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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수개표 국회청원과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재논란 거세져

박원순 아들 MRI 검증방식은 비과학적이라 많은 논란 남겨


【빅뉴스=서울】 김휘영의 문화칼럼=18대 대선이 끝난 지가 한참 지났는데 아직까지 개표가 조작되었다며 심지어 국회에 청원까지 한 사람들이 있다. 무려 23만 명에 달한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MB정부 초기 광우병 촛불시위를 또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몹시 씁쓸하다. 문재인 후보가 깨끗이 승복했는데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하며 전자개표기를 시연했고 이에 이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에서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판 신문고인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청원한 한국인의 수가 무려 5만 명이 넘는다. 지독한 사대주의며 국가 망신에 다름 아니다. 이를 보면 백인우월주의가 그냥 생긴 게 아닌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의 병역에 관련된 검증 과정이 더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컴퓨터 관련 조작 등에는 인간의 부정한 개입이 필수인데 한 점의 의혹도 없애기 위해서는 박원순 시장이 검사 장소와 시기 그리고 그 병원까지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맡기는 게 더 좋았다. 하지만 박시장은 자신이 선택한 일시와 병원을 선택해서 검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시장의 아들이야말로 걸어 다니는 '명백한 증거(이를 영어로 Solid Evidence라 한다)'인데 굳이 그런 방식을 택할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더군다나 그런 간단한 증명에 유명 변호사까지 대동한 이유부터 쉽게 납득하기 힘들었다. 변호사가 위반시 가장 가혹하게 처벌받는 윤리규정 중 하나가 바로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할 윤리(duty of confidentiality)‘다. 이처럼 변호사는 의뢰인의 약점들을 방어하는 데 활용되지 진실 여부를 밝혀야 하는 일과는 별로 무관한 사람이다.

대리신검의혹을 불식시키는 과학적인 방법

가장 큰 의혹을 받고 있는 ‘비슷한 체형의 사람과 바꿔치기' 즉 대리신검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면 기본적으로 검증에 임하는 사람이 박시장 아들이 확실한가를 담보할 유전자 조사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게 바람직했지만 이 방법조차 외면했다. 간단하게 MRI 촬영에 임하는 청년의 공개지문채취만으로도 충분히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었는데 이 또한 실시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는 유명 변호사가 아니라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을 입회하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이를 두고 일반인들에게 겁을 주어 MRI 촬영 후에 각종 의혹 제기를 못하게 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평까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필자가 박시장이었다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강용석 전 의원 등에 시간과 장소를 일임한 후, 거기에 맞춰 아들을 직접 데려가서 검증하는 방식을 선택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것이야말로 이 문제에 대한 각종 의혹을 일거에 날려 버릴 수 있었던 소통의 방식이다. 물론 이때 검증하는 측에서 조작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지만 이는 확실한 증거인 자신의 아들이 존재 하는 한 간단하게 그 조작 여부를 언제든지 밝혀내 그런 사람들을 징벌할 수 있다. 하지만 법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 동안 변호사까지 했던 박시장은 이런 과학적인 방식을 외면하고 모든 걸 자신이 직접 결정하는 방식으로 그것도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검증했다. 박원순 시장 스스로 의혹을 더 부채질 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더 중요한 건 검증의 방식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고 납득하기 힘든 방식이다. 공개검증이라는 건 단순히 공개적으로 시연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만 진정한 공개 검증이랄 수 있다. 아무리 많은 관중 앞에서 시연하는 화려한 마술(Magic)이라도 '공개적이라 하여' 그게 사실이고 진실이고 과학적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 실제로 우리는 컴퓨터가 부리는 마술로 인해 이젠 컴퓨터가 시연하는 건 '눈으로 보면서도 곧이 곧대로 믿어서는 안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연일 일어나고 있는 범죄인 각종 보이스 피싱 피해 사례만 해도 그렇다.

