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타블로-타진요와 나가수 열풍으로 보는 한국 사회

타진요 현상과 나가수 열풍은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


[김휘영의 문화평론]부경대학교 기자의 인터뷰 요청과 타진요
타블로 학력위조 의혹을 둘러싼 법정 공방의 결론이 12월로 연기됐다. 미국 법원의 판정을 받은 졸업장 진본을 구입한 후에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필자가 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0년 10월 30일 부경대학교 신문사의 이** 기자로 부터 타진요 현상에 대한 필자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고서였다. 인터뷰의 요점은 1) 연예인에 대한 반감과 2)지나친 학력콤플렉스가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데 문화평론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타진요 카페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그 당시 회원이 무려 23 만 명에 육박했던 걸로 기억한다. 디워 논란이 한참 뜨거울 때 디워팬 카페 회원이 8 만 명 정도였는데 이에 비하면 무려 3배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미성년자는 아예 가입이 금지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일반적인 카페로 추산한다면 능히 30 만 명 정도를 초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게 정말 보통 현상이 아님을 직감했다. 더욱 놀란 건 이 카페에 올라온 자료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떤 경로로 획득한 것이었는가 하는 놀라움이었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타진요 게시판에 올라 온 내용을 어느 정도 둘러보고 나니 솔직히 이 인터뷰 요청에 응할 자신이 없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분석해서 올려놓은 글과 동영상 등의 자료를 보고 나니, 어느새 필자마저도 타진요의 주장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든 것이다. 아마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 중 필자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꽤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MBC 기획 프로그램
급기야 공중파 방송인 MBC에서 이 문제를 기획하여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를 방영했고 역시 주된 요점은 타진요가 약간 정신질환 징후가 있는 악플러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는 시각 일변도였다. 이는 여러 신문들의 논조도 마찬가지였다. 이 프로에서 타블로는 스탠포드 대학까지 직접 가서 성적증명서를 발급받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불식되기는커녕 점점 활활 타올랐다. 이에는 하필이면 방송사가 몇 가지 조작의혹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MBC였다는 점도 제법 작용했으리라 본다. 필자의 느낌을 솔직히 말하면 이 프로를 보면서 오히려 약간의 의아함이 생겼던 것은 사실이다. 필자도 서울대 학력의혹을 제기하는 블로거에게 시달림을 받아 왔기에 그 느낌을 어느 정도 아는 데, 만일 필자가 타블로의 입장이 되어 방송장비를 대동하고 서울대, 즉 모교에 갔다면 매우 당당하고 의기양양함이 나도 모르게 표출되었을 것이다. ‘이제야 말로 나에 대한 모든 의혹을 보란 듯이 벗겨 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나 자신감. 그리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한 홀가분한 기운이 충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방송된 타블로의 모습을 보면 이런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뭔가 불안해 하고 초조함 같은 게 많이 전해져 왔음은 필자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게다가 필자가 서울대 재학시절, 서울 법대 가짜 학생사건을 들어 알기에 주변 인물들의 확인으로 학력을 인증하는 방식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그 가짜 서울법대생은 신림동 고시공부생이었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4년간 강의도 수강하고 교수나 학생 그리고 식당 아줌마 매점 등의 모든 사람들이 서울대 법대생으로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서울대 법대 졸업앨범에 사진까지 넣으려다 발각된 사건이었다.

불과 몇 분 후의 결정적인 결과를 보면 타블로의 초조해 보였던 모습은 순전히 연출자의 잘못 때문이었으리라 판단된다. 마침내(Finally) 타블로는 공중파 카메라 앞에서 스탠포드에서 성적증명서를 발급하는 데 성공했고 이로서 필자가 가졌던 작은 의혹조차도 허공으로 사뿐이 날아갔음은 사실이다. 이후 이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 진화했고 검찰이 개입해서 봉인된 졸업증명서까지 발급받아 진본이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완전한 의혹해소에 실패했거나 혹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재 12월의 4차 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문제라 필자가 가타부타하기엔 한계가 있다.


.
우리 앞에 던져진 숙제- 타진요 현상
문화현상을 분석해 내야하는 문화평론가 입장에서 파악한 ‘타진요 현상’에는 네티즌들의 단순한 시기심 등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회적 모순들이 뒤얽혀 있었다. 이들 중에 중요한 것으로는 미디어의 지나친 상업주의와 그 종사자의 무책임, 거짓을 유혹하고 있는 현대 사회 및 한국만의 특수한 모순 등이었다.

