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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영이 꼽은 2012년 올해의 스포츠인 :도마 양학선과 선진국형 스포츠 감상법

박태환, 김연아 양학선은 한국에 선진국형 스포츠의 만개를 알리는 아름다운 쾌거


【서울=빅뉴스】김휘영의 문화평론=박태환·양학선과 스포츠 선진국형으로 즐기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참 선전했다. ‘금메달 10개-세계 10위’라는 당초 목표를 상회하여 온 국민을 행복하게 했다. 2012년 올해의 선수로 필자는 런던 올림픽 체조 도마부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을 꼽는다. 8월 6일 늦은 밤 양학선이 도마를 딛고 공중을 두둥실 날아 사뿐히 착지하는 예술은 진정 하얀 학을 탄 신선이 활강하듯 우아했다. 지구상의 인간이 시연할 수 없는 경지인 고난도 7.4 연기인 '양1'을 독자적인 기술로 시연할 수 있는 양학선은 진정 인간이 아니라 신선의 경지에 다다른 선수인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벌써 탈속한 듯한 담대함까지 갖고 있다기에 필자는 ‘학선’이라는 그의 이름이 혹시 창공을 유유히 나는 흰 학(鶴)에 신선 선(仙)의 조합인 ‘鶴仙’ 이 아닌지 재미 반 호기심 반으로 검색해 보기도 했다. ‘구름판을 밟은 뒤 공중에서 세 바퀴‘란 기술이 바로 세계체조사전에 등재된 양학선 묘기인데, 말 그대로 구름판을 구르며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예술이기에 더욱 더 신선과 어울린다. '구름'이라면 진정 신선이 타고 노니는 놀이터가 아닌가? 양학선이 공중에서 노닌 3초를 감상하는 동안 필자는 마치 30년의 세월처럼 긴 병풍으로 펼져지는 황홀경을 체험했다.

필자의 대학시절인 20대 즉 8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의 스포츠는 신선들의 놀음과는 정반대인 헝거리 정신의 표상이었다. 86년 아시안 게임 육상 다관왕 임춘애의 라면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런 점은 30대인 90년대에도 마찬가지였고 올림픽에서 메달이 많이 나온 분야도 소위 ‘치고 박고 싸우는’ 권투, 레슬링, 유도 등의 투기 종목들이었다. 기술 습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수의 근성과 투지가 크게 작용하는 종목이 대부분이었고 투기 종목의 속성상 거의 대부분의 메달리스트들이 남자였다.

양정모에서 박태환·김연아를 거쳐 양학선까지

하지만 어느덧 한국 스포츠에도 투지보다 기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른바 선진국형 기록종목에서 많은 메달이 나오고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사건이 박태환이 수영 종목에서의 금메달 획득한 쾌거라 할 수 있다. 어느 종목의 어떤 색깔이 안 중요하겠냐마는 그 중에서도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가히 금단의 영역이라 여겼던 수영에서 나온 것이라 정말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체격 조건이나 제반 시설 등에서 볼 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일은 그야말로 한국 스포츠가 확실하게 선진국형으로 도약하고 턴업(Turn-Up)하는 일이었다. 여기다가 김연아 선수에 의한 2010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은 문화예술스포츠 종목이라 또 한번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였다.

조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박정희 개발독재의 시대의 최정점기였던 1976년 양정모 선수가 제 21회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을 때의 환호성은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가 초등학생 때였는데 사람들보다는 온 동네 TV 라디오가 더 난리였다는 기억이 난다. 라디오에서는 아침에도 '양정모 금메달!' 저녁에도 '양정모 금메달!' 이었다. "국민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한국 레슬링 양정모 선수가 드디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라는 흥분과 감격의 도가니에 빠져 격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반복되었다. 그 당시는 세계 챔피언이나 금메달리스트들의 인터뷰에는 이상하게도 ‘국민 여러분’이나 ‘조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멘트가 많았다. 심지어는 한 권투 세계 챔피언은 승리할 때마다 “전두환 대통령각하 이하~” 라는 멘트로 유명세를 날렸다. 시대 분위기상 특별히 어색하게 들리지도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 - 30년의 간극

전두환 정권 시절이 80년대 중반이었으니 이와 비교하여 이번 2012년 런던 올림픽 초반에 북한 선수들이 금메달 몇 개 따면서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으로 시작하는 앵무새 멘트를 날리는 일이 외신기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는 걸 보면 이채롭다. 이 촌극만으로도 남한과 북한의 문화의식 역량과 두 사회의 경직도가 무려 30년의 세월을 간격으로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올해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 매우 의미있는 해다. 한국의 올림픽 참가 역사를 통틀어 금메달 100개 획득에 성공했고 드디어 대표적인 예술적 영역인 체조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다. 그것도 2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성적으로 나왔다. 양학선의 독보적이고 아름다운 기술로 전세계인에게 무아경을 체험케 했다.

한국의 신문기사 제목도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집중하기 보다는 선진시민의식이 돋보이는 제목이 많아졌다. ‘금메달보다 아름다운 동메달‘ ‘장미란은 핑계를 대지 않았다‘ 등에서 읽듯이 기록보다는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는 기사들이 돋보인다. 한국 사회에 획일적인 줄세우기인 1등 제일주의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관이 스며들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예다. 필자는 이런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한국이 따낸 금메달 숫자보다 훨씬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번에 금메달을 못 딴 박태환 선수가 여전히 자랑스럽고 너무나 사랑스럽다.

선진국형 올림픽 표어 : 더 아름답게!

쿠베르탕이 제창한 올림픽 표어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Citius, Altius, Fortius)" 에 최근에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종목들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필자가 첨가했으면 하는 표어가 있다. 바로 “더 아름답게!" 다. 그리고 이 새 표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종목이 바로 체조고 그 중에서도 공중회전 묘기를 매우 짧은 시간에 가장 아름답게 선보여야 하는 도마 종목인 것 같다. 사람들은 도마를 3초의 예술이라 부른다. 이 3초 동안 가장 높이 도약하여 가장 다이내믹하게 또 아름답게 기술을 시연해야 하는 종목이다. 한국의 양학선이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인체의 다이내믹한 동작이 이렇게 아름답고 경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체험케 주어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에 태어나 참 자랑스럽다. 아울러 2013년 새해에도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에 축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빈다!

글/김휘영 문화평론가·행복문화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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