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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와 김선동, 토마스모어의 침묵

정체 감춘 뒤 권력잡으면 필연적으로 독재로 이어져

‘유토피아’로 잘 알려진 영국의 신학자이자 법학자인 토마스 모어는 헨리8세를 도와 하원의원, 대법관직에 오르는 등 출세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헨리8세가 캐서린과 이혼을 하고 앤볼린과 결혼을 하려하자, 토마스 모어는 자신의 신념과 종교적 원칙으로 이를 동의할 수 없었다. 이에 토마스모어는 대법관직을 그만두고 자신의 고향에서 조용히 살아가고자 했다.

헨리8세는 영국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는 토마스모어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토마스모어는 헨리8세의 결혼에 대한 찬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의 도움이 절실했던 헨리8세는 결국 토마스모어를 감옥에 가두고 찬성 입장표명을 강요한다.

이러한 토마스모어와 헨리8세 간의 갈등은 프레드진네만 감독의 영화 ‘사계절의 사나이’에서 드라마틱하게 묘사되어있다. 재판과정에서 토마스모어는 침묵권을 행사했다. 그를 기소하려던 재판부는 “침묵한다는 것은 결국 왕의 이혼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으나 토마스모어는 “나는 왕의 이혼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으니, 그 누구도 나의 생각을 재단할 수 없다”며 스스로 변호했다. 결국 토마스모어는 그를 음해하는 자의 위증으로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

토마스모어는 공직사퇴 이후 침묵, 김선동은 공직 선거 과정에서 침묵

최근 순천 재보선에서 토마스모어와 헨리8세 간의 갈등이 오버랩되는 일이 여러차례 벌어졌다. 무소속 김경재 후보는 민노당의 김선동 후보에게 “북한 3대세습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2007년 대선 당시 주장한 코리아연방공화국 창립은 김일성의 고려연방공화국과 같은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김선동 후보는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색깔론 공세를 중단하라”며 맞섰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마치 “나의 입장표명을 강요하지 말라”던 토마스모어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양자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헨리8세의 최측근으로서 주요 요직을 두루거쳤던 토마스 모어는 이혼 문제로 의견이 엇갈리자 곧바로 대법관직을 그만두고 낙향했다. 토마스모어가 공직을 고집했다면 그는 반드시 헨리8세의 이혼에 대한 입장, 그것도 찬성입장을 밝혔어야 했을 것이다.

김선동 후보는 토마스모어도 거쳐갔던 공직 국회의원에 출마한 입후보자이다. 야인으로 낙향했던 토마스모어가 “나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침묵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적 신념을 위해 죽음을 택한 토마스모어 역시 공직에 있을 때에는 프로테스탄트들에게 입장표명을 강요하며, 이들을 이단으로 몰아 대거 화형에 처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사상의 자유, 입장표명의 의무가 공직자이냐 아니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공직자는 사상, 노선, 정책, 사생활까지 모두 공개해야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직자는 사상, 노선, 정책은 물론 사생활까지 모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민주주의를 채택한 대한민국 역시 이를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해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공직자 재산공개와, 총리와 장관의 인사청문회이다. 유권자들의 투표로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제도 역시 입후보자의 모든 것을 알리기 위한 방식인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는 법적으로 공개토론까지 의무화시켰다.

놀랍게도 민노당의 김선동 후보는 4차례에 걸친 공개토론회에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민노당은 질문을 던진 김경재 후보에게 “색깔론 공세를 중단하라”고 다그쳤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마이뉴스, 뉴스페이스, 광주인 등등의 언론은 김경재 후보를 색깔론자로 몰아붙였다. 한겨레신문은 아예 사설을 통해 “민노당을 종북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조 후보나 김 후보는 과거 <태백산맥>을 이적표현물로 몰고가려던 공안당국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한겨레의 사설이 궤변인 이유는, 민노당 자체는 모르겠으나, 김선동 후보의 경우는 그가 종북주의자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답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규정하기는 뭘 규정하는가. 김선동 후보가 "나는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는 입장 표명을 하고, 이에 김경재 후보가 "당신은 종북세력이다"라고 공격했을 때, 한겨레신문에서 "단지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세습을 인정했다고 하여 종북세력이라 공격하는 것은 색갈론이다"이렇게 된다면때, 한겨레 사설은 읽어줄만한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지금은 "김선동 후보는 유권자 앞에서 입장을 밝혀라"고 주장해야 한다.

