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달 전만 해도 친노종북의 아이콘으로 각광받던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의 몰락은 드라마틱한 수준을 넘어선다. 이제 그는 친노종북의 더러운 마녀가 되었으며, 선거 부정 관련 검찰에 기소되어도, 한겨레, 오마이, 경향, 프레시안 등 어떤 언론으로부터도 지원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 이면에는 “고래를 삼키는 새우가 되겠다”는 정치인생의 모토를 실천해온 유시민의 간계가 있었다. 야권연대를 통해 더 많은 지분을 챙기겠다며 유시민을 직접 끌어들인 장본인이 이정희 전 대표이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김인성 보고서의 발표 이후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은 이석기도 김재연도 아닌 유시민계의 오옥만 후보 측이 조직적으로 저질렀다는 팩트는 확인되었다. 특히 유시민계는 진상조사위에 적극 가담하여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시키며 이를 이석기와 김재연 등에 덮어씌우는데까지 성공하는 대담한 수법을 선보였다. 이에 선거부정 혐의로 구당파에 총공세를 나섰던 보수언론 측에서는 “김인성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대체 왜 그간 친노종북 어용매체들인 한겨레, 오마이 등이 바로잡지 않느냐”며 의아해 한다. 즉 진실도 아닌 거짓으로 그 막강한 통진 내의 경기동부연합을 유시민이 어떻게 자빠뜨릴 수 있었느냐가 보수언론의 관심거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은 이러한 역전승을 여러차례 성공시켜온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새우의 몸으로 고래를 여러 번 삼켰던 것이다.
2003년도에도 같은 수법으로 민주당 분당에 성공했던 유시민의 화려한 경력
좌우 모두 이정희 등 경기동부연합을 총공격하고 있을 때, 공희준, 김군, 아크로의 구민주계 논객들만 유독 유시민의 간계를 비판해왔다. 이들 구 민주계 논객들은 2003년도 유시민이 구민주계를 숙청하면서 열린우리당 창당을 성공시킨 행태를 제대로 지켜봤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2002년 10월 민주당 후보 노무현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고래를 삼키는 새우가 되겠다”며 개혁당 창당에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민주당이 아닌 개혁당을 찾아, 유시민과 함께 축배를 맥주잔을 들었다.
그뒤 2003년 4월 유시민은 개혁당의 후보로 고양 덕양갑에 출마한다. 이 당시 유시민은 “절대 구태 정당인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는 없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워 개혁당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내었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민주당의 송영길, 정동영, 김경재 등은 민주당 후보를 사퇴시키며, 개혁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한다. 개혁당의 당원들은 강력히 반발했지만 유시민은 특별히 해명하지 않고 유유히 당선되었다. 이 과정에서 유시민은 “민주당과 함께 할 것”이라 여러차례 공언했으나 당선되자마자 “민주당은 해체되어야 한다”며 분당을 감행했다. 총선 끝나자마자 내분을 일으킨 현재의 정치적 행태와 똑같았다.
유시민은 개혁당을 중심으로 한 친노신당 창당의 깃발을 내세웠고, 유시민이 움직일 때마다 민주당은 크게 흔들렸다. 특히 민주당 내의 신기남, 친노세력 내의 이강철의 활약이 돋보였다.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등 친노언론들은 연일 민주당의 구태를 비판하며 신당창당의 당위성을 역설하여 나팔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급기야 유시민과 민주당 내 친노세력은 이들은 2004년 1월 11일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정치적 대도박을 감행했다.
이들이 노린 것은 2004년 총선이었다. 유시민은 이에 이론적 기틀을 제공하며 “민주당의 이름으로는 절대 영남권에서 당선될 수 없다”는 점을 선동하여, 결국 신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은 곧바로 민주당을 탈당, 민주당은 재집권 1년만에 야당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유시민의 민주당 분당 전략과 현재의 통합진보당 분당 전략은 판박이 수준으로 똑같다. 선거 전에는 손을 잡고 함께 웃으며 국민들의 표를 훔쳐간 뒤, 선거 끝나자마자 바로 내부 권력투쟁을 벌여 동지들을 구태로 몰아 숙청해버리는 방식이다. 2003년 민주당 분당 때와 현재 통진당 분당 때도 유시민은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친노어용매체의 지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유시민은 분당을 이끌어낼 때마다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십분 이용한다. 2003년도에는 “민주당 이런 구태로는 안 돼”라는 국민적 여론을 증폭시시켰다. 그러나 결국 그가 만든 열린우리당은 민주당보다 더 한 구태정치를 반복하다 창당 3년만에 문을 닫게 된다.
