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기 사장 선임 공모가 끝났다. 조대현 사장이 세간의 예상대로 연임에 도전했고, 작년 보궐 사장 때 조 사장과 함께 삼파전을 벌였던 고대영, 홍성규씨가 나란히 이번에도 지원했다. 두 사람은 지난 번 사장 선임 당시에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KBS 언론노조에서 강하게 반대한 인물들이다. 통상 우파들에게는 언론노조가 반대하는 인물일수록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어서(순전히 언론노조 덕분이다) 언론노조가 이번에는 지원자들 중에 과연 어떤 인사들을 반대하고 나설지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후보자 공모가 끝난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KBS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고 그 수장은 전문적인 능력과 애국심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해, 무조건 정부를 흔들어댈 언론노조에 맞서는 담대함과 투지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KBS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무엇을 개선하고 바꾸고 발전시킬지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KBS 적폐 사장만 잘 뽑았어도 진작 해결됐다

언론사 사장이 되려는 사람들이 정치권력에 줄을 댄다는 소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있어 왔다. 당연하게도 그 이유는 그동안 공영언론 상당수의 사장이 그런 구태를 통해 벼락출세하듯 임명돼왔기 때문이다. 능력이나 애국심, 언론관이나 철학과 같은 자질보다 권력과의 가까운 정도가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되어 온 것도 부정할 순 없다. 야당의 경우에는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언론노조와 외곽의 민언련, 언개련과 같은 단체들에 잘 보이고 ‘반민주반독재 타도’와 같은 구호를 잘 부르짖으며 맹렬히 투쟁을 해온 인물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이런 점은 적어도 언론분야에서만큼은 언론노조와 민언련 등과 같은 단체가 야당 정치권력보다 더 막강한 권력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간단한 예로 노무현 정부 때 정연주 전 사장이 바로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그러나 정권이든 어느 계파든 언론노조 권력이든 줄 대기에만 바쁜 인물이라면 안 봐도 훤하다. 이번에는 그걸 떠나서 능력 있고 유능한 사장이 선임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KBS가 35년간 오르지 않는 수신료 체계에 갇혀 방송의 질에서 제자리를 걷거나 혹은 후퇴하고 있는 것도 어떤 측면에선 공영방송 사장 선임의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양심, 전문성과 애국심, 가치와 철학 등을 보기보다 출세지향적인 인사들을 골라 사장에 앉히다보니 KBS의 고질적인 병폐는 더욱 심각해졌고,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KBS 내부는 정치권 뺨치는 사내 권력투쟁이 난무하는 또 하나의 전장이 되어 버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국민을 위한 방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러니 몸은 비대해지고 외부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은 떨어지며 애꿎은 국민만 KBS를 먹여 살리는 데 등골이 휘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모토로 한 박근혜 정부이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역사바로잡기에 나선 마당에 KBS의 차기 사장은 ‘바른 방송’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국민이 내준 첫 번째 과제는 애국심과 전문성 있는 KBS 사장 선임

특히나 박근혜 대통령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놓고 야당과 좌파세력이 반대하자 “역사교육은 결코 정쟁이나 이념대립에 의해서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마찬가지로 KBS 사장 역시 방송과 보도를 이용해 정쟁이나 이념대립을 부추기고 국민을 갈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김일성을 미화하고 건국대통령과 산업화를 이룬 전직 대통령들을 깎아내리고 그러한 역사를 폄훼한 교과서가 국민통합을 해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박 대통령이 왜곡된 교과서 바로잡기에 나섰듯, KBS 차기 사장도 마찬가지다. 언론노조와 일부 세력들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도 올바른 공영방송을 경영하는데 용기 있게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이승만 왜곡보도나, ‘뿌리깊은 미래’와 같은 편향된 프로그램이 버젓이 전파를 타고 안방에 방영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자면 사사건건 정부를 비난하는 민주노총 산하 KBS 언론노조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그래서 KBS 차기 사장이 되려는 인물은 더 당당해야 하고 주관과 소신이 뚜렷한 용기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사장을 저들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해 언론노조가 다양하게 공격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잔인하고 야비한 수법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지닌 자라야만 한다. 흙탕물을 뒤집어써도 냉정을 잃지 않고 KBS의 미래를 볼 줄 아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KBS 이사회는 그래서 차기 사장 선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속된 말로 언론노조의 좋은 먹잇감에 불과한 나약하고 기회주의적인 인물은 곤란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대한민국을 긍정하고 KBS를 경영할만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담보한 인물이어야만 한다. KBS 이사회는 소위 ‘가짜보수’, 기회주의자들을 골라내고 애국심 뛰어난 능력자를 제대로 골라 낼 줄 알아야 한다. 이 문제는 KBS 이사회가 제대로 된 사장 선임이라는 국민이 내준 첫 번째 과제를 평가받는 일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이사회가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