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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상·대종상 논란과 한국 영화 한류는 있나?

한국 영화계 해외 시장 개척에 더 힘쓰야


【서울=빅뉴스】김휘영의 문화평론= 2012년 한국 영화계는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우선 한국 영화 100년 사상 처음으로 한 해 관객 1억 명 시대를 열었다. 남한 인구가 5천만이니 1인당 연간 평균 2회 영화 관람을 한 것이다. 게다가 관객수 1천 만이 넘는 영화가 한 해 두 편이나 나왔다.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다. 여기에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계에서 전인미답의 고지로 남겨져 있던 최우수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까지 수상했으니 겹경사다. 아쉽다면 쇼박스가 배급한 < 도둑들(최동훈, 2012)>이 남북 통일 이전의 최대 관객동원수라고 평가받아온 <괴물>의 관객 동원수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간발의 차이로 <아바타>의 아성을 깨지 못했다는 점 정도다.

이런 와중에 11월 30일 청룔영화상 행사가 끝나자 그 결과를 두고 대종상과 비교해서 말이 많다. 대중의 시선을 끄는 점은 역시 김기덕의 <피에타>와 천만 영화 <광해>에 대한 두 영화제의 극과 극에 해당하는 대우에 있다. 먼저 <피에타>는 대종상에서는 찬밥 신세였지만 청룡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그리고 대종상에서 무려 15개 부분을 싹쓸이한 <광해>가 청룡상에서는 달랑 미술 부분 하나만 수상하는 데 그쳤다.

의아한 시선

두 영화제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의아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두 영화제 중 어느 곳이 더 공정하고 정확한가 하는 문제를 넘어 영화의 작품성 기준에 대한 근원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영화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과거의 아카데믹한 시선으로 보자면, 하나의 영화를 두고 두 영화제의 수상결과가 비슷하게 나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작품성과 경제적 가치를 함께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품인 보석 가공품은 어느 전문 감정가에게 감정을 의뢰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적인 두 영화제의 선정위원들의 평가 결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결과를 대중 앞에 내 놓았다. 올해는 대종상과 청룡상 두 영화제의 시간적 간격이라는 외생변수와는 무관하게 동일한 기간에 상영된 영화를 대상으로 한 결과니 만큼, 결국 두 작품 <피에타>와 <광해>를 대하는 두 영화제의 올해 선정위원들의 시각이 너무나 달랐다는 걸 의미한다. 이럴 경우 대중으로부터 각 영화제의 편파성, 또는 편향성의 문제가 제기됨과 동시에 관객들은 작품 평가에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갈팡질팡해질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대종상>의 피에타 찬밥대우에 있지 않다. 이는 좋게 보자면 아무리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영화제의 수상작이라도 한국의 대표적 영화제인 대종상은 한국 전문위원들의 독자적인 선정기준에 의한다는 문화적 자주 선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종상의 <광해>에 대한 편애가 너무 심했다는 점에 있다. 무려 15개 부분의 독식이다. 아카데미상의 경우만 봐도 다양한 부분에 노미네이트는 될 지라도 수상은 많아야 7 개 부문 정도에 그친다. 일례로 명감독의 명작이라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의 경우, 1993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이를 보면 <광해>의 대종상 독식에 대한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대중들의 반응은 일면 수긍이 간다. 이에 비하면 청룡영화제는 수상작 선정에서 어느 정도 대중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물론 공감과 공정은 별개의 차원이기는 하지만 대종상의 <광해> 독식 현상만큼 입방아에 오르내리지는 않으며 관객과의 원할한 소통에 성공했다고 본다.

한국 영화의 한류는 없나?

2012년 한국 영화계의 풍성한 성과를 세계 시장, 즉 개방적 시각에서 보면 전혀 상황이 달라진다. 그야말로 너무 초라하다. 사실 전문가적 시각에서 보면 한류콘텐츠 상품으로서 가장 경제성이 있고 또 성공하기도 쉬운 분야가 바로 영화다. 한데 한류 시대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 상품에의 기여도로 보면 그 첫째가 드라마고 둘째가 K팝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는 세번째로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한참 뒤쳐져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은 어느 정도 이해해 줄만 하다. 하지만 문화장벽과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이 비교적 적은 중국, 일본 및 동남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전혀 위력이 없었음은 많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특유의 화류(華流) 콘텐츠인 무협영화, 홍콩의 영웅본색 등의 르와르 시대를 풍미한 적이 있었고 설, 추석 명절 때마다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나 양자경의 예스마담류의 전성기가 있었지만 한국 영화는 아시아권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자체가 없다.

우리가 왜색(倭色)이라 담을 쌓고 있었던 일본 영화조차도 <러브 레터>같은 감성 멜로물이 성공했었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은 애니메이션은 아시아권에서 절대 강세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한데 한국 영화는 딱히 말할 게 없다. 이 부분은 한국 영화인들이 정말 각성해야 한다. 드라마에는 욘사마, 지우히메 같은 한류 스타가 있고 K-pop에는 범아시권을 휩쓴 동방신기와 일본의 보아 그리고 최근 전 세계를 말춤 열풍으로 강타한 월드스타 싸이(본명 박재상)가 있지만 영화에는 딱히 한류 스타 영화배우라고 칭할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에는 언제쯤 <캐러비안의 해적>에 나온 주우륜파 같은 월드 스타가 출현할까? 한국 영화는 더 이상 한반도의 반쪽 시장에서의 화려한 성공에만 자족해서는 안된다. 이는 건강한 상황도 아니거니와 자칫 위기나 쇄락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절반의 성공일 뿐이기에 하는 말이다.

내화외빈은 언제 끝낼 것인가? - 해외시장 개척에 신경쓰야

중국은 오우삼, 장이모우 감독이 세계 시장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미국 잡지 위클리 엔터테인먼트 선정 세계 100대 감독에 이미 왕가위가 44위에 올랐고, 일본만 해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한 미야자키 하야오가 36위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영화감독이 있다. 또 대만 출신으로는 <와호장룡>과 <브로크백마운틴> <색계>를 출품한 이안 감독이 세계 21위에 선정되었다. 특히 그의 작품 <와호장룡>은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2000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하였으며, 2001년 골든글로브상에서 감독상,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영화상·촬영상·음악상·미술상까지 거머 쥐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딱히 세계적인 유명 감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안 보이는 실정이다. 이를 보면 한국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 100년史 동안 유독 '한국 시장에만 안주해 왔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 한국 영화의 외연을 드넓히기 위해서는 일단 대종상과 청룡상 모두 <해외 수출상> 부분도 만들어 해외 수출을 특별히 장려할 필요가 있다. 또 제작사, 투자사 그리고 배급사까지 힘을 모아 한국 영화를 세계 시장, 아니 적어도 동아시아 시장에서라도 맹위를 떨칠 수 있게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특히 배급사로서는 해외 흥행에 성공한다면 국내에서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 질 것으로 기대되니 금상첨화다/ 김휘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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