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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사들의 좌파 발언 교육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중 서울지역 K고의 H(54)교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이 서프라이즈에서 글을 쓰던 변희재(37)가 내 제자다. 그는 반노(反盧)로 돌아서고, 나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실망하면서 각기 제 갈 길을 갔다"고 말했다. H 교사는 "언젠가 변희재가 '시시비비를 가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고등학교 윤리 수업 시간에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라고 필자를 언급했다.

이 기사를 보게 된 필자의 지인들은 의아해 했다. 보수우파진영의 대표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필자가 좌편향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윤리교사로부터 고교시절 교육을 받고, 심지어 그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웠다니 말이다. 그래서 무언가 이에 대한 생각을 공개해달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

H선생의 수업, 학생들 의식화시키려는 목적의 운동권 교사들과는 달라

맞는 말이다. 필자는 경문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시절, H 교사로부터 윤리과목을 배운 바 있다. 또한 실제로 그의 수업을 좋아했다.

이번에 공개된 그의 수업 시간의 발언에 대해, 충격적으로 볼 분들이 많이 있을 줄 안다. 그러나 그에게 2년 간 수업을 들은 바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너무나 익숙한 화법과 문장들이었다. 그는 그 시절에도 수업 시간 내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을 비판했고, 과격한 욕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당시 필자를 비롯한 매우 극소수의 학생들만 그의 수업을 좋아했으며, 다수의 학생들은 짜증을 내거나 그를 혐오했었다. 왜냐면 H선생은 일반적인 운동권 교사들처럼, 학생들을 의식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감추거나 학생들에 아첨하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생각을 가감없이 내질러댔던 것이고, 수업과 별 관계 없는 시사문제에 대해 열변을 통하는 그의 수업방식은 최소한 90년대 초반에는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필자의 경우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몇몇 학생들과 시사토론반 동아리를 만들어, 매주마다 공식적으로 시사문제를 토론해왔기 때문에 그의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H선생의 교육방식과 시사토론반의 경험은 필자의 대학시절은 물론 논객활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마르크스 요약본 책 서너 권 읽고, 혁명가 흉내내는 운동권 학생들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좌파 운동권 학생회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온갖 감언이설과 아첨으로 무의식을 지배하려는 행태였다. 어차피 다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히고, 생각의 차가 드러나면 토론하고, 토론으로 좁혀지지 않으면 각자 알아서 갈 길 가면 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었다. 바로 이것이 H선생의 막말 교육을 2년 간 들었던 경험, 또한 시사토론반의 운영 방식이었다.

필자와 동료들이 만든 시사토론반은 선배라 하더라도 후배의 생각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그냥 각자 주제에 대해 연구를 해와서, 각자 의견을 주고 받으며 토론의 깊이만 더해가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시사토론반에는 매우 다양한 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강남 8학군 출신들의 경우 집안의 영향으로 매우 보수적인 학생들도 있었고, 당시 전대협에 이은 전고협의 바람으로 '고등학생도 노태우 정권 타도를 위해 조직을 짜고 집회에 참여하여한다'고 주장한 학생도 있었다.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긴 했지만, '시사토론반' 전체가 단일한 의견을 내서 움직인 적은 없었다. 다만 '시사토론반' 후배 한명이 '임수경 통일문학상'을 수상하는 바람에 필자를 비롯한 선배들이 모두 학생회 조사를 받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선배들이 시사토론반 동아리방에서 집단으로 담배를 피우다, 모두 정학을 맞은 적도 있었고, 후배들의 경우 동아리방에서 포르노를 보다 적발되어 동아리방을 빼앗긴 적도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 등등의 탓에 오히려 대학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마르크스의 책 원전도 아닌 요약본 서너 권 읽고, 하루아침에 마르크스주의자가 다 된 양 구호를 외치고, 생판 모르는 신입생들을 의식화 교육을 시키겠다고 나서는 그 무모함과 대범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신자유주의 타도를 외치는 운동권 학생들 중, 필자에게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을 대학에서 본 적이 없다. 자유주의가 보수반동 사상이라 공격하면서, 자유주의 사상가들인 존 스튜어트 밀, 애덤 스미스의 책을 읽은 운동권 학생도 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시절, 그 없는 시간을 쪼개서 시사토론반 토론을 위해 이 책, 저 책, 잡지들을 찾아 읽으며 공부를 해왔던 필자의 기억으로 볼 때, 학회 세미나 시간에 제대로 교재도 읽지 않고 오는 운동권 학생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각자 공부를 하지 않다 보니, 대충 세미나 끝내고 술자리로 이동하여 '민중의 삶 '을 안주로 삼아 술이나 퍼마시며, 혁명가 흉내 내는 꼴은 역겨워서 봐줄 수도 없을 정도였다.

