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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원작 영화의 흥행성과 아이디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영화

강풀원작 영화의 흥행성 진단

빼어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강풀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하게 된 건 주위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참으로 놀라왔다. 미스테리 심리썰렁물에서 보인 탁월한 심리묘사(타이밍이나 아파트), '만화로 표현된 섬세한 詩'를 보는 듯한 감동의 세계(순정만화,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로 필자를 한없이 끌여 들였다. 강풀작가와 같은 시대에 산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최근 <아파트>나 <순정만화> 등 강풀작가가 출품한 몇몇 문화콘텐츠를 각색해서 영화화하는 작업이 진행되어 그 흥행결과를 놓고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강풀작가의 원작품들의 빼어난 작품성은 별개로 하고, 그 작품들을 영화화했을 때의 흥행가능성에 관해서만 조심스럽게 진단해 보고자 한다.

스필버그의 죠스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죠스 (Jaws, 1975)>와 <노인과 바다> 이 두 서사물 만큼 영화와 소설의 본질적인 차이점과 독특한 특성을 잘 드러내주는 건 없다. 게다가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기에 영화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흥행성을 가늠하는 좋은 시사점을 준다. 잘 알다시피, 둘 다 거대 물고기가 주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죠스>는 거대 식인 상어가, <노인과 바다>는 노인이 타고 있는 배보다 더 큰 청새치다. 다만 차이라면 거대식인 상어는 그 자체로 공포와 스릴을 주는 존재지만 청새치는 작품 속에 그냥 존재할 뿐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부수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스티븐 스필버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만큼 세계적인 대박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죠스(Jaws)는 소설로도 출간되었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정반대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소설로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 당시 세계적인 대배우였던 앤소니 퀸을 주인공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로서는 사람들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에 반하여 죠스는 무명배우들만을 활용하고서도 대 성공을 거두었다.

무엇이 이 두 서사물을 이렇게도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도록 했을까? <죠스>와 <노인과 바다>의 결정적 차이는 <죠스>는 볼거리가 풍성하고 스릴있고 드라마틱한 활약이 그 내용물이지만 <노인과 바다>는 그런 것보다는 인간의 고독과 심오한 내면적 성찰, 그리고 운명에 맞서는 의지가 주제다. 심리묘사는 글로 표현하기는 쉽지만 행동으로 그 섬세한 차이를 푠현해 내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점을 잘 고려해보면 <죠스>는 소설보다는 영화화되기에 적합(film-friendly)하다. 반대로 <노인과 바다>는 소설에는 적합하지만(novel-friendly) 영화, 특히 흥행상으로는 특별한 장점이 없음을 발견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흥행감각

전세계인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면 작은 키에 둥근 안경을 쓰고 백발이 히긋히긋한 박사가 여성 동물학자에게 하는 매우 의미깊은 대사가 나온다. (이 박사의 외양은 스필버그 자신의 모습과 스타일을 많이 닮아 있음도 참 흥미롭다)

"처음 내가 볼거리를 만들어 돈을 번 건 아주 작은 벼룩들을 이용한 서커스였어요. 그런 식으로 차츰차츰 발전해서 이젠 거대한 공룡들을 만들어서 이렇게 공원을 만들 정도까지 성장했지요"

