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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Let it go 두 배로 즐기기: 라임의 아름다움

rhyme은 詩의 숨결이자 맥박, 노래에 운률로 생명을 부여


【서울=미디어워치】김휘영의 문화평론=흥행돌풍이 식을 줄 모르는 <겨울왕국(Frozen)>은 영화가 주는 감동 못지않게 그 테마음악도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미 Let it go는 시스타 효린, 손승연, 에일리, 이해리, 심지어 트롯 가수 박현빈 등 많은 한국 뮤지션들이 부른 동영상까지 잇달아 화제가 되고 있어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물론 필자가 최근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 곡이 특별히 인기를 끄는 건 이 곡에 담긴 메시지가 영화 내용과 잘 어울리고 '현대 여성의 주체성 확립'이란 주제의식 또한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임은 바로 앞 칼럼에서 밝혔다. 그리고 이 곡 자체에 숨겨진 아름다움 또한 간과할 수 없는데 이는 이 곡의 가사(lyrics)에 배치된 절묘한 라임에서도 잘 드러난다.

Let it go 노래를 한번 들으면 마치 귀에 착착 감기듯 여운이 감도는 걸 느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노래 가사(lyrics)에 숨겨진 라임을 찾아 음미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라임(rhyme)은 詩에 숨결을 불어넣고 맥박이 뛰게 하고, 그 노래에 독특한 리듬과 아름다움을 더 아로새긴다.

Let it go 에 숨겨진 라임의 절묘한 아름다움을 다음의 영문 가사에서 느껴보자.

Let it go

The snow glows white on the mountain tonight. Not a footprint to be seen
오늘밤, 산에 덮인 눈이 하얗게 빛나 발자국조차도 보이지 않아

A kingdom of isolation and it looks like I'm the queen
고립된 이 왕국에서 나는 마치 여왕처럼 보이겠지

라임 : (각운) snow-glow / footprint - seen- queen : 단 footprint에서 t는 발음상 생략되고 ‘풋프린’이 됨에 유의.

The wind is howling like the swirling storm inside. Couldn't keep it in. Heaven knows I've tried.
바람은 내 안에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울부짖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내가 노력했다는 건 하늘이 알아주겠지

라임: (각운) howling- swirling / inside- tried. (두운) wind-inside-in 여기서 wind의 발음은 윈드가 아니라 '윈'인데 뒤의 is와 연음되어 '윈디스'가 됨에 유의.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다른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해, 눈에 띄어서도 안돼'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언제나 착한 소녀가 되어야 해'

라임 : (각운) see-Be-be
참고 : good girl은 흔히 쓰는 말로 '조신한 처녀'를 말한다.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감추고, 의식하지도 마, 누구도 알아채선 안돼'

라임 : (각운) conceal - feel (사실 '컨씰- 돈삘'의 발음에서 보듯 'Conceal, don't feel'-은 전체가 절묘한 라임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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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now they know.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그런데, 이젠 모두 알아버렸는 걸. 다 잊어, 내 버려 둬! 이제 더 이상 버틸 수도 없잖아.

Let it go, Let it go Turn away and slam the door
다 잊어, 내 버려 둬! 뒤돌아서서 문을 닫아 버릴거야
라임 : (각운) know-go / anymore-door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상관없어.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Let the storm rage on. The clod never bothered me anyway
폭풍아 계속 휘몰아치렴.추위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거든.
라임 : (각운) way- anyway

It's funny how some distance makes everything seem small
참 재밌는 게 뭐든 거리가 멀어지면 점점 작게 보이는 법이거든

And the fears that once controlled me can't get to me at all
한때 날 속박했던 두려움조차도 날 괴롭힐 수 없어
라임 :(각운) small-control-all

It's time to see what l can do. To test the limits and break through
이제 내가 뭘 해야 할 지 보여줄 시간이야. 한계를 시험하고 뚫고 지나 가겠어
라임 : (각운) do- through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이제 내겐 옳고 그른 것도, 규칙도 없어

라임 : (두운) No right, No wrong, No rule 에서 보이듯 No의 반복은 라임 효과 뿐아니라 극 중 엘사가 절규한 "enough!(이제 그만해!)"이란 대사와 부합하고 극의 주제에도 잘 어울린다. 이 부분에 'No R'의 세 개 잇다른 배치는 라임이 최고도로 활용된 부분이다. 또 영미시가 다른 언어의 시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발달된 두운(頭韻)의 연속이다. 덧붙이자면 라임은 이렇게 쉬운 단어들을 사용하여 표현할 때 더 어렵고 높은 경지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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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렛잇비에 나온 두운을 활용한 라임의 절묘함

비슷한 예로 비틀즈의 명곡 Let it be의 가사에서 이 두음의 그 아름다움을 즐겨 보자.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Let it be. (4번 반복)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라임 : (두운) Mother- Mary / Whisper-words-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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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겨울 왕국의 테마곡 Let it go의 가사에 나타난 라임의 아름다움을 음미해 보자.

