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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와 <의형제> 그리고 한국 관객

충무로는 아바타와 관객이 주는 메시지를 새겨 들어야


【서울=빅뉴스】(김휘영의 아바타 특별기획➀) 아바타와 의형제, 헐리우드와 충무로

간만에 만난 친구와 식사하다가 옆 테이블의 앉아 있던 여고생들의 영화에 대한 재잘거림을 우연히 듣는 행운을 혼자 누리기는 너무 아까와 이를 생생하게 옮긴다. <아바타>가 24일 아침 현재 누적관객수 1291만 9280명(영화진흥위원회)으로 <괴물,2006년,봉준호>의 1301만 명에 불과 10만명을 남겨두고 한국 영화계의 역사에 커다랗고 쓰라린 흉터를 남기는 일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아바타,AVATAR>, 그에 맞서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는 <의형제>, 그리고 한국의 유명 배우 <강동원과 송강호>에 대한 어느 여고생들의 솔직한 대화다.

대화 (가) : <의형제, 장훈 감독>
학생1: 나 어제 친구들이랑 의형제 봤는데, 의형제 봤어?
학생2: 아니.
학생1: <의형제>, 진짜....... (웃음)
잠시 후 여고생 1,2,3이 거의 동시에 외친다. 강.동.원!

대화 (나) : 남신(男神) 강동원 : 이 대목에서 속도가 급속히 빨라진다

학생1: 강동원은 진짜 완전 남신임, 남신!
학생2: 처음부터 끝까지 후줄근한 T만 입고 나온다며?
학생1: 어! 유부남 같지 않음. 완전 우월한 기럭지 있지?
학생2: 아, 극중에서 유부남이라고? 강동원 말고 영화 자체는 어떤데?
학생1: 으응, 난 강동원 보러 간 거라서. 강동원 나올 때마다 ‘남신!’ ‘남신!’ 거렸거든.
근데 영화 자체도 무척 재밌음.
학생3: 너희 <전우치>는 안 봤어?
학생1,2: 당연히 봤지.
학생3: 나도 강동원 볼려고 <전우치>봤거든.
학생1: 나두! 근데 거기선 강동원이 너무 뺀질뺀질하게 나와서 별로. <의형제>가 진리야, 진리! <늑대의 유혹>다음으로 최고 인정.
곧 대화가 필자의 관심이 높은 화제의 영화 <아바타>로 이어진다.

대화 (다) : <아바타, 제임스 캐머런 감독>

학생3: 아바타 봤지?
학생2: 응.
학생1: 나 3D 안경 끼고 잤잖아(웃음)
학생2: 3D면 비싸잖아. 근데 잤다고?
학생1: 내 말이 그 말이야. 초반에 너무 지루해서 잠들었는데 나중에 깼더니.......
그 다음에 내용 이해가 안돼서 계속 잤다.
학생2.3: ㅎㅎㅎㅎㅎ
학생2: 난 <아바타> 진짜 재밌던데. 보는 내내 우와! 우와! 하면서 봤어.
학생3: 아바타 진짜 짱이지 않냐? 레전드야, 레전드! 진짜 안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는 처음이야.
학생1: 내가 아바타 보기 전에 포털사이트에서 <아바타>평 검색했거든. 거기에 추천이 이미 1000명을 넘었고 비추천이 52명 이었어. 설마 내가 그 52명에 들까 하면서 <아바타> 보러 갔었는데....... (웃음)
학생2: 진짜 대단하다. 3D안경을 끼고 자다니, ㅎㅎㅎ

대화 (라) : 명배우 송강호

학생1: 너 영화 볼 생각 없어?
학생2: 왜?
학생1: <의형제> 봐라, 나 어제 봤거든. 송강호 연기 완전 짱!
학생2: ........?
학생1: 송강호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실제) 같애.
학생2: 맞아,, 나도 정말 송강호 좋아해. 송강호가 출연하는 작품은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라는 믿음을 주잖아. 난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보러가.
학생3: 그건 맞아, <괴물>에서 송강호가 병원에 가서 하는 연기 봤어? 진짜 연기력 하나는 송강호가 완전 신이다! <우아한 세계>에서 라면 먹다가 열받아서 던지는 연기 봤어? 대박!
학생1: 던진 라면을 다시 치우는 연기가 더 일품이었지 ㅎㅎ 그 찌질함의 연기조차 최고봉!

