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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띄우며 복싱시장 왜곡하는 MBC

여자복싱 경기를 메인 이벤트로 중계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하나

지난 1월 2주에 걸쳐서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여자복사 최현미 편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MBC는 파업 도중에도 이 방송을 재탕 삼탕 반복하기도 했다. 이 방송 이후 최현미는 친노 개그맨 김미화와 ‘무한도전’팀의 후원으로 2차방에서 성공한 뒤, 5월 1일 아르헨티나의 클라우디아 로페즈와 3차방어전을 치렀다. 이 경기는 최현미의 2:1 판정으로 끝났지만, 누가 봐도 편파판정으로서 MBC의 노골적인 여자 복싱 띄우기에 대해 권투팬들은 강력히 반발했었다.

MBC는 ‘무한도전’ 이전에도 이상할 정도로 여자복싱에 집착하고 있다. 정규 복싱 프로에서 메인 시합은 물론 절반 이상은 여자 복싱으로 채워넣고 있는 것이다. MBC ESPN은 2006년도에 일치감지 남북여자복싱 중계를 했으며, 최현미 신드롬 이후에는 박지현의 타이틀전도 중계했다. 반면 남자복싱에 대해서는 외면해왔다. 특히 최근 세계챔피언에 오른 김지훈의 경우 미국 ESPN이 중계하는 세계적인 시합조차 MBC ESPN은 방영하지 않아 복싱팬들에 집중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MBC 측에서 ‘무한도전’ 홍보용으로 최현미를 띄우면서 복싱 시장을 왜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최현미의 경기는 MBC 측의 집중 홍보로 체육공단으로부터 1억원의 협찬을 받기도 했다. 남자복싱 경기에 중소기업체의 수천만원 정도의 협찬도 받지 못해 번번이 좌절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일이었다.

특히 최현미의 상대자였던 아르헨티나의 로페즈는 1979년생으로 서른이 넘었고, 선수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무명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최고의 복싱강국으로서 1년에만 500여 게임이 벌어지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런 아르헨티나에서도 여자복싱은 비인기 종목으로 좀처럼 중계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로페즈라는 여성복싱 선수의 대한 영상자료조차 없는 것이다.

한국은 여자 세계챔피언만 8명, 한국챔피언은 불과 한 명

여자 복싱의 경우 무하마드 알리의 친딸인 라일라 알리의 경우를 제외하면 유명 스포츠 채널에서 중계가 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신생 복싱 시장 독일의 경우만 일부 정규 프로에 반영되고 있을 뿐이다.
여자 복싱은 아직 체계적인 경기 시스템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공인된 세계챔피언 한 명 없는 남자 복싱과 달리 한국은 여자 복싱 챔피언을 무려 8명을 보유하고 있다.

김단비 7승(2KO)1패 IFBA 미니멈급 여자 챔피언
김효민 3승(1KO)1무 IFBA 페더급 여자 챔피언
최현미 4승(1KO)1무 WBA 페더급 여자 챔피언
박지현 8승(4KO)2패 IFBA 스트로급 여자 챔피언
김지영 9승(1KO)2무 IFBA 슈퍼플라이급 여자 챔피언
우지혜 11승(1KO)1패 IFBA 슈퍼페더급 여자 챔피언
허은영 5승1무 2008년 이후 활동한함
김주희 WIBA 라이트플라이급 여자 챔피언

한국 선수들이 휩쓸고 있는 IFBA라는 단체의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한국 선수가 챔피언으로 있는 체급 이외에는 모두 공석이다. 즉 사실 상 오직 한국만을 위한 복싱기구인 셈이다. 현재 한국 여자 복싱 세계챔피언이 무려 8명이데 반해 한국챔피언은 오직 한 명 뿐일 정도로 기형적인 구도이다. 각 체급마다의 랭커들도 3-4명에 불과하다. MBC 등의 홍보를 통해 단 2전만에 누구인지도 모르는 타국의 여성 선수들을 불러 타이틀 매치를 치르게 하여 편파판정으로 챔피언에 오르게 하면 그때부터 또 다시 MBC 등이 홍보하여 정부부처가 협찬을 해주는 악습을 반복해온 것이다.

방송이 주도하여 스포츠시장이 왜곡되었을 때, 하나의 스포츠산업 시장이 혼탁해지고, 스포츠지망생들의 진로도 흔들린다. 대표적인 경우가 세계 페더급 세계챔피언었던 지인진의 사례이다.