조금만 음미해 보면, 이 짤막한 대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자신이 그 박사를 빌어서 '뛰어난 볼거리야 말로 대박흥행의 필수요소'라며 영화흥행요소의 핵심을 집약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는 대목으로 보아 무방하다. 필자 또한 이 대목을 보면서 영화감독이자 탁월한 CEO이기도 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하는 말로 받아 들였었다. 서커스나 마술공연, 또는 호랑이나 코끼리를 볼 수 있는 동물원이 인류역사에서 영원한 흥행물로 면면이 이어지고 있는 건 그 서사구조나 스토리가 탁월하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 특히 시각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또 즐겁게 해 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현세에 와서 뒤늦게야 등장한 영화(Films)가 이들보다 더 큰 흥행물이 된 것은 이런 볼거리를 다른 장르에 비해서 훨씬 잘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는 연극이나 서커스와는 달리 여러 공간을 담을 수 있고 또 풍성한 볼거리에 서사성을 가미해서 감동이나 의미까지 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인류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스필버그의 생각은 그가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대부분에 깊게 반영되어 있다. 앞에서 말한 거대 식인 상어를 등장시킨 죠스가 그랬고, UFO와 외계인의 모습을 사실적인 모습으로 구현한 ET(물론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둥그렇고 환한 달을 배경으로 한 채 공중에 떠 있는 모습 등을 멋지게 그려낸 탁월한 영상미도 한 몫 했다), CG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지는 쥬라기 공원도 그랬다. 또 빌딩만큼 거대한 변신로봇을 등장시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트랜스포머를 내놓은 것도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만이 영화흥행의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다 감동과 의미까지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에 반하여, 흥행의 마이더스라 불리는 스필버그가 손댄 영화 중에서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에이 아이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 <터미널 (The Terminal, 2004-톰행크스 주연> 뮌헨 (Munich, 2005, 다니엘 크레이그, 에릭 바나 주연> 등의 영화는 주제와 철학은 심오하지만 볼거리가 별로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특별히 주목할만 하다. 영화에 볼거리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아마도 음악공연처럼 클래식이나 팝 등으로 관객을 수준별로 구분해서 거기에 맞추어 따로 공급하기 힘들다는 점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건 반대로 생각하면, 특별한 훈련과 교양수준을 쌓아야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오페라 등과 달리 그냥 접하기만 해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장르상의 장점을 갖춘 게 영화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영화는 대중예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동시에 상업적인 측면이 크게 부각되었다. 당연히 여타 예술장르와는 다르게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상품의 속성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영화는 이제 말 그대로 매우 다양한 계층을 만족시켜야만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대중문화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서 매우 다양한 수준의 계층을 만족시키는 목적을 위한 가장 경쟁력 있는 수단으로 단연 볼거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아이디어

실제로 최근 헐리우드 영화 시스템에서는 영화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 기획하는 단계에서 시나리오보다 더 중시하는 게 있다. 바로 아이디어다. 작가가 시나리오를 가져오면 대번 그걸 20 단어 이내로 요약해서 설명해 보라고 주문을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러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나 발상(發想) 정도만 남게된다.

일단 아이디어에 흥행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달라 붙어서 그 아이디어를 뼈대로 해서,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 등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살을 붙혀서 매우 촘촘한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그 다음 CG 등을 이용한 화려한 볼거리나 영상미, 배급관계, 기타 마케팅력 등이 영화의 흥행성을 결정하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그 요인이 매우 다양해서 일률적으로 평하기는 곤란하지만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영화 흥행의 핵심적 요소인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아이디어가 이처럼 중요해진 건 영상기술의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이젠 아이디어만 좋으면 웬만한 건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CG나 분장술 등 기술력이 발전한 시대인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성공한 영화인 <미녀는 괴로워>나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면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가창력 있고 목소리는 좋지만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라서 천대받고 억울하게 많은 기회를 박탈당하고 사랑마저도 포기해야 했던 아가씨(김아중 분장)가 현대과학의 힘인 성형수술로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미녀가 된다는 설정, 즉 이런 아이디어에서 여러가지 포복절도할 또는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나오게 된다. 늘씬한 미녀로 변신하니까 남자들이 서로 좋은 자리도 서로 양보해주고 심지어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관객을 웃길 수 있는 특혜를 받게 되는 등의 아주 특별한 권력(power)을 누리게 되고 가수로서도 성공하게 된다. 또 그 과정에서 영화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될 위기도 발생하고 주인공의 인간적인 고뇌에도 봉착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보게 되는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결혼한 여자가-그것도 당당하게- 또 결혼한다는 설정을 가진 <아내가 결혼했다>의 성공도 기획사에서 '발칙한'이란는 표현으로 광고할 만한 그 아이디어가 특별한 흥행요소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CG와 콘텐츠

인정하긴 힘들겠지만 이처럼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성은 영화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는 아이디어에 의해 거의 결정되고 있다. 이건 <현대영화 100년사>를 다룬 다큐 프로그램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전 세계적인 대박흥행을 이끌었던 슈퍼 히어로물들이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이유도 잘 생각해 보면 그 캐릭터 자체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의 탁월함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CG 등 영화에 대한 기술력이 발전할수록 더욱 그렇다.

