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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는 기술상과 시각효과상 자격 갖췄다

할리우드 시장 공략할 수 있는 1순위 심형래 감독

<괴물>과 끈끈한 점액질 효과

거짓말이나 상상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그 효과가 커진다는 건 상식이다. 마치 영화 <쿵푸허슬>에서 주성치가 피 묻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롤리팝(크고 동그란 막대사탕)으로 이어지는 설정 정도는 되어야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찬사와 공감을 얻는 법이다. 거기다가 <괴물>에서는 놓쳤지만 영화 <에이리언>에 나오는 '끈끈한 점액질' 정도만 첨가되었다 해도 더욱 괴물스러운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다. '끈끈한 점액질'은 작은 비용으로 극도의 징그러움과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엄청난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영화 <괴물>에는 활용되지 못했음도 다소 의아하다. 이 점액질은 가족이 잃어버린 막내(고아성 분)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clue)로도 활용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06년 7월의 괴물과 07년 8월의 이무기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심형래 감독의 이무기는 불과 1년 1개월을 차이로 대중 앞에 선보였다. 괴물의 초라함과 왜소함에 비하면 이무기는 그야말로 경이로움(marvel) 그 자체였다. '괴물'을 보면서 관객들은 한국영화도 저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했었다. 하지만 <디 워>에 나온 이무기를 관객들의 심정은 뭐랄까? 한국이 '어떻게' 저 정도까지도 가능했을까 하는 '가슴 벅참' 그 자체였다. 그것도 SF영화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거대 자본도 없이 어떻게 저런 경이로운 캐릭터를 마치 실제처럼 선보일 수 있었을까 하는 놀라움이었다. 한국도 이젠 기술적 측면으로는 세계 영화의 주변국이 아니라 당당한 선진국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디 워>에 대한 관객의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놀라움에 대한 찬사는 너무나 정당하고 순수했다.

과연 <디 워>를 의도적으로 비난한 사람들이 <디 워>보다 1주일 전에 개봉된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가 없었어도 그렇게 까지 헐뜯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디 워>를 비난한 사람들은 한국영화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나 양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매우 정치적인 불순한 동기가 있는 사람들이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렇지 않다면야 영화 <괴물>에 나온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인 인과관계로 태어난 한강의 초라한 괴물에도 침묵했던 사람들이, 적어도 <괴물>보다는 그 구성이 탄탄했던 <디 워>의 전설적 구조를 두고 무엇 때문에 쌍심지를 켜고 물어뜯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필름2.0>이 <디 워>에 대해서 비교적 중도적이거나 미약한 수준의 비난논조였음에 비하면 현 노무현 정권의 어용신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한겨레신문의 자매지 <씨네21>에 기고하는 평론가들의 비난이 훨씬 노골적이고 혹독했음을 보면 안다. 노무현 정권의 이해관계와 <화려한 휴가>의 성공은 같은 선상에 있는데 느닷없이 <디 워>라는 영화가 나타나 국민들의 관심을 더 많이 차지해 버렸으니 그 현상이 곱게 보였을 리가 없다. 그런데 문화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정치적인 견해에 경도되어서 평론가로서의 본래 목적을 잃고 순수하지 못한 평론을 하는 현상 또한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터미네이터 2> 와 '몇 10년은 미래(未來)에 있는 나라'

"막상 터미네이터2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동원해서 완성된 이 작품은 정말이지 상식 밖이었다. 당시 내겐 이 작품을 인간이 만들어냈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다. 워낙에 놀라운 특수효과를 선보였는지라, '역시 미국은 단순히 우리나라보다 부자인 나라 정도가 아니라 몇 10년은 미래(未來)에 있는 나라구나' 라고까지 생각했었다." 냉면호(tdolbin) 라는 블로거의 평을 옮긴 부분이다. 이처럼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단순히 재미로만 보지 않는다. 영화라는 것이 요즘은 그 나라의 문화적 역량 못지않게 과학기술의 역량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매개체라는 것은 기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이를테면 <터미네이터2>에서 '총알에 맞은 가슴에 무려 7개의 구멍이 크게 난 악당 터미네이터'가 그 상처부위가 원래피부처럼 재생되는 장면은 그 당시의 최고의 첨단 기술인 <형상기억합금>의 출시와 관계가 깊다. 실제로 이 영화가 출시되는 때에 벤츠 등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 몇몇이 차체에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했다고 광고하던 시절이었다. 참고로 <형상기억합금>이란 이를테면 자동차 차체가 외부충격에 의해 일그러졌을 때 뜨거운 물을 부으면 원상태로 복구되는 식의 합금을 말한다. 이런 기술적 의미를 생각하면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사실 <터미네이터 2>를 볼 만하다고 평할 수 있다. 참고로 <터미네이터2>는 <반지의 제왕3>처럼 비록 속편이지만 그 당시 아카데미상을 거의 다 휩쓴 영화다.