I'm free. Let it go, Let it go
난 자유야. 다 잊어, 내버려 둬!
라임 : free의 'fr'은 영화 제목 Frozen과 - 뒤 이은 fractal과 미묘한 화음을 내고 있다.

I'm one with the wind and sky. Let it go, Let it go. You'll never see me cry
난 하늘과 바람과 함께할 테니까. 다 잊어, 내버려 둬! 다시는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거야.
라임:(두운)with-wind (각운) sky-cry

Here l stand and here I'll stay
나 여기에 서서 여기에 머무를거야
라임 : (두운) stand-stay

Let the storm rage on. My power flurries through the air into the ground
폭풍아 계속 휘몰아 치렴. 내 힘이 넘쳐흘러 하늘로 흩날려 가.

My soul is spiraling in frozen fractals all around
내 영혼은 얼어붙은 프랙탈 속에 휘몰아쳐
라임 : (두운) free-frozen - fractals (각운) ground -around

And one thought crystallizes like an icy blast. I'm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내 결심만은 눈 결정체처럼 확고해 졌어. 난 절대로 돌아가지 않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까
라임 : (각운) fractal -crystal (문장운) The past is in the past.
만일 라임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과거는 이미 흘러가고 없어'는 The past is gone. 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Let it go, Let it go. And I'll rise like the break of dawn Let it go, Let it go. That perfect girl is gone
다 잊어, 내 버려 둬! 여명의 빛이 떠오르듯이 나도 떠오를 거야. 다 잊어, 내 버려 둬! 그 완벽했던 소녀는 이제 없어.
라임 : (각운) dawn-gone (발음상 돈-곤 )

Here I stand in the light of day
태양이 떠오를 때에 나는 여기 서 있을 거야

Let the storm rage on. The clod never bothered me anyway
폭풍아 계속 휘몰아치렴. 추위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거든.
라임 : (각운)day-an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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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요 중에서 멋진 라임을 갖춘 것으로는 JYP 대표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여가수 왁스의 <오빠>에 나타난 라임도 매우 멋지다. <스윙>은 한국 시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두운을 놀랄 만큼 잘 활용한 경우고 <오빠>는 각운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곡이다.

영어문화권의 명언에 깃든 라임의 예

영어문화권에서 라임은 비단 뮤지컬이나 팝송에만 있지 않다. No pains, no gains!(노력없이 얻는 건 없다!) 처럼 유명한 속담이나 명언에도 대부분 잘 깃들어 있다. 예를 들어 발명왕 에디슨의 명언 중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의 원문을 보자.

Genius is one percent inspiration and ninety-nine percent perspiration.

여기서 마지막 단어 '노력'은 평이한 effort 나 땀 sweat 가 아니라 굳이 어려운 단어인 perspiration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앞에서 나온 퍼센트 percent 와는 두운으로, 영감 inspiration과는 각운으로, 절묘한 심포니 효과를 내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이 문장을 보면 에디슨이 단순한 발명가 이상의 그 무엇을 가진 사람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팝송으로는 얼마 전 영화 뿐 아니라 뮤지컬에서도 세계적 대박흥행을 했던 맘마미아의 오프닝 곡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의 가사를 보면 잘 느낄 수 있다.

한국 영상컨텐츠 수출의 블루 오션- 애니메이션 뮤지컬

필자는 우리 한국이 이미 구축해 놓은 세계 초일류 수준의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개척해 나가야 할 영상 콘텐츠 분야 또한 애니매이션 또는 애니매이션 형식의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문화 후진국에서 창작된 작품이 세계 시장, 특히 백인 위주의 유럽 등의 선진시장에 진출할 때 상당 부분은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을 감수해야 하는 데, 이 분야에는 이 할인율이 훨씬 적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이런 종류의 작품을 출품할 때 이 라임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잘 활용해야 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김휘영 문화평론가ㆍ행복문화발전소장wep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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