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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의 주식회사 MBC, 이사회가 없다

신임 방문진 이사회, 편법 임명된 MBC 이사 전원 해임해야


* 주간 미디어워치 19호 기사입니다.

7월 1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KBS 이사직에 대한 지원 응모를 마감했다. 중복 지원한 50명을 포함하여 방문진이 119명, KBS가 114명이다. 일반인들은 왜 KBS나 EBS와 달리 MBC의 경우 직접 이사를 임명하지 않고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여기에 MBC 경영의 구조적 병폐가 있고, MBC 경영진과 노조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하여 공공의 감시를 피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주주인 방문진에 세간의 관심 쏠린 탓에, 실질적으로 MBC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MBC 이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눈길을 돌려놓았다는 것이다. 과연 주식회사 MBC의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최소한 방문진 이사회보다는 주목을 덜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2008년 2월 22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MBC 임원진을 임명했다. 부사장 김세영 목포MBC 사장(대구·서울대), 기획조정실장 김종국 전 보도국 부국장(서울·고려대), 편성본부장 이재갑 전 드라마국장(서울·고려대), 보도본부장 송재종 전 보도국장(서울·서울대), 제작본부장 최영근 예능국장(경기 안양·한양대), 기술본부장 문장환 송출기술국장(인천·한국항공대), 경영본부장 박성희 광고국장(경남 진주·서울대) 등 8명이었다.

엄기영 사장과 방문진, 불과 1주일 만에 8명의 이사 임명

당시 보도에는 이미 그 1주일 전인 2008년 2월 15일에 MBC 사장으로 내정된 엄기영씨가 방문진에 2배수를 추천, 이 범위 내에서 MBC 임원을 임명했다는 것으로 나온다. 특히 김세여 부사장의 경우 엄기영 사장이 강력히 추천하였고, 방문진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의문이 제기되는 점은 어떻게 사장으로 내정된 지 단 1주일 만에 엄사장이 8명 이사의 2배수인 16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방문진에서 이를 심사하여 임명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연간 매출액 7000억원대의 주식회사 MBC의 경영을 이끌어나갈 이사진에 대한 검증을 사장과 대주주인 방문진은 단 1주일만에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형식적인 면접 심사를 했다는 기록은 없다. 단지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는 보도 기록 이외에 다른 심사 절차는 전혀 없었다.

현재 방문진 이사회의 회의록은 국회의원 등의 요청 이외는 일체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KBS 이사회의 회의록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점과 비교하면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엄기영 사장의 초기 내각이라 불린 임원 인사를 결정한 2008년 2월 22일자 방문진 회의록만 공개된다면, 이들의 임명의 적절성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
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이하 미발연)은 “엄기영 사장이 낙점한 인물을 방문진에서 실질적인 점검조차 없이 그대로 임명했다면,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고, 대표적인 방문진의 직무유기 사례가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발연은 “방문진 회의록 검토 결과 형식적 결함이 드러나던지, 실질적 심의가 없었다면, 이들 8명의 MBC 이사 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신임 방문진 이사회에 재검토를 촉구했다.

방문진과 MBC의 관계는 한국전력과 YTN의 관계?

설사 형식과 실질적 심사 모두를 지켰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MBC 경영 구조의 모순은 그대로 남는다. 공영방송인 KBS와 EBS는 물론 주식회사인 SBS와 YTN의 경우 모두 독립된 이사회를 갖추고 있다. MBC와 함께 공영방송이라 분류되는 KBS는 제작본부, 보도본부, 편성본부 등 5개의 본부장과 부사장 직이 있지만 이들은 이사가 되지 못한다. KBS의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에서 임명하여 KBS를 감시하도록 되어있다. EBS도 KBS와 구조가 똑같다. SBS 역시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따로 있다.

오히려 MBC와 그나마 비슷한 경영구조로 되어있는 곳은 YTN이다. YTN의 대주주는 21%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전력케이디엔이다. 이는 마치 MBC 주식의 70%를 보유한 대주주 방문진과 비교될 수 있다. 한국전력케이디엔의 이사회가 YTN의 경영을 일일이 감독할 수 없다. 당연히 YTN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에 인사들을 추천하여 감독하게 된다. 현재 YTN 이사회는 박소웅 전 마산MBC 보도국장, 박종득 신방주건설 회장 등 8명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사회의 구조는 MBC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MBC의 대주주 방문진은 MBC에 대한 경영과 감독만 하는 곳이 아니다. 이외에 방송문화진흥자금의 운용 및 관리, 방송문화의 발전과 향상을 위한 연구 및 학술사업, 공익목적의 사업 및 부대사업의 의무가 방송문회진흥회법에 규정되어있다. 이는 마치 한국전력이 YTN만 관리하는 회사가 아니라 전력 보급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것과 똑같다. 분명한 것은 이사회를 사장이 추천한 본부장들로 채우는 방송사는 오직 MBC 하나 뿐인 셈이다.