더 이해가 안되는 건 강용석 의원 측이다. 어차피 이 문제는 양 당사자 간의 정치 생명이 걸린 사안이었다. 이런 경우 박시장이 공개검증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발표했을 때, 강용석 전 의원은 수많은 국민들을 대변하여 그 검증 방식에 대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건들을 내걸어 관철시켰어야 했다. 공개검증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그 조건들을 회피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그랬어야 한국 사회 전체에 좋았다. 이건 단순히 박시장과 강 전 의원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소위 사회지도층에 속하는 고위 공직자의 병역비리 문제였기에 더욱 그랬다. 박시장의 공개검증 기자회견이 너무 기습적이라서 당황하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건 핑계거리에 속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박시장이 택한 검증 방식은 너무나도 중요한 기본 사항들을 반영하지 못한 것임은 틀림없다. 검증의 기본 목적이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그러려면 대중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방식이어야 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소통의 달인'이라는 박원순 시장이 정작 가장 소통이 안되어 온갖 의혹을 양산한 사안에 대해서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소통방식을 스스로 외면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참으로 그답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 조작 의혹 등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검증 기관만은 사립 병원인 세브란스 병원이 아니라 가칭 국립 의학 연구소나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되었어야 더 지당하다. 이 검증의 결과가 박시장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걸 모를 박시장이 아니면서 이렇게 뒷담화가 무성할 수 밖에 없는 검증방식을 택한 건 두고두고 의혹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여러 의혹을 깔끔하게 털어 내는 것이 박원순 시장의 향후 정치 역정에도 훨씬 이롭다는 건 삼척동자들도 알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나설 의사를 천명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또 논란이 될 것 같다. 따져보면 사회적 낭비다. 박원순 시장이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도 이런 낭비는 없어도 될 일이었다.

거세지고 있는 재검표 및 재신검 논란

아니나 다를까 30년 경력의 영상의학 전문의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지난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공개 신체검사에 의혹을 제기하며 한 네티즌과 '40억원' 내기를 약속했다. 조선 닷컴 기사에 의하면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병원장, 아시아 근골격계학회 회장 등을 지낸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주임과장)는 2013년 1월 30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의학적 소견으로 봤을 때 박주신씨의 지난해 신검에서 공개된 MRI 사진은 그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박사와 네티즌 배정태씨는 트위터를 통해 박주신씨의 지난해 2월 신체검사에서 '연세대 의사들이 제대로 진찰했는가'를 놓고 4억원 내기를 조율하기 시작했고, 최근 박원순 시장이 여기에 동참하며 판돈이 40억원으로 커졌다. 그러나 박 시장이 진지하게 아들 박씨의 재신검과 40억원의 판돈을 거는지에 동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 박사는 지난해 2월 박씨의 공개신검 직후부터 의혹을 지적해온 인물이다. 이 분은 트위터에서 '양한국'이란 필명으로 재검을 요구하는 글을 써 왔다. 양 박사는 지난해 11월 시민단체와 함께 대리 신검 혐의로 박주신씨와 '박주신씨를 대리해 공개신검을 받은 인물'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양 박사가 주장하는 요지는 "공개된 (MRI)사진의 인물은 27세가 아니라 적어도 35세 이상이 분명하며 막노동 경력이 추정된다"는 것이다. 공개 신검에 대해서는 촬영시각과 발표 시각의 차이, 의사들의 진찰도 없이 MRI만 찍은 점, 공개된 박씨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 등을 근거로 '엉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 박사는 심지어 “내기에서 이기면 그 돈을 박 시장 아들에게 허리를 대여하는(대리 신검을 받은) 지난한 삶을 산 90kg, 170cm의 30대 중반 남성에게 주고 싶다”고 까지 말했다. 현재 사회지도층 병역비리 국민감시단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필자도 이 사건의 수사 결과가 매우 궁금하다. 이런 사태를 보면 한국인들의 시민의식이 점점 서구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서구 선진국의 검증 방식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면 서구 사회가 얼마나 철저한 검증 방식을 취하는지 잘 확인할 수 있다. 과연 과학 선진국이 그냥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세가지인데 하나는 그 유명한 미스터리 서클들(mystery circles)에 관한 것이었다. 크롭 서클(crop circles)이라고도 불리는 이것들이 정말 외계인들이 지구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하루 밤새 조작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다 알다시피 프렉탈 형태 등 정교한 기하학 디자인으로 밤새 깜쪽같이 만들어져 왔던 게 미스터리 서클들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활용해 하룻밤 동안 로울러를 이용해서 정확히 같은 크기와 같은 모양의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이로서 적어도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그것도 정말 외계인의 작품이라 의심될 만큼 주변에 흔적도 없게 하는 방식으로 재현해 냈다. 필자가 이 채널을 자주 보는 건 그 내용 자체보다는 이들의 과학적인 접근 방식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송나라 시대의 민화(民畵)인데 이 그림에는 이도령과 성춘향의 연애에 등장하는 남원 광한루 다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가 나온다. 그런데 그림 속의 이 다리는 이음새나 밧줄 하나 없이 가늘고 기다란 직육면체의 나무들을 서로 엇갈리게 엮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재료와 이 방식으로 무거운 우마차와 사람이 다니는, 그것도 휘어진 활 모양의 다리를 만드는 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사항을 풀기 위해 실제로 그림에 나온 방식 그대로 재현해 낸다. 그리고 그 위를 실제로 사람과 마차가 지나는 장면까지 보여주며 끝맺는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중세 시대에 전쟁을 할 때 사용된 투석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었다. 역사서에는 이 투석기로 무려 수 백 미터 거리에 있는 성에 바윗돌을 날려 성벽을 무너뜨리고서 진격해서 성을 공략했다고 나오는데, 이 기록에 대한 검증 또한 현대의 기술과 금속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그 시대의 기술과 재료만을 이용해서 만들어 낸 후, 실제로 바윗돌을 수백 미터까지 날려 성을 부수는 장면까지 시연하며 결론짓는다.

