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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國政을 농단하는 사람이 최순실이란 말인가?

정면 승부가 없었던 조선조 궁정史劇의 재판이다.

※ 본지는 조갑제닷컴(http://www.chogabje.com)의 역사, 외교, 안보 분야의 우수 콘텐츠들을 미디어워치 지면에도 소개하는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조갑제닷컴에 기고된 前 대한변협 회장이신 金平祐 변호사님의 글입니다. 



거짓말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빼앗아 권력을 독점하는 언론과 검찰, 거기에 발맞추는 촛불 시위대, 234명의 국회의원들이야말로 국정을 농단하는 罪人들이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선시대부터 文을 높이고 武를 낮추었다. 文臣(문신)들이 정치를 독점했다. 文臣 정치는 말과 글로 政敵(정적)을 때려잡는 언론 싸움이었다. 서양과 이웃 일본에서, 귀족들이 칼과 총으로 생명을 걸고 정면 승부를 겨룬 것과 대조된다. 힘으로 안 싸우고, 말과 글로 싸우니 얼마나 고상한 文化정치냐고 할지 모른다.

문제는 조선시대 사람들에게는 公正(공정) 즉, 公平(공평)과 正義(정의)라는 법치 개념이 없었다. 즉, 모든 경쟁은 페어 플레이(fair play)를 해야 한다는 도덕률이 없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과 글로 싸울 때, 서양처럼 “나의 말과 글은 오직 진실이다. 만일 내 말 속에 진실 아닌 것이 있으면 나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지옥에 빠진다”고 자신의 인격을 걸고 神 앞에 엄숙히 서약하는 제도가 없었다. 만일 말과 글 속에 진실 아닌 것이 드러나면 혀를 빼고, 물에 빠뜨려 죽이는 엄격한 형벌제도 또한 없었다. 

이런 진실 담보 제도가 없으니 조선시대 四色黨爭(사색당쟁)은 누가 더 상대방의 실수를 100배, 1000배 과장된 표현으로 부풀려 임금에게 탄핵·上疏(상소)해, 임금을 격분시켜, 政敵(정적)을 귀양보내고 나중에 賜藥(사약)을 내려 죽였다. 더러운 말과 글의 싸움 즉, 음모와 모략의 진흙탕 싸움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정의가 사라지니 인재들은 정치판을 외면하고 草野(초야)에 묻혀 탄식만 하다가 결국 전쟁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外敵에 패망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궁중 사극을 보면 패턴이 있다. 우선 어느 당파에서 음모, 모략꾼이 상대당 영감의 하인이나 食客을 돈으로 매수하거나, 약점을 잡아(흔히 養子를 쓴다) 대감이나 측근의 비리나 不正을 캔다. 그 비리와 부정의 全貌(전모)를 사실 그대로 말하면 이야기가 길어져 어리석은 임금은 듣기 싫어한다. 아주 간단하게 몇 마디로 요약한다. 이럴 때 제일 흔히 쓴 단어가 바로 ‘國政壟斷(국정농단)’이다. 역대 조선 사극의 탄핵 상소장을 보라. 국정농단이란 죄명이 빠진 적이 있는지.

국정농단은 조선의 法典(법전)인 《경국대전》에는 없는 죄명이다. 조선의 당쟁정치가 만들어낸 ‘탄핵용어’이다. ‘國政’은 글자 그대로 ‘나라정치’란 뜻이고, ‘농단’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한다’는 즉, ‘독점’이란 뜻이다. 국정농단은 나라의 이익과 권리를 독점하였다는 뜻이다.