90년대 대학생들의 노예와 같은 삶, 현재 30대의 비참한 현실의 원흉

필자는 대학 시절 당시 이러한 운동권의 행태를 반 지성의 문제로 바라보았다.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없고, 생각이 없으니 토론도 없으며, 그냥 낡은 386세대의 관성적인 조직 문화가 그대로 대학에 잔재로 남아, 90년대 학생들의 개별적 삶에 침투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상과 이념으로 자신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지 않고, 오직 인적 패거리주의로 끌려가는 노예의 삶이었다.

이러한 퇴영화된 대학시절의 삶이 바로 현재의 30대의 의식마저 규정하고 있다고 본다. 무턱대고 낡은 386세대가 지배하는 미디어에 휩쓸리며, 자신들의 세대를 위한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묻지마 식으로 야권세력에 몰표를 주면서도 무시당하고 있는 비참한 30대의 현실 말이다.

이렇게 타자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하여 노예로 만드는 운동권의 교육과 비교해보면, H선생의 교육방식은 위험하다 보지 않았다. 물론 과연 윤리선생이 자신의 주관적인 정치적 판단을 여과없이 학생들에게 들려주어도 되는지 교사의 역할 문제라면 논점이 달라진다. 그러나 최소한 그 당시에는 "우리 고등학교에 저런 선생 한 명 있는 게 뭐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했으며, H선생을 싫어했던 친구들도 크게 항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가 H선생에게 아쉬운 점은, 과연 90년대 초반의 사회판단 인식과 2011년 현재의 사회판단인식에 너무나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H 선생에게 당시 배웠던 점은 모든 사안을 뒤집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운동권이 '선'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대학에 들어갔으나, 바로 '뒤집어 생각한다'는 사고방식을 통해 입학 한 달 만에 이들이야말로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 대상들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H선생에 실망한 점, 좌편향과 욕설이 아닌 지적 게으름

필자는 제자로서 H선생에게 당당히 묻고 싶다. 윤리교사로서 20년 간 대체 무엇을 공부했는가. H선생의 주장대로 우파진영에 독설을 퍼붓고, 이들을 여론으로 타도하면, 윤리적 기준으로의 공정성이 보장되며, 대한민국 다수의 삶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오직 권력 탈취만을 위해 광우병, 천안함, FTA 등등 사사건건 사실조작과 거짓말을 반복하는 좌파세력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게 거짓선동을 하지 않으면 정권을 창출할 수 없고, 민중의 삶을 구원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게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90년대 초반의 H 선생의 수업은 최소한 다른 데서 듣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금 공개된 H선생의 수업은 인터넷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도 거짓왜곡을 일삼는 친노좌파 언론의 기사 그대로 베껴 게시된 것들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경함하면서, 교사와 학생의 역할은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 셋째도 공부라는 점을 확신했다. 필자가 H선생에게 실망한 점은 좌편향과 욕설이라기 보다는 '뒤집어 생각해보기'를 포기한 그의 학적 게으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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