[김휘영] 조각같은 꽃미남 배우 캐릭터가 아닌 종합적인 연기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배우 송강호에 대한 평(評)이다. 연기력에서 한국 최고의 남자배우라는 칭호가 결코 부끄럽지 않은 송강호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넘버3,1997,송능한>에서 독특하지만 약간 굳어 있는 듯한 연기로 대중 앞에 등장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박찬욱><살인의 추억,2003년,봉준호감독>을 거치면서 그는 그가 가진 단점들 조차 그만의 장점으로 발전시켜 버렸고, 얼마 전의 <밀양,2007,이창동>과 <놈.놈.놈,2008,김지운>에서 보듯 최절정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밀양>에서는 더 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액션 활극 <놈.놈.놈>에서 보여준 연기는 헐리우드의 대배우 해리슨 포드의 지능적 액션이나 니콜라스 케이지의 어눌한 액션, 성룡 류의 홍콩 무협액션이 보여 주지 못한 새로운 영역인 송강호 그만의 독특하고도 코믹한 액션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창출해 냈다.

송강호는 <넘버 3>에서 보듯, 기라성 같은 안성기 이후<쉬리,1999,강제규>에서 대박급 주연배우로 급부상한 한석규를 빛나게 하는 조연급, 그 중에서도 비중이 극히 작은 배역이라는 매우 불리한 입장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어느 덧 주연급, 그 중에서도 최정상급의 주연배우로 우리 앞에 다가온 송강호! 그를 보유한 한국 영화계는 정말 행복하다. 무엇보다 송강호의 연기에서 필자를 특별히 사로잡은 건 그의 발성연기였다.

그의 딕션(DICTION)은 다소 어눌한 듯 하지만 여타 배우들에 비해서 매우 특별하다. 이 점은 전문 성우출신배우인 한석규나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목소리를 가진 정진영 등이 가진 잘 훈련되고 정제된 발성연기와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강한 개성과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딕션은 단순히 발성 자체라기보다는 더 넓은 의미로서의 메시지 전달력이랄 수 있는데, 송강호는 이 점에서 한국의 어떤 남성배우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특별한 그의 목소리는 <그 놈 목소리,2007,박진표>, <공공의 적,2008,강우석>, <해운대,2009,윤제균> 등에서 보인 명연기의 주인공인 설경구의 그것과도 성격이 많이 다르다.

송강호의 경우는 ‘톤이 높지 않을 때 조차도 대사가 매우 생생하고 명확하게 전달’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영화 <우아한 세계,2007,한재림>를 보면 이를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다. 여배우 중에서는 전도연의 대사전달력이 다른 여배우들과 비교해서 탁월하다. 이를 보면 대배우는 미남 미녀 등의 외형적 자산도 무시할 수 없지만 독특한 개성, 연기, 발성 등에 이르기 까지 총체적인 부분에서 우러나오는 남다른 아우라를 가져야만 가능한 것 같다. 참고로 장르를 불문한 채 높은 품질의 딕션에 관해 굳이 체험하고 싶다면, 순수 영화 분야와는 좀 다르지만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Sound of Music>의 쥴리 앤드류스의 (발성)연기와 팝 가수로는 뮤지컬 캐츠(Cats)에 나오는 테마곡 메모리(Memory)를 가장 섬세하게 해석해 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예술적인 목소리를 특별히 권한다. 다만 감상의 차원을 넘어 비교를 한다면 영화배우, 뮤지컬 배우, 그리고 팝 아티스트의 차이점을 감안해야 하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화 (라) : 시대의 변화에 대처한 기술 3D :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학생2: 난 나중에 인터넷에서 <의형제>볼란다.
학생3: 다운받으려고?
학생2: 돈 내면서까지 보고 싶진 않아. <아바타> 정도 돼야....
학생1: 아바타는 16,000원이나 하는 거금인데
학생2: 야, 그건 3D잖아, 그걸 다운로드로 보면 어떻게 그 영화의 맛을 느껴. 3D정도 되야 좀 비싸더라도 돈 내고 보지. 그리고 강동원이 어디 도망 가냐? ㅎㅎㅎ
학생3: 에이, 그래도 영화관에서 보는 거랑 같아? 꼭 보러 가.
학생2: 그래, 그래, 알았어. 니가 안 권해도 송강호 때문에라도 보러 갈려고 생각했어.

