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기사가 깁니다. 이사들이 총 9명이라 몇 마디씩만 해도 모아놓으니 많습니다. 하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을 듯 합니다. 단숨에 읽게 됩니다.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건을 놓고 벌어진 그날 이사회 풍경이 워낙 ‘황당하고’ ‘재미있어서’ 입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이사회 불신임결의안(이하 불신임안)이 부결됐다.
어제(5일) 열린 ‘2015년도 제 18차 정기이사회’ 심의안건으로 상정된 불신임안은 의견개진 끝에 표결 결과 찬성 1표로 이사회 재적이사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임명과 해임에 관련된 투표는 본인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영주 이사장도 표결에 참여, 총 반대 의견은 6표, 기권은 2표였다.
이 날 회의는 불신임안 외 3건 및 2건의 업무보고가 예정돼 있었으나, 첫 심의안건인 불신임안으로 격렬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돼 일부 안건은 차기 이사회(19일) 안건으로 재상정됐다.
이인철 이사 “‘고영주 이사장 인정 못해’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부결되면 어떡할 거냐”
심의가 시작되자, 이인철 이사는 지난 달 8일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사무처에 불신임 안건을 제출하고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배포한 야당측 이사 3인(유기철 이완기 최강욱)에 대해 “불신임 안건이라는 것이, 상대방의 입장표명이 안건이 될 수는 없으며, 결국 회의 구성원의 다른 의견을 묻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표결의 의의가 없다”면서, “제안과 함께 ‘우리는 앞으로 고영주를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그가 주재하는 회의 등을 일체 거부할 것’ 이라 밝혔는데, 부결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적어도 결의에 참석한 다른 이사들을 생각해서 이 회의에 협조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유기철 이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결과를 왜 이야기 하느냐?”, 이완기 이사는 “국정감사 때 했던 발언에 대해 지금도 그런지 여쭙고 논의하는 자리다”, 최강욱 이사는 “결론이 나면 당연히 승복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겠느냐”라고 각각 답했다.
이인철 이사는 “앞으로 3년간 함께 이사회를 꾸려나가야 하는데, 방문진 이사 9인 협의체다. 오늘 표결이 부결될 경우, 똑같은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논의가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라며 질의의 이유를 밝혔다.
이인철 이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8월, 방문진 10기 이사진이 꾸려지자마자 이사장 호선 당일부터 야당 측 이사 3인이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사상검증을 시도하고, 회의석에 앉았다 보이콧을 행사하며 회의 참석을 자의적으로 해온 데다, 최근 국정감사 발언 및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인철 이사의 선공으로 당황한 듯, 최강욱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이 직접 심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즉각 방향을 틀었다. 이 때문에 여당 측 야당 측 이사들의 소모적인 논쟁이 시작되자 고 이사장은 “객관적으로 하겠다”고 말하며 심의를 진행했다.
최강욱 이사 불신임 이유 발표에 이어 고영주 이사장 입장표명
최강욱 이사가 제안자 3인을 대표해 불신임 이유를 발표했다. 최 이사는 “2013 년 1월 4일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라고 말해, 민형사상 소송 중이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최 이사는 “극단적으로 편향된 언행을 언급하신 결과 오해의 소지를 불렀고…포용력을 발휘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데도, MBC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공적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진의 수장으로서 심대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것 으로 더 이상 국민과 이사들의 신임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마무리했다.
