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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은 기만극에 동참을 거부한 세계의 언론들

BBC 기자 추방한 북한보다 기만극 비판한 언론을 꾸짖는 한국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자를 억류하고 추방하는 게 맞다고 보십니까?”

이 말은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 등을 취재하던 한 외신 기자가 북한당국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9일 북한이 취재차 평양에 와 있던 영국 공영방송 BBC의 루퍼트 윙필드 헤이스 기자를 추방했다는 사실이 외신 기자들로부터 폭로됐다. 이날 세계의 언론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각 신문사와 방송사들도 이 소식을 앞을 다투어 전했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자를 추방한 북한의 조치에 항의하는 외신기자의 모습을 안방에 생생히 전달했다. BBC 기자는 구금됐다가 여러 차례 심문을 받고 반성문까지 쓴 뒤에야 추방의 형식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윙필드 헤이스 기자는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풀려난 소감에 대해 질문을 받자 “(북한을) 빠져나와 기쁘다.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당국의 압박과 신변위협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북한이 “불경스러운 보도”라고 밝힌 구체적 추방 사유로 추측되는 이유는, 언론자유를 누리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땐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윙필드 헤이스 기자는 지난 2일 ‘평양의 주체(사상)와 ‘진짜 사람들’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수행원이 김정은을 가리켜 ‘위대한 지도자 원수’라고 표현한 데 대해 “그(김정은)가 원수 호칭을 들을 만한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관영 텔레비전을 보면 젊은 통치자는 큰 의자에 앉아 산중턱에서 실시되는 포사격을 지켜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고 했고, 평양의 어린이병원을 방문한 뒤 그 내용을 전하면서 “병원은 실질적으로 텅 비어 있었다. 어느 방에선 어린이들이 성인용 운동기구를 가지고 운동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어리둥절했고 우리도 그랬다”

지난달 30일 ‘북한이 노벨상 수상자에게 문을 조금 열다’란 기사에서는 “지도자 김정일이 숨지고 나서 그의 뚱뚱하고(corpulent) 예측할 수 없는 아들 김정은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썼다.

즉, ‘위대한 지도자 원수’란 지위에 맞게 북한 주민을 위해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 그리고 약간의 외모 품평을 곁들였다는 등의 이유이다.

이런 보도에 대해 북한 당국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윙필드 헤이스는 공화국의 법질서를 위반하고 문화 풍습을 비난하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직분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 현실을 왜곡 날조하여 모략으로 일관된 보도를 했다”며 BBC 기자를 비난했다.

북한은 김정은과 체제를 미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세계의 언론인들을 초청했다. 그리고 거대한 드라마 세트장에서 각본대로 연기하는 모습만 보게 하고 취재토록 했다. 하지만 세계의 언론과 기자 정신까지 그 유치한 드라마에 강제 동참시킬 수는 없었다.

‘언론자유 최악’ 수시로 정부 비난하는 언론, 북한의 최악 언론통제엔 왜 너그러울까

궁금한 건, 세계가 조롱하고 비판하는 조악한 드라마에 왜 한국의 언론까지 자발적으로 동참하는지다.

한겨레신문과 JTBC는 북한의 BBC 기자 추방사건에 대해 팩트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언론을 감시하고 비평하는 매체인 미디어오늘도 비슷했고, 미디어스는 아예 이 사건을 보도한 공영방송을 호통 치는 소재로 활용했다. 박근혜 정부 불통에 눈감더니 왜 북한 취재통제엔 발끈하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북한의 언론탄압 사건을 사실상 물타기해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들 매체의 공통점은 평소 국제인권단체나 국경없는기자회 등이 발표하는 한국 언론자유지수를 근거로, 우리 언론현실을 지나치게 과장해 비판한다는 점이다. 우리 언론의 이런 엄살과 과장이 세계에 우리 언론현실을 더 왜곡되게 비추고 있지는 않을까?

이들 언론은 “역대 최악” “신독재시대” “정부의 언론장악” 등의 수식어로 한국의 현실을 비난하기 바쁘다. 그런데 유독 북한과 관련해선 너그럽다, 북한은 체제가 그러니 이해해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이라도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만일 그런 논리라면 북한은 절대 비판해선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들 나름의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어떻게 비판할 수 있을까?

많은 언론과 방송은 지금 현재에도 현 정부와 집권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정운영의 난맥상, 인사, 대통령의 소통 부족 등 비판의 성역이 거의 없다. 단 심한 인신공격과 근거없는 허위보도까지 정부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언론자유를 의미하는 건 아닐 게다.

또한 언론사에서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노조가 무한 자유와 권한을 누리도록 하는 게 언론자유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의 언론을 초대해 놓고 기만극을 연출하려다 뜻대로 안 되자 구금, 위협하고 추방한 북한. 기만극 동참을 거부한 세계의 자유언론.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세계에 북한의 현실을 폭로한 국제 언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론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도 노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나 정치투쟁에 활용되는 언론이 아니라 어렵지만 현실의 한계를 넘으려는 정신이 살아있는 언론을 봤으면 좋겠다. 정부를 견제하는 만큼 북한의 문제도 같은 잣대로 비판한다면 남북통일을 포함해 한반도의 답답한 현실을 뚫는데 언론이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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