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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에버트와 한국의 영화평론가 정영일

문화인들에 대한 존중은 우리 삶에 대한 존중이다

【빅뉴스=서울】 김휘영의 문화칼럼=2013년 4월 4일(현지시간)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오랜 암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향년 70세, '시카고 선 타임즈' 평론가인 로저 애버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가로 자타가 공인해 왔다. 활동 범위도 다양해 신문이나 잡지 등 지면은 물론 TV프로그램 등에서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고 작가로도 활동했다. 1975년 영화 비평으로는 처음으로 평론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고 2005년 6월에는 영화 평론가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새겼다. 근래 등장한 인터넷의 위력에 밀려 최근 많은 신문 잡지들이 문화면을 축소하면서 만화 일러스트 등 문화관련 기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칼럼 축소 등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로저 애버트도 인생의 후반기엔 블로그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마치 조선일보 영화기자 이동진이 사직한 후에 최근 블로그 <언제나 영화처럼>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는 점과 비슷하다. 물론 상당한 급여가 보장되었던 종이 신문에서 그렇다 뿐이지 세계가 가까워지는 만큼 문화 자체의 위력은 더욱 커졌다. 바야흐로 문화전쟁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관객 연 1억 명 시대의 명과 암

작년 한국 영화계는 참 풍성했다. <도둑들><광해>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온 해였다. 더욱 놀라게 한 건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무려 1억 명 이상의 관객을 돌파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인구 5000만명을 갓 넘긴 나라에서 연 1억 관객시대를 열다니 믿기 어려운 기록이다. 영화계는 반길 일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한국의 문화시장이 너무 한 장르 즉 ‘영화로의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도 된다. 또 소수의 흥행 위주의 영화에 스크린이 독점되는 현상도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이는 결국 한국 영화계에 종(種)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것이 틀림없어 과연 한국 영화계를 받쳐주는 하부구조가 탄탄한가 하는 우려도 된다.

문화 경쟁력 시대의 한국인의 문화의식

해방 이후 마치 기적처럼 세계 11위의 경제 부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 한국의 문화경쟁력은 세계 몇 위인가? 2012년 영국 잡지 모노클에서 발표한 국가매력지수인 소프트 파워 순위에서 한국은 11위를 차지했다.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영국의 소프트파워 경쟁력은 ‘해외에서 1위를 기록한 22개의 음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획득한 65개의 메달, 여왕 즉위 60주년 행사’ 등이라고 모노클은 분석했다. 또 2위 미국은 ‘리더십과 기후변화 대응’, 독일(3위)은 ‘학문과 축구’, 프랑스(4위)는 ‘미술관과 음식’, 일본(6위)은 ‘패션 콘텐츠(유니클로)’ 가 소프트 파워의 원천이었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 순위 추이를 자세히 보자. 2010년 첫 조사에서 19위를 기록한 한국은 2011년 14위에 이어 2012년에는 11위로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 콘텐츠는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스마트폰(기술력)과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K팝 한류였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함께 삼성, 엘지의 스마트 폰에서 느끼는 기술력이 높게 평가된 것은 한국에 대한 소프트 파워 평가가 순수 문화파워가 아니라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걸 나타낸다. 걱정인 것은 유럽에서의 K-pop의 인기가 이미 시들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일회성이라 그 영향력이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라도 세계적인 대박흥행에 성공하기를 빌어 본다.

일본의 문화 의식과 미소라 히바리

가까운 일본인들의 문화의식을 생각하면 일본의 국민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영결식이 생각난다. 한국계 일본 여가수 미소라 히바리가 죽었을 때 일본 국영방송 NHK는 그녀의 빅 히트곡이자 일본 대중가요의 최고 명곡으로 꼽히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위시하여 하루 종일 추도곡만 내 보냈다. 영결식 때는 도로에 교통이 끊어질 정도였다. 이는 일본인들이 문화를 얼마나 삶의 큰 부분으로 여기고 있으며 또 문화인들을 얼마나 존경하고 또 존중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불과 142.2cm로 서구인으로서는 왜소하기 짝이 없는 신장에 불품없는 외모였지만 강렬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던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 :1915.12.19–1963.10.11)가 죽었을 때 프랑스인들의 태도 또한 이에 못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샹송 <사랑의 찬가><빠담빠담><장밋빛 인생>은 세계인의 샹송이자 애창곡이 되어 있다. 물론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미레이유 마띠유가 타개할 때도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삶의 일부분이 도려져 나가는 것처럼 아파하며 애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은 어떠한가? 이미자, 주현미, 나훈아, 남진(무순) 등이 하직할 때 우린 과연 어떤 태도로 맞이할까 참 궁금하다.

마지막 로맨티스트 정영일

한국에도 참 유명한 영화 평론가가 있었다.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잘 알려진 정영일 평론가다. 필자의 어린 시절 주말이 가까워질 때면 정평론가는 어김없이 TV화면에 등장했다. 두텁고 까만 뿔테 안경, 음색이 너무나 특이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그 목소리, 그는 참 꾸밈없는 그만의 음성으로 'KBS 명화극장'을 예고방송해 주곤 했다. <하이눈><애수><닥터 지바고><버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 짧으나마 지금의 트레일러처럼 영화의 일부분을 함께 맛보기로 보여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안보면 평생 후회할 영화’ 같은 인상을 심어 줄 정도로 자신이 소개하는 영화를 잘 조명해 주었다. 그런데 이 분이 엊그제 타개한 로저 애버트처럼 무슨 언론가상이나 비평가상을 받았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다. 이는 한국이 문화계 인사를 얼마나 푸대접해왔나를 간접적으로 시사해준다. 열린 지성의 공간이라는 위키피디아에 정영일로 검색해 보니 영화비평가 정영일은 없고 대신 필자가 잘 모르는 야구선수 정영일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좌절된 기대만큼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이웃집 아저씨처럼 떠오르는 그의 인상과 함께 그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 같다.

“놓치면 후회하실 겁니다!”

한국에도 우리 삶의 일부를 아름답게 채색해 준 문화인들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과 서울 시내 종로나 광화문 충무로등 한복판에 <명예의 거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물론 여기엔 우리를 즐겁게 해준 스포츠인들도 함께 기렸으면 한다. 이들을 존중하는 건 우리 삶에 대한 존중이며 이는 곧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갈 경쟁력의 기초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길이다.

글 : 김휘영 문화평론가, 행복문화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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