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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이전부터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이 결국 지난 12월1일 개국했다. 그러나 개국한 지 1주일 정도가 지난 현재 시청률은 1% 전후에 머물며, 기존의 방송을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빗나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직은 첫 걸음에 불과한 시점이므로 성공과 실패를 거론할 단계도 아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사업자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 확립한다면 얼마든지‘효자’로 거듭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면 천박하고 자극적인 내용에만 의지하여 시청률 확보에 급급한‘골칫덩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런데 종편이 시작되자마자 갑자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화제는 시청률이나 콘텐츠에 대한 내용이 아닌,‘김연아’라는 엉뚱한 소재였다.

공지영의 김연아 비판이 가진 위험성

종편이 시작되고 나서 소설가 공지영은 트위터를 통해“아줌마가 너 참 이뻐했는데 네가 성년이니 네 의견을 표현하는게 맞다 연아 근데 안녕!”이라며 김연아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표출했다. 공씨가 실망한 이유는 김연아가 단지 TV조선의 개국 특집 방송에 출연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공씨는 개국 축하쇼에 출연한 가수 인순이에 대해서는“개념이 없다”라고까지 표현하며 이른바 보수언론으로 불리는 매체에 출연한 유명인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까지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특정매체에 출연했다는 것 하나 만으로 비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지영씨도 중앙일보에 소설을 연재하지 않았나’라는 식으로 공씨의 비판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공씨는 자신이‘중앙일보에 소설을 연재하던 것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라서 (상황이)달랐다’고 항변하는 등 오히려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허나 이 사건에는‘특정매체에 대한 혐오감’이나‘단순출연에 대한 지나친 비판’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A에 동참하면 매국노, 변절자’로 취급하는 이분법적 강박관념이다. 공씨의 예를 들자면, 김연아가 말한 내용,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무조건‘그 매체에 출연(기고)하는 것은 나쁘다’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출연을‘거절’한 사람을 영웅시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실은 한국인에게서 이런 강박관념을 가장 빈번히 찾아볼 수 있는 소재 중의 하나가 바로‘일본’이다.

일본 행사에 참석하면‘친일파’인가?

과거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석했던 것에 대해 비난여론을 형성했던 보도들을 보자. 자위대와 관련해서 나 의원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평소 어떤 인식을 보였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자위대 행사 참석자=매국노’라는 희한한 공식을 적용하기에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이다.

국교를 맺고 있는 우방국의 큰 행사에 초대를 받는다면 개인적 호불호에 관계없이 외교관례상 누군가는 참석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무턱대고 자위대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행동이 아닐까? 그런 식으로 세상을 평가한다면, 현재 일본 자위대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군 장교들은 전부 친일파란 말인가?

아무리 반미(反美)대통령이라도 미국 대통령의 이·취임식에는 축전을 보내거나, 한국의 대표로써 누군가 참석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분위기는 미국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외교관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친미(親美)주의자가 되고, 초청을 거부하는 것만으로도 반미(反美)주의자가 된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논리는 상당히 위험하며,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천황이 사망했을 때 일본대사관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씨가 조문을 한 것을 보고‘친일행동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야당의 지도자로써 최소한의 예를 갖춘 것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이다.

아무리 반일(反日)의식이 강한 국가지도자라도 국교를 맺고 있는 국가의 경조사에 대해서는 직접 혹은 외교관을 대리로 참석시키는 것이 순리다.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애국자도 아니며, 지조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 만든 강박관념의 틀에 사로 잡혀 소통을 거부하는 탈레반 같은 존재일 뿐이다.

소통 중시한다던 공지영의 한 마디 “나 욕 참고 말할게 알바 다 꺼져라 응??”

종편이 무슨 과거 일제만큼이나 나쁘고 문제있는 방송이고 권력일까? 그것부터가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다해도 TV조선의 개국 특집 방송은 김연아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분명 마이크를 잡았을 일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연아가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TV조선의 카메라, 음향 스태프, TV조선이 사용하는 건물의 경비원도 TV조선의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다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묻고싶다. 그런 비판논리라면 독립군을 제외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손기정 등을 비롯해 일제시대에 숨쉬고 살았던 이들은 모두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다.

공지영씨는 평소 인터뷰를 통해 “<소통>은 인류 생존의 전제 조건”이라는 주관을 피력해 온 바 있다. 이번에 김연아와 관련된 공씨의 트위터에 대한 비판과 질타가 엄청나게 쏟아지자,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이자 소통을 중시하던 공씨가 보여준 명(名)트윗은“나 욕 참고 말할게 알바 다 꺼져라 응?”이라는 명문(名文)이었다. 평소 반일강박관념을 지적해온 이로서 그리 낯설지 않은 장면이기는 하나, 한국이 매번 고배를 마시는 노벨문학상이 평소보다 더 멀게만 느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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