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이산가족 상봉 7박 8일 마무리…후유증 어찌할꼬

긴 기다림 끝 어려운 상봉이 ‘면회’ 수준…네티즌 “통 크게 하자면서” 아쉬움 전해

60여년 만에 만난 아들을 마주하고도 알아보지 못하던 93세 노모가 이별 직전 아들과의 헤어짐을 알고 반지를 빼어 주며 흐느끼는 모습에 보는 이도 눈물이 흘렀다.

‘8.25 합의문’에 따라 1년 8개월여 만에 재개된 이번 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어제(26일) 마무리됐다.

지난 20일부터 7박 8일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번 상봉에서는 총 186가족 981명의남북이산가족들이 만났다.

그러나 이산가족의 고령화와 상봉 이 후 후유증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1985년 '이산가족 고향 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 방문'으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인도적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8•15 계기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에 합의하면서 지금까지 대면상봉 20회, 화상상봉 7회가 성사됐다.

이번 상봉은 6•15 공동선언이후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이고, 1985년 이산가족 고향 방문단 행사를 포함하면 21번째 이산 상봉이다.

매번 상봉단 규모는 남북을 합쳐 200가족으로 30년째 같은 수준이며, 이 때문에 상봉의 기회를 잡는 것은 ‘로또’에 비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북측의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또 다시 세월을 보내야 하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가 9월말 기준 6만 6천 488명이다.

이중 80대가 42.2%, 90세 이상이 11.7%를 차지하는 등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중 53.9%가 80대 이상 고령자다.

매년 4천여 명 꼴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이 사망하고 있으며, 운 좋게 상봉 행사에 참가할 수 있게 됐으나 만남을 앞두고 건강 악화로 결국 상봉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만남 이후 큰 후유증...이산가족 상봉 방식 근본적 변화 필요성도 대두

‘로또’ 같은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지금과 같은 방식은 오히려 상처를 키울 수 있다.

이번 상봉에서 이산가족들은 2박 3일간 2시간씩 6차례, 총 12시간 동안 혈육을 마주했다. 2시간씩 마주 앉았다 쉬었다를 반복하는 ‘면회’수준이어서, 일부 가족들은 “하룻밤 만이라도 같이 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 놓거나, “어차피 다시 올건데 왜 데리고 가느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해 깊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봉을 마친 후 서신조차 교환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들 가족들에게 있어, 다시 볼 수 없다는 박탈감과 북측 가족에 대한 걱정 등으로 후유증도 남기고 있다.

65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이정숙(68)씨는 남쪽으로 돌아오면서, “만나고 왔다는 기쁨보다 남은 생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클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설상봉(19차)에서 꿈에 그리던 북측 아들과 딸을 만난 당시 91세 김섬경 할아버지는 상봉 44일 만에 건강이 악화돼 사망하기도 했다.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던 김 할아버지는 64년 동안 꿈에 그리던 아들 딸과 금강산에서 재회해, 생전의 한을 풀었지만, 가족상봉이 마지막 ‘면회’가 된 셈이어서 가족들의 허무함은 크기만 했다.

지난 25일 대한 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봉이후 상당수 이산가족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적십자사가 상봉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심정을 묻는 질문에 ‘상봉 때 기쁨이 여전하다’고 응답한 가족은 절반 정도(55.2%)에 불과했다.

‘상봉 때는 기뻤지만 지금은 답답하고 허탈하다’는 응답은 36.1%였으며,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나을뻔 했다’는 응답도 8.7%가나왔다. 기쁨이 유지되지 않는 이유(복수대답가능)로는 ‘북측 가족이 고생하며 산 것 같아서’(83.9%),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82.1%) 등이 언급됐다.

이에, 정부는 26일 종료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가자에 대해 '심리•사회적 지지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심리상담사와 자원봉사자가 1차 상봉단 398명과 2차 상봉단 254명 등 상봉자 전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상봉행사 이후 이산가족의 심리 상태를 파악, 심리적 안정을 돕는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북측 가족과의 만남 이후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이산가족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전문병원과 연계하여 지속적인 심리치료 및 관리를 실시한다는계획이다.

그러나 심리사회적 지지프로그램은 사후조치인 만큼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봉가족들은 상봉이후 또한번 큰 상실을 경험하면서 그전보다 더 큰 박탈감을 갖게 된다”며, “상봉정례화가 안 되면 전화나 서신교환을 통해서라도 서로 연결돼 있다는 희망을 줘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네티즌들도 “입만 열면 통크게 하자, 통크게 하자고 외쳐대는 북한이겨우 이정도 숫자만 만나게 해주는 게 통큰 거여?” “이산가족들의 서러움이 굉장하겠네요! 이건 뭐 애들 사탕 주는 것도 아니고”라며, 상봉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아쉬움을 댓글에 담았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다루는 북측의 태도에 “북한이 지들 식구로 장사를 하고 협상을 한다. 수치스러운 우리 민족의 오점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 문제를 두고 결코 합의하지 않는다. 자기들의 거래수단일 뿐. 이산가족의 아픔을 수용하기엔 수뇌부들의 욕심이 너무 크다” “아무리 봐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듯” 과 같이 비인도적인 면을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