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채면적 이례적 확대..긴급 방제체제 전환
경기 광주.남양주 잣나무 315그루 감염

(남양주=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국립수목원 인근인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국유림에서 3번째로 잣나무 재선충병이 발견됨에 따라 산림당국이 25일 벌채면적을 확대하는 등 긴급 방제체제로 전환해 총력 확산 방지에 나섰다.
재선충병 방제대책본부는 잣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부평리 주변 5㏊에 이르는 잣나무림을 모두 베어내 파쇄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등 다각도의 확산 예방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상기온으로 매개충의 본격 활동 시기가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조기 방제에 비상이 걸려 앞으로 확산될 지 , 차단될 지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잣나무 재선충병 국내 첫 발생
잣나무 재선충병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주에서 7그루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처음 확인됐다.
그 동안 재선충병은 남부 지방에서 소나무 일부 종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잣나무의 경우 감염 또는 발병 사례가 단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잣나무 재선충병은 계속 확산돼 지난 1월 강원 춘천에서 잣나무 3그루가 감염된 것으로 판명된데 이어 지난 달 남양주 1그루, 이 달 강원 원주 1그루와 남양주 2그루 감염이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이를 계기로 발생지 반경 3㎞ 이내 지역을 정밀 예찰조사한 결과 경기 광주 지역에서만 301그루가 더 감염된 것으로 최근 밝혀지는 등 경기.강원 4개 시의 6개 지역에서 잣나무 319그루와 소나무 1그루가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경기 지역에서만 임야 27ha에서 잣나무 2만 그루가 베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정영진 박사는 "잣나무 재선충병은 지난해 광주에서 처음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소나무재선충병특별법' 대상에 잣나무도 포함하는 내용으로 법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산림당국 긴급 방제체제 전환
산림당국은 잣나무 재선충병 발생 초기에 일단 주변 0.1㏊ 이내 나무를 모두 베어 내고 소나무류 이동 단속과 예찰 활동에 나서는 등 통상 수준의 확산 방지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감염목이 매달 발견되는 등 지역을 넓혀 가며 확산되자 예찰활동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점차 강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산림당국은 특히 23일 남양주 진접읍 부평리에서 또다시 감염 사실이 확인되자 다음 날 관계 기관이 모인 가운데 산림청장이 직접 주재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특단의 방법을 포함한 종합예방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방제대책본부는 부평리 국유림에 대해서는 1㎞ 가량 떨어진 국립수목원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 달 2일부터 한달동안 감염목 주변 5㏊의 조림지 70년 수령의 잣나무 2천그루(10t 트럭 260대 분량)를 벌채해 파쇄하기로 했다.
이는 발생 잣나무 주변 0.1㏊만 벌채하던 기존 조치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것으로 잣나무 재선충병 확산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직원과 산불감시원, 공익요원 등 42명을 동원해 피해 지역 반경 3km 이내에 대한 지상 정밀 예찰에 들어갔다.
남양주시와 포천시, 산림생산기술연구소 등 3곳에는 방제대책본부를 설치한데 이어 소나무류 이동 단속을 위한 초소를 설치, 2인1조로 감시원을 배치해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재소와 조경업체 등 소나무류 취급업소에도 재선충병 발생지역 소나무류 반입을 금지하고 소나무류 반입.반출시 해당 시.군에 문의토록 했으며 경찰서와 군부대, 우체국, 한전, 도로공사, 산림조합 등에 현장 출장시 발견된 재선충병 의심 고사목을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피해 확산 우려
경기도와 산림당국의 이런 조치들은 온난화 현상으로 잣나무 재선충병의 매개충으로 추정되는 북방수염하늘소 유충의 우화(羽化.날개가 달려 성충이 되는 시기)가 5-7월에서 한달 가량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돼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이미 감염된 것으로 판명된 잣나무들도 1-2년 전에 이미 감염된 뒤 최근에서야 증상이 나타나며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돼 앞으로 피해 확산 우려가 높은 것으로 산림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국내 산림자원의 보고(寶庫)인 국립수목원과 잣 주산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가평군에도 비상이 걸려 주민 도움을 받아 자체 예찰단을 강화 또는 구성하는 등 확산 차단을 위한 조기 발견에 힘을 쏟고 있다.
방제대책본부는 이 때문에 4월을 확산 고비로 보고 감염 원인 및 경로 분석을 서두르고 있으며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다음 달말까지 확산 차단에 주력할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매개충이 우화하면 병 발생이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일반인도 감염 의심목 발견시 신고할 수 있도록 홍보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14억원을 들여 다음 달 3일까지 31개 시.군 전 지역의 산림 53만2천200㏊에 대해 재선충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wy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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