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워치 68호를 마감하는 과정에서 김미화의 SBS 확인서 관련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의혹이 드러났다. 김미화는 지난 19일 기자회견 과정에서 SBS 사장으로부터 방송 출연 확인서를 제출받아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SBS는 다음과 같이 방송인 김미화씨의 SBS프로그램 출연내용을 확인합니다"라는 공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출발 20-30대의 물결문화제' 관련, △김미화씨는 1992년 12월, '출발 20-30대의 물결문화제'라는 주제의 공연에서 당시 김미화씨가 출연했던 SBS의 코미디 프로그램 중 한 코너인 '삼순이 블루스'를 재현함. △본 코너는 김미화씨가 화장실 청소부로 분하여 게스트와 만나 토크를 하는 설정의 코미디였음. △위 코너에서 게스트로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인 노무현의원이 출연했으나 이는 담당프로듀서인 이상훈PD가 직접 섭외한 것으로 김미화씨의 개인적 정치적 판단이 아니었음.
SBS의 공문명 자체가 “김미화씨의 SBS프로그램 출연내용을 확인합니다”로 되어있으니 SBS가 1992년 12월에 제작했다는 ‘출발 20-30대의 물결문화제’라는 프로그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SBS 코미디 프로그램 중 한 코너인 ‘삼순이 블루스’를 재현하였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에 야당 정치인 노무현이 SBS 개그코너에 출연한다?
1992년 12월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청년특별위원장 자격으로 김대중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 때이다. 대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당시 노태우 정권 시절 개국한 신생 상업방송 SBS가 야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책임진 정치인을 어떻게 방송에 출연시킬 수 있는가?
더 이상한 점은 ‘출발 20-30대의 물결문화제’는 SBS가 제작하기 이전인 1992년 10월 23일 바로 민주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하여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민주당 김대중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기획된 정치행사였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서는 바로 이 행사에 김미화가 참여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개그를 준비하고 있다고 기록되어있다. 1992년 10월 21일 한겨레신문사의 보도 내용이다.
“무용가 박일규(서울예전 교수)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23일 민주당의 공연은 야당통합 1주년 기념문화제. ‘출발, 20∼30대 물결 문화제’라는 주제의 이 공연은 총유권자 2천9백만명 가운데 57%인 1천6백만명에 이르는 20∼30대를 주요 관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너에게로 또 다시〉의 변진섭씨 등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10대 취향의 텔리비전 채널보다는 라이브콘서트를 통해 인기를 넓혀온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을 주축으로 세웠다. 노래운동쪽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출연한다.
‘봉숭아학당’의 오재미씨가 특유의 모창솜씨를 선보이고, 〈서울방송〉 텔리비전을 통해 낯익은 박미선·이성미씨 2인조가 역시 한 팀을 이룬다. 이밖에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정치인 노무현씨와 본격 ‘정치코미디’를 준비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1992년 11월25일자 경향신문 기사 ‘연예인들도 대선 바람몰이/3당후보 진영 누가 뛰나’ 역시 명확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민자당의 연예인동원을 비난하고 있지만 3당 중 가장 먼저 연예인을 동원한 행사를 벌인 당이 민주당이다. 노무현 전 의원이 주도하여 젊은층들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마련했던 ‘출발 20~30대의 물결’이 그것. 지난 달 15일 인천에 이르기까지 대도시를 순회하면서 벌인 이 공연에는 가수 변진섭, 이동원, 전인권, 신형원, 양수경, 원미연을 비롯, 김미화, 박미선, 이성미, 오재미 등 개그맨들이 참여했으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가세했다.”
