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슬리위루] ‘지폐’도 인쇄 못하는 북조선, 드디어 국가체제의 위기

자국 지폐도 인쇄 못하게 되었고, 펄럭펄럭거리는 힘없는 용지에 임시통화를 발급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까지 내몰린 북한

미디어워치 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21.10.06 16:07:04



※ 본 칼럼은, 일본의 유력 시사잡지 ‘먼슬리위루(月刊WiLL)’의 온라인판 ‘데일리 위루 온라인(デイリー ウィルオンライン)’에 2021년 10월 4일자로 게재된, 레이타쿠(麗澤)대학 객원교수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의 기고문 ‘지폐’도 인쇄 못하는 북조선, 드디어 국가체제의 위기(【緊急寄稿】北朝鮮はもはや「紙幣」が刷れない!:経済崩壊でいよいよ国家体制の危機か)(원제 : [긴급기고] 북조선은 이미 ‘지폐’를 인쇄 못 하고 있다!: 경제 붕괴로 인해 드디어 국가체제의 위기)를, 니시오카 교수와 ‘먼슬리위루’ 측의 허락을 얻어 완역게재한 것이다. (번역 : 요시다 켄지)





조선반도로부터 충격적인 정보를 입수했다. 경제제재에 따른 외화 부족과 중조(中朝) 국경 폐쇄 등으로 북조선은 지폐 인쇄에 필요한 용지를 입수하지 못했고, 여태 쓰여 왔던 지폐를 인쇄할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북조선은 그 대체지폐로서 ‘돈표’라 불리는 질 떨어진 통화를 발행하고 있으나, 가치의 담보나 위조의 위험성의 측면에서 매우 위태로운 대물(代物)이라 사료된다. 자유통화를 발행 못하게 된다면 체제에 미치는 위기는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긴박한 리포트를 전한다!   



심각한 외화 부족으로 임시통화를 발행 

북조선이 마침내 자국의 지폐도 인쇄 못 하게 됐다. 경제제재에 따른 외화 부족과 중조(中朝) 국경폐쇄 등으로 지폐 인쇄에 필요한 자원조차 중국에서 수입하지 못하게 됐고, 이에 북조선은 지난 9월, 질이 낮은 자국산 용지와 자재를 동원한 ‘중앙은행 돈표’(임시통화)를 발급했다. 

평시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자유통화를 발급 못해서 임시통화를 내놓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체제 위기의 상징이다.   

나는 9월 중순에 ‘돈표’의 사진 및 관련 내부 문서, 그리고 관련 최신 정보를 입수했다. 우선 ‘돈표’의 사진부터 공개한다.  





통상적인 용지보다 종이가 얇고, 힘없이 펄럭펄럭거린다. 표면 중앙에는 평양의 개선문 그림이 삽입되어 있으며, 그 왼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 돈표 주체 110(2021)년’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또한, 개선문의 좌측 하단 그리고 우측 상단에 ‘5000’이란 숫자가 쓰여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한글로 ‘오천원’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뒷면 중앙에는 큰 빨간 글씨체로 ‘5000’이라고 쓰여 있고, 그 좌측 상단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 그리고 좌측 하단에는 한글로 ‘오천원’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한국 언론은 오보의 대행진 

한국의 일부 언론도 돈표 발급에 관해 보도했다. 예컨대, 동아일보(9월 8일자)는 “北, 주민들 달러 긁어가나... 19년 만에 외화교환 ‘돈표’ 발행”이란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북한이 최근 19년 만에 ‘돈표’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표는 외화와 교환해 사용하도록 하는 종이 화폐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제한하고 정부가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전문가들은 돈표 발행에 대해 대북제재로 외화고가 바닥나자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까지 긁어모으려는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조선 정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데일리NK(9월 23일 자), VOA(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한국어판(9월 25일 자)도 금번 발급된 ‘돈표’가 외화와 교환해 사용되는 통화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내가 입수한 북조선 내부문서인 ‘중앙은행의 돈표 발급과 관련한 해설 자료’(이하 ‘해설 자료’)와 내부 정보에 의하면 일련의 보도들은 모두 오보다.  

금번에 발급된 ‘돈표’는, 앞서 1970년대에 최초로 발급되었고 2002년에 폐지된 ‘돈표’와는 발급 목적과 기능이 완전히 상이하다. 지난번의 ‘돈표’는 정확히는 ‘외화와 교환하는 돈표’로 불렸다. 외화를 보유한 외국인이나 주민을 상대로 국내에서의 외화 사용을 금하고, 수중에 있는 외화를 ‘외화와 교환하는 돈표’와 교환하게 만들어 외화를 모으는 수단이었다. 

반면에, 금번의 ‘돈표’는 국내 통화를 대신하여 발급된 ‘임시통화’인 것이다. 

