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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계절이 왔다. 옅은 핑크색으로 화려하게 피는 벚꽃은 많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봄을 알리는 자연물로서도 인기가 높다. TV에서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를 따로 지도나 도표로 알려 줄 정도니 한국 사람들이 벚꽃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높은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이 벚꽃을 놓고‘민족의 자존심’ ‘죄책감’ 과 싸워야 했다. 신문의 독자투고나 기사의 제목을 보면 그때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다.

‘저항감 느끼는 벚꽃놀이’(동아일보 1977.4.25)

‘일제 잔재 벚꽃놀이 이제는 버려야할 때 아닌가’(동아일보 1982.3.25)

‘창경원 벚꽃 남겨두나…없애나’(동아일보 1986.4.21)

‘벚꽃문화 식민문화’(한겨레 1989.4.22)

‘현충사 등 성지에 벚꽃이 만발하다니’(동아일보 1993.4.30)
해방이 되고 나서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사쿠라’로 불리던 나무들을 뽑아버리거나 도끼로 잘라버리는 일이 전국 각지에서 흔히 일어났다. 벚꽃이 일본을 연상시키고, 벚꽃놀이는 일본인이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100만 명 이상이 즐기던 창경원 벚꽃놀이

그러나 그렇다고 벚꽃을 즐기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벚꽃 명소인 창경원은 봄만 되면 인파로 몸살을 앓았고, 가로등과 조명 아래 밤 벚꽃을 즐기는‘창경원 야간개장’은 100만 명 이상이 몰리는 서울의 명물행사였다.

그러나 1980년대 민족주의와 반일감정 분위기가 한국을 지배하면서 벚꽃을 즐기는 문화는 손가락질을 받게 됐다. 벚꽃놀이나 벚꽃의 찬양은 식민지 예찬으로 받아들여졌고, 벚꽃을 즐기는 것은 개념 없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벚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있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반일감정을 벚꽃에 적용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뽑아버렸던 벚꽃을 다시 심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벚꽃놀이와 벚꽃찬양은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었다.

그런‘눈치보기’가 말끔히 해소된 것은‘벚꽃의 원산지는 제주도’라는 주장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한국 내 널리 퍼진 벚꽃은 일본산이 아니라 제주도 원산, 다시 말해서‘우리 것’이니 마음 놓고 즐겨도 된다는 해석이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맹신이 강한 한국에서 이런 해석만큼 벚꽃을 즐기는 한국인들의 부담을 말끔히 씻어준 것도 없다. 이제 언론도, 일반 국민도 마음 놓고‘우리 것’을 찬양하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벚꽃 원산지는 제주도’주장은 1950년대부터 되풀이돼오던 것

‘벚꽃의 원산지는 제주도’라는 주장이 널리 퍼진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다. 그런데 이 주장은 사실 1950년대부터 되풀이돼온 것이다. 다만 그런 주장이 그다지 호응을 못 얻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럼 왜 한국은 수십 년 간‘벚꽃은 제주도산’이라는 주장을 외면하고 살아온 것일까? 어쩌면 한국 사람들 스스로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어찌됐건 2000년대 들어와 언론의 집중적인 홍보로‘제주 원산지’설은 한국사회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됐고, 이제는 누구나 벚꽃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물론‘벚꽃’과‘벚꽃놀이’에 여전히 일본 분위기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혈통’이 한국이라니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는 것뿐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즐기고 싶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합리화시키기 위해‘혈통’이라는 면죄부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것이 합리화가 아니라면, 그동안 벚꽃을 즐기는 것을 비난한 사람들, 무턱대고 벚꽃을 잘라버린 야만성, 잘라버린 곳에 다시 벚꽃을 심는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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