다만 아무리 그 콘텐츠가 가진 아이디어가 탁월하더라도 세계적인 대박흥행요소인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반 기술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1960년대 네오리얼리즘이라는 황금기를 구가했던 이탈리아 영화가 현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은 이런 기술적 요소에서 경쟁력을 잃고 관객이 원하는 볼거리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일례로 <쉬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던 강제규 감독이 영화 <단적비연수>를 만들 때에 심형래 감독과 영구아트가 구현한 CG 기술력의 절반이라도 갖추고 있었더라면 훨씬 수준 높고 환상적인 영화가 나왔을 것이고 흥행도 훨씬 달랐을 것임은 틀림없다.

고도의 분장술이나 컴퓨터 그래픽(CG)은 한국 영화의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2008년 한국 최고의 흥행영화이자 한국웨스턴이란 장르를 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SF 장르를 개척한 <디워>의 영화사적 의의를 따지면 어느 쪽이 더 클까? 당연히 <디워>가 더 큼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차이는 두 영화가 갖고 있는 기술력의 차이에 있다. <놈,놈,놈>은 배우들의 연기나 액션으로 나올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기존의 영화들과 본질적인 차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디 워>는 그런 차원을 벗어나 기술적으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활짝 열어 제친 영화다. 그러므로 향후 몇년 동안 한국 영화사에서 <디워> 만한 의의(意義)를 가지는 영화는 쉽게 나오기 힘들 것이다. 만일 <디워>가 하필이면 대선을 앞두고 대선기획용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나온 영화 <화려한 휴가>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았다면 그 평가는 좀 더 객관적일 수 있었고 또 훨씬 우호적이었을 것이다.

강풀원작영화의 성공조건- 아파트의 경우

강풀원작을 영화화해서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기술상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야 한다. 처음 강풀 원작의 <아파트>를 영화화한다는 뉴스를 봤을 때, 필자의 첫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 아파트란 작품을 어떻게 영화화하지? 강풀원작이 주는 느낌 만큼을 영화로도 표현해 낼 수 있다면 아마 한국 최고의 감독일거야!" 였다. 작가 강풀의 작품들은 심리묘사가 매우 탁월하다. 또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인 메멘토 (Memento, 200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쓰인 영상화법처럼 시간분절(分絶)형식이 매우 많이 활용되어 있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영화가 아니라 역시 만화다. 이는 기술적으로 소설로 전환하기는 쉽지만 영화장르와는 좀처럼 친하기 힘들다(film-unfriendly)는 단점이 있다. 오히려 연극과는 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연극은 영화에 비해서 투자규모가 적기 때문에 일단 흥행에 대한 부담이 적다. 또 연극은 영화와 달라서 관객들 스스로가 볼거리에 대한 기대수준을 한껏 낮춘 상태에서 소극장을 들어온다. 볼거리나 연기로 보여 주어야 할 대목을 단지 대사로만 전달해도 연극을 보는 관객들이 충분히 만족한다. 따져보면,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도 영화보다는 연극에 훨씬 친하다. 무대에 배하나 뛰어놓고 노인이 독백으로 진행하는 모노드라마 형식으로도 충분히 공연할 수 있다. 강풀 원작을 유심히 보면 유달리 영화보다는 수준높은 연극으로 각색되기 편한 작품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강풀 원작을 영화로 만들어 흥행할려면 일단 많은 작품 중에서 영화에 친한 작품을 제대로 선택하는 일이 그 첫째다. 가능한 <노인과 바다> 성향이 아니라 <죠스> 성향의 작품을 선택해서 영화화해야 흥행에 유리하다. 둘째 각색과정에서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영화의 흥행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다양한 볼거리와 극적인 이벤트 등을 가미할 필요가 있다(이것 또한 분명 강풀작가의 책임을 벗어나 있다).