해설 자료로 본 ‘돈표’ 발행의 의도 

내가 입수한 해설 자료에서는 돈표 발행의 의도에 대해 이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 

“(중략) 국가의 화폐유통을 원활하게 하여, 생활상의 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돈표를 발급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중앙은행 돈표를 새롭게 발행하는 국가적 조치는, 민족 화폐제도를 강화하고, 조선노동당 제8대회가 제시한 투쟁 강령을 높이 들어 사회주의 건설에 새로운 승리를 완수해 나가며, 인민 생활의 안전과 상승을 위한 숭고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국가의 화폐유통을 원활하게 (한다)”라는 부분에 주목해 보자. 문제로 지목된 것은 외화 부족이 아닌, 국내에서 화폐유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울러 해설 자료는 돈표 발급의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저술하고 있다.

“(중략) 다수의 기업체가 생산 활동에 필요한 내화수요(内貨需要)를 충족하지 못하였고, 인민의 소비를 생활이 원만해질 수준으로 활성화 못했으며, 당이 가장 배려하고 있는 인민 생활의 안정과 향상을 위한 사업에 난관이 조성된 탓입니다.”


즉, 외화가 아닌 내화, 말 그대로 북조선의 화폐가 부족하여 (인민들이)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못하고 있으며, 그들의 생활이 어려운 이유 때문에 돈표를 발급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화폐를 증쇄하는 대신 돈표를 새롭게 발급하는 것일까. 해설 자료에는 이렇게 기재되었다.

“중앙은행 돈표는, 여러 측면에서 부족하고 곤란한 환경에 놓인 가운데, 수입 자재가 아닌 우리나라의 원료와 자재로 만들었으므로, 중앙은행권과 비교해 다소 질이 떨어지며, 사용에 있어 불편한 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북조선은 공업력이 낮아서 화폐 인쇄에 필요한 고품질 용지나 인쇄 자재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다. 따라서 여태 해당 자재들을 중국에서 수입해 왔다. 그러나 경제제재에 따른 외화 부족과 작년부터 중조(中朝) 국경폐쇄로 인해 수입이 끊긴 것이다. 그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가 부족하여 경제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정으로 질이 낮은 펄럭펄럭한 용지에 저급한 품질의 돈표를 ‘임시화폐’로 발급하게 된 것이다.  



심화하는 북조선의 체제 위기 

돈표가 배포된 직후, 2009년의 화폐개혁의 재래(再来)로, 현재 소지 중인 화폐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풍문이 확산되었고 혼란이 빚어졌다. 당초에 많은 주민들이 이 돈표를 지급받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중앙은행과 지방은행은 반복적으로 일반 화폐와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며 보장을 했고, 당국도 반드시 통상의 화폐와 교환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현재로서는 일정 정도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해설 자료에서도 지금까지의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며, 1대1로 교환 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앙은행 돈표는 중앙은행이 담보하여, 발급 중인 현금과 동일한 지위를 갖고 발급 및 유통되는 임시화폐이며, 현재 유통되고 있는 현금과 똑같은 가치를 보유함과 동시에 동일한 유통, 결제수단, 저축수단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 발급될 중앙은행 돈표는 지금 저희가 일상적으로 사용 중인 현금과 동일하게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며, 현재 이용 중인 현금과도 자유롭게 교환 됩니다.”


“중앙은행 돈표는 일정 기간 유통된 후 은행에서 중앙은행권과 1대1로 교환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단, 앞서 서술한 바 용지가 힘이 없고 인쇄 품질도 저급하기에 몇 번 사용하면 찢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으며 쉽게 위조화폐 제작이 가능하다는 결점도 있다. 

이 점에 관해서 해설 자료는 이하와 같이 적시하고 있다. 

“모든 공민은 돈표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중앙은행권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해하고, 돈표를 돈 가방에 반드시 수납하여 정성껏 청결하게 사용하여, 곧바로 오염되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장기간 이용할 수 있도록 애국심을 발휘해야 한다.”  


“돈표에 삽입된 위조방지기법을 잘 숙지하고 위조 돈표가 유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모든 공민은 중앙은행 돈표의 이용과정에서 위조, 변조된 돈표를 발견한 경우 즉시 당국 법 기관과 은행에 알려, 위조 돈표가 확산 안 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0월 초, 현 시점에서 이미 컴퓨터 등을 활용한 위조 돈표가 제작 및 유통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렇다면 이 돈표는 누구에게 배포되었는가. 내가 입수한 정보로는 최근까지 가동하고 있었으나 자금 부족으로 가동을 멈춘 기업체와 방치해두면 아사할 수 있는 최빈곤 계층에 9월부터 무상으로 지급되었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 그 기업체의 규모에 비례하여 배분액이 정해졌고, 후자는 1세대 10만 원씩 주어졌다고 한다. 단, 해당 배분처와 금액에 대해서는 해설 자료에는 기재된 바가 없으므로, 별도의 정보원으로부터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드디어 북조선은 자국에서 자국 지폐도 인쇄 못하게 되었고, 펄럭펄럭거리는 힘없는 용지에 임시통화를 발급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까지 내몰린 것이다. 북조선의 체재 위기는 이토록 심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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