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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 내용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선거 중립 의무를 준수토록 요청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또 선관위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선거법이 금지한 사조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선관위는 본안 심사에 앞서 청와대가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관위는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의 규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 의해 진술 기회를 당연히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런 전례도 없다"며 청와대의 변론 요청을 거부했다. 선관위는 이에 따라 대통령에게 선거 중립 의무를 준수하고 유사 사안으로 선거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선관위는 지난 2004년 3월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을 했던 노 대통령에게 내린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향후 대선 정국과 노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대선 정국에 예기치 않은 격랑이 일 수도 있다. 신중하고 냉정한 대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의 근본은 주권재민과 법치주의에 있다. 다시 말해 이는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며, 모든 국정은 국민 의사에 따라 만든 법률에 따라 다스려 지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에서 만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또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국민을 대신해 입법과 행정 등 국정을 맡을 공직자를 선출한다. 따라서 국민으로부터 입법 및 행정 등 국정을 위임받은 공직자는 반드시 헌법을 준수할 의무를 진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법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헌법에 따라 각 종 선거와 국민 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 헌법기관이다. 선관위의 생명은 공정한 선거관리이며 정치적 중립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절대적 명제라 할 수 있다.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정점으로 한 국법 질서가 무너지면 자연적으로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게 돼 있다. 국법 준수의 의무는 일반 백성에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목숨 바쳐 수호할 가치가 있는 이념이자 제도인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적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유명무실한 결정이고, 눈치보기식 판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은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은 "예상했던 결과로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노 대통령은 선거 중립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한나라당은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양금석 선관위 공보관은 이번 결정에 대해 "표현은 요청으로 했지만 사실상 촉구성 경고의 의미로 봐도 된다"고 밝혔다. 정치권 대응이나 선관위 부연 설명과는 별도로 노 대통령은 이번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는 게 순리라 본다. 물론 대통령이 선관위 결정에 불복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선관위의 헌법적 위상은 물론, 권위와 역할에 상처가 날 수 있고 대선 정국도 더욱 험난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번 선관위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12월 대선을 중립적으로 엄정 관리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이를 놓고 법리 공방이나 정치 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국법 수호와 공정 선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선관위 결정을 둘러싼 법리 논쟁이나 공방이 아니라 선관위 결정에 대한 존중과 승복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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