필자는 타블로의 스탠포드 학력이 진실임을 믿는다. 아니 설사 의심이 들더라도 믿을 수밖에 없고 또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중요한 점은 타블로의 학력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논쟁이 타블로 개인과 타진요, 타고발, 타진알, 상진세 등의 소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문화평론가, 언론 기자들, 그리고 공중파 미디어, 국회의원, 심지어 대통령까지 언급했을 정도로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안임은 분명하기에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이런 갈등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중재해 줄 공신력있는 권위의 회복이 시급하다. 물론 이렇게 될려면 과거의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순수하게 IT 등에 관련한 기술적인(technical) 부분까지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김휘영 학력위조 블로거와 우리들의 문제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을 둘러싼 문제는 사실상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 중 어느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바로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타블로 개인의 의혹에서 그 화살이 타블로의 가족들에게까지 향한 건 정말 잔인한 폭력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학력위조 의혹 문제로 오랫동안 상당한 고통을 받았고 이 문제로 가족과 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이상한 블로거는 2010년 2월 24일 이후 네이버 인물검색에 필자의 학력사항이 등재되고, 이 사실에 대해서 댓글 형식으로 네이버에서 김휘영으로 검색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고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도 계속 댓글만 지우고 이 포스팅을 의도적으로 내버려 두고 있다. 가능한 법적으로 까지 가고 싶지는 않지만 고소를 해서 이 분의 얼굴이라도 한번 확인해 보고 싶은 게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현재 필자에 대한 네이버 인물상세검색에 등재된 내용은 2011년 7월 22일로 혈액형과 좌우명 등이 추가되었다)

필자를 모욕하는 이 블로거는 오랫동안 김휘영으로 네이버 검색하면 맨 상위에 올라온 블로거 였기에 본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쇼를 하라, 김휘영씨!"라는 도발적인 제목과 함께 내용으로는 "요즘은 그런 쇼에 KTF에서 돈 안줍니다!"라는 모욕적인 조롱과 함께. 심지어는 항의 댓글에 "김휘영이 제 무덤을 파는 군요!"라는 폭언까지 퍼부었다. 필자에게 퓨전 문화에 대한 모 방송국 작가의 인터뷰 요청과 현대 모비스(HYUNDAI MOBIS)같은 사보에서 오던 원고 청탁도 이때를 즈음하여부터 뚝 끊겼다. 사실 많은 사람이 보는 매체일수록 세간의 평가에 조금이라도 더 신경쓰리라는 건 상식에 속한다. 시사문제를 평론하는 사람에 대한 대중의 평가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아래 이미지 파일의 날짜를 보면 이런 폭력이 무려 4년이나 지속되어 온 것이다.

아래는 어떤 분을 웃겼다는 학력위조 문제에 대한 필자의 칼럼 부분이다. 빅뉴스 뿐아니라 여러 카페나 게시판에도 있을 거로 생각되니 확인해 보기 바란다. 한 글자도 바뀌지 않은 원문을 복사해왔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 가짜 학위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진짜 찾기 아니, 정확히 말해서, 가짜 배제하기 열풍에 우리 한국 사회는 김옥랑이라는 의식 있고 유능한 문화 인사 한 분과 뛰어난 연극배우 윤석화라는 귀중한 문화자산을 잃어 버렸다. 필자는 이 진짜 가짜 학위 사태의 광란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면서 현재 한국 사회의 삶이 너무나 팍팍해져서 이젠 기득권들조차도 살기가 벅차서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 관용이나 여유를 잃고 있는 어두운 일면을 확인한다."
-"디워(D-war)와 H-war, 용과 드래곤의 신화" (2007.08.20, 빅뉴스)

특히 서울대 의예과를 졸업한 동생도 이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동생이 직접 올린 항의 댓글도 무시하고 이 포스팅을 계속해 왔음은 물론이다. 필자가 김옥랑 윤석화 님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선의(善意)조차도 손쉽게 왜곡되고, 필자가 23 세라는 거짓된 정보는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다. 이를 보면 나름대로 상당히 필자를 추적하고 연구했음도 확인 가능하다. 이것 말고도 필자에 대한 해괴한 중상모략을 일삼은 블로거들은 정말 많다. 해괴한 논리로 조롱을 일삼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역시 항의 댓글은 삭제한다고 김휘영의 문화평론 팬까페 회원들은 전한다. 대부분이 티스토리나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차단이 되는 폐쇄형 블로거나 게시판 등에 등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종류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 필자뿐이겠는가? 그리고 이런 일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어떻게 자기 일을 다 할 수 있겠는가? 정말 피곤한 세상이 되었음은 확실하다.

