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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과 K-pop한류

K-pop을 넘어 K 문화로 가는 계기가 되기를


【서울=빅뉴스】김휘영의 문화평론=10월의 마지막 즈음에 2012 창원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을 참관한 건 참 잘한 선택이었다. 안 그래도 H대 영자 신문사, Y대 등의 대학신문사에서 한류에 대한 분석과 전망에 관한 인터뷰 요청을 여러번 받았고 이에 응했던 적이 있었던 까닭에 한국의 안마당에서 열리는 이 경연대회를 직접 관람하며 세계 속의 K-pop 열기를 체험해 보아야 할 의무감 같은 것도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필자가 도착했을 때, 동아시아에서 가장 넓다는 시청 앞 광장인 창원시청 광장은 입추의 여지도 없이 꽉 차 있었다.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두 번째인 이 공연에서는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어 경연 참가팀 뿐만 아니라 시크릿, FT 아일랜드, 동방신기, BAP, 에이핑크, 오프로드, 엠블랙(무순) 등 K-pop 초대 가수들의 빼어난 공연을 매우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간간이 무대 화면에 나온 싸이 강남 스타일에 대한 플래시몹 말춤도 흥겨웠고 화려한 그래픽 조명과 멋진 무대 기획은 한국의 최첨단 IT 기술력이 K-pop 공연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특히 K-POP 한류의 최고 중심에 있다고 할 동방신기 그룹 대표로 나온 최강창민과 유노윤호의 공연은 SM이 키워낸 아이돌들은 가수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엔터테이너’로 보아야 한다고 했던 이수만 회장의 말이 절로 생각났다. 하지만 필자가 직접 경험한 동방신기 두 아티스트의 모습은 뮤지션(Musician)이 아니라 차라리 마술사(Magician)였다. 잘 생긴 외모, 멋진 의상, 힘찬 몸짓으로 뿜어내는 환상적인 안무가 주는 카리스마는 진정 마술사의 아우라로 설명하지 않으면 힘들 정도였다. 이에는 신기한 마술을 보는 듯 환호하는 관중들의 반응도 한 몫했음은 물론이다. 이건 K-pop 아이돌들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마술은 보고 즐기기에는 좋지만 소장가치를 못 느껴 음반 판매 같은 구매력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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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콘테스트? 콘서트?

칠레, 중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체코, 일본, 러시아, 벨라루시 등 모두 15개국에서 온 경연 팀들의 실력은 이게 경연인지 공연인지 헷갈릴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이는 곧 KBS 한류 추진단과 K-pop 가수들을 세계 시장에 제공해 온 기획사들의 협업이 효과를 잘 발휘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페스티벌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민속 의상을 입고 벌이는 가두 행진 같은 건 없었지만 경연 자체만으로도 참 볼 만했다.

그러나 심사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참가팀 가수들의 응답에서 보인 참가자들의 한국어 실력은 모두가 통역이 아니면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대에 미흡했다. 외국인들이라 그렇다치더라도 주체 측의 질문이 너무 틀에 박혀 있어 질의 응답을 통해 참가자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줄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컨셉을 준비하지 못한 점은 좀 아쉬웠다.

케이팝을 너머 케이문화로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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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이 페스티벌은 K-pop이 아직 세계 음악시장에서 메인 스트림에 끼어들지 못한 채, ‘우리들의 리그‘를 위한 국내 과시용 자축 파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더러 보였다. 필자가 보기에는 K-pop 한류의 위기가 예상보다 더 빨리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올 정도였다.

흥미로운 건 K-pop 하면 떠올리는 남녀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아닌 아이유의 ‘좋은 날‘, 시스타 효린의 ’널 사랑하겠어‘, 심지어 남성 솔로 가수였던 이승기의 ’넌 내 여자니까’(일본 이무라 교코) 같은 노래도 참가곡으로 제법 등장했고, 더구나 이들은 모두 가창력까지 인정받아 높은 단계의 수상까지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외국인들의 K-pop 열기가 한국의 3대 기획사가 키워낸 걸 그룹이나 아이돌 남성 그룹에 의한 경쾌 발랄한 댄스곡 위주일 거라는 선입견을 깨 주었다. 결국 K-pop 아이돌 그룹에 특화된 강렬한 비트와 특유의 화려한 안무 위주로 된 노래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정서에 호소하는 곡들이 여전히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음악성’이라는 기본기에 충실하는 게 매우, 그리고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며 K-pop 문화 컨텐츠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획사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강남스타일과 One More Night

유투브 조회수 6억회를 넘긴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SM,YG,JYP가 주력하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컨셉을 갖고 있다. 게다가 강남스타일을 계속 빌보드 2위에 머무르게 만드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얄미운- 곡인 마룬파이브(마룬5, Maroon5)의 원 모어 나잇(One More Night)이 상당히 구식(old-fashioned) 스타일의 팝송이라는 건 깊은 의미를 시사한다. 청바지에 기타를 들고 나오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애절한 고백을 담은 가사(Lyrics), 특별한 기교나 립싱크 없이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창법, 최첨단 과학의 세례를 받지 않은 고전적 컨셉의 뮤직 비디오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이 곡은 강남스타일과 그리고 K-pop 아이돌 그룹 스타일과도 완벽한 대척점에 있다. 그리고 2012년 제54회 그래미상을 휩쓴 싱어송라이터 아델(Adele)도 매우 클래시컬한 컵셉을 갖고 있다. 더구나 아델은 한국 나이로 25세(88년생)로 한국 아이돌, 그리고 걸그룹과 비슷하거나 더 어린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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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다양성 확보가 열쇠

물론 세계 언어계의 외딴 섬 같은 한국어를 쓰야 하는 K-pop의 한계를 멋진 리듬과 화려한 안무로 극복해가고 있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인위적인 기획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은 인간 고유의 감수성에 호소해야만 감응되는 영역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K-pop의 저변 확대에 상당한 장애로 작용해 그 성장과 생명력에 한계가 있을 것은 불문가지다. 이 문제점을 극복하고 K-pop이 세계 문화계 속에 큰 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시도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이돌 컨셉과는 전혀 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성공도 그 예다. 주로 3대 기획사에 의해 장르의 다양성이 질식당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시장에 제공되고 있는 게 K-pop 한류의 현실이다. 현재의 도식화된 K-pop 컨텐츠 공급에만 집착하다가는 일정 시기가 지난 후, 세계 도처의 한류팬들이 이에 쉽게 싫증을 내게 될 지도 모른다. 필자의 우려가 제발 기우에 그치기를 빈다 / 김휘영 대중문화평론가

P.S) 요즘 애착을 갖고 있는 K-pop 한류 분야라 새로운 내용을 좀 더 보완했음을 밝힙니다. 이 분야는 곧 책으로도 발간될 겁입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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