고영주 이사장의 입장 표명도 이어졌다. 고 이사장은 “불신임 제안 이유가 구체적으로 불신임당해야 할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아, 주요 발언을 기본으로 제 의견을 말씀 드리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고 이사장은 “해당 발언이 문재인 대표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받았지만, 특정 기관장이 기관업무와 관련 없는 발언으로 또는, 단지 고소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신임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 판례를 보면, 해당 발언이 위법성이 있지도 않다…10월 2일 및 6일 국정감사에서는 사실대로 답변한 것인데, 불신임 결의안은 왜 사실대로 말했느냐고 질책하는 취지여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한겨레 21기자를 검찰에서 수사 중인데도 이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나쁘게 본다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악용한 질문을 기화로 하는 인격파괴적 음해”라며, “비방과 음해를 계속할 경우, 민형사상 단호한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가 경찰조사에서 가혹행위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완전한 음해’라며, “본인을 가혹행위나 고문 등에 연계시키려는 정치적 비방과 음해적 인격파괴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불신임안) 제안 사유에 국민적 공분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관적인 판단이 담겨 있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있다”면서, 이사장직을 사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안자와 당사자의 발언이 마무리 되자, 이사회는 끊임없이 동일한 내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각 이사들의 의견개진 이 후, 합의가 되면 합의로 처리하고 안 되면 표결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인철 이사 “부당한 공격으로서의 이 제안을 반대한다”
이인철 이사가 먼저 의견을 개진했다. 이 이사는 “이사장 불신임 안건이 부의됐지만, 이사회에서 다루어야 하는 안건인지 의문”이라며, “제안의 취지가 이사장의 이사 직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 더욱 이사회에서 다룰 사항이 아닌데, 이사 선임 후 이사장이 선임되는 일련의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불신임안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제안의 배경에 있는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생각’과, 이미 종결된 절차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거듭 지적했다.
제안의 이유에 대해서도 이인철 이사는 “‘개인의 생각’을 이유로 한 부분에서는 그 내용이 방문진 이사직이나 이사장 직위 수행과 무관하고, ‘과거의 사건’을 문제 삼는 부분에서는 법적 절차의 진행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재판이 확정되기까지 의원직이 유지되는데 유독 방문진 이사장의 경우에 있어서 그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이인철 이사는 “부당한 공격으로서의 제안을 반대하고 유사한 형태의 일체의 공격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의선 이사 “민주주의 무시하고 퇴장을 밥 먹듯 하고...혼란 초래한 건 누구냐”
유의선 이사는 “나름 생산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데, 방문진 이사진이 너무 정파적으로 대립돼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건을 지적하면서, “요점만 말씀드리면, 과연 고영주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 불신임안을 가결한 정도의 타당성이 있는가? 정말 세 분 이사장이 지적하신대로 MBC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느냐를 봤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는 “방문진은 협의체로, 지금까지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이 자신의 (개인 사상적) 의견을 거의 표명하지 않음으로써 매우 공정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퇴장을 밥 먹듯이 하고, 다시는 안 들어오겠다더니 아무런 태도변화 없이 회의에 들어오고, 이러한 혼란을 초래한 것이 누구인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야당 측 이사 3인의 회의 참석태도를 꼬집었다.
또,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해서도 “과반수가 뽑은 박근혜 대통령 비방 표현에 누가 이걸 지적하느냐”고 비유하며, “개인 신분상 변동이 있고, 불신임만이 필수불가결 하다는 법원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야당 3인이 불신임안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빈약한 논리로 고 이사장을 두둔하는 일부 이사들은 권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멈추고 이사장 퇴진 등 방문진 정상화의 노력에 동참하길 바란다”는 발언도 문제 삼았다.
유 이사는 “사상 표현을 가지고 논하신다면, 물어볼 것도 많지만, 서로의 인격과 상식을 저버릴 수 있는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말 않겠다”면서, “방문진 이사로서 모든 이사들이 공영방송 MBC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김원배 이사는 의견으로 ‘안건 철회’를 묻기도 했다. 김원배 이사는 “불신임 제안 후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세분 이사들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상황이면 불신임안 철회를 하는 게 어떻겠나?”고 물었다.
그러자, 이완기 이사는 “안타깝다”며, “고영주 이사의 국회발언, 그리고 과거 2013년 문재인 후보에 대한 말씀, 이런 여러 가지 발언과 관련해 같은 생각을 가지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이에, 이인철 이사는 “답변을 포함해 이미 다 얘기 했다고 말했고, 유의선 이사는 “역으로 질문하겠다. 민언련 활동 하시지 않았나? 통진당과 연결돼 있는 것 같다. 자꾸 사상 검증 할 거면, 주한미군철수 지지하시나?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완기 이사는 질문도 아닌, 의견개진도 아닌 형식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완기 이사는 “사상문제 좋다. 저도 사상의 자유는 있다고 본다. 빨갱이든 사기꾼이든 생각이야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근데 그것을 공표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고 주장하며, “특히 방문진은 MBC에 공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예를 들어 MBC가 문재인 공산주의자라 보도했다면 당장에 소송이 제기되고 명예훼손이 된다”면서, “만일 방문진 이사 중에 공산주의자 있다면 괜찮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이사직을 제대로 하면 괜찮다는 거냐? 공정하고 뭐 그러면 괜찮다는 거냐?” 라고 물으며 다른 이사들의 답변을 요구했다.
