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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빅뉴스】김휘영의 행복문화=풍운아라고 해야만 합당한 조성민(40세)이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큰 키에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외모가 화근이었을까? 그의 인생이 비극적으로 끝난 이유로 많은 이유들을 든다.

혹자는 17년 전 일본 요미우리가 아니고 박찬호처럼 투수 관리·보호가 확실한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면 조성민이 전혀 다른 살고 있었을 것으로 말한다. 또 혹자는 빼어난 실력으로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나와 활약하다가 팔꿈치 부상을 안 당했다면 승승장구하며 정말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었으리라고 말한다.

다 부질없는 짓이지만 필자는 조성민의 비극적 마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소위 조성민법으로 본다. 아니 어찌보면 그 법이 제정될 당시의 우리 사회에서 가한 일방적인 지탄과 공격이 더 큰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최진실법

필자는 현재 최진실법으로 불리는 이 법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사람들은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모가 이혼한 후 전 배우자가 죽었을 때 자동적으로는 친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조성민법의 핵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독 이 법이 관심이 된 건 최진실이 남긴 유산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경우 전 배우자가 미성년 자녀에게 남긴 재산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이 된다면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과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입장에서 바라 보았다. 솔직히 자식을 앵벌이에 내몰고 있는 최악질 부모들조차도 재산이 풍족할 경우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인간이란 상황의 동물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결정하는 데에 경제 상태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건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조성민의 폭행은 배우자에 대한 폭행이었지 자식들에 대한 폭행은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은 조성민을 인간 말종으로 몰아부치는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마치 자식들에게도 연장될 것처럼 제멋대로 재단하고 조성민을 몰아 부쳤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부부 사이의 일을 사람들이 너무 확대시켜 자식과 친부 사이의 일로 까지 연상하고 확대한 일은 어찌보면 '무지의 의한 독재'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 연쇄 살인마였던 강호순마저도 아내를 죽여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방화해 놓고서 자식만은 창문으로 구해냈다. 아들까지 죽는다면 보험금을 더 많이 타낼 수 있는데도 그랬다. 사실 자칫 잘못되면 나중에 아들 때문에 자신이 검거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이기적 유전자가 명령하는 그야말로 생존본능에 해당한다고 한다. 조성민에 대해서 사회가 가진 나쁜 이미지는 배우자인 최진실에 대한 행동 문제였지 친자식들인 환희와 준희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부부간은 헤어지면 원수가 될 수 있다지만 아무리 나쁜 부모라도 자식과는 전혀 다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아이들은 어떡해?"

사람들은 조성민법을 두고 자식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법이라고 말했지만 필자는 정말 순수하게 '자식들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즉 자식들에게 재산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아빠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 갈 수도 있는 법’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재산이라는 게 미성년 자식들의 재산이 아니라 전 배우자가 죽은 후 남겨진 자식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죽은 배우자의 부모 등의 재산권 행사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필자가 이 법에 반대한 이유는 천륜이라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두고 사회를 규율하는 법률이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여 그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은 어떡해?" 라고 걱정들 하고 있지만 이 법이 만들어질 때 조성민을 일방적으로 규탄했던 많은 사람들 중 진정으로 이 비극 속에 떨구어질 환희와 준희를 걱정한 사람들은 몇이나 되었을까?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남 이야기이기에 쉽게 말했을 것으로 본다.

조성민조차 몇 년이 지나 그 당시의 심정을 술회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힌 유서를 써 놓고서 자살을 하면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까라고 생각하면서 자살을 생각했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조성민은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포기해야 했는데 이는 본인의 의사보다는 사회분위기상 떠밀린 강요된 선택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필자는 최진실과 조성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인 환희와 준희가 지구상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친부인 조성민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면 조성민의 자살도 없었을 것이고 또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함께 잃어 버려 천애의 고아가 되는 비극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아이들이 친부인 조성민과 지낼 수 있었다면 아이들의 외삼촌인 최진영의 자살까지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명성의 대가(The Price of Fame)

최진실과 조성민의 비극에는 인기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데에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양에서는 인기인을 셀러버러티(celebrities)라고 표현하는데 이들이 살면서 치러야만 하는 비싼 대가를 명성의 대가(the price of fame)로 표현하고 이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까지 성황리에 상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으로 치면 무한도전 이상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인기 래퍼 메이노( Maino )에 의한 같은 제목의 노래까지 있다. 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 먹고 사는 파파라치들의 활약과 대중의 관음증(엿보기 심리)을 매개로 상업주의의 극단을 달리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조성민과 최진실의 이혼에도 이 명성의 대가가 크게 작용했다. 평범한 부부였다면 조성민의 폭력 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터지만 이 둘은 워낙 슈퍼스타 부부였기에 대중에 낱낱이 공개되었고 이는 쉽게 봉합되거나 봉합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지 못하고 계속 상처가 도지는 사태로 번졌고 싸구려 연예잡지들의 판매부수를 늘여주는 좋은 먹이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이혼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고 서로가 불행해지는 큰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져보면 파파라치에게 쫒기다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비극 또한 명성의 대가를 보여주는 예다. 조성민의 비극을 접한 한 지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성민이가 아마추어 때부터 최고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지는 것을 싫어한다. 자존심 하나로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결혼 이후 불협화음에 시달렸고 이후 매스컴을 통해 계속 궁지에 몰리다보니 더욱 어렵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조성민이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유언에는 " 저도 한국에서 살 길이 없네요..." 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명성의 대가가 어떠한 건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2013년 새벽에 들린 한 유명인의 비보는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글/ 김휘영 행복문화발전소장,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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