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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사장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

연임을 위해 노조에 아부할 게 아니라 MBC 개혁 비전을 세우라


MBC의 간판 뉴스데스크의 얼굴이 오늘부터 새롭게 바뀐다. 권재홍 앵커와 배현진 아나운서에서 박상권 기자와 김소영 아나운서로 교체된다. SBS에 뒤지는 시청률이 못마땅했던 김 사장이 강력히 밀어붙인 변화의 시도라는 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필자 개인의 판단으로는 전 사장인 김재철의 흔적을 지우고자 하는 김종국 사장의 강한 의욕도 이번 교체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방송문화진흥회의 구조적 모순과 내부의 오판, MBC를 둘러싼 안팎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얼떨결에 어부지리 격으로 사장 자리에 앉았지만 제대로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내년 초 연임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뭔가 변화가 있어야한다는 절박감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시도라는 것이 뉴스데스크의 간판 얼굴을 언론노조 소속 기자와 아나운서로 바꾸는 것이 김종국 사장이 한 첫 번째 일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사람들은 박상권 기자와 김소영 아나운서가 파업 전면에 나선 강경파 인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왕에 뉴스데스크에 새로운 변화를 줄 생각이었다면 신입 아나운서 가운데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로 고르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박상권 기자와 주말 뉴스데스크의 도인태 기자는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도 작년 MBC노조 파업에 동참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작년 초 노조가 김재철 전 사장에 관해 무차별 음해와 폭로를 이어갈 당시 사장 퇴진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2012년 3월 4일자 뉴시스 등 언론 기사에는 박상권, 도인태 두 사람을 포함해 7명의 MBC 특파원들이 김 전 사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실이 나온다.

MBC노조 프레임에 갇힌 김종국 사장, 노조의 궤변과 공격에 대처할 능력 있나

노조의 기관지 노릇을 하는 미디어오늘 등이 이들이 뉴스데스크를 꿰차자마자 내부에서 신망을 얻는 이들이라고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만 봐도 짐작할 만하지 않나. 단체협약 중 공정방송협의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노조와 갈등을 겪는 듯하다가 잠잠한 것도 미심쩍기 짝이 없다. MBC노조가 보통 노조인가. 사장을 내쫓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차마 하기 힘든 최악의 막장 짓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다. 그런데도 반짝 소란을 떠는가 싶더니 잠잠하다. 어느 순간 이후부터 김종국 사장에 대해 별 다른 비판을 하지 않고 입을 닫아 건 것도 나쁜 징후로 느껴진다. ‘MBC가 드디어 조용하구나’ 모두가 안심할 때 물밑에서 야합의 교신이 오가는지 그 누가 알겠나. 회사와 노조가 드러내놓고 치열하게 싸울 때보다 노조와 그들의 기관지들이 잠잠할 때가 더 불길한 것이다.

MBC가 갈 길은 누가 뭐래도 민영화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영방송의 지위를 갖고 있을 때까지는 국민의 철저한 감시대상일 뿐이다. 김종국 사장이 어떤 의도와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청률을 핑계로 언론노조 소속 기자와 아나운서를 다시 간판으로 내세운 것은 명분에도 맞지 않고 실리를 위한 것도 아니다. MBC 내부에서도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앵커가 누구냐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 않나. 앵커를 갈아치웠는데도 SBS 8시뉴스 시청률을 따라잡고 이기지 못한다면 그땐 어쩔 셈인가. 시청률 경쟁에서 뒤쳐진 것은 보도의 문제라고, 국정원 사건을 민주당 입장에서 보도하지 않고 새누리당을 편들기 때문이라고 침 튀기며 비난이나 해대는 미디어오늘 등의 충고대로 또 보도책임자라도 갈아 치울 작정인가?

김 사장은 뉴스데스크 경쟁력 하락이 권재홍과 배현진 때문이라고 비난해대던 노조 기관지들이 원하는 대로 두 앵커를 교체했다. 미디어오늘 등 기관지들의 다음 목표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땐 보도국의 문제라고 날이면 날마다 기사를 써댈 것이다. 권재홍, 배현진 목표물을 제거했으니 다음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보도투쟁을 더욱 강하게 이어갈 게 틀림없다. 김 사장은 자신이 의식했든 의식하지 못했든 이미 MBC노조 프레임에 갇혔다. 그 프레임 속에서 방문진도 의식해가며 적당히 노조와 타협해나갈 수밖에 없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런 마당에 노조와 공정방송협의를 할 수 없다는 자신의 말이나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공정방송은 제1의 근로조건이라는 노조의 궤변과 공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방문진의 구조적 모순이 MBC 사장 선임 공청회에 명분 줘, 김 사장은 이를 알아야

많은 이들이 깨달은 것처럼 공영방송 사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특히 MBC의 경우 기업 경영자로서의 능력은 필수요, 공적 의식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정권의 눈치나, 노조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MBC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멀리 보고 좌표를 설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자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MBC가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는지, 공영방송 MBC가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철학과 소신을 갖추고 외부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노조의 집단이기주의와 정파성을 극복하고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학적 사관에 찌들었던 정권의 비위나 맞추면서 대한민국이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인 것처럼 부정이나 하는 음울하고 파괴적인 프로그램을 쏟아내던 노무현 정권 시절을 되풀이 할 수도 있다.

최근의 공정방송협의 논란과 뉴스데스크 개편에서 보듯 김종국 사장의 불분명한 행보는 의구심을 벗기 어렵다. 단체협약에서 공정방송협의를 제외하겠다는 발표로 원칙적 태도를 자랑하는 것 같더니 시청률을 핑계로 MBC노조 조합원들로 간판 뉴스의 얼굴을 싹 바꾸었다. MBC 사장다운 철학과 소신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정권과 노조 양쪽 모두에 한 다리씩 걸치는 듯한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여준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방문진이 구조적 모순과 능력면에서 올바른 MBC 사장을 가려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현재, 내년 MBC 사장 선임은 노조에 낙하산 사장의 빌미를 주지 않는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의 이런 행보는 어리석다.

방문진의 여권 측 김충일 이사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매우 가까운 친구사이다. 김 이사는 김재철 전 사장 시절에도 매우 절묘한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고, 김재철 사장 해임안 상정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방문진 일부 여권 이사들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MBC 개혁을 바라는 이들의 뒤통수를 쳤고 이것이 결국 김 전 사장 퇴출로 이어졌던 사실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문진의 비정상적 현실이 MBC 사장 선임에 있어서 변화의 필요성을 야기했고, 공청회를 통해 국민이 직접 MBC 사장 선임과정을 감시하고 검증할 명분을 준 것이다. 내년 MBC 사장 선임이 밀실에서 몇 몇의 논의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김 사장은 연임을 하겠다는 뜻이 있다면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처럼 정권과 노조 사이에서 적당히 눈치보고 어르는 정도로 연임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김 사장이 서둘러야 할 것은 뉴스데스크 얼굴을 바꾸고 단체협약 문제를 가지고 정권과 노조에 적당히 아부하는 처신이 아니라 MBC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부터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김종국 사장은 공영방송 MBC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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