심의를 진행하던 고영주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의 회의 속개 요청에도 이완기 이사는 논제를 계속 던졌고, 유기철 이사는 “왜 답변을 못하게 하느냐?”면서 역성을 드는 등, 심의 진행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권혁철 이사 “방문진 업무와 무관한 불신임안 회의적” 발언에 이완기 이사 “이사 역할 파악 못하는 듯” 비꼬고, 유기철 이사는 계속 “왜 반박 못하게 하냐” ‘버럭’
기다리다 못한 권혁철 이사가 다음으로 의견을 냈다. 권혁철 이사는 “불신임안 사유를 보면, 하나는 과거의 사적인 발언이고, 하나는 국감장에서 대답하라니까 대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감장에서 벌어진 일들은 방문진 국감이 아니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개인적인 정치공세였다”면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방문진과 MBC 일정에 관련된 일이었으며 얼마든지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지만,이미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했는데, 오히려 방문진 이사라면 일방적인 정치공세에 대해 오히려 우리(이사회)가 거기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유를 보면, 이것이 과연 방문진 업무와 무슨 관련이 있어 불신임안인지에 회의를 가지고 있다”면서 반대 의견을 냈다.
이인철 이사에 대해서는 “말이 너무 빨라 못 알아들었다”, 유의선 이사의 의견개진 후 김원배 이사의 철회제안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과 같은 생각인거냐”라고 비아냥 거렸던 이완기 이사가 권혁철 이사에 대해서는 “이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며 또다시 딴죽을 걸었다.
권혁철 이사가 의견개진 과정에서의 발언임을 강조하자, 유기철 이사는 “왜 반박을 못하느냐?”, 이완기 이사는 “국감장에서 방문진 이사장으로 불렀는데, 왜 그게 개인적 생각이냐?”고 물으면서, 이미 발언한 내용을 재차 삼차 되물었다.
야당 측 이사들의 이러한 회의 태도는 회의 자체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MBC 관리감독 기구로서 MBC 경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정쟁에 몰두한다’는 공분을 사기 쉬운 대목이다.
그나마 선방하던 최강욱 이사마저 “제가 어제 갑자기 음주운전 후 사람치고 이 자리에 왔다면” 황당 비유로 동참
최강욱 이사가 이어서 입을 뗐다. 최 이사는 “선임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모여서 뽑은 이사장을 불신임 하자는데 어떻게 이사님들이 적극 동의하겠나”고 반문하며, “제 입장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고 안타까운 부분이 ‘시민’ 고영주씨의 입장과 ‘방문진 이사장’으로서의 입장이 섞이고 있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최 이사는 “방문진 이사장 취임 후 국감장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공인의 입장이 됐기 때문”이라며, 총리 등 직을 맡기 전 청문회를 한다는 점에 비유를 들었다.
이와 함께, “시민 고영주가 방청하러 가신 게 아니라 방문진 수장으로서 공식 답변을 한 것이므로, 발표에 따른 결과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민들이 공인에게 요구하는 잣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가 어제 갑자기 음주운전 후 사람 치고 이 자리에 나와 방문진 이사로서 열심히 하겠다 하면, 어디 가서 추행을 하고 법정 결과 안 나왔다고 하면 수용하시겠나? 여론이 용납할까요?”라며 엉뚱한 비유를 했다.
그러나 청문회를 방불케 한 국감장이 당연한 것이었다면, 이사로 임명되기 전에 치렀어야 할 과정으로 보인다. 또, ‘소신 발언’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등 가치의 문제를 음주운전과 추행이란 범죄행위로 비유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등호가 성립되지 않는 공식이다.
