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공천’ 논란 등으로 비례대표 명단이 확정되지 않자 비대위 회의에 불참하며 당무를 거부했던 김종인 대표가 하루만인 22일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범친노(친문)와 운동권으로 요약되는 더불어민주당 주류세력과의 갈등도 봉합되는 모양새다.
당초 김 대표는 비례대표 명단을 A,B,C 군으로 나누고 전문가 그룹을 상위 순번에, 운동권 등의 인사들을 당선권 밖에 배치했다. 그러자 더민주 주류는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김종인표 비례대표 명단에 크게 반발했다.
문재인 대표 시절 혁신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전략공천 한 일부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도덕성과 정체성에서 더민주의 비례대표가 되기에 결코 적합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특히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로 위기의식을 느낀 더민주는 21일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비대위와 중앙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후보 명단 문제를 논의했다.
이런 과정에서 중앙위는 김 대표에게 본인을 포함한 4명의 순번을 정할 수 있도록 한 대신 노동, 청년 등 분야별 8명을 포함한 25명은 투표로 순번을 결정했다. ‘셀프 공천’ 여론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에게 비례 2번 순번을 지킬 수 있는 권한은 그대로 주는 대신 나머지 명단은 중앙위 투표로 조정해 독주하던 김 대표에 일정 정도 제동을 건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위가 마음대로 비례 명단을 결정하면 선거 결과도 그들이 책임지면 된다”고 말했다. 또 “대표직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내가 거취 이야기를 꺼내면 또 협박한다고 할 것 아니냐.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과는 뻔할 것”이라며 비례대표 명단을 바꾸면 사퇴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공개적으로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비례대표 하려는 사람으로 다루는 게 가장 기분 나쁘다. 사람을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도 했었다.
이 같은 공언과 달리 김 대표가 비대위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대표는 당 주류세력과 일단 타협점을 찾은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자신의 비례 2번을 포함한 대표의 4인 공천권만 지킨 셈이어서, 그동안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강력했던 김 대표의 리더십도 축소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총선을 의식해 김 대표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한 당 주류세력이 향후에도 김 대표의 독주를 순순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한명 시사미디어비평가는 “총선 결과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번 비례 2번 논란을 통해 더민주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분명히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는 침묵하면서 범친노 운동권 당 주류가 반기를 들었고 밖의 재야세력, 문성근, 조국과 같은 사람들, 친노 언론이 김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다 또 동시다발적으로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이 더민주에서 그동안 통할 수 있었던 건 총선이라는 특수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그 특수한 상황이 당의 대주주들을 어쩔 수 없이 참게 만들었던 것으로, 예나 지금이나 친노, 친문, 운동권 정당이라는 당 체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총선 결과가 어떻든 김종인의 실질적인 역할은 총선까지에만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