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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페이와 한국 여성의 행복에 관한 묘한 함수관계

코리안 페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여성들의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

【빅뉴스=서울】김휘영의 행복칼럼=한국 사회에 특이한 소송인 이른바 '효도 소송'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는 소송은 양육비 소송과 이른바 '효도 소송'이다. 양육비 소송은 얼마 전 소설가 이외수의 혼외자에 관한 양육비 소송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는 바,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졌다 한다. 법원도 양육비 소송으로 얼마나 골치가 아팠으면 급기야 양육비산정기준표를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재판관의 재량이라는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여지를 줄이고 시스템화 된 것이고 그만큼 한국 사회가 진전되었다고 평할 수 있다. 물론 이 진전의 혜택은 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과 아이들이 향유할 가능성이 높다.

한데 용어도 묘상한 이른바 '효도 소송'의 내막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 자식이 효도를 해 줄 알고 갖고 있던 재산을 죽기 전에 자식에게 미리 다 주었는데 그 재산을 받은 후 자식이 나몰라라! 하는 바람에 참을 수 없게 된 부모가 재산을 도로 찾겠다고 소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5간 50여건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한국 사회에서 한 달에 평균 한번 꼴로 이 특이한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대부분 부모가 패소당하는 판결을 받는다고 한다.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리를 생각하면 정상적인 판결이기는 하지만 이런 세태를 단순히 한국 사회의 전통문화와 현대 문화와의 충돌로만 보기에는 기분이 정말 찹찹하고 찜찜하다.

참고 1) 최근 한국 사회에서 줄잇는 이른바 ‘효도 소송’

"효도 안 할거면 도로 내놔"…소송 거는 부모 – 출처 : SBS 뉴스 2013.04.20 방송

<앵커>부양을 소홀히 하는 자녀를 상대로, 물려준 재산을 다시 내놓으라는 부모들의 소송이 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윤리관은 부모 봉양을 자식의 당연한 의무로 여기지만, 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이하 생략~)

참고 2) [SOS 대한민국] 기껏 키워놨더니 나 몰라라~? 효도소송 등장!
- MBC <생방송 오늘 아침> 2013년 07월 22일 방송

<앵커> 자식이 재산과 부양을 놓고 소송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 온갖 고생을 하면서 1남 2녀를 키웠다는 80대 할머니. 하지만 8년 째 자식들은 찾아오지도, 전화 한 통도 없는 상태! 할머니가 경제능력이 있을 때에는 온갖 이유를 대며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는데 ~ 이하 생략~

그런데 부모와 자식간의 재산반환소송이라고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주로 엄마와 아들간의 소송임을 알 수 있다. 성별로 보자면 나이든 여성과 젊은 남성간의 소송이 주류다. 물론 모자간이라는 특수한 관계에 있다.

그런데 문화평론가로서 한가지 주목하는 점은 이 일이 한국의 소위 김치녀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코리안 페이 문화의 부작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코리안 페이- 김치녀 논란- 효도 소송' 한국의 이 세 문화현상을 관통하는 건 크게 두 줄기다. 하나는 한국 여성들의 비주체성 즉 남성에의 의존적 태도요, 또 하나는 이 태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전개되는, '은근한/ 막연한 기대' 라는 '불투명성'이다.

물론 재산을 양도하면서 효도와 공양을 해 줄 것을 명시적으로 계약을 한다면 이 불투명성은 많이 제거되고 혹시 자식이 배신을 하더라도 이런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한국 문화양식으로 부모 자식간에 부담부 증여계약같은 계약은 쉽지 않다. 필자의 바로 앞 칼럼에서 보인 사례인 호주의 모녀간인 제니와 로즈처럼 자기 식사비를 더치페이 방식으로 지불하는 문화 속의 부모 자식간이라면 쉽게 재산을 넘겨 주지도 않을 것이고, 또 넘겨주더라도 그 답례로 효도 공양에 대한 계약서를 미리작성하는 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불투명성의 함정 - 사회적 약자에 불리

인간관계에서 불명확한 상황은 대부분 약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속성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갑과 을의 관계에서 불명확한 건 주로 갑(甲)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수록 을(乙)이 본전이라도 보전할 가능성이 높다. '남녀 평등'이란 용어조차 불평등하다고 해서 '양성평등'으로 바뀔 정도로 여성의 권익이 신장되었다한들 아직까지 여성들은 사회적 인간관계 측면에서 보면 을의 입장에 설 경우가 많다. 더치 페이 문화와 코리안 페이 문화의 가장 큰 차이는 이 문화양식이 행해지는 과정에서의 '명확성과 투명성의 차이에 있다. 전자는 각자가 먹고 마신 몫만큼 스스로 확인하며 지불하기에 매우 명확하고 투명한데 비해 후자는 불명확하고 불투명하다. 그만큼 힘있는 갑이 을을 향해 무언가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많아진다. 이 영향력만큼 인간관계 및 사회구조가 불공정해지는 결과로 고착화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효도 소송에서 재산을 자식에게 넘겨주기 전에는 갑(甲)의 위치였는데 그 재산을 넘겨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을(乙)의 입장으로 전락해 간다. 재산을 받아 새로운 갑이 된 자식의 배신이나 횡포에 대항할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비판이 일고 있는 소위 김치녀 논쟁은 어떤가? 사실 김치녀들이라고 지칭되는 한국의 일부 여성들은 코리안 페이 문화의 그늘에 너무 익숙해져 주체적인 인격체로 성장하지 못한 일종의 희생자(victims)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잘못된 사회교육이이런 김치녀들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행복은 상대방과의 공감에서 많이 좌우되고 공감이란 '함께 느끼는 것'인데 공감 대신 이렇게 많은 비난을 자아내는 의식수준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에는 그 앞 길에 암초가 많을 수 밖에 없다. EBS 다큐 프라임 '퍼펙트 베이비' 편을 보면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은 사회문화적으로 교육받는 속성이 매우 강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코리안 페이 문화는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는 귀중한 계기를 빼앗아 버리는 속성이 매우 강하다. 한국 사회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일이다.

글 : 김휘영 문화평론가ㆍ행복문화발전소장

- 참고로 이 칼럼은 연재물이므로 바로 직전의 칼럼 -하루키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타난 더치페이에 대한 일본 여성의 태도-를 함께 보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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