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 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호남과 경남에서 유독 심한 ‘공천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호남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시도지사 후보를 전략 공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공천 과정에서 ‘당비 대납’ ‘조직 동원 시비’ ‘착신전환을 이용한 여론조사 왜곡’ 논란 등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광주에서는 공천 갈등으로 인해 당직자들과 당원들 간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강기정·장병완 의원 등 광주 지역 국회의원 5명이 안철수 공동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공개 지지한 것과 관련해, 지난 24일 공천관리위 회의 참석차 사무실에 들어가던 강기정 의원 등은 이용섭 의원과 강운태 광주시장의 지지자로 보이는 당원 100여 명과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옛 민주당 출신과 안철수 대표 측 후보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아직 공천 규칙조차 정하지 못해 개혁 공천은 ‘물 건너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경남도 호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 경남 시군 기초단체장 경선이 29일 또는 30일로 일정이 결정되고, 여론이 팽배했던 중대 전과사실에 해당하는 부적격자에 대한 경선 또는 공천 과정에서의 재심 여부가 언급조차 되지 않자 일부 후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남 창원, 사천 시 등 ‘부실 검증’ 새누리당 경남도당 공천관리위 집중 성토
예비후보들에 대한 형식적 검증만이 있을 뿐, 상향식 공천을 핑계로 제대로 된 검증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창원시장 경선의 경우 안상수 예비후보가 “배한성 후보가 2002년에 이어 2006년에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경남도당 공천관리위가 심사를 소홀히 해 후보 적격 여부를 걸러내지 못했으며, 경선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새누리당에 배한성 예비후보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했으나 끝내 기각 당했다.
이에 배한성 예비후보는 “당의 방침에 따라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한 시기에, 100% 여론조사경선방법을 관철시키기 위해 중앙당 공천위에 재심을 요청해 상대후보를 흠집 내려는 행위는 당의 전직 대표로서 품격을 손상시키는 일”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부산 진구에서는 시의원 경선후보와 구청장 예비후보들에 대한 허위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신문 최정현 기자는 지난 20일 <배임수재·음주운전 전력자도 통과...부산진구 與 공천심사 구설>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부산진구의 6.4지방선거 새누리당 공천심사 업무를 두고 ‘당헌·당규도 무시하고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부산시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 참여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폴리뷰가 확인한 결과 허위·오보 기사임이 밝혀지자 기사에 언급된 후보들은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특정 후보의 마타도어식 네거티브 전략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남 사천시 등 과감한 ‘전략 공천’ 필요성 대두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의 지역구인 남해·사천·하동에서도 선거법 위반 의혹과 비리전력이 있는 예비후보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경선에 참가하고 있어 당 차원의 제동장치가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척사유가 명확한 후보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 부재로 심각한 수준의 ‘공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남해군에서는 이재열 남해군수 예비후보가 단수공천을 받은 박영일 예비후보의 비리의혹에 대한 새누리당 차원의 철저한 후보검정을 요구하며 탈당해 지난 11일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같은 날 황종원 하동군수 예비후보 또한 새누리당 경선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사천시장 경선 역시 김재철·송도근·차상돈 예비후보들이 측근인 비서실장의 뇌물수수, 본인의 선거법 위반 등 전과가 있는데다가 이번엔 또 ‘손봉투’ 의혹까지 제기된 정만규 사천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수차례 지적하고 공천 배제를 요구했지만 무용지물로 끝났다. 특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발한 송도근 예비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또한 김재철 예비후보는 지난 9일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정 시장과 돈을 직접 건넨 것으로 알려진 A 모 씨, 돈을 받은 이 모 씨 외 6명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지역에선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공천룰 적용으로 정치 개혁은커녕 오히려 토호세력을 비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해결책으로 문제가 발생한 지역의 경우 과감한 ‘전략 공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박철희 기자 ulkeuni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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