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사건에서 상식적인 국민들이 간파해야할 점은, 대한민국 언론인들의 상식적인 칼럼 중,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작성된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송희영 주필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촉구하는 칼럼, 대우해양조선의 우호적인 칼럼, 이런 것들이 만약 언론인의 독립된 판단이었다면, 실제 그릇되었다 해도 크게 문제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두 로비를 받은 대가라는 게,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더 나아가 송희영 주필은 자신의 칼럼을 통해 확보된 영향력을 악용, 인사권에 개입을 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볼 수 있었던 언론사 주필의 행태가 실제로 국민들 앞에 까발려진 셈이다.

이런 문제들을 짚어나가면서, 언론개혁의 흐름을 만들어내야 함에도, 현재까지 이른바 자칭 보수들의 행태는 “어디 조선일보 주필 따위가 함부로 박근혜 정권에 덤벼!” 딱 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도 없고, 언론개혁의 과제를 완수할 수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구속된 벤처인 김인식의 경우’란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정부 검찰의 대우해양조선 비리 관련 수사를 비판했다. 주요 내용은 검찰이 김인식을 사기죄로 구속시켰는데, 그렇다면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남상태 사장을 강압한 것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즉 김인식이 사기를 쳤다면 강압이 아닌 것이고, 강압이라면 사기가 아닌 것이라는 논리이다.

정규재 주필의 이런 논리는 벤처 투자업계의 현실과 생리를 조금만 알아도, 황당무계 수준을 넘어 곡학아세라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벤처 투자에서 ‘게이트’ 같은 비리가 터지는 경우 대부분 사기와 강압이 동시에 작용한다. 즉 사업기획서를 왜곡과장하여 권력자를 속이고, 그 권력자가 강압으로 투자를 받아주는 그런 형식이다. 정규재 주필이 이런 현실을 부정하며 맹목적으로 김인식을 옹호, 박근혜 정부의 검찰을 비판한 것이다.

정규재 주필은 친절하게도 김인식이 한국경제 기자 출신이라는 점을 밝혀두었다. 정규재 주필이 송희영처럼 김인식과 사적으로 얽혀서 이런 칼럼을 썼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글의 논리적 완성도를 보면, 송희영의 리먼 브라더스 투자 촉구 칼럼보다 더 형편없다. 정규재 정도 인물이 이런 형편없는 칼럼을 애써 썼다는 점을 근거로, 정규재 주필과 김인식의 유착관계를 의심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규재 주필은 이건 이외에도 서울대 조국 교수 표절에 침묵하는 좌익들을 비판하며 “표절은 표절 그대로 이슈를 삼아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전희경 논문 표절 관련해서는 스스로 180도 돌려서 “전희경 표절 관련 동지애를 발휘해달라”며 자기 자신을 비판했다.

이것이야말로 전희경과의 사적 관계 혹은 사적 이익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두 명의 정규재로 분화되는 엽기적 쇼를 벌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뉴데일리 박성현 주필의 주장대로 정규재 주필이 전희경이 금뱃지를 다는데 상당 부분 개입했을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

송희영 주필의 인사청탁도 불량품을 추천했다는 문제가 있듯이 정규재 주필의 금뱃지 만들기도, 교육개혁 한다면서 95% 통표절 한 불량품을 추천한 것으로 똑같은 사안이다. 정규재 주필의 칼럼의 수준이 송희영 주필의 것보다 더 형편없듯이, 불량품의 수준도 더 형편없다.

정규재 주필 개인의 곡학아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를 둘러싼 자칭 보수들의 태도이다. 자칭 보수들은 최소한의 일관성조차 포기했다. 자칭 보수들은 현재 맹목적인 수준으로 박근혜 정권과 우병우 수석을 비호하며 찬양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들의 신념이라 치자. 그렇다면 이런 박근혜 정권의 검찰 수사 관련, 궤변을 늘어놓으며 비판한 정규재 주필에 대한 자칭 보수들의 입장은 무엇인가.

전희경 논문표절 관련 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자유경제원 등이 던져주는 돈 몇 푼에 주눅이 들어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말들이 들리고 있다. 돈 몇 푼에 양심을 파는 자칭 보수들이 정규재 주필의 곡학아세, 박근혜 정권 비판에 입을 못 여는 것도 마찬가지일 거라 본다.

그렇다면 재벌이 번 돈을 자유경제원 등등은 자칭 보수들의 양심을 타락시켜 자유를 억압하는데 쓰고 있단 말인가. 송희영으로 상징되는 타락한 언론 기득권 세력의 문제보다, 이런 자칭 보수들의 인간성 포기가 백배는 더 심각한 문제이다.

보수주의 체제는 인간이 선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로 설계되었다. 그깟 돈 몇푼에 인간 고유의 합리성의 기초인 일관성, 즉 인간성을 포기한 자칭 보수들이야말로 보수주의 체제에 가장 위협적인 어둠의 세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