이런 기형적인 MBC의 경영구조 탓에 MBC의 방만 경영이 바로잡힐 수 없다는 지적들이 많다. MBC의 간부급 PD는 “제작본부장이나 보도본부장의 경우 PD와 기자가 맡게 되는데, 이들은 실제 제작진이므로, 비용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이를 제어해야할 곳이 경영진인 이사회인데, 각 본부장들이 모두 이사들이니, 아무런 경영적 제어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는 경영과 편성 및 보도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진보좌파 측의 주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MBC의 경우 보도본부장, 제작본부장, 편성본부장이 곧 경영진이 되므로, 경영과 편성과 보도가 유착된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왜곡된 경영 구조 때문에 ‘PD수첩’이나 ‘100분토론’과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조작 건이 발생했어도 경영진이 수수방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MBC 공영방송노조의 한 인사는 “‘PD수첩’이나, ‘100분토론’과 같이 국민적 지탄을 받는 조작건이 터지면, 당연히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경영적 판단으로 대처해야함에도, 조작의 책임자들인 각 본부장이 이사를 하고 있으니, 이사회가 무슨 역할을 하겠냐”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MBC 조직도에는 이사회가 없다

실제로 MBC 이사회가 제대로 열리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KBS나 EBS와 달리 MBC의 조직도에는 이사회가 없다. MBC의 간부급 사원들조차 언제 어떻게 이사회가 열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또한 이사회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본부장급 임원회의’라는 단어로 쓰인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주식회사의 경우 이사회 회의록을 남겨야 하므로 간부급 임원회의라는 MBC 회의록은 기록되어 있기 마련이다.

실례로 ‘PD수첩’의 광우병 파동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7월 9일 ‘PD수첩 상황실 회의’ 문건에 공개되어 큰 파장이 인 바 있다. 당시 MBC는 ‘PD수첩 상황실’을 설치하고 PD수첩의 조능희 책임 PD를 비롯해 기획 홍보 등 각 분야 팀장급 10여 명이 참여해 대책회의를 개최하였던 것. 최소 3차례 이상 열린 것으로 알려진 대책 회의의 결론은 “사과하지 말고 최대한 시간을 끌자는 것”이었다.

문제가 되는 점은 단지 ‘PD수첩’팀 뿐 아니라 MBC의 각 본부의 실질적 책임자들인 팀장급 전체가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는 점이다. 각 본부장, 즉 MBC의 이사들도 이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고, 만약 몰랐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때, 각 본부장들인 이사회에서 대체 무슨 논의를 하고 있었냐는 것이다. 미발연의 전경웅 사무국장은 “지난 6월과 7월 사이의 MBC 이사회 회의록만 공개된다면, MBC 이사회가 광우병 선동 파동 당시 얼마나 무능하고 파렴치한 집단인지 쉽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MBC의 감사 역시 의혹의 대상이다. 방문진은 2009년 2월 27일 이사회에서 한귀현 전 전주 MBC 사장을 3년 임기의 MBC 감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대체 한귀현 감사가 MBC의 경영이 극속도로 악화된 시기에 임명되어 대체 무슨 감사를 해왔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MBC의 공정방송노조의 한 간부는 “MBC 감사의 업무는 원래부터 무감사였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공개한 2009년 2월 6일에 열린 방문진 이사회 회의록에서는 방문진조차 MBC의 감사 결과를 전혀 보고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방문진이 임명한 MBC 감사도 MBC를 감사하지 않고, 이를 감시해야할 방문진도 감사자료를 받지 않으니, MBC는 그간 감사의 무풍지대를 달려온 것이다.

이런 MBC의 경영구조의 왜곡을 바꿔내지 않는다면, 아무리 프로그램을 모니터해도, 정치적 선동을 위한 조작보도를 원천적으로 시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언련의 최홍재 사무처장은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주최 토론회에서 “더 이상 프로그램 모니터와 토론으로 해결할 수 없고, 소신과 원칙이 있는 분들이 방문진에 들어가서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한다고”고 주장했다.

