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발발 이틀 만에 이승만 정부가 일본에 망명정부를 타진했다는 KBS의 악의적인 왜곡보도에 모두가 흥분하는 사이 그와 같은 보도를 하고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언론사가 있다. YTN이다. 그 이유는 애매한 성격 때문이다. 분명 민간 기업인데 공기업들을 대주주로 가진 탓에 정체성 혼란이 있다. 공영방송은 국민을 대신해 관리, 감독하는 기구가 있고 항상 비판과 감시를 받지만 민간기업인 YTN은 그런 면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정권의 전리품처럼 취급되기 쉬운, 그래서 노조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그런 이상한 관행들이 있다. YTN노조가 실세사장을 모시려 정치권과 권력주변을 기웃거렸던 사실은 YTN의 애매한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 그 문제야말로 노조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필자는 YTN도 SBS처럼 확실한 주인을 찾아주어 완벽히 민영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 경쟁에서 살아남든 도태되든 YTN 스스로 자기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면 될 뿐이다.

어찌됐든 YTN은 이승만 보도와 같은 사고를 치고도 조용히 넘어가는 언론사지만 노조의 ‘사냥’이 시작될 땐 어김없이 시끄러운 언론사다. 사냥이란 표현이 과장됐는지 몰라도 실제 당하는 입장에서는 과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 노조가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경영진을 때려잡을 땐 온갖 공영언론 논리가 동원되고 언론노조 스피커인 매체들을 통해 보도가 나가면서 굉장히 시끄럽다. 그러나 이승만 왜곡보도나 영화 연평해전에 딴죽을 걸던 것과 같이 삐딱한 편파보도를 하는 것은 문제없이 조용히 이뤄진다. 언론이 눈을 크게 뜨고 잡아내 비판하지 않으면 그냥 묻히고 만다. 이게 KBS, MBC 언론노조와 비교해도 결코 빠지지 않는 악성인 정치노조가 버티고 있는 YTN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노조의 뻘짓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지난 달 YTN 플러스 류희림 대표이사를 공격한 게 사례다. YTN을 가족 홍보에 동원했다며 악의적 기사로 노보를 도배하고 언론노조 쪽 매체들은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은 모양새였지만 허공에 대고 삽질한 결과로 끝이 났다.

휴화산인 YTN노조 총선.대선정국에 큰 사고 칠 수 있다.

노조가 경영진과 반노조 인사를 공격하는 방식이란 게 대개 이런 식의 황당한 과장과 뻥튀기다. 류 대표가 YTN을 가족홍보에 동원했다더니 방송뉴스가 아니라 YTN 플러스 온라인 기사가 절반 이상이었다. 나머지도 YTN 사이언스 단신이거나 리포트 안에 가족이 재직 중인 학교 이름이 언급됐다거나 자막이 나갔다는 이유로 홍보성 기사로 매도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족이 하는 식당 기사가 2번 나갔다고 YTN을 가족홍보에 동원했다며 노조가 침을 튀며 비난했지만 알고 보니 그 식당은 이미 홍보가 필요 없는 곳이었다. 정부가 발간한 ‘한국을 대표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곳’에 포함될 정도로 이미 유명 한식당이었던 것이다. 그런 유명 식당을 가족 식당이라고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데도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역차별이고 언론의 본질을 잊은 태도 아닌가. 노조가 배석규 사장 시절에 했던 정치투쟁도 수도 없다. 사장이 경영상 이유로 골프를 친 것을 황제골프 운운하며 모욕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는 게 바로 YTN 노조다.

YTN 노조가 현재는 물밑에서 기회를 엿보며 잠잠하지만 휴화산일 뿐이다. 언제든 들고 일어나 현 조준희 사장 체제를 무너뜨리려 공격에 나설 수 있다. 또 다른 공영방송사 언론노조와 손잡고 반정부 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 자신들이 만만하게 보는 언론 문외한 사장 아래서 적당히 눈치껏 햇볕을 쬐고 있다가 내년 총선과 대선 즈음 나서 뉴스보도로 얼마든지 장난을 칠 수 있는 게 바로 이들 노조다. 조준희 사장도 정신 차려야 한다. YTN이 이승만 대통령을 매도하는 터무니없는 왜곡보도를 냈는데도 조 사장이 발 빠르게 YTN 보도 책임자를 엄중 문책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조 사장은 YTN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이나 제대로 하고 있나. 전례로 보건데 YTN 노조의 정치투쟁 수준은 KBS·MBC 언론노조를 뺨친다. 당장 노조 뻘짓이 보이지 않는다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휴화산이 활동을 재개할 날이 멀지 않았다. 조준희 사장이 단단히 정신 차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도 YTN 노조에 눈을 크게 뜨고 이들이 어떤 장난을 치는지 똑바로 감시해야 한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