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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미 상원의원 논문 표절 보도

인용부호("")와 출처표시 누락을 표절로 명확하게 단정짓고 표절 관련 보도를 한 '뉴욕타임스'


올해 8월, 미국 민주당은 존 월시(John Walsh) 상원의원의 경선 출마 포기 선언으로 시끌시끌했다. 유력주자였던 존 월시 의원이 상원의원 경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게된 것은, 그의 석사논문 표절 사실이 그보다 열흘전 ‘뉴욕타임스(NewYork Times)’에 의해 폭로된 탓이 컸었다.

올해 7월 23일, ‘뉴욕타임스’는 ‘한 상원의원의 석사논문이 인용처리가 제대로 안된 짜깁기 논문이었음이 드러났다(Senator’s Thesis Turns Out to Be Remix of Others’ Works, Uncited)‘라는 기사를 통해, 존 월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의 석사학위 논문의 표절 사실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존 월시 의원은 이라크전 참전용사 출신의 정치인이다. 그는 1960년 미국 몬태나(Montana) 주 출생으로, 1979년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몬태나 주 방위군(Army National Guard)에 입소해 33년간 군에 종사했다. 존 월시는 보수색이 강한 몬태나 주에서 군인 출신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돼 민주당에서 상원의원직을 승계받았던 인사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가 표절 논문으로 지목한 존 월시 의원의 논문 제목은 ’장기 국가전략으로서의 민주주의 연구(The Case for Democracy as a Long Term National Strategy)’로 존 월시 의원이 주 방위군 복무 시절이었던 2007년에 미국육군국방대학(The United States Army War College)에 석사학위(master's degree) 자격으로 제출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가 고발한 존 월시 상원의원 석사논문의 표절 문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존 월시 의원이 석사논문 작성을 위해 표절한 문헌들은 래리 다이아몬드(Larry Diamonond)의 '교전 이후의 민주주의 건설 : 이라크에서의 교훈(Buliding Democracy After Conflict : Lessons From Iraq)' 등 총 22개였다. 주 표절 양상은 다양한 문헌들을 추려서 베끼는 형태의 ‘짜깁기 표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의 조나단 마틴(Jonathan Martin) 기자는 ‘존 월시 상원의원이 어떻게 석사논문을 표절했는가(How Senator John Walsh Plagiarized a Final Paper)’라는 관계 기사를 통해 존 월시 의원의 표절과 관련된 구체적인 근거들을 서증(書證)으로써 명확하게 제시했다.
 





조나단 마틴 기자는 그래픽 이미지를 통해 존 월시 의원의 논문 중 표절한 부분들을 두 가지 색깔로 분류해 공개했다. 먼저 분홍색은 ‘각주를 통한 출처표시조차 없는 경우(Passages taken without attribution)’의 표절이다. 노란색은 ‘각주를 통한 출처표시는 했지만, 직접인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용부호를 제대로 달지 않은 경우(Passages with improper attribution, including using other authors’ language without quotations)’로서의 표절이다.

존 월시 의원은 석사논문의 본론과 결론 부분에 걸쳐 총 14페이지 분량을 표절로 채웠다. ‘뉴욕타임스’는 특히나 존 월시 의원의 논문 결론 부분에서의 표절 양상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존 월시 의원은 800단어 이상에 달하는 권고(recommendation) 부분을 카네기 보고서(Carnegie paper)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각주조차 거의 없이 가져다 베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존 월시 의원은 ‘뉴욕타임스’의 이같은 석사논문 표절 폭로 보도가 나온 후, 표절을 하게 된 이유로 석사논문을 쓸 당시에 이라크 전 참전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약물치료 중이었다는 점과 동료 참전 용사의 자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석사논문 표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몬태나 주 상원의원 출마와 관련된 경선에서도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미국육군국방대학은 올해 10월, 결국 존 월시 의원의 석사학위도 취소했다.

미국 언론의 표절 관련 보도 형태와 표절자의 자백 문화

‘뉴욕타임스’의 이번 표절 관련 보도에서 한국의 매체들이 특히 눈여겨봐야할 점은, 존 월시 상원의원의 석사논문에 표절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관련 직접증거 이외에 학자나 전문가의 견해를 기사에서 구태여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출처표시와 인용부호(“”)의 누락과 관계된 직접증거를 제시해 학교의 최종 판단 이전에 이미 매체 자체 판단으로 존 월시 의원의 표절 여부를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실성검증센터 황의원 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존 월시 의원의 사례처럼 논문 표절의 직접증거가 언론에 제시되면 거의 즉각적으로 표절자의 자백이 나오고 진실게임이 거기서 바로 끝나는 경우가 보통이다”면서 “우리나라처럼 표절의 직접증거가 다 공개된 논문 표절 문제로도 당사자가 구차하게 거짓해명을 하고 뭔 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가니, 무슨 법정으로 가니 하면서 진실게임을 빙자한 엉터리 논란이 무한정 길게 늘어지는 일은 잘 없다”고 지적했다.
 