이상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헐리우드산 <아바타>와 순한국산 <의형제>에 대해서 관객이 나눈 대화다. 영화 뿐 아니라 문화비평가로서 필자는 위 대화 (가)(나)(다)(라)에서 네 가지를 느꼈다.

첫째, 관객의 취향은 다양하다. 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2007년 <디워, 심형래 감독>논란을 보고서 자유기고가 김규향이 ‘타인의 취향’이란 글에서 한 말이 있다. 그는 영화 <디워, 심형래 감독>를 보고 멋지고 재미있다고 말한 어린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 그래!”

“어, 그래!”

대수롭지 않은 한마디로 여겨 지겠지만 이런 성숙한 태도는 민주시민의 지향점이다. 이를 함양하여, 자신의 의식영역에 타인의 인격과 개성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문화인으로서의 소양이고 수준 높은 생활양식이다. 김규항은 그가 믿는 기독교의 정신을 잘 실현하면서 살아가는 참지식인으로 판단된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얼 재미있어 하든 그건 그의 취향이고 자유다. 그런 취향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이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나의 취향도 존중받아야 하고 타인의 취향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게 성숙한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양식이다. 이런 취향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성숙한 문화인의 자세를 주장한 김규항을 두고 ‘B급 취향’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강준만의 <키치와 캠프> 문화 취향 분석을 조롱하다 못해, <디워,2007년,심형래감독>에 대한 관객의 열띤 호응까지 <파시스트 애국질>이라며 생난리를 친 진중권 같은 이상한 사람이야말로 문화적 소양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단지 진중권만 모르고 볼썽 사나운 망둥이처럼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었을 뿐이다. 얼마 전 100분 토론 <아바타>편을 보느라면 불쌍하게도 진중권의 정신상태는 확실히 아직까지 개화가 덜 된 상태다. 문화와 예술을 논하기에는 지식, 판단능력, 그리고 개인적 소양 모두에서 심각할 정도로 부족함을 드러냈다. 이런 점에서 진중권 현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관객들의 분발하여 이런 사이비 평론가를 하루 빨리 그가 원하는 정치판으로 쫒아 내야 한다.<아바타>와 관련한 김수현 작가의 평에 대한 논란과 디워에 관한 이송희일, 김조광수, 진중권 등의 논란은 비숫해 보이겠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김수현 대(大) 작가는 극도의 저예산 시대에 고분분투하다시피 한국 드라마계를 비약적으로 성장 및 발전시키는 데 혁혁한 업적을 세운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 만일 한국에도 미국처럼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 있다면 TV 드라마계를 대표하며 이 분이 아니면 감히 누가 제 1의 자리를 차지하겠는가? 권위에 맹종하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영웅(heroes)과 각 분야의 권위자들도 인간일진대 그분들의 작은 실수나 흠이 없을 리 있겠는가? 이런 걸 빌미 삼아 까내리고 파괴하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분들을 키워내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 세 사람과는 전혀 격이 다르고 또 그 평의 내용과 시각, 태도 그리고 방법조차도 전혀 달랐다. 그런 만큼 김작가는 그런 몰상식한 짓을 접하고서 너무나 놀랐겠지만, 비교해 보면 디워논란 때보다 대중의 반발이 훨씬 적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분의 평이 나와 다르고 좀 마음에 안든다 하여 폭력적인 언사를 구사하여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야말로 전형적인 <진중권 현상>이다. 이는 박노자가 말한 올바른 시민의식도 아니고 성숙한 계급의식도 아니다. 건전한 시민의식의 성숙으로 점차로 타파해 나가야 할 사회병리현상이다. 이 문제는 정치개혁보다 훨씬 중요한 차원임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던지고 있는 이 논란에 대해서는 다음 문화평론시리즈로 예정되어 있다.

둘째, 역시 젊고 잘 생긴 남자 배우의 마케팅 파워는 매우 대단하다. 강동원에 대한 남신(男神)예찬으로 나타난 여고생들의 환호에서 느낀다.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어젖힌 영화 <쉬리, 강제규 감독>의 한석규에서, 소리 소문 없이 대배우로 등극한 송강호로, 이들의 바통을 이을 강동원이라는 남성 히어로의 탄생을 예감한다. 강동원은 <전우치>와 <의형제>에서 짧은 기간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로 등극했다. 충무로는 이런 배우를 잘 성숙시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룩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탈 한국 세계화를 위한 귀중한 자산으로 잘 활용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 대화가 주는 메시지는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더 놀라운 건 다음이다.