SF영화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력 박람회'

영화 <디 워> 에는 이런 부분이 적어도 3 장면 정도는 나왔다. 부라퀴가 빌딩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 두 선악의 이무기가 몸을 칭칭 감으면서 싸우는 장면, 선한 이무기가 용으로 변신하는 장면, 용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이다. 이렇듯 SF 영화에서 기술적 의미의 구축이나 그런 맥락의 의미를 읽지 못하고, 작품성 자체에만 매몰되면 심각한 편견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요즘의 SF영화는 각국이 구축한 기술의 경연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종의 '컴퓨터 그래픽 박람회'가 각국에서 내어놓는 SF영화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이런 시각을 갖추면, 영화 <디 워>에 관련한 평에 유독 한국의 첨단산업인 반도체가 나오고, 삼성이나 LG 휴대폰을 거론하고 또 세계시장을 누비는 현대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는지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독 SF영화에서만 엿볼 수 있는, 그 국가의 첨단 기술력을 감안하면 이런 분석은 이상한 게 아니라 매우 종합적이고 타당한 시각에서 출발한다.

워터월드의 흥행참패가 주는 교훈

영화 <타이타닉,1997>이 나오기 전까지는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든 영화로 기록된 영화가 인 워터월드(Waterworld, 1995)다. 필자는 서울 숙명여대 부근의 금성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는데 정말 극장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 당시 최고의 자금을 투자하고 '케빈 코스트너'라는 세계적 명배우까지 출연한 영화였기에 영화 <워터 월드>의 흥행참패는 많은 교훈을 안겨 준다. 치밀한 서사구조, 영화 <혹성탈출>식의 교훈적 메시지와 반전적 결말, 게다가 흥행보증수표의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참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흥행참패 원인은 막대한 비용을 들인 세트에도 불구하고 영화<디 워>처럼 화려한 볼거리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서편제>처럼 아름다운 영상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헐리우드의 속설 중에 '물(WATER)을 대상으로 한 영화는 참패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물 위에서 화려한 볼거리나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주기가 구조적으로 워낙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 든다. 물론 <죠스>처럼 거대 괴물이 나오거나 <캐리비언의 해적>의 크라켄 같은 거대 괴물자체가 볼거리가 되는 영화는 다르다. 물론 <워터월드>에는 이런 괴물이 안 나오고 그저 서로 다른 인간 부족 간의 투쟁이 가장 큰 줄기다.

이에 비하면 심형래 감독의 <디 워> 세계시장 공략기는 전혀 비관적이지 않다. 필자는 투자대비 2/3정도만 건져도 밑지는 상황이 아니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2차 판권시장 등을 감안하면 투자대비 수익이 50억 달러는 무난하다고 하니 매우 고무적이다. 영화 <디 워>는 '몇 십 년은 미래(未來)에 있는 나라' 라는 미국의 영상기술력을 한국이 거의 따라잡았음을 당당하게 선포한 작품이라는 데 특별한 의의가 있다.

<괴물>의 기술상과 시각효과상과 <디 워>

2006년 한국의 영화제인 청룡영화제와 대한민국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독무대였다. 봉준호 감독은 2006년 심형래 감독 2007년 한국 최대 흥행감독이 되었고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최대흥행감독 파워 순위 조사에서도 그대로 1위, 2위에 올랐다. 필자는 <괴물>과 <디 워>가 동시에 개봉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적어도 기술력 자체의 비교는 확실하게 되었을 것으로 본다. 많은 사람들도 생각하고 있겠지만 봉준호의 괴물과 심형래의 이무기는 그 기술적으로 비교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초라함'과 '당당함'의 차이이자 한국용(domestic)과 국제용(international)의 차이다. 물론 영화 <괴물>의 성공이 괴물이라는 캐릭터보다는 이를 통한 <가족영화>적 구성과 한국 사회에 첨예한 메시지의 전달의 성공에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초라한 괴물로도 받은 기술상과 시각효과상을 영화 <디 워>가 어느 영화제에서도 수상하지 못한다면 이는 충무로가 진실로 심형래 감독을 홀대하고 있다는 의혹을 결코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헐리우드를 공략할 수 있는 한국 감독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 감독 중에서 헐리우드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과 능력을 제대로 갖춘 순서를 꼽으라면 1위가 심형래 감독이고 2위로 봉준호 감독을 꼽겠다. 두 분 모두 '가족 영화'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심형래 감독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족 전부가 볼 수 있는 SF 영화 <디 워>로 세계시장을 본격 공략했다면 봉준호 감독은 약간의 SF기법에 가족 자체를 다룬 영화를 조합시킨 <괴물>로 한국 시장을 개척했다.

초호화 캐스팅과 거대자본을 투자한 <한반도>를 내보이면서 '순수상업영화감독'이 되는 게 목표라며 솔직하고 뛰어난 식견을 내보이신 강우석 감독 같은 분도 갖지 못한 장점을 심형래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갖고 있는 듯하다. 그건 <은행나무 침대, 1996, 강제규 감독> 같은 영화에서 보인 종류의 판타지적 '상상력'인데, 강우석 감독이 현실 문제에 너무 깊게 뛰어드는 만큼이나 그의 상상력의 틀은 좁아져 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CG등 세계 영상 기술력의 발전과는 다른 괘도를 걷고 있는 강우석감독이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려면 그 틀이 좁아지는 만큼 그 깊이가 깊어지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그 깊어지는 길이 대중성확보를 담보하지는 못하고 있는 점이 강우석 스타일 감독들이 가진 딜레마다.

(3부작 중 3부 끝)/ 문화평론가 (이 칼럼은 3부작의 3부입니다. 3부작을 함께 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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