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서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황식 국무총리 차출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주로 당 지도부와 친박계, 소장파를 중심으로 나온다고 한다.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내 한 최고위원은 “김 총리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행정 전문가인 데다, 호남이 고향이어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표의 확장성이 있는 인물"이라며 "당내에서 김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게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이뤄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상찬, 홍정욱 의원 등은 7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온 김황식 국무총리를 함께 찾아가 “총리 외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대안이 없다. 출마를 해야 한다”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제가 그럴 능력이 있겠느냐”며 일단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 총리를 만난 한 의원은 “(김 총리가) 강하게 거부하지 않아 밀어붙이면 (설득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울지역 의원 상당수가 김 총리를 (후보로)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 신주류는 김황식 총리 차출론을 주장하는 근거로 박원순 변호사 등 야권단일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에겐 없는 행정경험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친박계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은 7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의 70% 이상이 서울시장의 조건으로 행정능력을 꼽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태풍의 주인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각종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를 압도하는 지지율을 얻은 바 있다. 안 원장은 기업을 하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다는 것 외에는 여권이 주장하는 의미의 행정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다. 또 안 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지지의사를 밝힌 박원순 변호사 역시 검증된 행정능력 소유자가 아니다. 박 변호사도 최근 일부 여론조사결과에서 나경원 의원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어 ‘안철수 후광’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인물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점을 보면 유권자 70% 이상이 서울시장 조건으로 행정능력을 꼽고 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 오히려 참신성과 신선미 등 인물 자체가 가진 경쟁력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이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김 총리의 서울시장 선거출마는 ‘이명박 정권 심판론’ 프레임을 굳히는 악수가 될 수 있다. 또 10월 선거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꾸준히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며 인지도와 경쟁력을 키워온 나 위원에 비해 김 총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원순 변호사는 19.8%의 지지율을 얻어 1위로 나타났다. 야권 유력후보 중 한명인 한명숙 전 총리는 13.2%, 나경원 최고위원은 12.6%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김황식 총리는 단 0.7%에 그쳤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 변호사는 51.1%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기록했고, 나 최고위원은 32.5%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지지층의 여론이 ‘김황식 서울시장 차출론’에 전혀 동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승리를 위해선 지지층의 적극적 지지와 투표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김 총리는 그런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총리 차출론 보도가 이어지자 관련 보도 기사 댓글란에는 “나경원을 빼고 왜 멀쩡한 김황식을 들먹이나?”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는 서울시장 자리가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국무총리보다 더 중요한가? 총리하는 분에게 서울시장 출마하라고 권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 “오세훈의 주민투표 정신을 이어갈 나경원이 나가야 우파가 단결하고 승산이 있다” 등의 반발 글이 올라오고 있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안철수 돌풍의 참 의미는 ‘대세론’이란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는 것”이라며 “현재 한나라당의 전략이라고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구상들을 보면 온통 대세론을 지키기 위한 생각 뿐, 서울시장 선거를 아예 접기로 작정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한심한 발상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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