김용민의 헛발질로 역전패 한 친노종북 진영, 대선 위해 희생양으로 이정희 선택
이번 통진당의 경우는 나꼼수 김용민 등의 헛발질로 총선에서 역전패한 친노종북 진영의 정신적 충격을 십분 활용했다. 친노종북 진영은 총선 패배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와 희생양을 만들어내야 대선에서 다시 국민에 표를 구할 수 있는 처지였다. 바로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들이 선택된 것이다. 오직 정권 탈환에만 눈이 먼,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이 선거부정의 진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은 없었다. 누구 하나라도 잡아 죽이며 국민들에게 “우리가 이 만큼 변했어요”라는 메시지만 필요했을 뿐이다.
이정희 전 대표의 경우 이미 관악을 후보단일화 당시 여론조사 조작 건으로 낙마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친노종북 언론들은 총선 전날까지만 해도 이정희 전 대표를 띄우며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현재 통진당 구당권파 숙청에 나팔수 역할을 하는 진중권조차도 총선 당시에는 이정희 찬양을 불렀을 정도였다. 이렇게 선거부정에 대해 아무런 윤리의식도 없었던 친노종북 매체들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선거부정 의혹에 분노의 글들을 쏟아낸 것은 정상적인 언론활동이 아니었다. 오직 권력만을 위한 희생양 만들기였고, 이런 친노종북 매체들의 탐욕에 이정희조차 속수무책, 마녀로 전락한 것이다.
선거부정 야합 드러나자, 애국가 논쟁으로 보수세력 지원 끌어낸 유시민의 전술
유시민은 이에 ‘애국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보수우파 진영의 힘까지 이용하는 탁월한 전술을 보여주었다. 유시민은 5월 10일 통진당 전국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물어본다면 우리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국민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할까"라며 애국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과의 통합과정에서도, 총선을 치르기 위한 수많은 행사 때도 유시민은 단 한 번도 애국가 문제를 제기한 바 없다. 특히 유시민은 자신이 창당한 개혁당 시절부터 애국가와 국민의례를 독재와 친일의 잔재로 비판해온 바 있다. 이런 유시민은 왜 갑자기 애국가 논란을 일으켰을까.
바로 그 전날 이정희 전 대표는 선거부정 관련 유시민을 비롯한 대표단들이 총선 전에 야합을 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마치 부정과 맞서 싸우는 이미지를 확보해온 유시민으로서는 기습을 당한 셈이다. 여론이 유시민에 안 좋아질 조짐이 보이자, 바로 애국가 폭탄을 터지며 이정희와 구당권파는 국민 전체로부터 융단폭격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유시민의 역습 탓에,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던, 강기갑 등도 애국가를 예찬하는 엽기적 상황도 연출되었다. 유시민이 신당 창당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지지철회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역시 애국가도 부르지 않았고, 국민의례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시민은 물론 친노종북언론 어디서도 비판하지 않는다. 그들의 애국가 논란이 오직 당내 권력투쟁일 뿐이라는 증거이다.
통합진보당에 합류할 당시 유시민의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다 죽어가는 인물에 산소호흡기를 꽂아준 것이 이정희 대표와 경기동부연합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시민의 합류를 결사 반대한 것은 강기갑의 인천연합과, 노회찬, 심상정의 통합연대였다. 그러나 총선 이후 유시민은 강경종북파인 인천연합과, 맹목적 사회주의 세력인 통합연대 전체의 리더로 우뚝 섰다.
유시민 6번째 창당, 김대중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국신기록
유시민은 앞장서서 선도 탈당과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 유시민이 이번에 또 정당을 창당한다면, 개혁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참여당, 통합진보당에 이어 6번째이다. 이는 5번의 창당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록을 넘어서는 새로운 신기록이 된다.
유시민은 강기갑, 심상정 등의 통진당 이탈세력을 이끌고 이해찬의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복원할 것이다. 안철수라는 잠재적 라이벌을 뛰어넘어야할 이해찬과 문재인으로서는 종북과 부정을 통진당 잔류세력에 낙인찍고, 새롭게 세탁된 유시민 세력의 지원이 절실하다. 만약 유시민의 쿠테타가 없었다면 그 자리는 이정희의 몫이었을 것이다.
유시민은 2003년 민주당을 무너뜨린 데 이어, 또다시 같은 수법으로 통진당을 무너뜨리며 완벽하게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3년만에 문을 닫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쳤듯이, 이번 유시민의 쿠데타 역시 친노종북세력의 참담한 비극으로 끝날 전망이다. 기회주의 세력의 거짓은 잠시 눈을 가릴 수는 있어도 다수의 국민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의 구국의 영웅이 김용민이었다면, 이번 대선에서의 영웅이 유시민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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