셋째, 한국 관객의 수준은 웬만한 평론가의 눈높이 만큼이나 높고 예리하다. 꽃미남 강동원에 대한 예찬을 넘어 송강호의 연기에 호평하는 부분에서 추상적인 평가가 아니라 뚜렷하게 구체적인 예까지 세세하게 들고 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고등교육의 확산과 과거엔 소수 전문가 집단에만 접근성을 주어왔던 고급 정보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관객에게 바로 전달되고 있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관객들을 보느라면 한국에서 영화평론 하려면 정말 긴장해야 할 정도임을 피부로 느낀다. 웬만한 식견과 분석력으로 평론한다고 나서다간 그야말로 주제넘은 짓이 되고 만다. 이젠 정보의 양보다는 그 데이터와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하면서 자신의 시각을 펼칠 수 있는 지적능력 자체가 관건이 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절감한다.

넷째, 시대의 변화로 인테넷 다운로드로 인한 영상콘텐츠 산업의 피해가 심각하다. 그것이 불법적인 어둠의 경로로 인한 것이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좀 더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는 합법적인 경로를 통한 방식이건 간에. 하지만 3D라는 무기를 들고 나온 아바타는 이 점을 간단하게 극복하고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들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점은 한국 영화계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특별히 문화콘텐츠 시장 관련자 및 이 분야 지식인들까지 힘을 모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필자의 어떤 경험1 :
재미있는 영화 보면서 졸기


우리가 인정해야 할 점은 전 세계에서 깜짝 놀랍고 재미있다고 극찬하고 있는 <아바타>를 보면서도 지루해서 잠들었다는 관객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그것도 그 당시 난리도 아니었던 영화였다. 영화 한 편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한국이 낳은 세계 초일류 기업 현대(HYUNDAI)가 세계시장에서 1년 동안 승용차 판매로 벌어들인 이익을 초과했다는 뉴스의 주인공 <쥬라기 공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었다. 졸고 나서 나중에 비디오로 다시 보았다. 워낙 화제작이었기 때문에 보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도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사실 <트랜스포머>도 두 번 봤다. 그 역시 상영관에서 졸아야 했으므로. 다만 이번에는 비디오가 아니라 화질이 훨씬 선명한 DVD로 보았다. 음악에 매우 민감한 필자는 <트랜스포머>의 시끄러운 불협화음(음향)을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 특이하게도 필자는 그런 음향을 지속해서 들으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만 경험이 제법 있다. 아마도 괴로워서 신경이 잡고 있던 가느다란 끈을 놓아 버리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영화보다 귀에도 감미롭고 눈에도 즐거운 밝고 화사한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의 취향도 한 몫 했으니라 생각된다.

필자가 한국 최초의 SF영화 <디워>를 한국 영화사에서 한 획을 그은 영화라고 극찬했음을 기억하면서 <쥬라기공원>과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졸았다는 사실을 두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짐작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 취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매우 에로틱한 영화’이거나 ‘매우 예술성이 높은 영화’였다. 소위 <야한 영화>로는 미키 루크와 킴 베이싱어 주연의 <나인 하프 위크, 9 1/2>, <예술성 높은 영화>로는 필자 취향의 섬세하고 우아한 <센스 앤 센스빌리티> <피아노>나 모차르트의 일생과 음악을 다룬 <아마데우스> 등의 영화였다. ‘예술성이 높은 영화’ 중에서는 특히 아름다운 장면이나 멋진 경치가 많이 나오는, 즉 배경 음악이 좋고 이른바 비쥬얼이 좋은 작품을 특별히 선호해 왔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가을의 전설, 1994>에서 여주인공 스잔느가 파란 잔디 위에서 스포티한 햐얀 옷을 입고 정구(테니스)를 치는 장면은 무려 7년 정도가 흘렀지만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유혈낭자한 공포영화나 액션 스릴러에 특별한 감흥이 없는 필자가 좋아할 수 있는 영화는 사실 이 두 종류 밖에 없었다. 사실 필자는 오락영화보다는 작가주의 영화나 예술영화에 대한 분석과 비평에 더 자신있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의 칼럼 <한국영화 옥의 티, 밀양> 편을 참조하기 바란다. 물론 최근에 나온 <에로틱하면서도 작품성과 메시지까지 차원이 다른 영화>인 <색, 계 /2007, 이안감독>같은 영화를 만난다면 그야말로 황홀할 정도다. 그러다 SF 기술력이 발전해 갔고 서양의 <스타워즈, 1999~>시리즈, 특히 정소추, 임청하 주연의 <촉산,1983>이나 <천녀유혼 (A Chinese Ghost Story,1987)> <소오강호 (笑傲江湖, 1990)>같은 쉬커(徐克, 서극) 감독이 구현한 동양적 컨텐츠를 잘 살린 SF 환타지의 세계를 접하면서 영화의 새로운 세계와 그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그 이후 헐리우드에서 다양하게 출품된 동화적 상상력을 구현한 영화들이 매우 좋았다. 이런 점에서는 2010년의 새벽을 환하게 밝혀 주고 있는 <아바타>는 필자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3시간에 이르는 영화가 몇 십 분 정도도 안되게 느껴졌을 정도로 경이롭고도 재미있었다. 감상을 마치면서 나오면서 한 말은 "영상혁명!" 한 단어였다. '혁명'이란 헌사야말로 내 눈과 눈 모든 감각을 즐겁게 해 준 제임스 캐머런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다.

