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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반미발언 사과와 오바마의 말춤

한류스타와 월드 스타는 정치적 발언에 신중해야


【서울=빅뉴스】김휘영의 문화평론=한국 대중 가요 역사상 아시아권을 넘어 진정한 월드스타로 등극한 대중 가수가 싸이(본명 박재상)라는 데 이론이 없다. 물론 잠깐 동안이나마 명칭만 거창하게 월드스타로 불리웠던 사람도 있었다. 비(Rain, 본명 정지훈)다. 비와 싸이(Psy)의 업적을 비교해보면 ‘이름과 현실이 서로 부합한다’’는 명실상부(名實相符)란 게 무엇을 말하는지 잘 느낄 수 있다. 비의 경우 그의 실제상황과는 동떨어진 월드스타 행세를 두고 미국의 유명한 토크 쇼인 제이 르노 쇼에서 온갖 비아냥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영어도 못하고 영어 노래도 하지 않은 한국의 Rain(비)이 월드스타로 Time지 100대 인물에 선정되었다고?“ 하는 식이었다. 사회자가 비를 비꼴 때 좌중은 그에 동조하며 폭소를 터뜨렸다. 한국 최고의 스타 중의 한 명이었던 비가 외국 쇼 프로에서 공개적으로 비아냥을 받는 건 문화 약소국의 비애이기도 하다. 적어도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다면 설사 비가 미국 음악계에 생소하다 한들 한국에서의 유명세만 갖고서도 그 정도의 노골적인 모욕은 안했을 것이다. 물론 진짜 월드스타로 등극한 싸이에게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못할 것이다. 싸이는 타임지 100대 인물이 아니라 아예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느냐 마느냐가 관건으로 등장할 정도다.

팝의 전설 마돈나를 가랑이 사이에

온 세계를 말춤(horse dance)으로 다그닥 다그닥 거리게 만든 싸이의 활약상은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 중에 마돈나와의 합동 공연은 빼놓을 수 없다. 한국 가수 중 어느 누가 감히 마돈나와 한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 상상했다는 말인가? 마돈나는 그야말로 서양 팝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마돈나가 라이크 버진으로 세계 시장에 윙크 했을 때, 그녀가 주렁주렁 차고 나온 악세사리(=패션 쥬얼리) 하나하나 세계적 핫 아이템이 되었다. 마돈나 자체가 세계적 패션리더이자 세계 문화의 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문화현상이었다. 심지어 영국에는 마돈나를 연구하기 위한 학문으로 ‘마돈나 학(學)’까지 있을 정도다. 특히 서양인들에게 마돈나는 팝의 여왕이 아니라 팝의 여신이다.

한데 그 쟁쟁한 마돈나가 한국 가수 싸이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 나오는 퍼포먼스를 했다(사진 참조) 필자는 이 장면이 너무 쇼킹했다. 하여 2012년 한국 대중문화계의 단 한 장의 사진을 꼽으라면 필자는 이 서슴치 않고 이 장면을 꼽겠다. 쇼킹함으로 치자면 한국인인 필자보다 서양 문화계에서 마돈나의 위상을 잘 알고 있는 아마도 서양인들, 그 중에서도 서양 남자들의 손상된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팝의 여왕이 아니라 그야말로 팝의 여신이 한국의 중년 남성가수 가랑이 사이를 기었으니 무의식적인 반발심이 작용해서 각종 견제가 들어오리라는 건 충분히 예견되었다. 필자는 그 장면을 보면서 ‘아뿔사! 이제 빌보드 1위는 물건너 갔구나!’ 라고 직감했다.

보이지 않는 손 - 문화적 할인

아니나 다를까 필자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마돈나가 싸이의 가랑이 사이를 긴 그 공연이 유튜브를 타고 나가자 얼마 안 있어 싸이의 빌보드 차트 순위가 2위에서 5위로 급전직하했다. 그 대신 ‘검은 마돈나‘라고 불리고 싶다는 리한나(Rihanna)등의 곡이 치고 올라왔다. 그렇다고 싸이의 신나는 말춤의 속도가 느려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더 가속도를 붙여 유튜브 조회수 9억회를 넘겨 이 부분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내년 2013년 1월 경이면 조회수 10억 회도 예상하고 있다. 싸이 강남 스타일의 돌풍이 어디쯤에서 멈출지 모르지만 일단 최단 시간 최다 조회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음모론이지만 갑작스런 5위, 그리고 7위로의 하락에는 아무래도 빌보드 순위를 주관하는 주최측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같다.

이건 어느 사회에서나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이방인의 문화상품에 대한 본토인에 의한 일종의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 현상이기도 하다. 문화적 할인을 줄이려면 현지 문화와 잘 조화해야 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독 미국에서 더 흥행한 이유는 말춤 컨셉이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하는 카우보이 문화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싸이 좌우에서 춤추는 여성 댄서들의 출렁이는 말총머리(ponytail)는 가히 예술적 경지였다. 화제가 된 마돈나의 공연에서 ‘마돈나가 싸이의 가랑이 사이로 기는 컨셉’만은 피했다면 강남 스타일의 빌보드 1위 등극도 전혀 무리가 아닌 상황이었다고 본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기분은 말 할 수 없을 만큼 좋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장면은 한국 문화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갔는지를 전세계에 단적으로 시연하는 상징적인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대중 문화계에서 마돈나가 가진 위상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단군의 피를 나눈 형제자매로서 참 뿌듯하고 기쁘다.

