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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희망온돌프로젝트’

일본 전철 밟지 않으려면 정부·서울시·시민단체와 언론의 감시·견제가 필요

지난 11월26일, 서울시는 서민층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희망온돌프로젝트’와 관련 시민의견 청취를 위해 워크숍을 마련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 200여명의 시민들과 서화진 푸른시민연대 사무처장, 원기준 사랑의연탄나눔운동본부 사무총장, 박철수 반값고시원 추진운동본부장 등이 참가해 시민단체 입장과 서울시 지원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희망온돌프로젝트가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민관 협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빈민들의 겨울나기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2주 후인 12월13일, 서울시는 희망온돌프로젝트 일환으로 노숙자들이 이번 겨울에 밥을 굶거나 추위에 떠는 일이 없도록 서울역 지하보도 일부를 활용,‘노숙인 응급대피소’를 설치해 24시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노숙인 응급대피소는 서울역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설로서 온돌, 화장실, 응급구호 공간이 확보된 80명 여명 규모의 대피소라고 한다.

이 뉴스는‘온돌’이라는 시설이 화제를 부르면서 각 언론사 사회면을 장식했고, 그 기사를 본 시민들에 찬반양론을 불러왔다. 인도적 차원의 빈민지원책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없는 임시방편으로 노숙자들이 그 상황에 만족해 오히려 근로의욕을 잃게 된다는 우려와‘복지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질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성공하지 못한 일본의 노숙자 지원사업

일본에서도‘홈리스’라 불리는 노숙자 문제는 일본사회의 큰 고민거리중 하나다. 홈리스는 일본의 대도시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2010년 홈리스 조사에서 따르면 오사카시가 3724명으로 1위이며 도쿄23구가 3105명, 후쿠오카시가 969명이다. 이런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경보수파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도 처음에는 임시거처를 제공하고 취업알선 및 구직활동비 지원 등을 실시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2009년 12월 일본에서 크게 화제가 된 공설 하켄무라(派遣村)도 그런 부작용이 드러난 하나의 예였다.

하켄무라는 일본에서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임시계약직을 잃은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갈 곳을 잃자 일본정부가 지원 대책을 발표, 그 일환으로 도쿄도에서 추진한 지원 사업이었다. 도쿄 요요기공원에 임시합숙소를 설치하고 직업을 알선하는 한편 안정된 주거와 취업을 위해 상담소를 개설, 모여든 실업자들과 극빈자들의 재활을 지원했다.

하지만 그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일거리를 소개해줘도“그런 일은 싫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취업활동비 2만엔만 받고 사라진 사람, 그 돈으로 술과 담배를 사는데 사용한 사람이 적지 않았고, 합숙소에서 도난, 음주사고는 물론 음주로 인한 간질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합숙소 이용자 500여 명 중 금지된 무단외박을 한 사람이 200여 명에 이르고, 이용자 급증에 따른 지출예산이 당초 예상인 6000만엔을 훨씬 넘어 1억엔을 초과하자 세금낭비라는 비판론이 등장했다.

혹한이 끝나면서 이 단기간의 실험은 끝났는데, 이용자 500여 명 중 지방자체단체 지원혜택을 받도록 결정된 사람이 400여 명이었던데 비해 재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불과 20명을 넘지 않았다.

또 다른 홈리스 합숙소였던 도쿄 히비야공원의 합숙소는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시설이었다. 당시 수상이던 하토야마 유키오를 비롯해 많은 정치가들이 시찰에 나서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 세금을 투입해 노숙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실시했고, 고통 받는 약자를 위해 전국에서 시민들의 기부금이 쇄도했는데, 그 금액만도 5000만엔이 넘었다.

하지만 이 합숙소에서도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무엇보다도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기부금의 사용내역을 발표하지 않은 채 해산해버리면서, 시민들로 하여금 시민단체들의 투명성에 큰 회의감을 갖게 만들고 말았다.

결국 이 홈리스 지원 사업들은 재기·재활·재취업이라는 목표는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수많은 과제와 회의론만 남긴 반쪽짜리 지원 사업이 되고 말았다.

서울시의 노숙자 대책이 성공하려면

서울시의 희망온돌프로젝트 역시 성공하려면 많은 과제를 넘어야 한다. 막연한 지원만이 아니라 노숙자들의 근로와 재활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의 협력에 추가로 무엇보다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도 희망온돌프로젝트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많은 기부금을 받고 있는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부와 서울시, 시민단체와 언론의 상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워크샵에 참석했던 이들의 면면을 보면 우려가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협력체제가 아니라, 박원순 사단의 안방잔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희망온돌프로젝트에 참석했던 푸른시민연대 대표 문종석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했을 때 선대위 위원이며, 사랑의연탄나눔운동본부 사무총장인 원기준은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이자 일본 희망제작소 대표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한 가지 더 우려되는 점이 있다. 서울에 있는 노숙인의 숫자는 1600명이며 그 중 서울역 주변에 있는 노숙인은 300여명인데 반해, 이번에 서울역에 설치한 온돌시설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고작 80여명이라는 것이다. 홍보성 이벤트가 아니라 진정한 노숙자 지원을 위한 조치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뿐만 아니라 서울시 전역에서 노숙자들이 엄동설한에 온돌을 찾아 모여든다면, 80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시설은 혼란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이점에 대해서는 반값고시원 추진운동본부의 박철수 본부장이 지난 8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현 정부의 주택 보급정책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당장 들어 갈 대상자는 100만 명인데 1년에 몇 천개 나오면 뭐합니까? 어느 세월에… 심하게 말하면 웃기는‘사탕발림’입니다. 무슨 로또복권도 아니고…”

일본의 실패에서 보듯, 무작정 이뤄지는 지원과 언론을 요란하게 장식하는 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부금과 세금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은 바로 사업에 투명성은 있었는가, 또 재취업을 한 사람과 노숙자 생활 청산을 한 사람은 얼마나 있는가 하는‘숫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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