필자가 이런 고통을 몸소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진요 등 타블로의 학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현상에 대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내놓은 진단에는 많은 중요한 것들이 간과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학력에 오늘날의 특권층이랄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인 타블로에 대한 질투와 시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식의 단순한 시각에 필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 시각은 현대 사회는 물론 한국만의 특수한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고찰이 기초되지 않은 채, 일종의 지적 게으름에서 오는 너무나 피상적이고 성급한 결론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확인해 본 바로는 시기나 증오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이 일을 진행하고 있는 분들도 상당히 많이 확인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렇다고 그 방법까지 모두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니 절대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데 타진요 회원들의 타블로에 대한 학력검증 방식은 크게 봐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단정할 만한 내용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



진실을 위협하는 것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John Naisbitt)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를 「메가트렌드(Megatrends)」라 표현하며 같은 이름의 저서에서 미래 사회를 하이테크-하이터치의 속성이 중요해지는 사회가 될 것으로 규정했다. 기술이 더욱 진보할 것이고 이에 비례해서 인간적인 정서적 터치를 더욱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88 올림픽 시절 근방에 읽었으니 인터넷의 위력이 지금처럼 막강하지 않을 때였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2년간 올랐으며 전세계적으로 800만권 이상 팔린 이 책에서 예측한 대로 세상이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최근 한국 사회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있는 임재범 열풍 또한 이 가수의 탁월한 가창력이라는 기술 뿐만아니라 그의 삶에서 풍겨 나오는 진실성이 대중의 감성을 울리는 데 성공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현대는 기술이 점점 발달해 감에 따라 진실을 위협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져 버린 세상이 되었다. 이럴수록 사람들의 진실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지는 건 당연하다. 더군다나 과거 정보부나 경찰 등 특정 계급이 독점해 왔고 또 그들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를 소위 신상 털기에서 보듯이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즉 이제는 사회에 나온 정보와의 불일치를 판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일반 대중에게도 주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밝혀진 작은 팩트들을 끼워맞추는 과정에서 스토리로 변질되고 확대될 소지가 너무나 커졌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진실 여부를 확인하고 결정해 줄 공인된 권위를 위협하고 있는 것들도 너무 많아 졌다. 이건 세계적인 골치꺼리로 등장했지만, 위키리크스에서 보듯 인류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타진요 현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진단하기 위해서 일단 한국 사회에서 확인되어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보자.

1. 연예오락프로의 지나친 상업주의-- 사실 타블로 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시발점이 된 사안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나온 타블로에 대한 몇몇 의혹은 결코 타블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패리스 힐튼을 우습게 본다는 4억 명품녀 사건은 방송사 작가의 연출 조작이 가장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 인해 4억 명품녀의 인생이 심하게 파괴되었다. 타블로 가족 또한 격심한 고통을 받았다. 미디어의 상업주의를 위한 선정성과 부풀리기에 희생된 4억 명품녀와 현재까지 시달리고 있는 타블로가 방송사를 상대로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이나 인기를 위해 이에 적극 협조하거나 방조한 타블로나 4억 명품녀의 책임이 면죄되는 건 아니지만, 이건 정말 미디어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에 해당한다. 심지어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MBC 100분 토론에서 조차도 시청자 의견 조작이 행해졌다. 다른 프로도 아니고 여론형성을 담당하는 프로마저도 여론 조작을 기획하는 부정을 저지르다니, 이건 완전 막장까지 간 것이다. 부끄럽게도 우리 한국인은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다. 더 이상 미디어 종사자들의 개인적 소양과 책임의식에 맡겨만 둬서는 안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조작에 대한 처벌의 강도가 높아져야 하고 의식있는 시청자 단체가 결성되어 모니터링이나 옴부즈맨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2. 사회 저명인사들의 학력위조 사건- 신정아, 정덕희, 김옥랑, 윤석화, 이창하, 심지어는 한국 사회의 온갖 일에 궤변을 쏟아냈던 진중권 까지 한국사회의 많은 저명인사들의 학력위조가 드러나 곤욕을 치루고, 진중권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자신이 올라가 있던 무대에서 퇴장해야만 했다. 이중에서 신정아 사건은 예일대 학력 증빙 관계자의 서명과 관인까지 있었음에도 위조로 드러나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젠 무얼 믿어야 하나?" 라는 회의가 드는 지경까지 도래한 것이다. 필자는 김옥랑, 윤석화, 정덕희 같은 아까운 사회 문화 자산들을 학력위조 문제 때문에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하는 칼럼을 발표했다가 오히려 필자의 학력위조에 대한 의혹만 부채질하고만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이창하는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러브하우스>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었고 진중권은 모두가 사실일 것으로 믿고 검색하는 네이버 인물검색에 등재되어 있던 사항(베를린자유대학교 철학 박사)이였기에 사회공신력의 붕괴라는 측면에서 더욱 심각했다. 신뢰가 21세기 국가 경쟁력으로 주목받은 건 오래다. 신뢰(trust), 이는 21세기 모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역사의 종언(終焉)'이란 책으로 전 세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경제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Fukuyama)는 신뢰(Trust)야 말로 사회를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한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규정했다. 구미의 선진국이나 일본 사회는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혈연이나 학연이 아닌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널리 쓰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했지만, 한국이나 중국 그리고 이태리 남부 지역 등은 신뢰성이 낮고 그로 인해 사회발전의 한계가 컸음을 지적하고 있다.

