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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남역 살인’은 여성혐오 사건이 아니다

여성혐오 사건으로 왜곡선동하는 언론의 노림수


정말로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분명한 팩트를 무시하기야 하겠어? 결과적으로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행렬을 보면서 내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됐다.

분명히 해둘 건, 강남역 살인사건은 혐오범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혐오범죄, 즉 다른 말로 증오범죄는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지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증오심을 가지고 저지르는 범죄이다. 단적인 예로 KKK단이 대표적이다.

그럼 강남역 피의자가 그런 주관을 가진 범죄자일까? 기자가 취재한 바와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그는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이면서도 그 역시 당장 치료가 절실한 안타까운 환자에 불과하다. 멀쩡한 제정신을 가지고서도 편견과 증오심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남성’이 아니다.

피의자 김모씨는 중학교부터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라면서 줄곧 학교생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교회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망상일 뿐, 실제 교회 여신도들과도 거의 접촉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가출해 강남역 일대 건물 화장실과 계단 등에서 쪽잠을 자는 생활을 이어오던 홈리스였다.

김씨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19개월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퇴원, 가출한 뒤 그나마 약물복용조차 끊은 것 같다는 것이 경찰이 발표한 팩트이다. 경찰은 "이번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다양한 의견과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이라는 게)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판단한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피해망상, 과대망상이 심한 정신질환자의 발언을 그대로 믿고, 거기에 기초해 혐오범죄를 따지고 분석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남녀공용화장실에서 남성은 그대로 보내고 여성만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혐오범죄 증거라는 주장도 잘못됐다. 피의자 김씨는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증을 가지고 있다. 병적 증상의 결과를 정상적 사고의 결과로 보는 것 자체가 오류이다.

이 사건을 가지고 진모 교수나 서모 전문의와 같이 유명 인사들이 아무리 고상하고 수준 높은 여성담론이나 사회적 분석을 해도, 이번 사건의 진실은 달라지진 않는다. 팩트를 무시하고 언론이 좋아하는 말만 쏟아내 봤자 그들이 선동가와 뭐가 다른 걸까?

이번 사건에 여성들의 분노와 공포심이 크고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니 숟가락 얹기 바쁜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언론이 선동하는 대로 따라가는 그런 정치인들을 믿고 어떻게 국가운영을 맡길 수 있을까? 그들이 지금 말해야 할 건, 여성혐오 범죄라는 등의 멍청한 소리가 아니라 증가하는 정신질환 질병치료나 홈리스 대책마련 등이다.

언론이 이번 사건을 가지고 여성혐오로 몰아 남녀 성대결을 부추겨봐야 사회적으로 갈등만 더 키울 뿐이다. 여성혐오의 아이콘처럼 인식돼버린 일베나 주변 마초를 백날 때려잡아봐야 길거리를 방황하는 정신질환자의 살인을 막을 수 없다. 언론이 팩트를 무시하고 이렇게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는데 광적으로 매달려선 정말 곤란하지 않나?

정신질환자에 대해 편견을 갖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정신병을 앓는 그들도 약자다. 남자 여자가 아니라... 이른바 강남역 살인에 대해 언론과 사회의 오피니언들이 제발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어이없이 희생당하는 시민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도 정상적으로, 생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언론이 김씨가 앓고 있는 질병과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을 의도적으로 오도하는걸 보면서, 어떤 정치적 음모론에까지 생각의 가지가 뻗어가는 걸 막기 어렵다. ‘혐오범죄’, ‘여성혐오’ ‘약자차별’ ‘남녀공용화장실 문제’ 등등에만 집중하며 사회갈등을 키우는데 광적으로 매달리는 언론들,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여성이란 이유로…묻지마 아닌 ‘여혐’ 살인” (경향신문)>, <(시론)강남역 여혐 살인, 정치의 책임 무겁다(뉴스토마토)>, <여자에겐 일상이 러시안 룰렛"(오마이뉴스)>, <'여자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당신에게(오마이뉴스)>, <"혐오범죄 그만"..강남역 10번출구 추모현장(뉴스1)>, <강남역 추모 메세지 '다음 생엔 여자여도~'[포토](엑스포츠 뉴스)> <"살아남아 죄송해요" 강남 '묻지마 살인' 사흘째 추모물결(연합뉴스)>

이런 식의 기사들은 적어도 이번 사건 사례에서 언론이 쓸 기사가 아니다. 진짜 이건 아니다. 제발 언론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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