그러나 최강욱 이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박정희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파시스트였다고 하면 용납되겠나? 파시스트의 딸이라 나치로 나라가 돌아가고 있다 그러면 소신발언인가?...사상의 자유가 있으면 왜 통진당이 없어졌느냐? 법원에서 MBC가 번번히 패소당하고 있는데 왜 그건 지적하지 않나?”라며, 야권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안들까지 들춰내 방문진 이사회의 심의안건을 비약적으로 확대시켰다.
이 같은 대목은 결국,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이 정쟁임을 자인한 셈이다. 그는 또, “표결이나 숫자로 이런 논의를 제압할 수는 있겠지만, 국민에게 사회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가지지 않으면 논란이 계속 될 것이다”라고 말해, 표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던 앞선 발언을 뒤집는 듯한 뉘앙스를 전했다.
이완기 이사가 앞서 발언한 이사들의 의견에 말꼬리를 잡고, 최강욱 이사가 제안 이유에 살을 붙이는 식의 내용을 발언한 데 반해, 유기철 이사는 의견개진 시 이행할 질의서를 작성해 온 듯 보였다.
고영주 이사장 사상 검증했던 유기철 이사 ‘이사장은 대답하라’ ‘또 시작’
유기철 이사는 “이념, 사상, 이런 것이 초점이 아니다”라며, “편향적이냐 중립적이냐로 시비 붙을 필요 없다. 공정한 상식으로 봐서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게 보편적인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뜸 “이사장님이 당사자이므로 몇 마디 물어볼 수 있죠? 지금 물어야 말할 수 있다”면서 심의 진행 중인 고 이사장을 다시 청문대상자로 만들었다.
유기철 이사는 “단답식으로 하시라”면서, “공산주의자에 대한 정의가 무계급 사회 등 3개 목적을 추구한다는데, 문재인 대표가 이를 추구했냐?”고 물었다.
고 이사장이 “그것은 공산주의 선전이론이고, 실천이론은 다르다. 밖에는 선전이론만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여타 이사들이 또 다른 논제를 던지지 말고 안건만 이야기하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고영주 이사장도 심의 진행자로서 “답변의 의무는 없다”고 말했지만, 유기철 이사는 “왜 없냐?”며 다시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이인철 이사가 “없다”고 말하자, 최강욱 이사가 “답변할 권리는 없지만, 질문할 권리까지 막지 마라”면서 옹호했다.
유기철 이사는 이후,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 이론을 추구했나?’ ‘사법부 김일성 장학생은 누구인가?’ ‘국사학자의 90%가좌편향…다 세어 봤나?’ 등과 같이 안건과 무관한 질문을 연달아 내면서 “답을 안 하시니까 자꾸 질문이 나오는 것”이라는 둥, “국회 나가서는 그렇게 말씀 잘하시더니 여기서는 왜 답을 못하시냐?”라는 질문의 쳇바퀴를 무한대로 돌았다.
고 이사장이 “(의견개진) 다 끝나느냐?”고 묻자, 이번에는 이완기 이사가 “유기철 이사는 지난 번 국감장에서 거론된 말씀을 여쭌거다. 답변을 안 하시는 것은 방문진 이사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거기서도 불리한 건 답변 안했는데, 사실은 방문진 이사장이라면 소신껏 말씀 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거듭 답변을 요청했다.
여당 측 이사들의 사상도 고영주 이사장과 같으냐고 물으며 “안타깝다”를 연발했던 1부 상황에 이어, 고 이사장에게 회의 안건과 무관한 질문에 대답하라고 무한 반복하는 2부 상황이 벌어진 것.
김광동 이사 “이사장 직위 유지하고 업무 수행해야”
반복되는 야당 측 이사들의 답변요청이 이어진 가운데, 이번에는 김광동 이사가 의견을 개진했다.
