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폴리틱스워치 (정치/사회)


배너

내가 아는 조전혁 - 박주헌(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너무도 예쁜 글씨로 꼼꼼히 적혀있는 그의 연구노트...


조전혁 교수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몰라 그와 인연을 맺은 지난 30여 년을 찬찬히 회고해 보았다. 그와 나는 20대 중반 미국 유학시절 입학 동기생으로 만나 같은 학생 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살며 유난히도 가까이 지냈다. 나는 조전혁 교수의 유학 시절, 경제학 연구에 몰두하던 경제학자 신참시절, 한국경제의 사활은 교육에 달려있다며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교육운동가 시절, 초심을 잃어버리고 타락한 전교조에 맞서 싸우던 국회의원 시절 등 그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조전혁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를 한두 개의 수식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몇 마디 말로 소개될 정도로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그는 분명 옆집 아저씨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지식인, 교육 운동가 혹은 정치인으로서 조전혁은 특별하다.

조전혁 교수는 용기 있게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그의 말에는 행동이 따르기 때문에 감동이 있다. 그는 현란한 말만 앞세우지 정작 행동이 필요할 때면 뒷짐 지고 먼 산 쳐다보는 그런 지식인이 결코 아니다. 조전혁 교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한다. 시장경제질서를 단번에 무너뜨릴 것만 같았던 참여정부 시절 그는 한 신문 기고를 통해 시장경제를 저주하는 굿판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하며 저주의 굿판을 당장 멈추라고 호령하였다. 또한 초선 국회의원 시절 이미 초심을 잃고 의식화 교육에 매몰되어 이념 과잉된 전교조로부터 청소년들을 지켜야한다는 일념 하에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 그는 세미나실에서는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지만 정작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눈치를 살피고 강성 노조 앞에서는 못 본 척 슬쩍 피해버리는 지식인과는 분명 다르다.

조전혁 교수는 치밀하게 생각하고 저돌적으로 행동한다. 그의 모습은 투박한 질그릇 같다. 하지만 너무도 예쁜 글씨로 꼼꼼히 적혀있는 그의 연구노트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명품 도자기와 같다. 지적 사고를 할 때 그는 매우 치밀하고 세심하다. 하지만 분석이 끝나고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 주변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법원이 전교조 명단을 내리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일단 법원 결정을 따르라고 조언했지만 그는 결코 옳지 않은 일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빈털터리가 되었고 정치적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는 도무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별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조전혁 교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긍휼의 사람이다. 지난 몇 년간 그에게 덧 씌워진 이미지 중 하나는 투사다. 우리 사회의 불의를 지적하고 이를 시정하려고 할 때는 매우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거친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한없는 인간애로 가득 차 있다. 30대 젊은 나이에 뇌졸중으로 언어장애를 겪다 산행 중 조난사한 선배 영전 앞에서 선배가 조난 중에 겪었을 고통, 두려움, 추위를 떠올리며 흐느껴 울던 그의 모습을 나는 잊지 못한다. 보통은 선배의 죽음을 막연히 안타까워할 뿐이었지만 그는 뇌졸중 후 선배가 겪었을 말 못할 고통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세심한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조전혁 교수의 주머니는 열려 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의 주머니가 늘 비어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처지도 제대로 모르는 바보 같아 보일 때가 많다.

조전혁 교수는 가난하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도 부자다. 그는 집도 없다. 국회의원 전 부인의 알뜰한 살림 덕에 장만했던 인천의 소형 아파트도 전교조 명단공개로 인해 날려 버렸다. 그는 평소 두 딸 공부시켜 출가시키면 집사람과 원룸에서 살면 그 뿐이라며 청빈의 삶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 부자다. 그의 주변에는 그를 기꺼이 도울 친구, 선후배가 차고 넘친다. 젊은 교수시절 그의 부인이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보험설계사 일을 한 적이 있다. 부인은 단 번에 보험설계왕이 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조전혁 교수 주변이 발 벗고 도왔기 때문이다. 한 친구 계약이 끝나면 그 친구가 스스로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 “전혁이 집사람 그리로 간다. 잘 알아서 모셔라”라고 하며 도와줄 정도로 그의 주변에는 진정으로 도울 사람이 넘쳐난다.

그를 알프레드 마셜이 말하는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진정한 사회과학자라고 해도 괜찮아 보인다. 사회를 학문적으로 연구할 때는 과학적 분석을 앞세우지만, 그의 사고 중심에는 늘 인간애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머리 좋고 힘 있는 사람과는 냉철한 머리로 싸운다. 하지만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따뜻한 가슴으로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는 조전혁의 친구임이 자랑스럽다. 그가 하는 일은 무조건 지지한다. 물론, 일을 추진하는 방식에는 뜻을 같이 하지 않은 적이 더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판단이 옳은 적이 훨씬 많다. 나는 조전혁의 친구로서 그의 사회활동을 말리고 싶다.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틀려서가 아니다. 그가 가려고 하는 길이 너무 험하고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간다. 결국 나는 그를 말린 재간이 없다. 그저 그를 지지하고 박수를 보내며 응원할 수밖에 없을 따름이다. 그가 꼭 승리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그의 승리는 곧 대한민국의 승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