신뢰는 일류 국가로 가는 기본 조건

우리는 통상 일본산은 신뢰하지만 중국산 돼지고기나 어류 등 식품이라면 마음놓고 먹기에 게름칙하다. 이처럼 중국이 중진국 수준을 넘어서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신뢰(Trust)임을 모르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이 신뢰가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그런데 한국은 사회 저명인사들 부터 신뢰를 담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는 나라다. 선진국일수록 거짓에 엄한 처벌과 혹독한 대가를 지불시키는 문화를 갖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같은 후진국일수록 거짓이 판치고 또 거기에 관대하다. 세계적으로 축구 경기에 부정이 많은 나라 또한 이탈리아와 중국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축구경기 조작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급기야 전 국가대표인 최모 선수까지 개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매우 젊은 선수들이 오직 돈 때문에 페어 플레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팽개치고 이런 일에 개입해 왔음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전 국가대표라는 명예는 코치 감독 등의 지도자 생활까지 충분히 가능한데 돈에 가치를 팔아먹은 일은 참 안타깝다. 프로게이머의 경기에도 경기 조작으로 유명 선수가 구속되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국가 이미지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택시 미터기도 광범위하게 조작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어제는 거금을 받고 가요순위 를 조작해 온 일까지 발각되었다.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사실 젊은이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연예계의 부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만큼 일상화되어 있다.

3. 위증과 무고가 성행하는 사회-- 한국의 재판은 유독 위증과 무고죄가 많다. 생각보다 거짓말의 심각성과 이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돈을 받고 위증을 해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돈을 대가로 거짓 증언을 하지만 상대방은 일생이 좌우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대통령이 거짓말로 실각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근 메이저 리그의 홈런타자였던 배리 본즈가 약물 혐의보다는 위증 혐의로 더 심각한 문제에 처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정직을 강조하는 사회니 만큼 위증은 매우 엄하게 처벌하는 사회가 미국이다. 최근 들어 한국도 무고나 위증에 대한 처벌의 강도를 높였다. 사회상의 변화를 생각하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4. 위조가 너무나 쉬워진 세상- 과거엔 위조라 하면 위조 전문 기술자들에 의한 위조화폐를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포토샵 기술의 발전으로 초중고생들이 가짜 성적표를 뚝딱 만들어서 부모를 속이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위조 문화가 생활 깊숙이 청소년의 세계에 까지 침투한 것이다. 이러니 이젠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관인이 찍혀 있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직업 모델들의 화보에 포토샵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공된 몸매에 일반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입법 취지였다.

5. 위조 브로커들의 등장-- 얼마 전 부산에서 대규모 위조 전문 브로커들과 주문자들이 검거되었다. 중국에 거점을 둔 이 조직은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데 여권 위조는 물론이거니와 웬만한 졸업증명서 위조는 온라인으로 30만 원 정도만 대가로 건네면 간편하게 인터넷 주문으로 길어야 일주일 안에 택배로 안방까지 배달될 정도라고 언론에서 밝히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브로커까지 끼여 있으니 서로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서도 이런 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올지 10년 전에는 상상하기 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6. 해커로 인한 데이터베이스 자체의 조작이 가능한 시대- 최근은 졸업장 등을 위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인증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서 데이터 자체를 바꾸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인근 교회에 있는 여학생 4 명과 토론을 하던 중 누군가 질문을 했다. 타진요에 동시접속해서 보다가 Daniel Lee라는 인물이 나오고 부터 조금 심각해 졌다.