오바마 말춤 불발 - 싸이 절호의 기회 놓쳐

싸이 강남 스타일의 성공신화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자선 행사에 오바마와 함께 말춤을 추게될 것이라는 엄청난 호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싸이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으면서 특히 대중가수로서의 꿈의 시장이라는 미국 문화예술계에 튼튼히 뿌리내릴 행운을 갖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불발탄으로 끝났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싸이의 과거 반미 발언이 백안관 게시판에까지 올랐고 또 그걸 구실로 싸이를 축제에 배제하자는 청원이 빗발쳤다. 이를 주최측에서 삭제했고 싸이 또한 과거 발언을 진중하게 사과했고 그 축제에 싸이는 예정대로 초대되었다. 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반기문 UN사무총장처럼 싸이와 함께 말춤을 추는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오바마가 싸이의 인기에 편승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싸이의 과거 반미 발언 전력 때문에 말춤에 덩달아 춤을 추는 일을 하기에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너무 부담이 컷기 때문을 해석된다. 한국식이라면 소위 ‘개념없는’ 대통령으로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겠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입장으로는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지만 싸이와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아쉽다. 과거 싸이의 한 이벤트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하다니 이는 한국에서 한류 스타 또는 월드 스타를 꿈꾸는 연예인들이 새겨두어야 할 본보기에 해당한다.

정치행위로 손해본 한류 스타들

한국의 연예인이 정치적 표현으로 손해를 본 경우는 비단 싸이만의 일이 아니다. 김태희, 김장훈, 송일국 등은 독도나 정신대 등과 관련하여 반일 감정을 자극하여 일본인들로부터 혐한류 연예인에 올랐고 지금도 직간접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 우리 한국인들이 좀 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을 갖추고 한류 스타들에게 독도나 정신대에 관한 발언을 강제하는 식의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는 지혜가 요구된다. 문화적 영향력이 정치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이들은 정치적 발언 이외에도 할 일이 매우 많다. 한국 대중들이 더 현명하고 세련되어져야 이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으면서도 인기를 유지하고 한국 사회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 연예인들이 정치적 발언이 많은 이유

이즈음에서 우리 한국 연예인들 중에 왜 정치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나를 한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한국 대중문화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것도 방송 3사 등의 TV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기 위해서 일종의 호구지책으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발언을 하는 등 하나의 인기를 얻는 전략으로 이용해 온 탓도 크다. 내용을 따져보면 좌편향적인 발언을 해온 연예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거쳐 오는 동안 한국 문화계가 정치에 너무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정치계가 문화인들을 오염시킨 점도 크지만 자진해서 정치권력으로 향해간 연예인들도 너무 많았다. 노골적인 친노좌파적인 발언으로 인기와 연예 권력을 유지해온 김미화 같은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과거 윤도현과 관련된 심현섭 섭외에 불발 사건 등 정치적인 시각의 차이로 연예인들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많았음은 대중들은 기억한다.

이는 한국의 문단에서도 다를 바 없다. 만일 한국 작가 중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랑이나 상실의 시대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세계적인 판매시장을 가진 작가가 더러 출현한다면 공지영 작가처럼 정치적 사안에 깊게 개입하여 노골적으로 니편·내편을 가르고 한국 사회의 암세포와 같은 ‘왕따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추태를 보이는 경우가 훨씬 줄어 들 것은 확실하다.

이념 편향은 한국 문화계의 자승자박

종편시대가 열리자 연예인들이 활동할 공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났고 그에 비례해서 좌편향으로 쏠리는 현상이 약간 줄어 들었지만 그래봤자 아직도 한국의 문화시장은 8:2에서 7:3 정도로 좌파가 우파보다 압도적으로 점유율이 높다. 현재 한국의 문화시장이 좌편향 위주인 것은 한국의 인터넷 언론들이 압도적으로 좌파 미디어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어 우파보다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좌우 양날개가 없이는 새가 날 수 없듯이 어느 쪽으로든 한국 문화계의 쏠림현상은 궁극적으로 문화연예인들 스스로의 활동공간을 제약하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제약한다. 그리하여 결국 그 화살촉들은 문화연예인들의 얼굴을 향하게 되어 있다.

한국 문화계에서 이념 편향의 피해가 드러나고 있는 대표적인 예가 영화계다. 드라마와 케이팝이 한류라는 르네상스기를 열며 해외로 뻗어 나갈 때, 유독 한국 영화는 외부로 진출하지 못하고 한국이라는 ‘고인 우물’ 속에서 맴돌고 있을 뿐임을 생각해 보라!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대표적 한류 드라마들과 K팝에는 이념과 정치색이 없지만 한국 영화는 너무나 정치와 이념에 찌들어 있어 한국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는 영화 한류시대를 여는 데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전 세계 문화계는 탈이념의 포스트 모던 시대를 거쳐 간 지 오래인데 한국은 여전히 이념과 정치색이 너무 강한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건 그만큼 한국 영화인들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음을 말한다. 한국 영상예술의 발전을 바라는 문화평론가로서는 이점이 못내 아쉽고 걱정된다. 젊은 영화인들이 빨리 성장하여 자연스러운 새대 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 김휘영 문화평론가 wep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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