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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자살·왕따 자살과 한국의 40대 부모

자식이 아니라 40대 부모가 변해야 행복해진다

【김휘영의 행복문화】수능 시험을 앞뒤로 두 학생이 자살했다. 수능시험 전날 자살한 남학생은 3수생이었고 각혈까지 했다고 한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여학생은 수능시험을 치고 '미안하다‘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비극은 수능점수가 발표되는 날, 대학합격 발표일 등을 주기로 또 발생할지 모른다. 한 해 평균 158명, 한 달 평균 13명의 10대 청소년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능한 이런 비극이 줄어 들도록 우리 사회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왕따 자살은 더욱 심각하다. 10년 전만 해도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너무 자주 일어난다. 어떡하면 이런 비극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선생이나 친구가 아니라 엄마, 아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먼저 중고등학생을 둔 부모들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지금은 단지 공부로만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다. 공부 이외에도 성공으로 가는 일이 참 많아졌고 이 사실은 21세기의 공기를 마시고 자란 청소년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런데 유독 40대 중후반에 있는 부모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 한 학생이 친모를 죽인 비극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엄마는 자식에게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라고 종용했지만 아들은 엄마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음이 큰 원인이 되었다.

성공 모델에 대한 세대간 인식차

현재 중고생을 둔 부모 세대들은 주로 40대 중반이고 이 부모의 부모들은 주로 70대 중반이다. 40대 중반과 70대 중반인 이 두 세대의 성공에 대한 롤 모델은 서로 비슷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에서 보듯, 그 당시는 권력의 첩경이자 소위 입신출세의 최단 코스로 보이는 고시합격을 한 판ㆍ검사나 돈을 많이 버는 의사가 최고 선망의 직종이었다. 이 모두 성적이 상위권에 들어야 하고 특히 법대는 권력을 향한 출세의 길이라 ‘명문대’ 법대여야 했다. 이는 학생 세대나 부모 세대 모두가 인정하는 성공 모델이었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스트레스를 줄 때, 자식들도 ‘이게 다 자식인 우리가 잘 되라고 하는 것’이라는 걸 공감할 수 있었기에 심리적으로 큰 반발이 없었다. 성적이 이 성공모델에 이를 정도에 못 미치면, 그건 ‘부모의 기대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내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었기에 세대간의 큰 갈등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부모 세대의 뇌리에는 과거의 롤 모델을 타성으로 갖고 있겠지만 청소년들은 어릴 적부터 부모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공 모델을 보고 또 선망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40대 부모들이 처해있는 딜레마다.

10대들이 선망하는 롤 모델로는 먼저 박찬호, 박지성, 박태환, 박세리, 김연아, 손흥민,손연재 같은 스포츠 스타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현재 청소년인 10대와 부모인 40대, 두 세대간의 성공 롤 모델에 대한 인식의 격차를 더 크게 벌인 건 아이돌 그룹이나 연예인 귀족 계층의 부상이다. 이들은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는 선망의 대상이라는 측면을 떠나 경제적인 부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도 판·검사, 의사 등 소위 ‘사‘자 달린 직종의 사람들이 평생 벌어들일 돈을 손쉽게 벌어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 문화대통령인 서태지의 단발 광고출연료는 무려 32억 원에 달했다. 이건 오랜 과거 즉 96년의 일로 지금에 비하면 약과였다. 21세기에 와서는 광고 시장의 확장으로 고작 1년 만에 100억 이상의 수입을 얻는 스포츠 스타와 연예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더군다나 과거의 성공 모델들인 판검사나 의사들이 조용하게 돈을 벌지만 이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까지 받으니 이들에 대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다.