지인진의 경우 아시아의 복싱영웅 파퀴아오와 라이벌이었던 멕시코의 에릭 모랄레스와도 대등한 경기를 벌일 정도로 실력있는 복싱 챔피언이었다. 지인진은 에릭 모랄레스와의 2차전, 마르케스, 파퀴아오 등 세계적인 선수와 시합을 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국내 복싱 방송 시장의 왜곡으로 협찬을 구하지 못해 결국 어렵게 딴 세계타이틀을 반납한 뒤 일본의 K1 링에 올라섰다.

이는 여자복싱과 비슷한 이유로 한국에서만 과대 평가 받고 있는 이른바 이종격투기 시장의 문제이기도 했다. 국내 언론의 보도만 보면 마치 전 세계적으로 복싱 열기가 쇠퇴하고 이종격투기 시장이 자리잡은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이는 대표적인 한국 스포츠 저널리즘의 왜곡이다.

이종격투기 시장의 최강이라는 러시아의 표도르가 최근 치른 경기의 대전료는 50만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의 UFC 시장에서도 최고 스타라는 척 리델이나 브록 레스너의 대전료도 이 정도 수준이다. 반면 파퀴아오와 더불어 세계 복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모슬리와의 대전을 통해 번 대전료는 유료채널 수익을 제외하고도 250억원이었다. 더구나 현재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대전료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예상 대전료는 양자 모두 500억원, 총합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독일이 미국에 버금가는 복싱시장으로 급성장하여, 미국의 복서들이 독일로 원정을 가서 시합을 벌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복싱 영웅 파퀴아오의 영향으로 필리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일본은 이미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세계챔피언이 타이틀을 반납하고 복싱시장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일본의 K1 시장으로 진출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한국은 현재 라이트급의 김지훈이 IBF 세계타이틀 도전권을 확보하여 멕시코의 미구엘 바스케스와 8월 14일 미국에서 타이틀전을 벌인다. 이미 미국의 FOX TV와 멕시코의 아즈텍 TV는 방영을 확정했다. 국내 방송사는 아직까지 중계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여자복싱과, 일본과 미국의 극소수 마니아만 즐기는 이종격투기는 모두 중계해주는 것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시장 질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큰 시장을 버리고 작은 시장으로 밀어내고 있는 MBC

최근 국내의 복싱 사이트에서는 미들급과 슈퍼미들급에서 전승을 달리다 더 이상 시합을 잡을 수 없어 사라진 김한철과 윤한구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미들급과 슈퍼미들급은 미국과 유럽에서 헤비급 다음으로 인기있는 체급으로서 6명의 최강자가 대결하는 슈퍼식스 이벤트가 벌이지고 있다. 이 체급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서면 손쉽게 100만달러 이상의 대전료가 보장된다. 김한철과 윤한구 정도면 충분히 그에 근접한 실력을 보유했음에도 MBC 등이 주도하는 국내 방송사들의 시장 질서 왜곡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셈이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많은 복서들과 이종격투기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올바른 방송사들이라면 이런 투기 지망생들이 더 큰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도록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러나 유독 한국의 방송사만이 큰 시장을 버리고 작은 시장으로 이들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MBC는 이미 최홍만의 K1 진출 이후 연간 310억원이라는 황당무계한 중계권료를 일본 측에 지불하는 엽기적 행태를 보여 세계 격투기팬들로부터 비웃음을 산 바도 있다.

최현미 선수가 편파판정으로 승리한 그날 한 복싱사이트의 운영자는 최현미 선수가 앞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자 다음과 같은 직설적인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제발 외국에 진출하십시오 !! 외국에 가면 한국같이 방송도 안 나오구요, 세계 복싱뉴스에서 조차도 취급안합답니다.... 제발 제발 해외 진출 하십시오 ... 해외 나가면 한국 여자선수들이 얼마나 국내에서 최고의 방송지원을 받는지 아실 것이고 해외 나가면 그렇게 자국에서 관심없는 해외 여자복서들의 실력이 한국의 단 몇전짜리 월드챔프들 보다 훨씬 실력이 더 좋은 선수들이 넘친다는 것도 아실겁니다”

이는 최현미 선수가 아닌 MBC가 새겨들어야할 말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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