여대생 A: "만일 데이터 베이스 자체가 조작되었다면 어쩌지?"
대답이 걸작이었다.
여고생 B: "그건 진짜라는 뜻이지!"

필자는 이 대답에 깜짝 놀랐다. 한데 좀 더 생각하니까 필자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매우 합리적인 대답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는 지금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필자조차도 이러한데 스펙쌓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20대 젊은이들의 느낌은 어떨지 상상해 본다.

7. 성형 공화국 - 다 알다시피 한국만큼 성형이 만연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다. 이제 한국의 여자 연예인들에게 성형은 기본이라 할 정도로 일반화 되었다. 현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적당한 미인’이 ‘상당히 우월한 미인’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많은 누리꾼들에게 Before /After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성형외과 광고 에이전트 역할을 이들 네티즌들이 대신 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쓴웃음이 나올 정도로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초중고 시절의 앨범사진이 함께 등장하는 걸로 봐서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의 시기 질투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성형 비용을 대 준 것도 아니고 또 성형에서 초래될 지도 모르는 무서운 부작용을 자신들이 감당할 것도 아니면서, 그녀들과 그들의 결단에 제 3자들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물론 이것도 '정당한 방식으로 기회를 잡고 성공하라'고 주장하는 왜곡된 정의 관념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이젠 예능 프로에서 "쌍꺼풀만 살짝 했어요!"라는 식의 고해성사(?)가 오히려 솔직하다고 인기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성숙해졌다. 하긴 요즘은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 선물로 성형수술을 해 준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만연해졌으니 "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 라는 시대가 온 건지도 모른다. 참고로 필자는 성형을 개인의 선택에 속하는 문제로 생각하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8. 표절이 만연한 사회 - CNBLUE의 출세곡 '외톨이야' 와 이효리 컴백 뮤비의 경우에서 보듯 대중가요의 무수한 표절시비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젠 예술작품에도 가짜가 활개를 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경우는 유명 연예인과 또 이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인 이익과도 연관되어 있기에 마이클 샌덜 교수가 말한 '정의'라는 관념에서도 대중의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부분 징계나 처벌보다는 흐지부지 끝났다. 선진사회에서는 표절은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 한국 사회가 이에 대해 너무 관대한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기사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정당한 노력이 아니라 표절을 통하여 부와 인기를 거머쥘 수 있는 길이 공공연히 열려 있는 사회가 급속도로 타락해 갈 거라는 데 이견이 없다.

9. 광우병과 천안함 사태의 교훈-- 새 정부 출범 이후 무려 100 일이 넘게 지속되었던 촛불시위를 불러 일으켰던 광우병 시위가 공중파라는 MBC의 PD수첩에서 촉발되었다. 하지만 오랜 법정공방 끝에 허위와 조작이 많이 가미된 편성으로 판가름 났다. 이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과 허탈감을 안겨 주었고, 그동안 공중파 방송국이 누려 왔던 권위의 일각이 무너져 심하게 흔들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성인들이야 공중파방송에서도 조작이 있다는 건 으례 아는 일이지만 이젠 초등학생들도 "이거 TV에도 나온 일이거든"하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 발표의 진실 논란 또한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권위에 대한 총체적 부정을 반영하고 있다.

