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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어색했던 2011년‘제야의 종’

‘제야의 종’ 은 일본풍습,‘벚꽃놀이’ 는 안되고‘제야의 종’ 은 괜찮나

2011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서울 한복판 보신각에서 열리는‘제야의 종’타종 행사이다. 이것은 서울시장이 주관하는 한국의 주요행사 중 하나로서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는 우리에게 익숙한 새해 풍습이다.

2012년을 맞는 서울시의 타종행사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초청되어 화제를 모았는데, 박원순 서울시장 외에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혜문 스님,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의 신영록 선수 등 시민 대표 10명이 초대받아 새해를 알리는 종을 울렸다.

과거 보신각‘제야의 종’타종행사는 서울시장과 각 기관장 등 이른바‘높은 분’들의 잔치였다. 그러던 것이 1993년 권위적인 분위기를 없애고자 상인, 근로자, 어린이 등 일반 시민 중에 선발된 시민대표가 서울시장과 함께 타종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제야의 종’은 일본의 풍습

하지만 올해의 타종행사만큼 어색하고 위화감이 드는 때는 일찍이 없었다. 먼저‘제야의 종’행사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사실‘제야의 종’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와 시작된 일본의 풍습이다. 매일신문은 2008년 12월 27일자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한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야의 종이 본격적으로 유입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일제강점기 때의 일이었다. 1927년 2월 16일에 첫 방송을 개시한 경성방송국(호출부호 JODK)에서 특별기획으로 1929년 정초에 제야의 종소리를 스튜디오에서 울려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시초였다.”

즉 일제강점기 일본불교에서 들여온‘제야의 종’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일제강점기에는 108번을 타종했지만, 현재는 33번을 친다는 것뿐이다(해방직후에는 108번을 쳤다).

한국사회에서 일제강점기의 잔재라고 일컬어지는 벚꽃놀이, 월요조회, 국기에 대한 맹세 등에 대한 반발과 폐지 움직임은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제야의 종’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관대한 반응을 보여 왔다는 건 묘한 일이다.

이번 타종행사에서 특히 필자 눈에 띄었던 초대 손님은 혜문스님과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이다. 혜문스님은 문화재 되찾기 운동, 국과수 여성 생식기 폐기소송 등으로 유명한 인사이면서 동시에 강한 민족주의와 반일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예를 들면 현충사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일본품종’이라며 현충사 밖으로 뽑아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쥐고 있는 칼이‘일본식’이라며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DNA감별이라도 할 기세로 일본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온 사람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들어온 풍습인‘제야의 종’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이 없고 스스로 참가해서 자리를 빛내기까지 한다. 일제강점기에 불교계가 중심이 되어 해오던 행사라 거부감이 없는 것일까?

일본풍습을 행하는 자리에 일제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를 데리고 온 것도 보기가 어쩐지 어색하다. 그것이‘화제’를 만들어 주고 일부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지는 몰라도, 만약 이것이 한일 간 화해일환의 행사자리가 아니라면 일종의 촌극이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벚꽃놀이 행사 주관자들이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자기들 행사에 초대했다면 어찌되었을까? 아니면 화투놀이 행사 주관자들이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자기 행사에 초대했다면 또 어찌되었을까?

일본 풍습이란 이유로‘제야의 종’행사 자체가 큰 문제가 있다거나 민족주의자들이 그간 일본풍습에 보여 온 분노가 꼭 옳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자의 신념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도‘제야의 종’행사에 대한 우리 한국인들의 태도에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박원순 인터뷰’에만 목매는 일부 언론

‘제야의 종’타종이 끝나고 새해가 밝자 일부 언론에서는“타종행사를 무시했다”며 성난 목소리로 방송과 신문을 비판했다. 예년 같으면 행사가 끝나고 시장의 인터뷰나 보신각 주변 풍경을 전하는 것이 보통인데, 타종행사만 간단히 소개하는 것만으로 끝내버렸다는 것이었다.

서울시장와의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은 것이 타종행사를‘이벤트’화 하려는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것일 수는 있으나,‘유치원’이란 단어도‘덕수궁’이란 이름도 일제의 잔재이니 철폐하자고 외쳐온 한국 언론이라면 타종행사의 취재 축소에 대해서는 오히려 환영의 입장에 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 청산운동을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일본어인 하리꼬미(잠복근무), 사쓰마와리(경찰서 출입기자), 미다시(제목) 같은 일본어를‘여전히’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 우리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는 과도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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