼손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입증할 책임은 피고에게 있기 때문에, 쉽게 증명할 수 없는 표절 혐의는 보통 회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입증하기 쉬운 ‘텍스트 표절’에 지나치게 관심이 편중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 

(편집자주 : 호주는 영국법의 체계를 대부분 따르는데 명예훼손법의 경우도 대부분 영국법의 법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영국법의 체계에서는 명예훼손과 관련 형사소송은 형사법 자체가 없어서 불가능하고 민사법에 따라 민사소송만 가능하다. 하지만, 비록 최근에 개정되기는 했으나, 영국법의 체계에서는 소송시 피고에게 명예훼손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책임을 지우고 있었다(다음 기사의 꼭지기사를 참고. 사이비의료와 소송전을 벌인 '사이먼 싱(Simon Singh)') 한국에서의 명예훼손법은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이 모두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경우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입증을 반드시 원고(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측)와 검사가 해야한다. 즉, 표절 문제와 관련해선 표절을 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원고와 검사가 해야하는 것이다. 더구나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표절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보통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된다. 따라서 허위적, 날조적 표절 혐의 제기를 하지 않는한 한국에서는 표절 문제 제기가 법적 문제에 연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필자는 표절에 대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와, 설령 표절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 하더라도 왜 그것이 일반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 사례들은 ‘권력을 가진 표절자’에게 제기된 표절 혐의가 얼마나 긴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치는지 보여준다. 
  


다음 글 : 논문 표절을 둘러싼 분쟁과 권력의 문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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