당시 조선의 主權은 임금에게 있었다. 신하들은 임금의 권력의 일부를 빌려서 잠시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하가 권력을 독점했으니 임금을 무시·능멸한 것이다. 임금은 국정농단이란 말을 듣는 순간 믿었던 신하에게 발등을 찍혔다는 배신감에서 부르르 떨게 된다. 신하들도 특정 대감이 나라의 이익과 권력을 독식했다니 경위야 어떻든 모두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상대방을 국정농단이라는 죄 아닌 죄로 몰면 백전백승이다. 법을 떠나 감정으로 싸우는 한국인의 기질에 딱 맞는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는 속담 그대로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의 탄핵과정을 돌이켜 보면 조선시대 당쟁의 완벽한 再版(재판)이다.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친구 중 이혼녀가 한 사람이 있는데, 이 이혼녀가 자기 딸을 국민들이 누구나 다 들어가고 싶어 하는 명문 대학에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시켰다고 입학 과정에 不正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이 보도한다. 듣는 순간, 나라의 임금이신 국민들은 마치 자기 딸이 들어갈 자리를 뺏긴 것 같아 비위가 상한다. 과연 그 딸이 적법절차에 따라 입학한 것이냐 여부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언론은 입학 과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학교 당국자나 부모, 당사자의 설명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만일 그쪽 이야기를 같이 보도하면 임금[국민]이 ‘부정입학은 아니잖아’ 할 수도 있어 상소장의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어 또다른 언론은 그 이혼녀가 독일에 호텔과 별장이 있고, 그 딸이 그 곳에서 어린애를 낳았다고 보도한다. 그 호텔이나 별장의 구입이 현행법에 위반된 犯法(범법)행위인지, 아닌지, 그리고 미혼 女학생의 출산보도가 사생활 침해의 범죄행위인지 아닌지 누구도 관심이 없다. 소위 민주 변호사, 인권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마냥 재미있어 한다. 자기 딸이 이런 꼴을 당해도 그렇게 재미가 있을까?

마침내 언론은 그 이혼녀가 대통령에게 속삭여 재벌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私益(사익)을 취했다고 보도한다. 이 무렵부터 언론은 한날한시에 입을 맞춰 그 이혼녀와 대통령을 싸잡아 ‘국정농단’이란 조선시대 사색당쟁의 죄명을 씌워 공격하고, 이에 발 맞춰 촛불 시위대와 야당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下野(하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메운다. 마치 조선시대, 당쟁하는 선비들이 대궐 앞에 몰려가 엎드려 “국정을 농단한 罪人을 처단하소서”라고 읍소하는 모습이다.

몇 달씩 읍소가 계속되자, 어리석은 임금[국민]은 국정농단이 무슨 뜻인지, 무슨 죄인지는 몰라도 史劇(사극)에서 본 것처럼 귀양 보내야 할 죄인이라고 믿는다. 국정농단이 법에 규정된 범죄나 위법행위인지 묻는 사람이 없다. 국정농단의 구성요건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법학자나 로스쿨 학생도 없다. 무조건 사극에서 본 대로, 아니 언론이 부추기는 대로 대통령이 下野해야 할 어마어마한 범죄나 違法(위법)이라고 믿는다.  

얼마 뒤 의금부[검찰]는 그 이혼녀의 범죄사실 조사내용을 발표하면서 느닷없이 조사대상도 아닌 대통령의 共謀(공모)혐의를 발표한다. 명백히 검찰의 직무범위를 넘은, 자신의 私見(사견)을 발표하는 피의사실 공표의 범죄행위이다. 그런데도 검찰의 월권, 즉 농단을 비판하는 곧은 선비가 한 사람도 없다. 국회의원 300명 중 234명(그 중에는 自黨을 배신한 62명의 여당 의원도 들어있다)은 검사의 위법한 私見을 근거로 대통령을 탄핵소추한다.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되어 귀양을 간다. 이제 사약이 내려질 그날을 기다린다. 

궁지에 몰린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소추에서 적법한 조사절차를 거쳤는지, 탄핵사유가 진실인지 법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묻지 않는다. 언론이 민주혁명이므로 法 절차는 따질 필요가 없다니까 그렇다고 믿는다. 그저 시끄러운 탄핵상소가 멈춘다니까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언론에 눈과 귀, 그리고 머리를 다 빼앗겨서이다. 

정녕 이 나라 국정을 농단하는 사람이 최순실이란 일개 이혼녀란 말인가? 거짓말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빼앗아 권력을 독점하는 언론과 검찰, 거기에 발맞추는 촛불 시위대, 234명의 국회의원들이야말로 국정을 농단하는 罪人들이 아닐까? 임금님이 하루 빨리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머지않아 나라가 패망할 것 같다.   


2016. 12. 21. 金平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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