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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이 되어 날아간 김종학 피디를 보내며

거장을 이렇게 보내야 하는 한국 연예계의 반성을 촉구하며


【빅뉴스=서울】김휘영의 문화평론= SBS TV 다큐 프로를 위한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김종학 피디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건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아마도 조건반사였으리라. 이 소식을 듣는 순간 하나의 리듬이 뇌리 속에 출렁이기 시작했고, 이는 점점 파도를 이루어 밀려왔다.

“뚜~루루~, 뚜~루루~, 루~루~”

이제 전설 속 별자리로 안착한 김종학 피디의 빅히트작 <모래시계>의 테마곡인 백학(Cranes)에 나오는 부분이었다. 대학 3학년 겨울방학 시절 우연한 계기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Wintereise)>에 빠져들어 어둡고 애상조의 음악이 가진 무서움을 절감한 후, 주로 나폴리 민요나 파바로티의 아리아 등 밝고 쾌활한 음악들을 위주로 즐겨온 필자였다. 볼가강과 자작나무 이미지로 대표되는 러시아 민요들을 담은 음반을 몇 장 갖고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 음악 중에서도 이처럼 무겁고도 장중한 곡까지 필자의 음반 리스트에 오른 건 순전히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의 걸출한 하모니로 선보인 <모래시계>때문이었다.

SBS TV 드라마 <모래시계(24부작, 1995.01.10~1995.02.16)>가 종영된 이후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서도 이 음악을 그것도 생음악으로 들어 본 적이 몇 번 있다. 물론 <백학>을 연주한다는 안내서가 없었다면 이 카페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목소리가 다소 질박하기는 했지만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원어인 러시아어로 이 긴 곡을 연주해 준 사람은 ‘박용강’이라는 그야말로 무명 가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소위 인기 스타는 아니었지만 유독 이 노래를 부를 때만은 청중들에게 인기 높았던 최성수, 하남석, 변진섭, 박강성이었고 마치면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모래시계>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여 문민정부 시대를 열어간 <6.10 국민대회>를 주도하며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었고 아직까지 자못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우리 396 세대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애환을 잘 그려내고 있는 드라마다. 이 극이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 이 드라마가 상영될 때는 정말 거리가 한산했다. 요즘처럼 초고속 광랜 인터넷으로 다시보기를 즐길 수 없었던 시대였으니 시청자들은 본방 사수를 해야 했고 시청률은 무려 60%를 오르내렸다. 이 드라마에는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이정재 등이 출연했고 특히 이 중 고현정, 이정재는 이로 인해 특급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한국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어느 누구보다 먼저 올라가야 할 사람들 중에 위치한 사람이 김종학PD다. 그는 너무 일찍 하얀 학이 되어 날아가 버렸다. 김종학은 <여명의 운동자><모래시계><태왕사신기> 등으로 스타 PD로 등극한 이후 독립프로덕션을 설립했지만 한국인 대부분은 여전히 그를 김종학 PD로 기억한다. 한국 문화예술계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앞으로도 더 훌륭하고 많은 일을 해 줄 수 있는 거장 중에서도 거장이었기에 보내는 마음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직 한참 일해야 할 젊은 나이에 이런 재능을 가진 분을 이렇게 비극적으로 잃어야만 하는 한국 연예산업계는 분명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차후에 논하기로 한다.

위대한 작품들로 필자의 감성에 많은 무늬를 아로새겨주었던 김종학님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그가 가는 길에 생전에 고인도 즐겨 들었을 노래인 애도시(詩) ‘백학(Cranes)’을 올린다.
.



‘백학(Cranes)’ - 드라마 <모래시계>의 테마곡
- 참고로 이 노랫말에는 세계 2차대전 때 죽은
러시아 병사들의 영혼이 백학이 되어 돌아 온다는
애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백학(Cranes) -

내게는 이따금씩
다음과 같이 생각되곤 한다.

피비린내 나는 들판에서
돌아오지 않은 병사들이
언젠가
우리 조국 땅에 묻히지 않고,
백학으로 변해버렸다고.

그들이 저 아득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날아다니며
우리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자주
그리고 슬프게
말을 잊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때가 오면,
백학의 무리와 함께
나도 저 회청색 안개 속으로
흘러가리라,

하늘 아래 새처럼,
지상에 두고 온 당신들 모두의

이름을 소리내어 부르며.



- 삼가 김종학 PD의 명복을 빕니다!

모래시계 주제곡 <백학> 듣기 ☞ http://www.youtube.com/watch?v=RI37LsI0HJU

글 : 김휘영 문화평론가·행복문화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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