10월 민주당 행사는 기록에 남아, 12월 SBS 프로그램은 전혀 기록 찾을 수 없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1992년 10월 경에 민주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획한 정치행사에 김미화가 참여하여 노무현과 김미화의 정치개그를 했다는 것이다. SBS의 확인서에 나와있는 내용과 행사 제목도 똑같고 참여자도 똑같고 정치개그라는 형식도 똑같다. 다른 점은 SBS가 제작한 것이 아니고 민주당이 기획한 행사이며, 행사 날짜가 민주당의 것은 10월 23일, SBS는 12월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따져보자.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1992년 12월에 야당의 김대중 후보 선거운동 책임자인 노무현이 기획한 행사 ‘출발 20-30대의 물결 문화제’와 똑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을 SBS에서 방영하고, 역시 이 행사에 참여한 노무현과 김미화가 나와서 정치개그를 했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더 이상한 점은 SBS가 방영했다는 1992년 12월의 ‘출발 20-30대의 물결 문화제’ 관련 기사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 유력 정치인이 공중파 개그코너에 출연했는데도 단 하나의 언론사도 보도하지 않았다? 최소한 민주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돌렸을 텐데 어떻게 기사 하나 남아있지 않은가? 그리고 여당인 민자당은 이에 대해 항의 한번 하지 않았던 말인가? 또한 현재 SBS 홈페이지에서도 ‘출발 20-30대의 물결 문화제’ 프로그램 기록이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SBS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상훈 PD가 게스트로 섭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소한 10월의 행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획한 행사이므로 SBS PD가 노 전 대통령을 섭외했다는 논리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SBS가 민주당 행사를 기획해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럼 결국 SBS의 이상훈 PD가 대선 직전인 12월에 노 전 대통령이 기획한 행사 이름과 똑같은 프로그램명으로 방송을 하고, 이에 노 전 대통령을 출연시켜서 김미화와 공연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기사는 하나도 없다?
또한 1992년 관련 문단에서 "위 코너에서 게스트로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인 노무현의원"이라는 문장이 사용된다. 그러나 1992년 당시 노무현은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더구나 노무현은 2002년 대선 당시에도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었고, 1992년, 1996년, 2000년 총선 등에서 종로와 부산 등에서 모두 낙선하여 김영삼 총재 시절의 통일민주당 이후 민주당 국회의원 신분을 가진 적이 없다. 1998년 종로 재보선 당선 당시의 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새정치국민회의 때였다. 김미화 블랙리스트 건과 같은 정치적으로 극히 민감한 사안에 대한 SBS 정도의 조직의 문서로 보기에는 너무 허술한 문장이다.
만약 SBS 확인서 조작 확인되면 김미화는 물론 우원길 SBS 대표이사 책임 클 것
SBS는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명확한 의혹을 밝혀주어야 한다.
첫째, 1992년 12월로 대충 얼버무리지 말고 날짜와 시간까지 명확히 하여 노무현과 김미화가 함께 출연했다는 ‘출발 20-30대의 물결 문화제’를 대체 언제 방영했는지, 동영상 등 방송기록을 공개하라. 분명히 방송을 했는데도 기사 하나 나가지 않았다는 점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니 언론사에 돌렸을 보도자료 내용도 함께 공개하라.
둘째,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선거 중책임을 맡은 정치인을 공중파 정치개그에 등장시켰으면 분명히 여당에서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고, 형평성 차원에서 여당의 정치인도 출연시켰을 것이다. 당시 여당인 민자당에서는 누가 출연했는지 밝혀라.
셋째,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88년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단 한번도 민주당 국회의원 신분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러나 SBS는 1992년도에는 총선 낙선자 신분의 노 전 대통령을 모두 똑같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표기하고 있다. 전 언론이 관심가질 수밖에 없는 민감한 '확인서'에서 어떻게 SBS 정도의 거대 방송사 조직이 이런 잘못된 사실을 적시하는가?
넷째, 만약 미디어워치 측이 의심하는 대로 SBS는 확인서 내용과 달리 ‘출발 20-30대의 물결’ 프로그램을 제작도, 방영도 하지 않았다면, 대체 어떻게 이런 조작된 확인서가 SBS 대표이사 명의로 김미화 손에 넘어갔는지 경위를 조사해서 밝혀라.
우원길 SBS 대표이사는 김미화의 정치적 선동에 협조했다면 분명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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