10. 거대한 로펌의 등장 - 돈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거짓을 옹호 받을 수도 있는 전문 기 술자들로 구성된 조직이 활성화된 것이 로펌의 실체인데 이는 자본주의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돈을 이용해서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도 있는 세상이다. 미국의 O. J 심슨이 무죄로 풀려난 세기의 재판은 그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물론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 사건의 진실을 모른다. O.J 심슨의 고백이 있기 전까지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가상 세계의 위협에 대한 심리적 저항으로 본 타진요 현상
점점 심화되고 있는 이런 점들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현대 사회는 점점 가상의 세계와 진실한 현실 세계의 구분이 힘들어 지는 환경으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인간의 심리상 이런 추세에 대한 강렬한 반발이 일어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시대적 변화 자체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없다면 타진요 현상을 제대로 분석해 내기 힘들다. 어쩌면 이들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유명 연예인에 대한 단순한 시기 질투가 아니라 가짜가 진짜를 이기고 횡행할 수 있는 이런 사회에 대한 심리적 반발과 저항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타진요 카페에는 중에서 이런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이 많음을 확인했다. 물론 이런 명분 뒤에는 시기와 질투와 사회적 박탈감에서 오는 과도한 분노가 함께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따지면 세상에 비난받지 않을 일이 거의 없다. 인간은 원래가 자신의 건전치 못한 목적을 그럴싸한 명분으로 위장하는 일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종(種)이다. 중요한 건 정도의 문제이다. 이런 명분이 강할수록 그에 비례하여 잔인함에 무감각해질 위험성이 높아지는 점은 십자군 원정 등의 인류 역사가 증명한다.

나가수 열풍과 타진요 현상의 유사성과 차이점

최근 나가수를 중심으로 한 임재범, 박정현 등의 스타로의 부상 또한 오랫동안의 아이돌들이 비쥬얼적인 경쟁력에 치중해 온 데에 대한 반감과 가창력을 갖춘 진정한 가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타진요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립 싱크의 만연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추세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하나의 신드롬이랄 수 있는 대중들의 나가수에 대한 열광은 내심 이에 대한 반발이 매우 강했음을 반영한다. 사실 립 싱크와 아이돌의 부상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라기보다는 SM 같은 대형 기획사와 연예 미디어 종사자들 사이에 부패의 검은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충분히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다른 음악 장르가 아예 고사를 해버렸으니 이는 대중가요 생태계의 급격한 파괴라 불릴만 했다.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는 종(種)의 다양성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사실 연예계만큼 로비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을까? 필자의 친구 중에 피디가 있기에 이 계통의 어두운 면을 잘 안다. 장자연의 자살은 정치나 언론권력때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PD나 감독 등의 절대 권력자와 기획사 그리고 그 하위 신분인 연예인들과 그 지망생들에 대한 고질적인 부패구조인 연예권력의 희생양이라는 게 친구의 의견이고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이 친구가 알고 지내는 한 PD는 집에서 잠자는 날이 한 달에 이틀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제 2 제 3의 장자연이 이런 구조 속에서 타협하거나 희생되고 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
오랫동안 무대 뒷편으로 밀려나 있었던 가수들의 가창력이 이렇게 대중가요계의 변혁을 불러일으키는 큰 동력이 되고 있는 현상 또한 표면상의 모습은 다르지만 가수의 ‘정통성=진짜’의 회복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이 나가수라는 미디어의 기획을 만나 폭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통성 시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진짜와 사이비의 구별이고 이는 역사적으로 세력 판도의 강렬한 변화를 초래해 왔다. 위조 가능성에 대한 피해의식과 사이비에 대한 반발은 진실과 정통성 회복에 대한 갈망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비슷하다. 타진요가 기존의 권위를 누렸던 당국의 결정에 반발하고 오로지 네티즌들의 참여와 분석을 바탕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과 나가수 또한 기존의 방식이었던 전문가 집단에 의한 결정보다는 대중의 평가에 의한 순위 결정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유사한 속성이 많다. 다만 나가수가 부작용이 적은 반면에 타진요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가와는 별개의 문제로 파악되어야 할 사안이다.

학력 차별 사회에서의 연예인과 '공정사회'의 의미
아무리 부정해도 한국 사회에서 학력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다. 이는 유명 연예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김태희가 서울대라는 학벌이 없고서도 저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갔으리라 믿을 한국인은 거의 없다. 오늘날의 타블로 또한 저 정도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에는 스탠포드라는 학력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더구나 그는 공부에 관한 책까지 내서 베스트셀러가 됨으로써 상당한 경제적인 이익을 얻었다. 이 또한 그의 학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이런 점은 대중에게 타블로의 성공이 과연 '정의' 관념에서 정당하게 이루어 진 것인가 하는 반발과 의혹을 불러 일으켰으리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이 반발은 타블로를 출연시킨 여러 예능 프로들이 랩 가수인 타블로의 예술적 재능보다 스탠포드 대학이라는 학벌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기획한 데서 비롯된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어찌 보면 타블로가 받았던 고통들의 상당 부분은 시청률 지상주의에 경도된 여러 미디어들의 희생양 역할을 하게 된 데서 온 셈이다. 물론 이 대가로 타블로는 더 유명해지고 돈도 더 벌게 된 건 사실이다.