동양의 아쉬운 천재 쉬커(徐克,서극)

2010년 초에 전세계를 헐리우드발 허리케인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아바타, 2009년 12월>의 배경인 판도라 행성의 외형에 대한 기본 컨셉은 그림에서 보듯, 정이건, 장바에즈(장백지)가 주연한 서극 감독의 영화 <촉산전, 2001년>에서 선보인 곤륜산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음을 확인해 보자. 아바타가 <촉산전>보다 화질이 더 선명하게 선보일 수 있는 점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에 따르는 CG 기술력의 진보에 의한 것이겠지만 서극 감독이 2001년에 이미 구현했던, 마치 '무중력 상태처럼 공중부양시킨 발상과 그 모습'은 놀랄 정도로 같다. 이 장면은 네이버 다음 야후 구글 등에 검색하면 그 이미지 사진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2010년 1월 1일<아바타>를 보는 순간 즉시 서극 감독의 영상을 표절했음을 알아 차렸다. 그래서 이 영화를 새로 보면서 그 화면을 직접 안카메라로 캡쳐해 낸 장면을 함께 올린다. 참고로 필자는 10년 전에 본 사람도 그 얼굴을 기억할 만큼 특수한 이미지 저장 능력을 갖고 있음을 하나님이 주신 큰 축복으로 여기고 늘 감사하고 있다. 이 두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이런 일이 만약 음악 분야에서 일어났다면 완전히 표절이라는 걸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서극 감독의 기술적인 천재성은 이미 2007년 디워 논란 때 스티븐 스필버그, 서극, 심형래 감독을 '3S 감독'이라 칭한 필자의 칼럼 <한국의 심형래와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07년 9월 22일>에 잘 밝혀 놓았다. 또한 80년대 초반에 이미 그 기술력에서 세계적 반열에 오른 감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스필버그와 심형래 감독의 영화문법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서극(徐克)의 결정적 한계에 대한 아쉬운 점 또한 상세히 밝혀 놓았으니 영화와 특히 한국 영화계의 발전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권한다. 사실 <아바타>는 러시아 소설 표절 논란을 접어 두더라도 이처럼 세계 도처에 이미 나와 있는 온갖 요소들을 하나에 뒤썩은 ‘버무림의 미학’이랄 수 있는 퓨전 문화의 극치를 보여준 영화다. 그 점이 아바타의 흥행요소에 흠결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계속) 김휘영/ 문화평론가

(김휘영의 아바타 특별기획1) 아바타와 의형제, 헐리우드와 충무로
(김휘영의 아바타 특별기획2) 문화 현상으로서의 김수현의 아바타 논란
(김휘영의 아바타 특별기획3) 아바타와 '버무림'의 미학
(김휘영의 아바타 특별기획4) 아바타와 영상예술에서의 기술의 의미
(김휘영의 아바타 특별기획5) 아바타에 나타난 인문학적 요소 등
시리즈로 계속 연재됩니다. 참고로 <진중권현상 타파 시리즈>는 잠시 쉽니다.

ⓒ문화평론가 김휘영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국제경제학과를 졸업(서울상대 42期)하고 독학으로 영어 영문학사를 취득함으로써 영화의 흥행분석에 중요한 경제학과 인문학적 세례를 두루 거친 만큼 현실감각을 잊지 않으면서도 폭넓고 깊은 시각으로 영화 및 문화평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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