서태지를 뒤로 하고 기획사가 산업용으로 키운 아이돌의 효시라 할 수 있는 H.O.T 1집이 1996년 발매되었으니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이들의 활동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자란 세대가 바로 17살, 현재 고등학생들이다. H.O.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MBC 10대 가수상 30대 미만이 뽑은 인기가수상‘을 수상한 게 4년 후 2000년이고 보아(BoA)의 1집 앨범(2000)도 이때 즉 21세기 원년에 발매되었음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효리 신드롬을 낳았던 핑클(Fin.K.L) 또한 98년에 데뷔한 후, MBC 10대 가수 가요제 청소년 부문 수상(2000년) KBS 가요대상 청소년 부문(2000년) SBS 가요대전 최고인기상(2001)을 수상했다.

스타가 리더가 되는 시대, 잘 놀아서 성공하는 사례도 많아진 시대

더욱 주목할 것은 핑클의 ‘경력’을 보자. 이들은 한국방문의 해 명예홍보사절(2001년)범국민금연운동본부 청소년금연홍보대사(2002)로 활동했다. 이는 성공한 연예인들이 당당하게 사회적 리더 즉 파워 엘리트로 등장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한국 사회에서 구세대가 ‘광대’, ‘딴따라‘ 라 치부하며 자식들이 이 직종을 선택하겠다면 '가문의 수치'니 ’밥 빌어 먹는다‘고 극구 만류하던 연예인 계층이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망 직종으로 등장한 것이다. H.O.T, 신화, 젝스키스, 동방신기 등 남성 아이돌 그룹과 소녀시대(2007년 1집) 원더걸스(2007년 1집)의 등장과 장기적인 성공은 이제 연예인들이 귀족이자 젊은 재벌로 등장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구독자를 갖고 있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나 17~27세 미래 리더를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잡지인 투모로우(Tomorrow)에서도 리더들의 자격이 과거 정치가, 권력가 또는 영웅(Heroes)들에서 대중 스타(Stars)로 변천했음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로 지금의 십대들은 검은 법복이나 흰 가운을 선망의 제복으로 생각하며 자라지 않았고 이는 40대 중반의 부모가 자란 어린 시절과 판이하게 다르다. 40대 부모는 현재 70대에 이른 그들의 부모가 자신을 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판·검사나 의사가 되기’를 원할 때, 동조하거나 '적어도 수긍할 수 있었던 세대'였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은 ‘뭘 모르는 꼰대!’ 라며 심리적으로 반발할 이유나 근거가 너무나 많아졌음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부모가 공부하라고 압박을 하면 심지어 ‘엄마, 아빤 내 꿈이 뭔지도 몰라!“라는 식의 대화거부 사태가 빈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보다 세속적으로 더 성공한 모델이 바로 게임을 개발한 김택진(NC소프트)이고 현재 대한민국 최고 권력인 대통령에 근접한 사람 또한 부모들이 선망하는 의사를 때려치고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에 매달렸던 안철수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청소년들에게 의사, 판검사가 되라고 종용할텐가? 이제 무엇이 되라고 하기보다 " 네 꿈은 무엇이니? 넌 무엇을 하고 싶니?" 가 대화의 주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불행하게도 한국의 청소년들은 꿈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공부에 내몰리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 한다.

죽기 전 후회할 것 1위

물론 십대가 선망하는 ‘스타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철없어 보이는 청소년들이 40대 부모 세대만큼 모를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자녀가 그 길을 가다 성공한 스타가 못된들 그게 뭔 대수인가? 죽기 전 후회할 것 1위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 것’으로 꼽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자녀가 무엇을 원하든 그걸 할 수 있도록 힘닿는 데 까지 적극 밀어 주고 싶다. 물론 그 길을 가서 성공하면 좋겠지만 설사 실패하더라도 그걸로 불행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조언을 할 수 있는 멘토 역할을 자임하겠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야 태고이래 어느 세대나 같을 것이나 유독 현재 40대 중반에 이른 부모는 그 ‘잘 된다는 것‘의 롤 모델 설정에서부터 아래 세대와의 인식의 간극이 너무나 벌어져 있음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구태의연한 시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한 40대 부모와 10대와의 대화의 물꼬가 쉽게 트일 리가 없다. 더구나 한국의 40대는 반독재, 식민지, 민주화 같은 거대 담론을 중심으로 투쟁의 문화에 익숙하지 사랑과 행복 같은 진짜 중요한 테마에는 생소한 대학시절을 보냈다.