토마스모어를 기소하려던 헨리8세의 재판부의 논리를 따르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김선동 후보는 북한3대세습을 예찬하고 있고, 김일성의 고려연방공화국 창립을 추진하려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게 억울하다면, 김선동 후보는 공개토론 혹은 성명서를 통해 북한3대 세습을 비판하던지, 자신의 코리아연방공화국과 김일성의 고려연방공화국의 차이점을 설명하면 된다. 그러나 민노당과 언론 민주화 세력이라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이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잘못인 양 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하고 있다.

경향신문의 질문에 불매운동으로 답했던 민노당이 정부권력 잡으면

공직후보자가 유권자와 경쟁후보의 주요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해당 질문에 대해 토론의 여지없는 확신과 신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치 토마스모어가 헨리8세의 이혼에 대해 토론의 여지없이 잘못된 것이라 판단한 것과 똑같다. 토마스모어의 경우 입장을 표명하면 죽음이 명확했으나, 김선동 후보의 경우는 그런 것도 없다. 이미 민노당은 공식 싱크탱크를 통해 북한의 3대 세습을 예찬했고, 김선동 후보는 권영길 대선후보의 선대본부장으로서 북한식 코리연방공화국 창립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노당 지도부와 김선동 후보는 이 문제로 목숨을 잃기는커녕 그 누구 하나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거전략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숨기는 행위나 다름없다. 토마스모어가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침묵을 했다면, 김선동 후보와 민노당의 이정희 대표는 오직 권력만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은폐하는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과 원칙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토론을 원천적으로 막은 뒤, 집권했을 때이다. 북한3대세습과 북한식 코리아연방공화국창립이 토론조차 불가한 종교적 맹신일 경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완전히 파괴될 수밖에 없다. 현재 야당세력으로서 이에 대한 질문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이들이 정부권력을 잡았을 때, 비판세력을 과연 어떤 식으로 다루겠는가.

실제로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이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해 민노당의 입장표명을 요구했을 때, 민노당이 취한 방식은 답변을 하는 게 아니라, 화끈하게 경향신문 불매운동을 벌여 굴복시킨 것이었다. 군소야당이니 단지 불매운동으로 그쳤을 것이지, 만약 민노당이 민주당과 연대하여 정권을 잡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고 끔찍한 일이다.

경향신문이 백기투항했을 때, 이른바 우파진영에서는 경향신문의 용기부족을 비웃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이는 우파진영의 큰 실수였다. 최소한 민노당의 북한 김정일식 독재적 행태에 대해서라면, 경향신문과의 이념이 다르더라도, 우파진영이 총궐기하여, 경향신문을 도와 민노당을 굴복시켰어야 했다. 경향신문의 굴복으로 인해, 이제 좌파진영에서는 민노당의 친 김정일 노선을 비판하기는커녕, 질문할 수 있는 세력도 사실 상 사라졌다. 이번 순천 재보선에서 김선동 후보와 이정희 대표가, 당당하게 모든 질문에 침묵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경향신문을 굴복시켰던 자신감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민노당의 태도에 대해 비판한 언론사는 독립신문, 코나스, 올인코리아 등 인터넷미디어협회 소속의 극소수의 애국신문 뿐이었다. 그 덕택에 김선동 후보는 후보자로서의 자격 상실 수준의 토론 태도를 보였음에도 2위 그룹과 격차를 크게 벌이며 독주를 하고 있다.

민주적 방식으로 정권 잡은 뒤, 정당과 언론 탄압했던 히틀러와 민노당

순천 현장에는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등이 민주당이 아닌 민노당의 김선동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내려온다. 순천 유권자들의 관심과 타 후보자들의 특단의 결단이 없다면, 이미 대세를 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김선동 후보가 “북한 김씨 일가의 3대세습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순천 유권자들 다수가 이에 동의한다면, 헌법 상의 문제를 떠나 받아들일 수 있다. 헌법은 다수 국민의 동의로 개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입장을 철저히 감추며, 이에 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색깔론자로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마치 히틀러가 민주주의 방식의 선거로 제 3제국의 총통이 된 뒤, 느닷없이 국민적 동의없이 모든 정당을 해산하고, 언론을 탄압하며 독일 국민을 우민화시켰던 그 상황이 연상된다. 이것이 2011년 대한민국의 사상과 정치와 언론의 위태로운 현실이다. / 변희재

김경재 후보의 '북한' 관련 질문을 피해가는 민노당 김선동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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