영화 <황진이>와 <미인도>의 경우

스타배우 송혜교를 캐스팅하고 150억의 규모의 거액을 들여 황진이를 영화화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필자가 처음 느낀 건 너무 무모한 기획이라는 판단이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충무로에 자금이 남아 도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황진이란 소재는 드라마하기에 적합할 지언정 영화화하기엔 너무나 부적합한 소재다. 물론 <미인도>처럼 황진이를 여장 남자로 설정하는 식의 파격적 아이디어가 있다면 별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송혜교 같은 스타를 활용하더라도 단지 과거의 황진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 만으로는 흥행에서 성공하기 어려움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와 <괴물>

<아내가 결혼했다>도 사실은 결혼한 아내가 또 결혼을 하는 발칙한(?) 아이디어가 영화흥행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다. 김민선이 출연한 전윤수 감독의 <미인도>도 우리가 알고 있던 화가 신윤복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파격적인 발상에서 시작한다. 이 두 영화의 성공의 근본 요인은 아이디어에서 나옴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에 영화 <색, 계 (色, 戒: Lust, Caution, 2007, 이안 감독)>처럼 수위높은 정사신 등으로 건강하고 예술적인 볼꺼리까지 가미되었다면 그 흥행가능성은 좀 더 높아진다.

우리가 자주 보고 낯이 익은 한강에 거대한 괴물이 출현한다는 멋진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괴물, the host-봉준호 감독>도 적절한 수준의 CG력만 뒷받침된다면 아이디어 측면에서는 그 나름의 흥행은 충분히 보장된 것이었다.

강풀원작의 흥행성

아직 한참 활동하고 있는 강풀작가는 더 빼어나고 많은 문화콘텐츠를 우리 앞에 내어 놓을 것임에 분명하다. 작품성도 매우 탁월하다. 단지 여태까지 영화화해서 흥행이 특별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작가 강풀을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억울한 처사이며 전혀 올바르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건 영화 제작자들이 받아야 할 평가이지 강풀작가가 받을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강풀작가의 많은 작품 중에서 작품선택을 잘못한 건 전적으로 영화사의 문제이고 더 중요한 문제일 적정한 투자규모의 결정 또한 강풀작가에 귀속되는 차원을 벗어나 있다. 그리고 각색 차원의 문제 또한 분명히 있다. 이 점은 차라리 강풀작가로 하여금 처음부터 만화가 아니라 영화대본용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다. 만화보다는 영화가 기술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과 한계를 갖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강풀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투자의 적정한 규모'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적정한 투자규모만 잘 조절하면 투자대비 순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장점이 크다. 투자대비 엄청난 수익을 올린 <원스 (Once, 2006, 존 카니 감독)> 같은 영화를 잘 참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강풀작가 정도면 마음만 먹으면 영화화해서도 충분히 대박흥행을 거둘 수 있는 작품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본다. 단지 영화와 만화라는 두 장르상의 차이점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이번에 강풀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괴물2>도 청계천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설정 자체는 흥행측면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므로 필자 또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선보일 지 자못 기대된다.

최근 한국 영화는 극도의 침체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 영화 중 제작비 대비 수익을 남긴 영화가 불과 7~8편에 불과하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가히 한국 영화의 총체적 위기라 할 만하다. 이젠 한국 영화의 제작과 배급환경도 작품선정단계, 기획단계, 투자단계, 각색단계, 제작단계, 홍보단계,배급단계 등을 좀 더 세분화 및 전문화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처럼 감독 등 1~2인이 총괄하는 방식으로는 투자자들에게도 위험부담요소가 너무 많다. 영화인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산업의 체질 개선과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부의 세심하고 종합적인 지원과 정책이 간절히 필요한 시기다 / 김휘영(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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