김광동 이사는 “2013년 발언이 개인적 자격으로 특정된 사람들 간의 모임 속에서 한 발언이라는 건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한민국이 마주한 전체주의의 위협과 공격, 전쟁, 냉전과 열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공인을 걱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C 격려사, 사업과 관련된 일,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초청 받은 자리에서 그랬다면 부적절했다는 데 동의하지만, 방문진 이사장으로서의 업무와 직위와 연장성상에서 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감장에서는 지난 발언에 대한 추가 설명 차원의 발언으로, 방문진 이사장 자격으로서의 발언은 아니었으며, 개인적 사견이 정치적 표현이 우리의 업무에 영향을 미쳐 잘못된 판단과 결정이었다는 사례가 없는 한 이사장 직위를 유지하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반대 의사를 냈다.
김광동 이사가 발언을 마치자, 이완기 이사는 고 이사장에게 다시 “답변 해 달라”고 요청했고, 유기철 이사는 “공적 자리에서 왜 답을 않느냐?”고 답변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두 이사는 다른 이사들이 각자 발표한 의견에 트집을 잡으며 소모적 논쟁을 유도하는 한편, 최강욱 이사는 두 이사들의 의견을 옹호하는 역할을 맡아 마치 3인조 코미디를 연출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소모적 정쟁으로 다 보낸 뒤 표결하자니 다시 시작된 이완기 이사 “답변하라”...야당 이사들의 행태는 ‘쇼(show)’다?
회의가 소모적 논쟁으로 다시 흘러가는 듯 하자, 고영주 이사장은 표결 준비를 요청했다.
이에, 일부 이사들은 이미 의견개진을 통해 결론이 난 것이나 다름없는데, 굳이 찬반을 가르는 표결을 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타인이 흘린 말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특기인 듯 보이는 이완기 이사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완기 이사는 “처음부터 이런 논의를 표결로 해결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왜 이사들이 소신 있게 답변들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3년간 이사를 같이 해야 하는데, 답변을 하셔야죠”라며, 2시간여 동안 내 놓은 의견들을 깡그리 원점으로 되돌리려 했다.
고 이사장은 이에, “국정감사를 다시 하자는 건가? 도저히 진행이 안 될 것 같으니 표결 준비하시라”고 거듭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철 이사는 “앞으로 잘 이끌어 보겠다는 답변을 구체적으로 하시라”고 요청했고, 이번에는 최강욱 이사가 소모전을 마무리 하려는 듯, “최종적인 입장 소명 정도 하시고 정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 이사장은 “어차피 우리가 모이기를 서로 다른 정파에 의해 모였기 때문에 의견이 항상 일치될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 “가급적 방문진 이사회가 그런건 떠나서 그야말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일처리가 됐으면 좋겠고, 제가 그렇게 되는데 있어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표결을 위해 서명을 받고 있는 과정에서도 이완기 이사는 “표결을 안 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서 그런다” “왜 저희들이 묻는 것에 대해 방문진 이사장답게 말씀을 못하나?” 등 끝없이 질문을 던졌다.
고 이사장은 “의견일치 어려운 부분 있다는 걸 서로 인정해야 한다. 왜 완전히 굴복하지 않느냐 이렇게 하면 어렵지 않느냐. 방문진 업무 외의 걸로 너무 오랫동안 소진했다”고 말했다.
이완기 이사의 발언으로 표결 없이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최강욱 이사가 “모양은 좋지 않지만, 표결을 해야 한다”고 말해, 투표함이 돌고 표결이 진행됐다.
투표함이 도는 동안에도 이완기 이사는 “논의가 충분히 더 개진됐어야 하는데”라며, 혼잣말도 아닌 의견도 아닌 애매한 방식으로 논제를 계속 던지면서 유기철 이사와 함께 투표함에 표를 넣지 않았다.
한편, 표결을 하자 해놓고 표를 넣지 않고, 무기명 투표임에도 실질적으로 누가 무슨 표를 넣었는지 추측할 수 있도록 했던 야당 측 이사들의 행태는 ‘잘못됐다’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의미 없는 표결 등 방문진 회의를 정쟁으로 소모하는 것은 자신들을 이사로 만들어준 야권을 향한 야당 측 이사들의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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