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은폐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법원의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 2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재판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 과장은 “저의 진술과 다른 수사 담당자들의 진술이 배치된다는 점은 조직 내부에서 일어난 행위에 대한 전형적인 특성”이라며 “이걸 감안해서 다른 간접사실들을 고려해 정치하게 판단했어야 했는데 재판부의 판단에 이런 부분이 누락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다르다는 재판부의 설명에 대해 “수사 담당 과장으로서 당시 모든 상황을 즉시 통제·관리하고 최종적으로 번복되지 않을 자세를 취하기 어려웠다”며 “이런 전제적인 특성을 나열한 채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판단이 결여됐다고 의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권 과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어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고 향후 거취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사실적, 법리적인 판단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재판과정이 진행되는 동안과 그 이후로도 경찰 공무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권 과장의 이 같은 긴급 인터뷰 발언이 보도되자 포털사이트에서는 권 과장의 발언을 놓고 수천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네티즌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포털 네이버의 관련 기사에는 법원이 권 과장의 진술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시했음에도 ‘너무 당당한 것 아니냐’, “민주당 공천받겠다” 식의 비판이나 냉소적 댓글이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kdmi****’는 “권은희이야 말로 정치 경찰의 표상이다. 권은희 당신이 지금 기자들에게 하는 말이 내가 정치경찰이요 하는 말 밖에 안된다”고 비판했고, ‘nara****’는 “권은희 자기 뺀 다른 수사관들은 다 거짓말 했단 말이냐? 누구라도 재판 한번 받아보면 법정에서 위증죄로 처벌을 감수하고 거짓말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꺼다...권은희는 민주당으로 갈려고 벌써 부터 분위기 잡는거지...”라고 썼다.

아이디 ‘yons****’는 “지들 입맛에 안 맞으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조작의 근거도 대지 못하는 유사사학자들의 모습 같네요”라고 꼬집었다. ‘hsch****’는 “경찰 수사과장이 재판 잘못했다고 기자회견하는 건 보다보다 첨이다”라고 적었다.

반면 다음 등에서는 “이 땅의 살아있는 양심” “권은희님 힘내시길” 등의 응원 댓글이 많았다. ‘가츠’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이 땅의 살아있는 양심. 20년 전 노무현이 딱 이분이다”라고 했고, ‘우리는’이란 네티즌은 “이래서 정권은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잘못된 판결인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민희 기자 smh1775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