황의원 센터장은 이어 “선진국에선 표절 문제가 그냥 ‘사실관계’로 확정되는데 반해, 아직 우리나라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탓인지 ‘사실관계’는 둘째고, ‘권력관계’에 따라서 표절 문제가 확정되는 경우가 나타난다”면서 “그러니 매체들은 명백한 표절 증거가 있어도 ‘권위’를 위해서 굳이 필요성이 높지 않아도 관련 학자의 견해를 표절 보도에 반드시 덧붙이게 되고, 표절자들은 확실한 표절 증거가 대중 앞에 다 드러나도 지도교수나 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권위’를 억지 동원해 어떻게 해서든 표절을 흐리고 덮으려고 애를 쓴다”고 꼬집었다.

표절근절국민행동본부 변희재 본부장도 이번 ‘뉴욕타임스’의 표절 관련 보도가 국내 학계와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희재 본부장은 “선진국의 표절 관련 보도는, 전문가나 학자의 관련 견해는 구태여 반영하지 않고 그냥 인용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안했는지 직접증거를 그대로 공개해 지적을 하고 표절을 단정하는 방식이다”면서 “조국 교수 등 표절자들의 흔한 변명처럼 만약 표절 여부 문제가 전문가나 학자의 '권위'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판단해야하는 문제라면, 선진국에서 ‘뉴욕타임스’와 같은 방식의 보도는 절대 나올 수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변희재 본부장은 이어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매체로 일컫어지는 ‘뉴욕타임스’의 특종 보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존 월시 의원의 표절 사례가 우리나라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것은, 본디 직접증거로 표절의 사실관계를 결판짓는 보도가 선진국의 표절 관련 보도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학계나 언론계의 이심전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학계가 관련해 자꾸 허위결론을 내고 있는 현실에서, 표절 보도는 대학원생 몇 동원하면 될 뿐 무슨 큰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닌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전문가견해 제시형이 아닌 ‘뉴욕타임스나’나 ‘미디어워치’처럼 직접증거 제시형 표절 보도를 하는 매체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 인터뷰에 응한 다수 연구윤리 전문가들은 존 월시 상원의원의 논문 표절 문제같은 경우가 우리나라 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라면 '일부 인용규칙 위반은 있으나 고의성은 없어보이고 나름의 독자성은 있는 논문으로 인정된다'는 식의 뻔한 결론으로 눙치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거의 100% 라고 입을 모았다. 공병호 박사는 최근 새민련 권은희 의원의 논문 전체 30% 가량의 표절을 두고서도 '인용출처 표기 누락 및 인용방식 오류'라고 판정해버린 연세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표절합법화위원회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대한민국의 상아탑이 표절 문제 등 연구부정행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자정능력, 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는 지적이 학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연이은 표절 은폐 등 부조리가 발생하는 사태와 관련해서, 지식사회에서 그나마 상대적인 독립성은 갖춘 언론계가 선진국형 표절 보도를 귀감삼아 학계에 대한 대수술에 과연 나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존 월시 의원 표절 관련 '뉴욕타임스' 보도 :

한 상원의원의 석사논문이 인용처리가 제대로 안된 짜깁기 논문이었음이 드러났다(Senator’s Thesis Turns Out to Be Remix of Others’ Works, Uncited)

존 월시 상원의원이 어떻게 석사논문을 표절했는가(How Senator John Walsh Plagiarized a Final Paper)

학위취소로 표절에 대가를 치른 존 월시 의원(Plagiarism Costs Degree for Senator John Walsh)


존 월시 의원 표절 관련 국내 보도 :

논문표절 美 상원의원, '이라크 참전 탓' 변명

"미국에서 표절했다간 망한다"


슬라보예 지젝 표절과 관련 뉴스위크 보도에 대한 미디어워치의 보도 :

좌익 영웅 지젝, 표절 시비 휘말려


공병호 박사의 연세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비판 :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VS. 표절합법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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