한국 사회의 행복은 40대의 태도에 달려 있어

문화평론가로서 냉정하게 말하면, 10대의 사회 인식이 문제가 아니라 40대 부모들의 인식이 시대착오적인 경우가 더 많을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한국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위력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계기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1993년)이다. 그 당시 영화 한 편이 현대자동차의 1년 수출액을 상회한다고 난리였다. 40대의 어린 시절에는 생각도 못했던 문화콘텐츠 산업이 세계적인 주축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지 20 살(만 19세)이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눈치빠른 부모들은 벌써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의 스타 연예인들 부모들 중 파워 엘리트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파워 엘리트인 부모들은 자식을 이 분야로 진출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 자식과 가문이 잘되는 일거양득의 투자'의 개념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분야에 뛰어난 인재들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그 수요도 나날이 팽창하고 있다. 이러하니 적어도 이 분야만은 태어날 때부터 이를 보고 듣고 즐기며 자란 10대들이 40대 부모 세대보다 더 정확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 산업으로 등장한 것인지는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 지원자 수가 연간 수백만 명에 이르는 현상으로도 설명된다.

그래서 한국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30대도 50대도 아닌 40대 부모가 변해야 한다. 40대 부모 세대만이 이런 급격한 전환기를 겪은 세대였으므로 이 변화를 냉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자식 세대와의 대화의 단절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각별히 주의를 요한다. 누가? 자식세대가 아니라 40대 부모 세대가. 원할한 대화는 서로간의 공감에서 오는데 이 공감은 상황을 제대로 또 비슷하게 인식하는 데서 온다. 자식의 꿈과 부모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적어도 상황 인식만은 올바르게 해야 서로 소통이 된다. 유독 한국의 40대는 '꼰대'들이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행복해 지려면 40대 부모들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열고 '사랑한다' 말하자, 자녀에게!

작년 대구의 한 중학생의 왕따자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피해자의 부모 두 분의 직업 모두가 교사였기 때문이다. 직업이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상담하는 교사였지만 정작 자식의 아픔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아이의 마지막 유언은 가슴을 저리게 한다.

“ 단 한번도 말하지 못했지만 엄마, 아빠 사랑해요!”

왜 이 말을 집안에서 평상시에 하지 못했는가? 이 아이의 부모도 40대 중후반이다. 엄마, 아빠가 먼저 이 말을 했다면 자식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사랑은 속에 간직하기보다 그 대상에게 표현할 때만 빛을 발한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영화에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으로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일생 동안 ‘사랑해!‘ 5 만 번 이상 말하기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하루에 3번씩 "사랑해!"를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하면 1년에 1000회를 넘길 것이고 이를 50년 반복하면 5만 번은 충분히 넘길 것이다. 사랑해!"란 말을 많이 할수록 내 주위의 사람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행복해진다. 인간은 사랑받지 못할 때 불행한 게 아니라 사랑할 대상이 없을 때 진정 불행한 것이다. 이건 필자의 깊은 체험에서 온 철학이다.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러한데 우리가 사랑 표현에 주저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인생은 사랑하고 살기에도 너무나 짧다.

11월 11일, 내일은 빼빼로 데이다. 부모들은 퇴근 길에 마트나 편의점에 잠깐 들러 빼빼로 한 통을 사서 가슴에 안고 가자. 그리고 소중한 자녀에게 건네주며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말하자!

“OO아, 사랑해!”

물론 자녀들이 이곳저곳에서 이미 많이 얻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 아빠에게서 받는 빼빼로는 세상 어떤 선물보다 더 귀할 것임은 틀림없다/ 김휘영 문화평론가, 행복문화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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