힉스 입자와 노벨과학상

노벨 물리학상 등 과학분야에 대한 수상은 아무리 이론이 뛰어나도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는 한 수여되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그래서 대학교에서도 이론 물리학과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응용(증명) 물리학이 엄연히 독립된 학과로 존재하고 이로써 현대 과학의 발전을 추진시키고 있다. 얼마 전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힉스 입자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무려 7조 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강입자가속기(LHC)를 만들어 실험해서 그 존재를 증명한 일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런 과학적인 검증 방식에 얼마나 무신경한가를 반성해야 한다. 과학입국은 그야말로 그 공동체의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기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고신뢰 사회를 구축한 나라들이 한결같이 과학이 발달한 나라임은 결코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합리적 의혹을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야

대한민국이 고신뢰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불신(resonable doubt)'은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권장되어야 한다. 진리를 찾는 이성적 합리성은 데카르트가 그의 저서 <방법서설>에서 제시한 ‘방법적 회의(懷疑)’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만 확보 가능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으로 유명한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론은 철학사에서 인류 역사의 방향을 바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학문과 과학을 발전하게 하는 기본 자세이며 ‘진정한 신뢰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사실 냉정하게 평하자면 박원순 시장이 그런 방식으로 검증에 임해 놓고 국민에게 마냥 믿으라고 하는 건 이성과 과학의 정신을 외면하고 한국인들의 수준을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로 오해받기에 충분하다. 마치 ‘어리숙한 한국인들은 이 정도의 특이한 검증방식에도 만족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필자는 박근혜가 당선되어야만 향후 대한민국이 순조롭게 발전해 가리라고 적극 주장해 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18대 대선의혹에 대한 국민 청원이 나온 만큼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대선 투표 용지 수개표에 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는 대선개표가 조작되지 않았음을 믿는다. 여러 방송사와 언론의 출구조사부터가 대선 결과와 일치하고 그 득표율 차이까지 일치했다. 이런 것까지 조작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검표를 수용하는 건 그 비용보다 그 효용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물론 재검표 과정에서 '나쁜 손(black hands)'이 개입하여 사실을 배반하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 확률도 없지 않기에 이를 기술적으로 잘 해결해야 한다는 큰 과제가 있긴 하다. 18대 대선 재검표 논란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논란은 한국 사회의 공적인 신뢰도가 얼마 만큼이나 낮은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만일 수개표로 재개표까지 해서 확인된다면 대선개표부정 의혹이 확실하게 불식되고 그만큼 박근혜 당선인의 권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동시에 박원순 시장도 좀 더 과학적인 검증방식으로 아들 박주신의 MRI 재신검을 수용하여 이 문제도 확실하게 매듭지어 주었으면 한다. 물론 이 일을 제대로 해 내면 박원순 시장의 관용의 정신과 국민을 존중하는 겸손한 인격이 칭송되고 그가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사람인가를 확실히 인증받게 될 것이다. 그 감동의 여파로 향후 박시장의 정치적 영향력도 더 없이 커져 국가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 검증 방식은 필자가 앞에서 나열한 조건들을 충분히 반영하여 재검증에 임하는 것이 박시장과 국민 모두에게 이로울 건 더 말할 이유가 없다. 막대한 비용이 초래되는 대선 재검표와는 달리, 박시장 아들의 재신검에는 약간의 수고만 하면 충분하지 특별히 많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사실 필자는 박원순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의 사실 여부보다 이런 검증 방식을 채택하면서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박시장의 특이한 태도가 더욱 이해 안된다. 이건 진실 여부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박시장 아들의 인권보호를 방패막이로 삼는 건 참으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변호사 출신인 박시장이 공인(公人)에게 자연스럽게 따르는 자유의 제약을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회창도 아들 병역비리 논란으로 거의 다 잡은 대통령 꿈을 놓쳤다고 평가 받고 있을 정도로 병역비리는 민감한 문제다. 그때 이회창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한국으로 불러 직접 키를 쟀다. 미국에서 기자들을 모아 놓고 공개적으로 재겠다고까지 수용했지만 의혹을 제기한 이인제 측이 그 방식은 신뢰할 수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직 이 검증을 위해 이회창의 아들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가 키를 잰 후 다시 출국했다. 최근 김용준 총리후보도 이 문제로 인선에서 낙마할 정도로 메가톤급이다. 게다가 서울 시장은 실상 국무총리를 넘어 대한민국의 2번째 권력자에 해당할 정도다. 인구나 예산 규모를 봐도 그렇다. 박시장 아들의 재검진에는 당연히 있어야 했을 이런 방식의 조율이 전혀 없었다. 이건 누가 뭐래도 강용석 전 의원의 크나 큰 직무유기다. 이런 걸 제대로 하라고 국회의원 세비가 지원되는 것 아닌가?