MBC 신임 이사직 7개 신설되나

그러나 방문진 이사회는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MBC의 이사회가 아니라 MBC 대주주의 이사회일 뿐이다. 방문진의 이사들이 MBC의 세세한 경영 전반을 다 감독하기에는 법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방문진 이사회의 첫 업무는 엄기영 사장과 현 방문진 이옥경 이사장이 편법적으로 임명한 MBC 본부장 이사들을 전원 해임시키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발연의 전경웅 사무국장은 “MBC 본부장 지위를 빼앗겠다는 게 아니라, MBC 본부장들의 자동적으로 갖게 되는 이사의 지위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뜻”이라며, “2008년 2월 22일 방문진 회의록과, 이후 광우병 파동 당시의 MBC 이사회 회의록만 검토하면, 이들의 해임 사유는 충분히 확보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설사 해임 사유가 없다 하더라도, MBC 경영 체제의 근본을 개혁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사직에서 본부장들을 해임시키는 방법도 있다. MBC 본부장들이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경영과 편성 및 보도의 유착이므로, 이들 모두 스스로 용퇴하도록 하고, 방문진이 임명한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여 새 판을 짜자는 것이다.

청년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는 실크로드CEO포럼의 여원동 수석 부회장은 “MBC 같은 경우는 사장과, 사장의 업무를 돕는 제1 부사장, 그리고 방문진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2부사장, 제작 이사, 보도 이사, 디지털 이사, 재무 이사 등 7명의 전문 이사진을 구성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이번 KBS 이사직에 지원한 실크로드CEO포럼의 김민준 이사 역시 “7명의 이사직을 신설하는 게 경영에 부담이 된다면, 차라리 사장과, 사장의 업무를 보좌하는 제1 사장, 방문진의 의견을 전달하는 제2 사장, 이렇게 세 명에서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만약 신임 방문진에서 이런 경영개편을 추진했을 때, 엄기영 사장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MBC 본부장급 이사들은 실질적으로 엄사장이 임명한 최측근들이다. 이 때문에 사실 상 MBC 이사회는 무력화되고 엄사장 개인과, 이의 빈틈을 치고 들어온 노조에 휘둘리는 기형적인 회사가 되어버렸다. 만약 엄사장의 측근들이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방문진이 임명한 이사들이 대거 MBC에 입성했을 때, 엄사장이 버텨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미발연의 강길모 공동대표는 “엄사장 개인의 형편을 봐줄 필요는 없다”며, “지금의 구조가 잘못되었으면 새로운 구조로 개편하는 것이고, 엄사장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같이 하면 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나가면 그만”, “쓸데없이 시작부터 엄사장을 해임하니 마니 하는 정치적 논쟁보다는 근본적 구조 개편이 훨씬 더 명분있고 생산적인 방식”이라며 찬성의견을 밝혔다.

양문석, “방문진 이사는 MBC 이사가 아니다” VS 전경웅, “바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러한 흐름이 형성되자 진보좌파 진영은 잔뜩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MBC노조의 입장만을 그대로 전하는 PD저널은 “이처럼 방문진과 KBS 이사직을 노리는 친여권·우파인사들이 경영진 교체 등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사회 장악을 통해 MB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물론, 국장 및 부장급 인사까지 정권이 속속들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경계했다.

그러나 미발연 측은 이를 경영과 법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정치적 선동으로 면책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진보좌파 시민단체인 언론연대의 양문석 사무총장은 미디어행동 주최 토론회에서 “방문진 이사회가 MBC 이사회인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발연의 전경웅 사무국장은 “우리 입장이 바로 양문석 총장과 똑같다”며,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이므로 방문진 이사들이 MBC 이사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방문진이 MBC 신임 이사들을 임명한 뒤, 본연의 역할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고, 모든 MBC 개혁은 MBC 신임 이사들이 수행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라며 양총장의 주장을 되받았다.

현 MBC 이사회의 해체와 신임 이사 임명은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명분적으로나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신임 방문진 이사회에서 이러한 MBC 경영 개혁을 추진했을 때, 오직 “정부가 MBC를 장악하려 한다”는 선동 이외에 다른 대응논리 하나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MBC노조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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