요즘은 모 연예인의 부친이 어느 은행장이라든지 하는 소위 파워 엘리트 집안의 아들 딸인 연예인들 목록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 목록에는 최고의 주연 배우들을 모아 놓은 것 같다. 이들이 안성기 등의 중년 배우가 아니라 이삼십 대 젊은 남자배우들이 대부분인 건 배우가 과거의 딴다라가 아니라 스타로 대접받는 신흥귀족으로 부상했기 때문이고 이들의 부상 시기와 맞물려 영화가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시기로 바뀌었기 때문인 것과 관계가 밀접하다고 판단된다. 많은 재능이 필요한 가수가 아니라 유독 배우에 집중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인데 이는 연기라는 게 특별히 토익 점수 등과는 다르게 객관적인 실력을 가늠하기 힘든 속성이 있고, 드라마 PD나 영화감독의 '발탁'이나 '선택'이 연기자의 운명을 좌우하는 직업이라는 것과 관련이 깊다. 파워 엘리트로 밝혀진 대로의 자산이 있는 집안이라면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에 투자하거나, 가령 은행이라면 대출을 해 주는 방식 등의 합법적인 편의를 제공하고 대신 자식을 주연으로 발탁하는 등의 거래가 충분히 이루어 질 개연성을 간과할 수 없다. 한번만 주연 배우가 되고나면 그 이후 계속 주연급 배우로 대접받을 수 있으면서 부와 명예를 손쉽게 거머질 수 있는데, 부자 집안에서 이른 쉬운 방식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파워엘리트 집안에서는 사실 자식 스타만들기 같은 거래보다 남는 장사가 없다. 어림잡아도 이런 거래로 스타로 부상한 경우가 제법 많을 것이다. 이를 보면 연예계만큼 공정사회의 틀이 무너져 있는 분야가 없는 것 같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상 대책이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보통 수준의 부모를 가진 무수한 젊은이들에게 심한 박탈감을 안겨 줄 것임은 확실하다. 청춘들이 가장 선망하는 스타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10년 전만 해도 겸양의 덕이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점들이 대중 앞에 잘 밝혀 지지 않았는데 요즘은 호화별장까지 공중파를 타고 공개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것 또한 미디어의 저급한 상업주의에서 비롯되고 있음이다.

시기 질투와 민주주의
연예인들의 성형 여부에 대한 집요한 추적이나 타진요 현상에 네티즌들의 시기 질투가 어느 정도 끼여 있으리라는 건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시기, 질투가 언제나 나쁜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알고 보면 인간의 시기와 질투심은 많은 경우 결과적으로 좀 더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 더 근원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원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인간이 가진 많은 욕망들을 부정하고 억누르기 보다는 이를 인정하고 잘 조합하고 조화시켜 인류 발전에 이롭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타진요 현상이 우리 사회에 결코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물론 타진요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목표가 아무리 선의에 기반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이 자행되고 또 억울하게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다면 그것 또한 법적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타블로의 몇 몇 네티즌들을 향한 고소가 충분히 이해되고 또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점에서 타블로 사건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이 논쟁이 더욱 불붙게 하는 데 일조를 했던 MBC 성기연 PD의 말은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온라인의 순기능을 부정하려 한 건 아니에요. 그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요소들이 있다는 겁니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못 믿겠다는 정의감이 잘못 발현되면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인터넷은 양날의 검입니다.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고 비대면성은 자칫 위험해질 수 있죠. 이런 인터넷 공간의 성격에 언론에 대한 불신과 병역 등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이 합쳐지면서 문제가 커진 겁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언급한 대목에서 보듯, 언론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상당부분 초래하게 만든 공중파인 MBC 소속 PD로서의 일종의 자탄이나 회한의 흔적도 나타나 있는 것 가다.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에서 파생되고 있는 현상들과 이에 대한 논쟁을 중요한 주제로 삼아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분석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또 학력차별을 최대한 철폐해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 필자가 앞에서 밝힌 10가지 문제들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해결해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의 확충과 입법 등 제도적인 차원의 보완이 충분히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확실하다. - 김휘영 문화평론가(wepass@naver.com)

p.s>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 편에서 발급된 증명서는 졸업증명서가 아니라 성적증명서를 오판한 것이므로 이를 바로 정정했음을 밝혀드리니 오해없기 바랍니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