한국 사회는 만에 하나라도 권위로 진실과 진리를 누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아들 딸들조차 불행해진다. 이 의혹에 대한 진실여부는 한국 역사에서 일과성에 해당하지만 이런 의혹을 검증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과학성 여부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는 기본에 해당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강용석 전 의원은 이 일로 약속한대로 의원직에서 사퇴했고 다음 총선에서도 낙선했다. 강용석 전 의원은 스스로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 대가로 최고 권력자의 아들을 검증대에 오르게 해서 그만큼 우리 한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정말 큰 일을 했음은 확실하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런 정치인들이 더 많이 나와야만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제

만일 강용석 전 의원이 박시장 아들의 재신검 직전에 대국민기자회견을 열어 좀 더 엄밀한 조건을 내거는 일을 관철시켰다면 이는 한국 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선례를 남길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수십년 동안 국회의원에 봉직한 사람들이라도 하기 힘든 게 바로 이런 일이다. 이랬다면 앞으로 공직에 나서는 사람들은 자식들 병역비리를 저지르는 데 훨씬 강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못한 점 매우 아쉽다. 박시장의 아들이 매우 특이한 경우로 MRI 판독 결과가 디스크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 다닐 정도로 별 통증을 느끼지 않는 체질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군대에 가라'는 말도 무성하지만 평소에 아무리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해온 박원순 시장이라고 해도 좀 심한 요구다. 이는 박시장과 그 아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에 속하지 누가 강요할 일이 못된다. 강요에 의한 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결코 아니다. 또한 형평의 원리에 견주어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MRI 결과가 그렇게 나온 이상 박시장이 계단을 뛰어다닐 정도로 통증을 느끼지 않는 아들을 굳이 현역으로 군대에 보내지 않는 건 이해한다.

다만 박시장이 한국 사회를 진일보시키는 데 일조할 방법이 있다. 즉 아직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아들의 재신검 논란을 '좀 더 엄밀한 방식으로 검증해 주는 것'이다. 한번 박시장이 원하는 방식으로 검증을 했기 때문에 이젠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박시장이 한번 더 응해준다면 한국 사회를 위해 더 훌륭한 선례를 세울 수 있다. 이렇게 까지 철저하게 검증하게 되는데 어느 공직자가 섣불리 병무비리 유혹에 넘어 가겠는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부디 박시장이 용단을 내려 재신검에 응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번거롭겠지만 이것이야말로 박시장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우리 사회를 위한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몸소 시연할 수 있는 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오직 박시장의 용단에 달렸다/ 김휘영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wep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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